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vs RNG 8강전

 

 

① 1세트 블루 진영

 

[SKT]

밴 - 니달리 / 케이틀린 / 신드라

픽 - 카르마 / 리신-이즈리얼 / 뽀삐-빅토르

 

[RNG]

밴 - 올라프 / 엘리스 / 라이즈

픽 - 제이스-진 / 렉사이-자이라 / 블라디미르

 

 

SKT는 탱딜 밸런스를 우선시한 굉장히 무난한 밴픽이었습니다. 다전제로 들어선만큼 "간보기" 느낌이 강하단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무난히 성장했을 경우 엄청난 탱킹력을 보유한 뽀삐. 후반으로 들어섰을 시 강력한 딜링을 보장하는 빅토르, 이즈리얼. 정글 3밴이 된 상황에서 쓸만한 리신. 유틸성과 라인전 모두 좋은 카르마까지. 언뜻 보기엔 별다른 결점이 없어 보이는 픽이었지만, 그게 바로 RNG가 바라던 게 아니었나 싶습니다.

 

SKT는 블루 사이드에서 시작했지만 별다른 저격밴 없이 밴 카드를 모두 현 메타에서 가장 핫한 챔피언에 소모했습니다. 롤드컵 1주차, 2주차 조별예선에서 밴픽률 100%를 달성한 니달리를 자르고, 포탑 퍼블이 중요해진 메타에서 강력한 픽으로 떠오른 케이틀린도 과감히 잘랐습니다. 역시 같은 이유로 신드라도 밴했습니다.

 

하지만 RNG의 밴은 정확한 컨셉을 띠고 있었습니다. SKT가 무난한 밴을 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밴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실제로 RNG는 3세트 퍼플 사이드에서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솔랭 전적만 검색해도 알 수 있을만큼 페이커의 강력한 카드인 라이즈, 그리고 올라프, 엘리스 정글 2밴이었습니다. 라이즈는 얼마든지 예상 가능한 밴이었고, 실제로 4경기 내내 RNG는 라이즈를 밴합니다.

 

문제는 올라프와 엘리스였습니다. 조별 예선에서 벵기가 좋은 모습을 보인 올라프와 평소 잘 다루기로 정평이 난 엘리스를 밴하는 게 딱히 이상해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건 벵기를 저격했다기보다는 맞라인 메타를 잘 이해한 밴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RNG는 라인전이 강력한 제이스와 진+자이라 조합을 가져갑니다. 그에 비해 미드는 무난한 블라디를 가져갔죠. 즉, 탑과 바텀, 사이드 라인에서 이득을 보겠다는 전략입니다. 이는 샤오후와 페이커의 기량 차이를 어느 정도 인정하는 자세이기도 했죠.

 

라인전에서 우위에 설 수 있는 챔피언을 가져갔을 경우 변수가 되는 것은 바로 정글러의 개입입니다.

 

현재 롤드컵에서 핫한 정글러로는 니달리, 올라프, 엘리스, 렉사이, 리신 정도입니다. 1~2주차 조별예선 밴픽률 상위권을 차지하는 니달리, 올라프, 엘리스를 모두 밴한 상황에서 렉사이와 리신을 나눠 가졌습니다. 그리고 이건 RNG가 의도한 것이었습니다.

 

라인전에서 우위를 가지기 위해 필수 불가결하게 등장하는 원거리 서포터들의 경우 상당수가 물몸입니다. 따라서 탱커류의 서포터보다 갱에 취약할 수밖에 없고 이때 가장 무서운 것이 바로 라인 상태와 상관없이 들어오는 다이브입니다. 그리고 현재 주류 정글러 중에 다이브에 가장 강력한 게 바로 올라프와 엘리스입니다.

 

유체화 + 카르마 버프 + 궁으로 진입하여 빠르게 다이브 성공 후 살아 돌아가는 올라프, 고치로 cc 연계 후 줄타기로 포탑 어그로를 빼고 살아갈 수 있는 엘리스. 탑이든 바텀이든 기껏 라인전에 힘을 실어도 이 두 정글러로 인해 변수가 생길 염려가 있기에 사전에 차단한 거라고 봅니다.

 

결국 이런 전략이 맞아 떨어져 RNG가 첫 세트를 승리합니다.

