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영도. 폐인되다. 대한민국 판타지 소설 시장에서 첫째가는 인물을 꼽으라면 열에 칠팔은 언급하는 자가 있었으니 그이름하여 이영도라 하였다. 이영도는 판타지계 3대 거성(巨星). 즉 홍정훈과 전민희, 그리고 그 자신 이영도의 3인 중 가장 많은 추종자를 거느리고 있었으며, 그의 말 한마디로 추종자들을 흡사 좀비처럼 일으켜세웠다 눕혔다 할수있는 전무후무의 권능으로 일명 네크로맨서라 불리었다. 한국 판타지계에 쓰나미를 몰고 온 처녀작 드래곤라자에서부터 퓨처워커, 플라리스 랩소디, 눈물을 마시는 새, 피를 마시는 새로 이어지는 그의 작품들은 가히 일절이라 할 환상의 풀코스였다. 독자들은 그의 글을 읽으며 감동에 젖어 바지까지 젖기가 일쑤였으며, 심지어 이영도의 펜에서는 5M가 넘는 검강이 뿜어져나온다고들 하였다. 특히 그의 작품 중 '눈물을 마시는 새'. 통칭 눈마새는 많은 이들을 요실금 증세로 몰아넣었으며 한국 최고의 판타지를 언급할 때 약방의 감초처럼 끼이는 걸작이었으니, 이영도의 위상은 하늘을 찔러 피가 쏟아질 지경이었다. 그러나, 이영도는 2005년 그의 두번째'마새' 시리즈인 '피를 마시는 새'를 완결지은 후 은둔하여 후속작을 집필하지 않았으니, 많은 좀비들이 애타게 바라마지 않는 '물을 마시는 새'와 '독을 마시는 새'는 감감 무소식이었다. 네크로맨서에게 마력을 공급받지 못한 좀비들은 점차 자아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하였다. 어찌하여 이영도는 후속작을 내놓지 않는가? 좀비들 뿐 아니라 휘긴빠(홍정훈 추종자), 전민희빠(전민희 추종자), 그리고 기타 판타지 독자들도 이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었다. 이영도의 나이 이제 겨우 서른 중반. 절필을 할만한 나이가 아니다. 그는 대체 두분불출. 무엇을 하는 것인가? 많은 이들이 행방불명된 이영도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발가죽이 벗겨지도록 뛰어다녔다. 이 무렵. 충격적인 사진이 공개되어 판타지계를 경악케 하였다. 그 사진이란 무엇인고 하니 바로 가장 최근의 이영도를 찍은 상반신 사진이었다. 그 사진이 놀라운 이유는 다름아닌 완벽한 폐인으로 화한 이영도의 모습이었다. 군대 야전분장을 방불케하는 다크서클과 핼쓱한 얼굴, 기름이 잘잘 흐르는 장발, 그의 뒷편에는 양담배와 국산담배가 탑을 이루어 솟구쳐 올라 웅장한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충격과 공포에 휩싸여 깽깽거렸다. 이영도가 폐인신공 12성을 완성했다! 그의 몸에서는 극성에 다다를 폐인강기가 뿜어져나온다더라. 이영도는 앞으로 글 쓸 생각이 없다더라! 그에게는 과수원이 있다더라!! 한국 판타지계는 격동의 회오리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2. 과수원총각 이영도. 어느 경치좋고 물 맑은 자연의 공간. 온갖 과실나무들이 앞을 다투어 서 있는 이 곳은 말 그대로 과수원이다. 그런데 이곳에 전혀 농사꾼같지 않은 장발을 기른 30대의 남자가 가지치기를 해주고 있었다. 이윽고 남자는 후우. 땀방울을 닦으며 고개를 돌렸다. 다크서클이 짙은 핼쓱한 얼굴. 가히 폐인지존이라일컬어도 부족치 않을 외모가 아닌가? 그러나 만약 이 남자가 한국 판타지계의 태산북두, 네크로맨서 이영도임을 안다면 판타지 독자들치고 경악하지 않을 자가 없으리라. 이영도는 만족스러운 웃음과 함께 작업복 주머니를 뒤져 담배를 꺼내물었다. 그 동작이 어찌나 자연스럽고 신랄한지 자칫 애초부터 담배가 그의 입에 물려있는 것이었다고 착가할 지경이었으니, 그의 폐인신공이 진정 극성에 다다랐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영도는 지극히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니코틴과 타르를 대장으로 한 17가지 발암물질의 집합소를 즐기고 있었다. 