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0 패치입니다. 롤드컵 이후의 패치인데, 혹시나 하여 미리 말씀드린다면 현재까지 공개된 정보는 최종 패치안이 아닙니다. 여전히 조정하는 작업에 있고, 계속해서 조금씩 바꿔나가며 더 나은 변경안을 찾는 과정에 있습니다.

따라서 벌써부터 13.20 패치를 소개하는 것은 다소 이른 감이 있다 할 수 있지만, 우선 굵직한 것부터 조금씩 짚어보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무엇부터 하나 봅시다.

스노우볼 완화 패치

해당 패치는 사실 저 혼자서 진행하게 된 패치는 아닙니다. 따라서 여러 개발자들의 의견이 복합적으로 섞여있는 편인데, 그래도 저희가 왜 이런 패치를 진행하며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무엇을 하려고 하는 것인지 설명할 수는 있겠죠.

1. 서두

앞서서 분명히 해두자면, 스노우볼링과 이를 통한 승리는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게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또 핵심적인 제도입니다. 어떤 게임이든 우리가 관전한다고 가정 했을 때, n분에 어떤 팀이 이길 것 같은가를 판단하려 한다면 보통 여러가지 기준을 보게 되죠. 용을 얼만큼 리드하고 있는가? 글로벌 골드는 얼마나 차이가 나는가? 킬 스코어는 얼마나 리드하는가? 이런 지표들을 보게 됩니다. 그러고서 현재로서는 누가 이길 것 같다, 이런저런 예측을 내놓죠. 실제로 항상 들어맞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높은 정확도를 보입니다. 저희는 게임의 경과를 판단할 때 따라서 스노우볼링의 정도를 관측하려 한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지만 상위큐는 대체로 하위큐에 비해 더욱 스노우볼이 빠르고 가파르게 굴러갑니다. 여러분이 기본기에 충실하다면 애써 벌어둔 이득을 땅바닥에 던지는 일은 대체로 줄어들 것이고, 그것이 대체로 승리의 가능성으로 연결되는 탓일 겁니다. 이는 보편적으로 많은 분들이 공유하는 공감대이며, 혹은 그래야만 한다고 여겨지는 이상적인 상태이기도 하다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이든 지나치면 좋다고 말할 수 없듯이, 이러한 스노우볼링 또한 과도하면 그 또한 건강하다 말할 수가 없습니다. 현재는 그러한 과도한 상태에 접어들었고, 필연적으로 이를 보다 완만하게 만들고 그 속도를 늦추기 위해 여러 방법을 탐구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 일환으로 해당 패치안이 준비되었다고 이해하시면 좋겠습니다.

2. 스노우볼에 관해

지금부터 설명드릴 일련의 패치안의 근본에 깔린 생각은,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게임에 참여하는 각 팀의 5명, 합쳐서 10명. 그 개개인이 각자 자신의 방식으로 굴려나가는 스노우볼은 '신성한' 것이며, 어째서 이 게임이 재미있는지에 대한 대답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때때로 그 판의 슈퍼스타가 되기도 하고, 승리의 여신이 되기도 합니다. 때때로 이런 일들이 일어나곤 한다는 것은 이 게임에 있어서도 좋은 일이겠죠. 말씀드렸다시피, 이 게임을 보다 재미있게 만들어주니까요. 그렇게 민중을 이끄는 승리의 여신이 되어 끝내 게임을 이겨낸다면 가장 즐거운 일이겠죠. 이건 나쁜 일이 아니며, 이를 없앤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보다 재미가 없는 것은, 여러분의 좋은 퍼포먼스가 팀 전체로 즉각적으로 퍼져나가는 일입니다. 여러분이 잘해서 좋은 결과를 이끌어냈는데, 게임에선 여러분에게 1000골드를 주는게 아니라 대뜸 "아~ 우리 공평하게 똑같이 200골드씩 나눠갖자~" 해버리는거죠. 그건 재미가 없습니다. 모두가 이기는 듯 지는 듯 미묘한 상태만을 유지할 뿐이며, 마땅히 무언가를 '해냈다'는 느낌이 없다는 것입니다.

스노우볼의 본질이라는 측면에서 보았을 때, 이상적으로 스노우볼이란 것은 보다 '개인적인' 것입니다. 보다… '자신'에 대한 것이죠. 게임에 참여하는 개인 개인, 각각이 모두 저마다의 스노우볼을 굴려나가는 것이며, 그것이 섞이는 과정이므로 이는 단순히 "승점을 따는 것"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음. 이 부분을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다소 뻔한 내용을 말해봅시다. 우리가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어떤 스포츠든, 가령 테니스나, 축구, 농구, 뭐가 됐든 간에, 득점하여 승점을 올리는 것은, 사실 점수 하나 하나에 그 자체로는 고유한 가치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승점을 따내면 기분이 좋겠죠. 그건 좋은 일입니다. 그런데 게임이 끝나 어느 쪽의 점수가 더 높은지 비교하기 전까지는, 막상 승점 하나 하나에는 별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이러한 구조는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도 유사하게 적용됩니다.