 

 

 

② 2세트 퍼플 진영 (벵기 out -> 블랭크 in)

 

[RNG]

밴 - 라이즈 / 제이스 / 엘리스

픽 - 올라프 / 카르마-빅토르 / 이즈리얼-뽀삐

 

[SKT]

밴 - 니달리 / 케이틀린 / 신드라

픽 - 케넨-진 / 자이라-자크 / 바루스

 

 

시작 진영은 바뀌었지만 RNG는 1세트와 같은 전략을 고수합니다. 하지만 SKT는 퍼플 사이드로 시작하기 때문에 1세트와 마찬가지인 밴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선픽으로 주기 껄끄러운 카드를 밴할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RNG는 기본적으로 엘리스 밴을 고집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앞서 설명했듯 라인전의 상성을 파괴할 수 있는 개입력을 가진 정글러를 나눠 가지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블루 진영에서 시작하는만큼 올라프를 가져갈 자신이 있단 의미였죠.

 

혹시 SKT에서 니달리, 케이틀린, 신드라 중 하나를 포기하고 올라프를 밴하더라도 상관없습니다. SKT의 밴 성향상 니달리가 풀릴 일은 없다고 판단했고, 설령 니달리가 풀리더라도 mlxg는 니달리를 다룰 줄 아는 정글러입니다. 가져가면 그만이지요. 만약 케이틀린이나 신드라 중 하나가 풀린다면 그땐 1경기와 마찬가지로 렉사이, 리신을 나눠 가지고 케이틀린이나 신드라를 가져오면 됩니다.

 

하지만 SKT는 1경기와 같은 밴을 했고, 실제로 픽은 RNG의 의도대로 진행되는 듯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문제의 "자크"가 등장합니다. 클템 해설위원의 말씀대로 자크는 현재 메타에 충분히 어울리는 정글러지만 롤드컵에선 상대적으로 약팀이 픽하는 모습을 보인 정글러입니다. 즉, 아직까지 주류 픽은 아니란 거죠. 아마 RNG도 이 픽을 쉽게 예상하진 못했을 겁니다.

 

자크는 엄청난 유지력을 바탕으로 준수한 정글링을 보이며 변칙적인 갱킹을 하는 정글러입니다. 잘 성장할 경우 엄청난 탱킹력을 가지고 있고, 과감한 플레이를 가능케하는 패시브 때문에 한타 시 제 1타겟으로 잡기도 껄끄러운 정글러입니다. 게다가 올라프, 엘리스 못지않은 다이브도 가능한 챔피언이죠.

 

RNG는 의도대로 밴픽을 진행하다가 바로 여기서 생각치도 않은 카운터펀치를 맞게 됩니다.

 

이미 탑에는 라인전 강캐인 케넨을 내준 상황이고 제이스는 본인들이 밴을 했습니다. 진+자이라 조합도 뺏긴 상태죠. 미드는 뚜벅이 챔피언 빅토르를 픽한 상황에서, 탱딜 밸런스를 맞추고 라인전을 버틸 수 있는 뽀삐를 가져와야 하는 상황이 됐고, 결과적으로 돌이켜보니 올라프를 가져간 것을 제외하곤 밴픽을 통해 이득을 본 부분이 없게끔 돼 버린 겁니다.

 

그리고 마지막 픽으로 SKT는 유체화+점멸을 들고 미드 바루스를 가져갑니다.

 

1경기 미드 라인전이 빅토르를 상대로 타워에 허깅한 채 "버티는" 블라디미르였다면, 2경기 미드 라인전은 타워를 껴도 "포킹을 당해야 하는" 빅토르가 된 겁니다.

 

설상가상으로 RNG의 정글러는 올라프였습니다. 유체화+슬로우 시너지로 갱킹을 하는 정글러죠. 도끼에 맞을 시엔 위협적이긴 해도 강력한 즉발 cc가 없는 정글러라서 비록 바루스가 뚜벅이일지라도 유체화+점멸을 들고 있다면 갱 성공 확률이 현저히 낮아집니다. 더군다나 빅토르조차 슬로우 외의 연계해줄 cc가 전무한 챔피언이죠. 적당히 라인 조절을 한다면 바루스로도 충분히 버틸 수 있는 조합이었습니다.