깊이 빨아들인 담배연기가 그의 폐를 한바탕 휘젓고 되돌아와 입에서 되뿜어지는데, 신비스럽게도 담배연기가 둥근 고리 모양으로 연달아 다섯번 생겨나는 것이 아닌가? 이는 곧 폐인들이 일컬어 오기조원의 경지라 하는 것으로, 담배를 물고서도 산 정상까지 오를 수 있는 등봉조극, 담배연기로 세 송이의 꽃모양을 만드는 삼화취정의 단계를 뛰어넘은 것으로 진정 흡연의 한 경지라 할만 하였다. 이영도는 이 경악스럽다 할만한 흡연신공을 아무렇지도 않게 시전하고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후후후!" 그 때, 눈을 감은 이영도의 입에서 기괴한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크하하하! 너희들 좀비들은 아직도 내가 후속작을 써서 무릎꿇고 바쳐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느냐! 천만의 말씀이다! 나는 이제 자유의 몸이다!! 나는 더이상 민생고의 제물로서 살지 않겠다!! 크하하하!! 아버지가 말하셨다 인생을 즐겨라! 나에게는!!" 이영도의 폐인신공 12성 내력이 실린 사자후가 산천을 진동시켰다. "나에게는 과수원이 있다! 으하하하!!" 이영도의 눈에는 어느덧 사과와 배가 주렁주렁 맺힌 자신의 과수원이 보이고 있었다. 그는 급기야 하늘을 쳐다보며 앙천광소하기 시작하였다. 어느새 푸른 하늘에는 검은 구름이 몰려와 벼락성을 울려대고 있었다. 3. 이영도, 상품작물 재배 시도의 장. (1)금따는 담배밭 이영도는 자신의 책상에 앉아 줄담배를 피워대고 있었다. 하나의 담배가 타들어갔을 때 다른 담배가 홀연히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것이 거의 신기에 가까운 재간이었다. 그러나 그의 양미간에는 평소때와는 다른 감정, 즉 고뇌가 실려있었다. 물론 그가 후속작 시놉시스라던가 신작 설정 때문에 고뇌하는 것은 단연코 아니었다. 그가 고민하는 것은 요즘들어 단 한가지였으니... "크흐흐...돈...돈을 벌어야만 한다... 돈을...흐흐..." 이영도의 담뱃진 낀 입에서는 연신 영문모를 소리가 냇물처럼 흘러나왔다. 그렇다. 그는 돈을 벌 궁리에 몰두해 있었다. 물론 그에게는 서둘러 후속작을 써서 돈을 벌겠다는 생각 따위는 전혀 없었다. 대여점이 판치고 시장이 협소한 우리나라 판타지 시장에서 아무리 이영도가 대작가라지만 힘을 쓸 수가 없었다. 게다가 명색이 대작가인 그가 글 하나 쓰는데 얼마나 고생을 해야하는가? 이영도는 마음같아서는 이계진입 고딩 깽판물로 보름에 한권씩이라도 뽑아내고 싶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에게는 이제 과수원이 있지 않은가? 그의 반석같은 밑음은 오로지 과수원에 실려 있었다. "큭큭... 돈벌이가 될만한 식물을 재배해야 한다... 후후..." 그의 눈에서는 어느새 푸른 광망이 일렁이고 있었다. 이러한 빛을 두고 속칭 전광(錢光), 즉 돈에 미쳐 내뿜는 빛이라 한다. 그가 이토록 돈에 미쳐 날 뛰는 것은 결코 다른 뜻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는 그저 보다 안락한 폐인생활을 영위하여 그로 인해 깨달음을 얻어 폐인 현경의 경지에 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어다. 지금의 재산으로도 얼마든지 폐인짓을 할수 있지만 그는 더욱 폐인스러운 생활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본래 폐인생활은 믿는 구석이 없으면 하지 못하는 법. 그의 믿음은 아까 말했듯이 위대하고 거룩한 과수원이었다. 하지만 요새 빌어먹을 FTA니 뭐니 충격과 공포로 국내 과일시장도 위태로운 판, 그에게는 새로운 활로가 필요했다. 그는 자신의 창의력을 쥐어짰다. "상품성 높은 작물이 무엇이 있을까?" 