갑자기 라이엇에겐 시간이 없다는 쌩뚱맞은 소리로 글을 시작합니다. 근데 시간이 정말 없습니다. 무슨 시간이냐고요? 네, 바로 유저들이 다시 마음을 고쳐잡고 롤이라는 곳으로 돌아오게끔 만들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는 겁니다. 

요새 이토게부터 시작해서 각종 게시판을 들여다보면 롤에 대한 비판과 상대적으로 비교되는 오버워치의 글로 연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네, 확실히 오버워치는 잘 만든 게임이고 그 동안 게임계를 지배해오다시피한 롤의 아성을 뛰어 넘을 수 있는, 이제는 서서히 뛰어넘기 시작한 게임입니다. 반면 롤은 이와 대조되는 행보를 보이며 유저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지요. 굳이 그 이유를 말하지 않아도 롤 유저라면 이미 충분히 차고 넘칠만큼 듣고 보고 경험했을 것이기에 설명하지는 않겠습니다. (헬퍼, 대리, 욕설, 다인랭 등...)

롤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은 이미 극명하게 드러났습니다. 그럼 동시에 드는 생각은 과연 이런 문제들을 다 고치면 유저들이 돌아올까? 입니다. 정말 유저들이 말하는 문제들을 해결한다면 다시 복귀들을 할까. 1위 탈환할 수 있을까. 이 문제에 답을 말하기 앞서 개인적으로 게임에 빠지게 되는, 또는 갈아타게 되는 과정을 나눠봤습니다.

1단계는 흥미입니다. 말 그대로 어떤 게임이 출시되거나 주변의 권유로 흥미를 가지게 되는 단계이지요. 한 두판 하면서 흥미를 가질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보통 망겜류들은 여기서 다 떨어져 나갑니다.
2단계는 병행입니다. 서서히 재밌어지게 되면서 기존의 게임과 병행하게 됩니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아마 시간이 남을 때나 생각 날 때 한두판씩 하겠지요. 혼자 게임하다가 친구들 모이면 이 게임을 한다던지...뭐 사람에 따라 더 할 수도 있고요.
3단계는 역전입니다. 이제 자신도 모르는 사이 기존의 게임보다 새로 접하게 된 게임에 시간을 더 쏟아붓습니다. 기존의 게임은 생각날 때 한두판 돌아가거나 이벤트 있을 때 반짝 접해서 할 것만 하고 가게 됩니다. 물론 다시금 돌아가는 사람도 있겠지만 생각보다 예전만큼 정을 붙이기 쉽지 않습니다. 접속해서 딱 할 것만 하고 나오거나 하더라도 친구들이 접속끊고 하던거 하자고 하겠지요. 
4단계는 정착입니다. 이제 왠만한 복귀유저 이벤트할 때 혹하는 마음 아니면 별로 접하지 않습니다. 아직 계정이 살아있고 아까워서 지우지는 않지만 일주일동안 접한 것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이쯤되면 완전히 갈아탄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겁니다.

제멋대로 정한 기준이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 주변 사람들을 보면 위와 같은 과정을 겪는 걸 많이 봐왔습니다. 그리고 위의 기준으로 살펴보자면 아마 게임사에서 위험을 느껴야 할 순간은 2단계에서 3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일 겁니다. 유저들의 흥미나 재미가 역전되는 상황. 말 그대로 유저들이 빈 말로 갈아타거나 접는다고 말하는 것이 아닌 진심으로 흥미를 잃어가는 과정.  
저는 개인적으로 현재 롤에서 오버워치로 갈아타거나 오버워치라는 게임을 접하는 유저들이 현재 2단계에서 3단계로 가고 있는 상황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난 아예 롤계정 삭제했는데?' 내지는 '오버워치 노잼이라 안 하는데?' 라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그 분들은 이미 고정층이니 예외로 두겠습니다. 아마 두 게임의 운명을 가를 유저들은 대부분 롤과 오버워치를 병행하는 상황일 것이고 그건 점유율의 치열함만 봐도 알 수 있는 상황입니다. 예. 말 그대로 서로가 치열한 상황. 근데 문제는 둘의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는 점입니다.

오버워치는 누가봐도 상승세입니다. 흔히 주식용어 중 모멘텀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쉽게 말해 오를 껀덕지를 말하는 건데 오버워치는 이제 출시한지 한달밖에 되지 않은만큼 탄력을 받아 올라갈 요소들이 아직 많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였던 경쟁전은 출시 전에는 상상하기 힘들던 점유율 30% 돌파를 만들었죠. 이 외에도 각종 프로팀 창단 및 대회, 신규 챔프 및 신규 맵, 새로운 스토리 떡밥 등 유저의 흥미를 끌고 갈 요소는 아직 많이 남아있는 상황입니다. 