 

그에 비해 자크는 다릅니다. 동선을 예측하기 힘든 장소에서 변칙적인 갱킹을 해 옵니다. 더불어 슬로우보다 강력한 cc를 가졌죠. 빅토르와 같은 뚜벅이 챔프에겐 1점프 1점멸일 정도로 위협적인 존재입니다.

 

이렇게 픽을 하고 보니 정작 문제는 다른 곳에서도 발견됐습니다.

 

이번엔 RNG 쪽에서 1세트 SKT의 픽에서 정글러만 바뀐 라인업이 되었습니다. 뽀삐, 올라프, 빅토르, 이즈, 카르마. 뽀삐를 제외하고는 거의 no cc의 조합이 돼 버렸습니다.

 

비록 안정적인 딜링이 가능한 빅토르와 이즈리얼을 가져 갔지만 1세트 SKT가 그랬듯 현재 메타에서는 후반 보험용 카드가 무조건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올라프가 성장에 제동이 걸릴 경우 후반에 힘이 빠지는 경우도 여러번 나왔습니다. 

 

게다가 만약 게임이 불리해질 경우,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cc 연계로 적을 끊는 플레이가 필연적으로 나와야만 하는데 정작 본인들 조합은 cc가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설상가상으로 상대는 5 cc 조합에 이니시, 역이니시 모두 훌륭한 챔피언들로만 구성돼 있었습니다. 올라프의 궁을 허무하게 빼기에도 굉장히 훌륭한 조합이죠.

 

경기 결과는? 킬스코어 3:13 으로 SKT가 승리했습니다.

 

 

 

③ 3세트 블루 진영

 

[SKT]

밴 - 케이틀린 / 제이스 / 케넨

픽 - 신드라 / 올라프-나르 / 이즈-카르마

 

[RNG]

밴 - 엘리스 / 라이즈 / 니달리

픽 - 진-리신 / 블라디미르-자이라 / 럼블

 

 

블랭크의 자크에게 호되게 당한 RNG는 3세트부터 전략을 약간 수정합니다. 1세트 퍼플 진영에서 시작했을 때완 다른 밴을 보이기 시작했죠. (물론 SKT의 밴 구도가 달라진 것 때문이라고 봅니다. 이게 다전제에 강한 한국팀의 모습이라고도 생각하구요!)

 

SKT는 1, 2세트 고생한 듀크를 위해 노골적으로 탑에 힘을 실어줍니다. 현재 메타에서 라인전 강캐로 주목받는 제이스와 케넨을 모두 밴해 버린 겁니다. 그리고 듀크의 상징적인 픽 중 하나인 나르를 쥐어줍니다. 제이스, 케넨이 밴 된 마당에 생각할 수 있는 탑 챔피언은 조커 픽이 아니고서야 뽀삐, 럼블 정도입니다. 라인전을 버티고 탱킹력과 변수를 가져가느냐, 라인전을 포기하고 팀 파이트를 생각하느냐 중 하나인 셈이죠. 더불어 나르로 상대하지 못할 챔피언들이 아닙니다.

 

RNG는 1, 2세트에서 그래왔듯 엘리스를 밴합니다. 하지만 이미 1세트 패배를 통해 RNG의 전략을 파악한 SKT는 블루 사이드의 이점을 충분히 활용했습니다. 엘리스를 먼저 자른 상황에서 이어진 탑 2밴에 RNG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의 기로에 놓입니다. 라이즈, 니달리, 신드라 중 무엇을 내주느냐. 결국 신드라를 내주게 됩니다.

 

그리고 RNG는 신드라를 내주었으나 올라프를 가져가지 않고 리신을 가져오는 선택을 합니다. 올라프를 가져가지 않으면 본인들이 생각하는 라인전 그림을 그릴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가져갈 엄두가 나지 않은 겁니다.

 

2세트 mlxg의 올라프는 KDA 0.8이라는 부진한 성적을 거두었고 뛰어난 생존력을 가지고도 팀 내 최다 데스를 했습니다. 더불어 이미 엘리스 밴, 올라프 픽의 전략은 자크라는 카운터를 맞았습니다. 즉, 올라프를 가져가더라도 사이드 라인을 터트리는 그림을 그리기가 힘들다는 걸 알게 된 겁니다. 따라서 mlxg에게 자신 있는 리신을 쥐어준 후 빠른 갱과 커버로 전략을 수정한 겁니다.