그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편이었다. 하지만 이영도는 마피아에게 총 맞아 죽을지도 모르는 위험을 감수하기 싫었다. 여기가 키보렌이었다면 용근 대량재배나 해버릴텐데 안타깝게도 현실과 환상은 별개였다. 이영도는 고뇌의 담배연기를 깊숙히 들이마셨다. "!" 이 때 그의 머릿속을 번개처럼 치고 지나가는 묘안이 있었으니. "옳아! 과연 그렇군!! 하하! 과연! 이걸 심으면 되겠구나!" 그는 미친듯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번들거리는 눈은 그의 손에 쥐여있는 담배에 못 박혀있었다. 이영도는 다음날 애지중지 가꾸던 과수원 절반을 싹 리부팅해버렸다. 그동안 공들인 것이 아까웠지만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다 여겼다. 그의 담배재배가 성공만 한다면 사과나 배 따위는 문제도 아니었다. 몸빠진 살로 용 잡는 것이다. 사과나무를 싹 밀어내고 담배씨를 심는 그의 눈에는 핏발이 번득이고 있었다. "으하하하!! 이제부터 내 담배는 내가 만든다!!" 이영도는 자기가 재배한 담배로 잎담배를 말아 피우는 상상을 하며 전율에 몸을 떨었다. 실로 자급자족이 아닌가? 이는 폐인신공에서 극화경의 경지로 보는 자연합일(自然合一)이니, 이는 곧 일상에서 폐인내공을 끌어와 무한정 쓸수 있게 하는 무서운 지경이었다. 일년 뒤, 이영도는 자신의 과수원 절반을 뒤덮은 푸르른 담배잎을 보며 흉소를 머금고 있었다. "첫해 재배에 이토록 풍작이라니 하늘이 날 돕는구나." 그러나 좋아하기엔 38만년도 이른 것이었다. 괴소를 터뜨리는 이영도의 앞으로 난데없이 시커먼 승용차가 미끄러져와 멈추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선글라스를 낀 두명의 건장한 남자가 내렸다. "실례합니다. 혹시 이 담배밭의 주인되시는 분입니까?" 사내들의 목소리는 정중하지만 싸늘했다. 이영도는 일순 흠칫했다. "그런데요?" "같이 가주셔야겠습니다." 사내들은 말을 마침과 동시에 이영도를 다짜고짜 차 안으로 밀어넣었다. 이영도는 영문도 모르고 저항했지만 담배에 절은 폐인의 몸으로는 무리였다. 이영도는 아침에 메모라이즈를 게을리 한 것을 후회하며 속절없이 끌려갔다. 이영도가 끌려간 곳은 기이하게도 법정이었다. 이영도는 자신이 담배불법재배 혐의로 기소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혼비백산했다. 그렇다. 본래 담배는 국가에서 직접 관리하는 작물로 오로지 담배인삼공사에서만 주관하는 것이다. 뭣도 모르는 이영도가 지맘대로 심어다가 숭렁숭렁 베어 팔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왜 피고는 담배를 재배했습니까?" "대박을 터뜨린 작가와 양판소 작가, 절필한 작가와 담배 피우는 작가가 있소. 절필한 작가가 가장 오래살지. 담배 피우는 작가는 가장 빨리 죽지만 가장 뛰어난 글을 쓰오." "개인이 담배를 재배하는 것이 불법임을 몰랐습니까?" "신은 인간에게 담배를 주었소. 누구도 그것을 독점할 수 없소이다." "더 할말은 없습니까?" "붉은 꽃잎이 휘날리는 언덕에 당신의 앞길이 평안하기를." "피고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1년, 벌금 3천만원에 처합니다. 아울러 담배는 전량 압수합니다." "그건 안돼 개새끼들아!!" 이영도는 절규하며 끌려나온 뒤 흔적도 없이 청소된 자신의 담배밭을 보고 주화입마의 반보 앞까지 갔다 돌아왔다. 그는 하늘을 우러러 피눈물을 흘리며 외치었다. "크롸롸롸롸롸롸ㅡ!!" 하늘에선 비가 쏟아져 그의 몸을 흠뻑 적시기 시작하였다. 4. 이영도. 상품작물 재배의 장 (2) 사과상자 로비 물정모르고 담배농사에 뛰어들었다가 직통으로 걸려서 비맞은 레콘 꼴이 된 이영도는 깊은 비단에 빠졌다. "신이 나를 버렸는가?" 버렸는지도 모른다. 담배가 전량 압수된데다가, 담배가 흙의 양분을 과도하게 갈취하여 다른 나무들이 비실비실해졌던 것이다. 