그야 그렇기에 우리는 승점 하나하나, 그러니까 "라인전을 이겼어" , "용을 먹었어" 같은 단편적인 목표가 아닌, 보다 멀리 있지만 원대한 목적을 갖고 팀으로서 함께 플레이하자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며, 그렇기에 우리가 단합하여 뭉칠 동기가 생기는 것이며, 그렇기에 우리의 팀워크가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순간 순간은 당장은 의미가 없습니다. 그리고 게임이 모두 끝난 뒤 넥서스를 부수고 나서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겁니다. "그 때 먹은 용들이 도움이 됐어. 전부 의미가 있었어."

그러한 방식은 저희가 접근하고자 하는 이상적인 스노우볼의 형태이기도 합니다. 스노우볼이란 '개인의 힘'과 '팀의 힘'이 충돌하는 과정이며, 개개인이 모두 저마다의 방식으로 '승점'을 얻었다면, 그로 말미암아 각자 자신의 힘을 키우고, 게임의 승패를 정하는 최후의 순간에 그 모든 것이 한 지점에서 교차하는거죠. 

3. 게임 내의 오브젝트들

한 가지 더 짚어본다면 게임의 페이스를 알맞게 분배할 수 있는 터닝포인트들이 게임이 끝날 때까지 주기적으로(e.g.용 오브젝트, 바론 등) 존재하고 있는 것은 매우 좋은 일이라 봅니다. 만약 이런 것들이 없다고 한다면 라인 클리어가 좋은 챔피언이 영원히 게임을 질질 끌며 계속 교착 상태만을 유지할 수 있게 될 테고, 모두가 후반 캐리력이 좋은 픽을 골라 왕귀하는 전략만을 쓸 수밖에 없게 될 터입니다. 서로 간의 상호작용도, 충돌도, 혹은 담합도 아무것도 없게 되죠. 그것이 최상의 상태라고 보기는 당연하지만 어렵겠습니다.

게임에 유의미한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꾸준한 리듬감이 존재한다면 그에 맞춰 다양한 전략을 구비할 수 있게 됩니다. 보다 다양한 행동을 취할 수 밖에 없게 되고, 또 그런 행동을 잘 취할 수 있는 픽을 고를 수밖에 없게 되고, 그에 따른 갖가지 상호작용이 생겨나게 되겠죠. 

이 부분은 약간 비약인데, ─ 합리적인 비약이라고 생각합니다만, ─ 2013년의 리그 오브 레전드의 프로씬과 2017년의 그것을 비교해봅시다. 그리고 그 이후의 년도도요. 기본적으로 LCK 시대의 끝과 LPL 시대의 시작은, 제가 봤을 때는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초반 오브젝트가 보다 중요해질 때부터였습니다. 

이는 단순히 라인전을 이기고 0-3킬 정도만을 내며 변수없이 천천히 이기는 식의 운영이 불가능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게임을 이기는 데에는 더 다양한 상호작용이 요구되었으며, 얻은 이득을 계속 굴려나가는 것 이상이 필요해졌죠. 이는 사실 다소 주제가 샌 얘기긴 한데, 굳이 꺼내든 이유는 현재 리그 오브 레전드의 뛰어난 선수들은 모두 매우 공격적이고 활동적인 게임을 지향한다는 겁니다. 그야 불가피하게 마주하게 되는여러 상호작용들이 이전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유의미한 가치를 지니게 됐기 때문이죠. 

여기에는 아주 중요하고 섬세한 밸런스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게임 내의 여러 터닝포인트들이 모두 저마다의 의미를 지닌다면, 이를 의식하고 행동에 옮길 수 있는 게임을 지향하게 되겠죠. 현재 이 게임의 최상위권에서 선호하는 정석 운영이란 이에 맞춰 공격적으로 밀어붙이는 일입니다.

4. 스노우볼 완화 패치

그러나 한 편으로 대부분의 저희 모두가 집에서 하는 게임에서까지 굳이 사람들에게 무조건 싸우라고 밀어붙일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보다는, 유저들이 자신이 선택한 전략에 맞춰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해야죠. 모든 변수를 억제하고 행동을 최적화하며 싸움없이 그들이 게임을 이길 수 있는 후반까지 이끌고 갈 것인가? 혹은 그렇게 하기 전에 그 방패를 깰 것인가? 빠른 속도로 굴러가는 스노우볼에 어떻게 대처하거나 버텨낼 것인지를 정해야 합니다. 현재 롤에 존재하는 게임을 흔드는 여러 터닝포인트들은 여러분이 대응하지 못한다면, 결국 여러분을 천천히 지게 만듭니다.

이러한 모든 밸런스를 잡는다는 것은 분명 어려운 과정입니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이 모든 것이 저희가 왜 이런 안티-스노우볼 패치를 준비하게 되었으며, 그 기저에 어떤 생각이 깔려있는지 이해할 수 있는 좋은 바탕이 되어줄 것입니다.

여하튼 현재 저희는 오늘날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지나칠 정도로 가파르게 굴러가기 시작하는 스노우볼링의 정도를 억제하고자 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이것이 너무 과도하기 때문이며, 이제 저희가 구상하고 있는 몇 가지 전략을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