 

미드는 1세트 때처럼 버티기 전략으로 블라디미르를 가져갔지만 솔킬이나 갱킬이 나지 않았을 뿐, 라인전은 처참히 패배하고 말았습니다.

 

1세트와 3세트. SKT는 같은 블루 진영이었지만 이미 RNG의 전략을 파훼한 SKT는 30분 만에 경기를 승리로 끝냅니다.

 

 

④ 4세트 퍼플 진영

 

[RNG]

밴 - 라이즈 / 올라프 / 신드라

픽 - 케넨 / 리신-카르마 / 이즈-우렐리온 솔

 

[SKT]

밴 - 케이틀린 / 니달리 / 제이스

픽 - 진-엘리스 / 이렐리아-자이라 / 말자하

 

 

3세트 블랭크의 올라프는 2세트 mlxg의 올라프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기량을 뽐냈습니다. KDA 14, 킬 관여율 67%로 팀 내 최고 수치였습니다. 또한 페이커의 신드라를 직접 접한 RNG는 결국 라이즈, 올라프, 신드라로 이어지는 밴을 하게 됩니다. 사이드 라인의 승리를 위해 봉쇄를 고집했던 엘리스를 결국 풀어줄 수밖에 없게 됐죠.

 

SKT는 케이틀린과 니달리를 밴하고 1세트에서 위협적이었던 제이스를 밴합니다. 이때 예상할 수 있는 선픽은 자연스레 남아 있는 라인전 강캐, 케넨이 됩니다. 제이스가 밴된 상황에서 케넨을 안 가져갈 이유가 없죠.

 

그리고 SKT는 케넨의 카운터로 이렐리아를 픽하게 됩니다. 라인전 우위를 위해 가져간 케넨이었지만 상성의 이점을 상쇄 시켜버리는 역할을 해 버린 겁니다. 이로써 RNG는 블루 진영 선픽의 유리함을 잃어버린 것과 마찬가지가 돼 버렸습니다.

 

하지만 RNG는 솔을 픽하며 결국 사이드 라인에 힘을 주는 걸 올라프, 엘리스 밴을 통해서가 아닌 솔의 미드 주도권과 우월한 로밍력으로 커버하겠다는 전략으로 선회했습니다. 또한 3세트에서 패배하긴 했지만 폼이 좋았던 mlxg의 리신을 다시 픽했죠.

 

이에 페이커는 미드 말자하로 대응합니다. 3세트와 달리 cc가 강력해진 RNG 조합에 맞서 케넨, 솔 무력화를 위해 침묵과 제압으로 무장한 카드를 꺼냈습니다. 라이즈가 밴이 된 상황에서 어차피 솔의 푸시력과 로밍력을 쫓아갈 수 없다고 판단하고 과감하게 팀적 차원의 픽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말자하가 잘 풀릴 경우 상대에게 수은 장식띠를 강제한다는 메리트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말자하 픽은 주효했고, 바텀 교전에서 패배한 후 이어진 케넨, 솔, 리신의 미드 다이브를 말자하 궁과 엘리스 커버로 승리하며 기세를 뒤바꿔 놓았습니다.

 

경기 결과는 킬 스코어 22:9로 SKT가 승리했습니다.

 

 

 

 

⑤ 총평

 

 

 

1) 블랭크의 폼 회복

 

조별예선 때까지만 해도 불안하다는 의견이 상당수였습니다. 하지만 8강전을 기점으로 슬슬 폼이 올라오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실제로 블랭크는 8강전에서 엄청난 모습을 보였고 자크라는 조커 픽도 훌륭히 소화해냈습니다. 2세트, 라인전 압살로 킬 관여율이 높은 바텀 멤버를 제외하고 킬 관여율 54퍼로 페이커와 동률을 이뤘고, 이어진 3세트에선 67%, 4세트에선 73%로 매 경기마다 팀내 최고 수치를 찍었습니다.

 

이는 분명 "불안정한 커버형"의 모습을 보이던 이전과는 달리 "적극적인 라인 개입"으로 바뀐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2) 듀크의 주류 픽 숙련도에 관한 의문

 

현재 탑 주류 픽은 케넨, 제이스, 뽀삐, 럼블 정도입니다. 라인전이 중요한만큼 케넨과 제이스가 1티어로 올라온 상황이죠.