이영도는 자신이 기른 사과와 골프공의 부피적 차이를 발견할수 없었다. 이영도는 결국 그해 겨울을 벌어놓은 돈과 인세를 뜯어먹으며 허덕여야 했다. 그럴수록 담배 구매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만 갔고 그의 폐인내공은 심후해져만 갔다. 그에따라 그의 담배재배에 대한 욕망은 에베레스트 산에서 굴린 눈덩이마냥 커졌다. 이영도는 자신의 실수를 되짚어 보았다. 아까 말했듯이 담배는 오직 국가에서만 다룰 수 있는 작물이며 일반농민들도 이를 재배하려면 국가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이러한 허가를 내어주는 곳이 바로 담배인삼공사였다. 이영도는 그동안 팬들의 독촉 메일과 IP 추적이 두려워 사용하길 꺼렸던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어내고는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 담배재배 허가를 얻을 것인가?" 담배재배를 합법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담배인삼공사에서 내준 재배허가권이 필요하다는 것쯤이야 초딩들도 아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게 또 만만하냐 하면 아니어서 재배하겠습니다 하면 어 그래라 하는 것도 아니요, 이미 담배를 공급하는 기성농장층이 두껍게 포진되어 있음이었다. 더구나 흡연율을 줄이기 위하여 담뱃값을 마구 올려대는 지금 새로이 담배공급 농장 대열에 끼이기란 돌멩이 던져 발록잡기만큼이나 힘들었다. 그러나 이영도가 누구인가? 신의 말빨에 달한 대사들로 소설책을 꽉꽉 채워, 독자들로 하여금 '으악 이영도 소설에는 모조리 달변가만 나와 도망가자' 라고 외치게 만든 자가 바로 그였다. 이영도는 자신의 말빨과 사업수란이라면 처녀 쌍둥이라도 유괴해올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으하하하! 기다려라 담배인삼공사여, 내가 간다!!" 다음날, 이영도는 과수원에 거름주는 경운기를 몰아 서울로 올라왔다. 밀짚모자를 깊이 눌러쓴 그의 모습은 그 어떤 이영도 빠라도 그가 이영도임을 짐작하기 어렵게 하였다. 그는 팬들에게 들키지 않도록 몸가짐을 조심하여 곧장 담배인삼공사로 찾아갔으니, 이는 그의 화려한 말빨신공으로 담배인삼공사 사장을 꼬드겨 담배재배허가를 얻어 내려는 목적이었다. 그의 옆구리에는 정체불명의 사과상자가 들려 있었다. 이영도는 폐인신공을 극성으로 발휘, 우여곡절 끝에 담배인삼공사 사장과 독대하게 되었다. 사장이 이영도를 척 보니 폐인이었다. 다듬지 않은 장발에서는 닭 두어마리는 넉넉히 튀길만한 양의 기름이 흘렀고, 이빨에는 담뱃진이 끼었으며 눈 밑에는 다크서클이 가득하였다. 사장은 담배인삼공사 사장답게 이영도가 흡연신공을 극성으로 익힌 달인임을 알아챘다. 불시 담배인삼공사 사장은 담배를 피우지 않으니, 이는 담배에 관해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오히려 피우지 못함이었다. 담배인삼공사 사장은 젊은 놈이 담배에 절었다고 속으로 혀를 차며 자리를 권하였다. 이영도는 자리에 앉자마자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였다. "내가 글쓰기에 화가 나서 무얼 좀 해보려 하니, 담배재배권을 내주시길 청합니다." 이게 무슨 허생전이라고 '그러시오' 하고 내어줄리 만무였다. 담배인삼공사 사장은 어안이 벙벙하여 되물었다. "이보오. 담배가 어떤 물건인줄 알고 재배하려 하오?" "담배는 동녘하늘에서 떠오르는 해와 같은 존재요. 모두가 그것을 우러러보고 그것이 없으면 하루도 살지 못하니 이는 꼭 인간세상에 필요한 것이라, 내 세상을 위해 그것을 재배코자 하오만." 담배인삼공상 사장이 단호하게 대댑하였다. "아니오, 아니오, 당신도 역시 담배에 대해 알지 못하오, 그러니 앞으로는 그런 말을 하지 말도록 하오." "그러면 담배가 대관절 무엇이란 말이오." "담배는 눈물을 마시는 식물이오. 