반면 롤의 경우는 누가봐도 하향세입니다. 일단 점유율이 반토막 났다는 것만 봐도 충분히 알수 있지요. 문제는 오를 껀덕지가 없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다 썼습니다. 신규 챔, 프로 팀 및 대회, 방송 등 (그 덕분에 최정상에 오를 수 있었겠지요.)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오버워치에 비해 딱히 반전을 주거나 오를만한 요소가 없는 상황에서 롤은 상당한 위기감을 느껴야만 하는 상황인 겁니다.

그럼 롤은 아예 반등의 여지가 없을까요? 아뇨, 있습니다. 이미 롤을 수 년간 폐인처럼 해오던 유저들이 자신들의 경험과 머리를 열심히 짜서 한 목소리로 여기 있다고 외치고 있습니다. (이것 역시 워낙 지겹게 나온 이야기들이라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아실 겁니다) 하루 아침에 해결하진 못할 지언정 유저들의 의견에 대한 피드백만 해줘도 충분히 유저들이 다시금 마음이 움직일만큼 이미 해결책은 나와 있습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유저들은 정말 롤이 위에서 제시했던 문제들을 다 해결하면 돌아올까요? 예. 지금이라도 당장 보여준다면 돌아올 가능성은 아직 충분히 열려 있습니다. 오버워치의 출시가 한달이라는 점은 어찌보면 약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전히 유저들은 오버워치보다는 롤에 익숙해져 있고 그 동안 해온 시간과 해놓은 것들이 있기에 미련도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지요. 그만큼 애정이 있기에 여전히 라이엇을 향해 정신차리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기도 하고요.(무관심이 더 무섭습니다.)
문제는 이대로 변화없이 시간이 지날수록 유저들은 라이엇의 불통과 게임 내에서의 각종 문제를 접하면서 느끼는 스트레스에 염증을 느낄 것이고, 충성스런 고객들마저 예전과는 달리 뚜렷한 대체제가 나온 상황에서 점차 흥미를 잃게 될 겁니다. 앞에서처럼 '병행'이 아닌 시간의 비중이 점차 쏠리기 시작할 것이고, 점차 변화없는 롤의 등급과는 달리 늘어나는 오버워치의 전리품들과 올라가는 레벨, 등급점수를 보며 점차 흥미도가 '역전'되는 현상이 벌어지겠지요. 주변에서 야스오 대신 겐지를 더 말하고 페이커 대신 게구리를, 용이나 포탑 대신 거점이나 화물을 얘기하는 비중이 높아질수록 굳건했던 사람들도 점차 마음이 흔들릴 수 밖에 없습니다. 예전에 스타1에서 LOL로 넘어가듯이 말이지요. 물론 지금의 이야기는 시간이 흘러도 라이엇의 행동에 변함이 없을 때의 이야기 입니다. 라이엇에게 시간은 약이 아닌 독인 상황에서 말이지요.  

라이엇에겐 시간이 없습니다.
전쟁에 비유해 볼까요? 롤이라는, 여지껏 히오스나 도타 등 강력한 군대의 공격에도 꿈쩍하지 않던 거대한 성이 오버워치라는 역대 가장 강력한 적을 만나 위기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성 안의 백성들은 성주인 라이엇에게 부패를 일삼는 이들을 처벌하고 제대로 된 정치를 펼쳐 원래의 강력한 모습을 보이라 하지만 성주는 귀를 닫고 있습니다. 분노한 백성들 중 일부는 투항하고 일부는 괘서나 선동을 통해 사람들을 모아 성주를 규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람들은 더 늦기전에 적에 맞써 올바른 대처를 요구하지만 성주는 여전히 묵묵부답입니다.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이 끝까지 싸울 것을 결심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점차 강해지는 적을 보고 과연 얼마나 자신이 버틸 수 있을지 사람들은 불안해 떨고 있습니다.   

시간이 해결해주지 못합니다. 어떤 사람도 지금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진 않습니다. 100개가 넘는 챔프에 신경쓸게 너무 많아지고 무엇보다 못하면 쌍욕에 패드립을 각오해야 하는 게임이 된 이상 들어오는 입구는 없고 기존 유저의 나가는 문만 활짝 열어둔 상황입니다. 라이엇에겐 시간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