 

문제는 아직까지 듀크가 이 두 챔피언을 가지고 임팩트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조별예선 과정에서 제이스로 라인전을 준수하게 해내는 모습을 보였으나 그것만으론 부족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게다가 뽀삐를 픽했을 때 루퍼의 제이스에게 솔킬을 당하는 등, 상대가 라인전 상성에서 우위를 가져갔을 때 조금은 약한 모습을 보인 것도 사실인 듯해 보입니다.

 

설상가상으로 4강전 상대는 세체탑으로 지목되는 스맵입니다. 물론 스맵 또한 롤드컵에서 그간의 강력한 모습을 다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폼이 하락했다"라고까지 말할 정도는 아닙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듀크의 나르는 여전히 건재해 보였고, 케넨의 카운터로 뽑은 이렐리아도 좋았습니다. 나진 시절 탑솔러끼리 그들만의 리그를 찍을 때, 어떤 탑솔러에게도 밀리지 않던 그 자신감을 되찾고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해 봅니다.

 

 

 

3) 벵기의 기용 여부

 

조별예선에서는 분명히 블랭크보다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 생각합니다. 특유의 물 흐르는 듯한 갱킹과 커버, 카정까지.

 

굳이 문제가 있다면 조별예선 1, 2주차 통틀어 밴픽률 100%를 자랑하는 니달리의 숙련도 부분입니다. 피넛은 니달리를 아주 잘 다루는 정글러로 유명하지만 벵기는 전혀 반대되는 평을 받습니다. 벵기를 기용한다면 블루, 퍼플 진영에 상관없이 밴 카드 하나를 반드시 니달리에 소모하게 되는 약점이 있습니다.

 

또한 니달리 필밴에 이어 정글 저격밴을 당할 경우 무기력해질 확률도 높습니다. 블랭크의 자크처럼 조커 카드를 준비하고 있지 않다면 락스전에 등판할 가능성이 적을 것 같다 생각합니다.

 

 

 

4) SKT의 아우렐리온 솔에 관한 생각

 

조별예선을 포함해 페이커가 현재까지 플레이한 챔피언은 총 6개입니다. 신드라, 카시오페아, 빅토르, 바루스, 리산드라, 말자하.

 

현재 롤드컵 주류 픽은 라이즈, 신드라, 카시오페아, 빅토르, 아우렐리온 솔, 오리아나 정도고, 신드라 상대 시에 블라디미르가 나오는 정도입니다. 그외 질리언, 트페 등 일회성 카드로 등장한 픽도 있었고, 상대 픽을 뺏어오거나 심리전 용도로 가져와 미드로 스왑한 제이스, 카르마 정도가 있습니다.

 

페이커는 주류 픽 중 라이즈와 솔, 블라디미르, 오리아나 정도만 아직 다루지 않았을 뿐, 나머지 챔피언은 아주 훌륭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라이즈는 주로 저격밴을 당하기 때문에 플레이한 적이 없고, 블라디미르는 아직 신드라를 상대한 적 없기 때문에 굳이 꺼낼 필요가 없었습니다.

 

문제는 솔인데, 솔에 관해 SKT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4강전에서 이로 인한 심리전이 예상됩니다.

 

쿠로는 EDG와의 경기에서 솔을 사용하며 매우 좋은 모습을 보였고, 락스가 그동안 SKT를 상대로 자주 보였던 "미드 반반" 전략을 사용할 예정이라면 락스 측에서 솔을 사용할 확률이 매우 높아 보입니다. 솔은 뛰어난 푸시력으로 라인을 밀어넣고 라인을 자주 비우는 챔피언이기 때문에 라인에만 묶여 있을 필요가 없어 갱킹 노출도가 적을 뿐 아니라 우월한 로밍으로 다른 라인에 개입해 성과를 내기 좋은 챔프이니 "미드 반반" 전략에서 이만큼 좋은 챔피언은 현재 메타에서 없다고 보입니다.

 

SKT가 솔을 사용할 의향이 없다면 락스가 유리한 밴픽을 가져갈 확률이 높습니다.