담배의 매캐한 연기는 다만 눈물샘뿐이 아닌 폐를 자극하여 망쳐 놓으므로 이 나라 가장들의 수명 단축에 큰 기여를 하고 있소. 이에 가족들의 한숨과 눈물은 쌓여만 가고 또한 애초에 담배란 근심이 있을제 주로 피우니 이 어찌 눈물을 마시는 식물이 아니리오. 그대는 그만 물러가도록 하시오." 이영도는 속으로 두억시니같은 놈이라고 외치며 이를 악물었다. 여기서 물러난다면 그는 끝장이었다. 그는 슬그머니 가지고 온 사과상자를 끌어당겨 사장 앞에 올려놓았다. 사과상자를 보자 사장의 눈이 번쩍였다. 족히 2억은 들어갈 듯한 사과상자. 사장의 눈에 숨길 수 없는 탐욕이 일렁였다. "이것이 무엇이오." "열어보시지요." 이영도는 자신감에 충만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사장이 기대에 가득 차 상자를 열어보니 웬걸, 돈은 커녕 웬 두꺼운 책들만 두더기로 쏟아져 나오는게 아닌가. 이영도는 씨익 웃었다. "들어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판타지 소설작가 이영도라는 작자올시다. 없어서 못구하는 저의 사인을 담은 저서 전질을 가져왔습니다." 사장의 이마에 굵은 핏줄이 솟아올랐다. 이영도라면 그 역시 익히 아는 이름이었으니 그것은 바로 그의 아들 때문이었다. 사실 그의 아들은 드라 연재시기부터 이영도의 흑마력에 잠식당한 골수 좀비로서 매일 밤 하이텔을 들락거리며 하악하악 영도사마를 외치다가 수능 80점을 맞고 지잡대 중의 지잡대에 떨어진 바가 있었다. 사장이 손을 써서 담배포장공장에 취직시켰지만 여전히 정신을 못차리고 공장에 눈마새를 전파해 작업능률을 현저히 떨어뜨린 대책없는 놈이었다. 때문에 사장은 평소에 이영도라면 치를 떨었지만 좀비들조차 모르는 그의 행방에 어쩌지도 못하고 절치부심할 따름이었는데 오늘 이렇게 눈앞에 나타나니 격노를 금할 길이 없었다. 사장은 가장 두껍고 무거운 피마새 전질을 번쩍들어 이영도의 머리를 내리찍으며 분노의 괴성을 질렀다. "크라라라라라라!!" "어억!!" 자신만만해있던 이영도는 난데없이 날아오는 피를 마시는 새 전질에 백회혈을 얻어맞고 피를 뿜으며 나뒹굴었다. "이게 무슨 짓이오!!" "닥닥쳐쳐라라 이이놈놈! 망망해해버버린린 수수능능!! 핏빗빛빛시시험험지지!! 수수험험생생부부모모의 율율법법!!" 이영도는 갑자기 격노하여 10M가 넘는 검강을 뿜어내며 달려드는 인삼공사 사장을 피해 폐인무영보를 극성으로 펼쳐 위기를 벗어났다. 본디 이 보법은 폐인신공이 11성에 이르러야 가능한 것으로, 9년동안 면벽수련만 했다는 원조 폐인 달마대사가 창안하였으니 그 경지가 절정에 도달하면 있는듯 하면서도 없고 없는듯 하면서도 있어 실로 변회의 묘동이 무궁하였으니, 이영도가 귀찮은 팬들을 따돌리기에 어울리는 보법이라 할 수 있었다. 담배재배권을 탐하다가 저승입국 비자만 얻을 뻔한 이영도는 비탄과 고통에 가득 찬 비명을 지르며 과수원으로 돌아왔다. 설마 그의 좀비들 중 하나가 담배인삼공사 사장의 아들일줄이야 그가 어찌 상상이나 하였으랴. 그는 다만 담배재배가 물건너간 사실에 절망할 뿐이었다. 그러나... 불행은 서서히 시작된 참이었다. 이제 막. 5. 이영도의 고난. 담배인삼공사에 찾아갔다가 저서 전질만 훌랑 날리고 기혈까지 뒤틀려 돌아온 이영도가 운기조식을 하며 몸을 다스리고 있을 때였다.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검은 승용차가 홀연히 나타나는게 아닌가. 이영도는 운기조식 중인지라 몸을 가누지 못하고 또다시 그 안에 태워져 끌려갔다. 알고보니 그는 이번에 담배인삼공사장의 고소로 잡혀와 있었다. 죄목은 뇌물중여죄. 증거품으로 제시된 피묻은 피마새 전질을 본 그는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이영도는 집행유예 1년 선고받은지 이틀만에 도로 잡혀와 알짜배기 징역 5년을 얻어맞고 말았다. 이영도는 과수원 절반을 팔아 보석금을 내고 가석방 신청을 할 수밖에 없었다. "크롸롸롸롸롸!!" 대박을 꿈꾸다가 쪽박을 찬 이영도는 피눈물을 흘리며 울부짖었다. 엄청난 액수의 보석금을 내느라 가산을 탕진하였기에 하루에 담배 두갑 피우기도 힘들 정도였다. 그는 간간이 들어오는 인세를 담배값에 쏟아부으며 오욕의 세월을 보내었다. 그에게는 이제 묘목 살돈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어느날, 담배값을 대느라 허리가 휠 지경이 된 이영도는 사과 한상자를 둘러메고 담배가게 영감님을 찾아갔다. "자네 왔구먼. 일단 외상값부터 내게." 영감님은 이영도를 보자마자 담뱃값부터 독촉하였다. 이영도는 발끈하여. "염려마오. 아무려면 내가 외상값 안 갚고 텔레포트 할 것 같소? 자, 이길 보시오." 영감님이 상자를 열어보니 웬 벌레먹은 사과가 가득한게 아닌가. 이영도는 당당하게 말했다. "농약 안쓴 무공해 사과요. 이거 한알에 담배 한갑 칩시다." 사실 농약을 안쓴게 아니라 농약 치는걸 게을리 한것이지만 이영도는 뻔뻔스럽게 들이댔다. 영감님은 물끄러미 상자 안을 들여다보다가 툭 내뱉었다. "돼지 사료로나 쓰겠구먼. 한상자에 한갑." "두알에 한갑." "한상자." "다섯 알에 한갑." "한상자. 싫으면 가봐." "흥, 그럽시다. 햇살이 내리쬐는 코스모스 언덕에 안식이 깃들기를." 이영도는 대범하게 사과상자를 메고 돌아섰다. 그리고 정말 가볼테면 가라는듯이 쌩까고 있는 영감님의 모습에 당황하였다. 본래 판타지 소설에서는 이쯤되면 주인이 당황하며 붙잡기 마련인데 뭔가 이상했다. 그렇다고 다시 돌아가서 님아 똥꼬 핥아드릴까요 ㅋ 하기도 뭐하였으므로 이영도는 취익취익 욕설을 씨부리며 꺼져야 했다. 이영도는 별수 없이 사과상자를 메고 이웃마을 담배밭을 찾아갔다. 그는 그곳에서 괭이질을 하고 있는 늙은 농부를 만날 수 있었다. "노인장. 이 사과 한상자와 담뱃잎 한포대와 바꿉시다." "뭐여 이 씨벌놈아?" 노인은 개소리 말라는 듯이 괴성을 지르며 곡괭이로 이영도를 개패듯 패었다. 이영도는 내력이 진탕되는 것을 느끼며 사과상자를 버리고 도망쳐야 했다. 그는 나중에야 FTA 체결로 사과값이 똥값이 되었음을 알고 절망하였다. "그런가! 설마 또다시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인가!" 이영도는 폐허가 된 과수원 한가운데 서서 하늘을 바라보며 비명을 질렀다. "신이여! 어찌하여 저를 버리시나이까?" 이영도의 눈에서는 피눈물일 흘러 내리기 시작하였다. 하늘에는 다투어 먹구름이 몰려와 태양을 가리었고, 모든 암흑에서 기원한 악의 기운이 흑마력으로 화하여 이영도에게로 밀려들어가고 있었다. 번개가 번쩍하며 그의 모습을 비추었을 때, 그는 이미 저주받은 네크로맨서의 육신을 되찾아 줄기줄기 흑마력을 뿜어내고 있었으니, 이는 이영도의 은거가 깨졌음과 동시에 좀비들의 재회동을 의미함이라, 족히 판타지계에 밀려온 해일이라 할 것이었다. 이영도는 음산한 마력이 가득 찬 음성으로 외치었다. "나의 좀비들아! 나 이영도 암흑의 몸받아 이르노니 너희들 새벽에 잠들지 말고 컴퓨터 앞에 당겨앉을 것이며 눈 밑에는 다크서클이, 입에서는 찬양의 말이, 성적포에는 하학된 점수가 나타날지어다. 이는 나 위대한 존재의 명이니라. 어둠의 계율에 복종할지어다. 그 첫째 새벽에깨고 낮에 잠들라 그 둘째 리플을 달라 그 셋째 악플러를 응징하라 그 넷째 출한하면 사서봐라 그 다섯째 읽고나서 감상문을 써낼지니라! 그러면 내 문을 열어 암흑의 세계로 너희들을 인도하여 영원토록 즐거움을 누리게 하리라 따르라!" 이영도의 일갈이 터져나와 대한민국을 강타하자 판타지계는 충격과 공포에 빠져들었다. 마침내 이영도의 전설이 부활한 것이다. 눈마새를 재탕 삼탕하던 좀비들은 그 주인의 명을 받음에 일제히 고개를 숙여 경배를 표시하였고 황금가지 출판사는 표지 디자인부터 하기 시작했다. 이영도가 새로이 글을 쓰기 시작하니 그 제목 <독을 마시는 새>였다. 그가 손을 들어 키보드를 두들기기 시작하니 그 소리가 천군만마의 말발굽 소리와 같았으며 기세가 전광석화와 같았다. 