 

물론 RNG전에서 솔을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인 말자하 픽도 있습니다만, 락스는 RNG와 비교했을 때 객관적인 전력상 우세한 팀입니다. 만약 솔의 로밍으로 사이드 라인이 터지게 된다면 유리한 스노우볼을 빠르게 굴릴 줄 아는 락스에게 승기를 빼앗길 우려가 있습니다.

 

더더군다나 SKT는 이미 조별예선 FW와의 경기에서 솔을 상대로 패배한 전적도 있습니다.

 

SKT가 퍼플 사이드일 때 라이즈-신드라-니달리-케이틀린 등이 필밴일 가능성이 높고, SKT가 솔을 가져가지 않는다 가정한다면, 현재로선 솔의 로밍력을 막을 수 있는 주류 픽은 많지 않습니다. 솔에 뒤지지 않는 라인 클리어로 최대한 솔을 붙들어두는 빅토르 정도가 우선적으로 떠오르고, 라인전이 강력한 카시오페아, 그외엔 조합 시너지를 생각한 팀 파이트 챔피언 정도입니다.

 

 

 

5) 피 터지는 바텀

 

조별예선 때까지만 해도 모습을 보이던 알리스타가 어느샌가 모습을 싹 감췄습니다. 롤드컵이 진행될수록 바텀에서 일어나는 소규모 교전이 중요해지고, 2:2 라인전 상황에서 정글러의 개입 없이도 킬이 마구 터지는 상황이라 더욱 그렇습니다. 따라서 카르마, 자이라를 나눠 갖는 구도가 많이 나오는 중입니다.

 

진, 이즈, 케틀 + 카르마, 자이라 조합을 훌륭히 완성한 SKT의 바텀입니다만, 문제는 4강 상대 또한 만만치 않다는 것입니다. 이미 8강에서 우지-마타의 바텀에서 승리한 SKT라도 쉽지 않은 상대입니다. 락스 또한 8강에서 데프트-메이코 바텀을 상대로 이겼으니까요. 가장 볼만한 격전지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여러 평가를 보다보면 뱅은 이즈리얼, 프레이는 진이라는 말을 많이 보게 됩니다. 상대적으로 스킬샷의 정교함이 부족하다는 게 그 의견입니다.

 

하지만 RNG전에서 뱅은 진을 총 2번 플레이했고, 총 8킬 1데스 17어시라는 엄청난 KDA를 기록했습니다. 대다수의 경기가 바텀 혈전에서 승부가 갈린 것이라 생각했을 때, 이 수치를 무시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자이라의 폼이 두 팀의 8강전만 두고 비교했을 때 울프가 우세한 상황입니다. 고릴라의 자이라 킬 관여율이 팀내 최하위(1세트 39%, 2세트 56%, 3세트 53%)인 것과 비교해 울프의 자이라는 상위권(2세트 92%, 4세트 64%)이란 것이 돋보입니다. 바텀에서의 교전이 잦은 것을 감안했을 때 킬 관여율이 우세한 울프의 자이라 쪽이 좀 더 위력적인 느낌입니다.

 

물론 8강전에서만의 전적일 뿐, 실제 두 팀이 붙을 때의 모습은 알 수 없습니다.

 

 

 

6) 첫 경기의 안일한 밴픽

 

이번 롤드컵 다전제는 8강전 데이터가 전부지만, SKT는 조별예선에서 FW와 만났을 때도 1라운드 때 지고 2라운드 때 이겼고, RNG와의 8강전에서도 첫번째 세트를 내줬습니다.

 

특히 RNG와의 8강전 첫 경기는 너무나 무난한 밴픽이 패배의 원인이었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만약 이게 4강전 락스처럼 강팀과의 경기에서도 나온다면 승기를 가져오기가 힘들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RNG가 중국 강호라 하더라도 실제로 뱅은 인터뷰를 통해 3:0 승리를 예상했다고 할만큼 실질적 전력 차가 있는 편이었고, 비슷한 전력의 락스와 붙을 경우엔 이런 안일한 태도가 승리를 막는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SKT는 블랭크와 벵기를 교체 기용하는 등 식스맨 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모습이지만, 락스는 사실상 5인 체제가 굳어져 있다시피한만큼 밴픽을 더 철저히 준비해서 첫 경기를 내주지 않도록 해야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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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의 선전을 기원하며 쓴 글입니다.

 

길기만 하고 허접한 글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