그가 프롤로그를 완성하여 인터넷에 올리니 그 즉시 검색어 1위가 되었으며 흑마력에 잠식당한 좀비들은 우우우 몰려다니며 꼴리는대로 물어뜯어대었으니, 그 파장이 가히 경천동지할 지경이라. 하루만에 조회수 5만을 넘어서고 리플 1천개가 달렸다. 이영도는 책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신기에 가까운 글솜씨를 선보였다. <독을 마시는 새> 1권 끝부분에 난데없이 케이건이 나타나자 사람들은 흥분에 절어 질질 싸며 2권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예상대로 2권이 나오자 판매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뛰어올랐으며 이영도 스타일의 유지를 위해 케이건은 다시 봉인되었다. 2권 끝부분에는 후치가 난압하여 3권에서 죽었고 3권 끝에는 키드레이번이 등장하여 4권에서 익사하였다. 독을 마시는 새는 이영도에게 다시금 명성과 재산을 가져다 주었다. 이영도는 책을 팔아 번 돈으로 과수원을 확장하고 쏟아지는 메일을 쌩깐채 또다시 토끼었다. 독자들은 그를 찾기위해 혈안이 되었으나 폐인신법을 대성한 이영도는 쉽사리 발견되지 않았다. 이영도는 미국산 시거를 빼어물고 웃어제끼며 신품종 능금사과를 재배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어찌 알았으리오... 그 능금이 불행의 씨앗이 될 줄을... 6. 이영도의 파멸. 이영도는 자신의 광활한 과수원에서 온통 붉게 물든 능금나무들을 보며 웃음을 금치 못했다. 이제 그의 전신모공에서 발산되던 흑마력은 흔적도 없고, 다만 극성에 달한 폐인강기만이 찬연히 빛날 뿐이었다. 만일 누군가가 물정모르고 그에게 일을 시키거나 폐인짓좀 그만하라고 강요한다면 그는 그 즉시 반탄강기에 의해 전신세맥이 파열되고 기혈이 역류할 터였다. 이영도는 만족스러운 눈빛을 번득이며 담배연기를 내뿜었다. 이제 그가 내뿜는 담배연기는 다만 형체없이 투명할 뿐이라, 그가 담배연기를 들이마시는 족족 모조리 폐에 간직할 수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니 그의 폐인내공을 더욱 고강하게 함이었다. 바야흐로 그의 폐인내공 수위는 100갑자에 달하여 가히 고금제일폐인이라 아니할 수 없었으니, 이영도는 폐인들이 꿈꾸는 극의 경지인 현경에 가장 근접한 자였다. 이영도는 붉게 빛나는 눈으로 능금나무를 쳐다보았다. 어제 일부량을 출하한 능금은 그 품종과 맛의 우수함에 힘입어 큰 이득을 가져다주었다. 이대로라면 그는 올해 1년만으로 10년동안 폐인짓 할 자본을 얻으리라. 그는 폐인 현경에 든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괴소를 머금었다. "후후후!" 이영도는 담배꽁초를 과수원에 버리고는 돌아섰다. 담뱃재가 거름역할을 하여 나무의 양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은 극히 최근에 안 사실이었다. 게다가 니코틴 타르 등의 물질까지 함유되어 병충해 예방의 효과까지있었다. 그야 몸에 좀 좋지 않긴 하겠지만 도시인들은 모양만 그럴싸하면 얼씨구나 잘 사먹으므로 걱정은 없었다. 그런데 이때, 갑자기 수십대의 승용차가 앞을 다투어 그의 과수원으로 들어오는게 아닌가. 과거 두 번의 사건으로 승용차 로이로제가 생긴 이영도는 반사적으로 오늘 아침에 메모라이즈한 주문이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보았다. 그러나 승용차에서 내린 것은 검은 양복의 사나이가 아닌 좀비들이었다. 그들은 제각기 옆구리에 이영도의 책을 끼고 있었다. 이영도는 호우주의보 받은 레콘보다 더 놀랐다. "저기있다!! 이영도님이다!!" "우리의 주인!!" "사인해주세요!! 우워오오!!" 좀비들은 우우 소리지르며 이영도에게로 쇄도해왔다. 이영도는 대경실색하여 흑마력을 발휘해 좀비들을 제어하려 했지만 폐인 현경에 근접한 몸으로는 무리였다. 이영도는 순식간에 수백마리의 좀비들에게 둘러싸였다. "팬입니다. 사인해주세요." "팬입니다. 사인해주세요." "팬입니다. 사인해주세요. 근데 저 사과 먹어도 됩니까? 뚝 아삭아삭." "열렬한 팬입니다. 뚝 와삭와삭." "왑왑왑왑왑 아그작 꿀꺽 왑왑..." "왑왑왑왑왑왑왑왑...." 좀비들은 이영도가 친히 재배한 능금을 먹는 영광을 누리기 위해 앞다투어 능금나무를 훼손하였다. 이영도가 포효하며 몽둥이를 들고 날뛰었지만 좀비들의 손속에는 자비가 없었다. 좀비들은 제각기 양신 먹고도 모자라 가보로 간직하겠다며 한상자씩 챙겨서 돌아갔다. 삽시간에 폐허가 된 능금과수원을 망연히 지켜보던 이영도는 일주일 후에야 그가 출하한 능금 상자에 과수원과 생산자명이 명시되었음을 알고 피를 토하였다. "이 개새끼들아ㅡ!!" 이영도의 절규가 세상 끝까지 울려퍼졌다. 이영도는 결국 그해 또 한편의 글을 써야 했다. 제목은 <피를 토하는 새> 표지에 장발의 핼쓱한 남자가 절규하는 그림이 담긴 장편소설이었다. 그는 이 작품에 난데없이 네리아를 등장시켜 사과를 훔치다가 맞아죽는 장면을 써서 자신의 분노를 간접표출하였으나, 좀비들은 오히려 열광하며 그의 과수원을 침공하여 쑥 재배지로 바꾸어 놓고 갔다. 그해 겨울, 이영도는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이영도가 그 다음에 내놓은 작품은 <미치고 팔딱뛰는 새>로, 작가 본인의 내면적 정신세계와 심층심리를 묘사한 것이었다. 이 책에서 이영도는 남의 사과를 따먹는 놈은 죽어야 한다고 공언하였으나 좀비들은 인정사정이 없었다. "팬입니다." "왑왑왑왑왑왑왑." 이영도는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었다. 과수원을 운영할 수가 없었다. 국가 법상 농산물에는 반드시 생산자의 이름을 표시해야 했기 때문에 아무리 과수원을 옮겨도 도망갈 곳이 없었다. 이영도의 정신은 점차 피폐해져만 갔다. 그는 마침내 자리에 눕고 말았다. "이영도님, 빨리 나으세요. 왑왑왑왑왑..." "왑왑왑왑..." 이영도는 능금 씹히는 소리를 자신의 가슴이 조각조각 깨어지는 소리로 들으며 천장을 올려다 보았다. 그의 눈에는 이미 초점이 없이 흐리멍텅한 기운만이 가득하였다. 이영도는 천장에서 극광을 보았다. 행복했다.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지금으로서는 판단할 수 없습니다. 살아날지, 죽을지. 왑왑왑왑왑..." 내가 도와주지. 나는 죽었어. "너는 판타지 작가다. 그걸 잊지 마라." 톨킨. 문제가 있습니다. 나는 잊지 않았지만, 독자가 나의 능금을 따갑니다. "열은 내렸습니다. 천만다행으로 폐에 담뱃진이 고이거나 하는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친애하는 좀비들. 너희들은 얼간이로군. 내 능금 속엔 진득한 담뱃진이 고여 있는데. "자 써봐! 정말 한국 시장을 상대로 소설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나?" 출판업계 분들, 미안하지만 판타지를 써야겠소. 앞으로 10년동안 모두가 나를 판타지 작가의 킹왕짱이라 주장할테니까, 어쩔 도리가 없소. 이영도는 자신이 점점 무정물로 바뀌는 것을 깨닫는다. 지금의 자신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쓴 소설의 총합이다. 하지만 이영도는 그것을 부정한다. "제발 일어나세요, 영도님. 지금처럼 양판소가 깝치는 때 당신이 죽어선 안됩니다. 왑왑왑..." 그래, 판타지계에 보다가 눈물 나는 소설이 많이 생기겠구나. 누군가가 그 눈물을 마셔야겠군. "제 얼굴을 보여드릴까요?" 이영도는 마음속으로 담뱃갑을 집어들고는 복화술사처럼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이영도라고 합니다. 부디 얼간이라고 부르지는 말아주십시오. 알려주지 않아도 알고 있습니다. 이래뵈도 유명인이랍니다. 변변찮습니다만 제 주요한 소설 두어가지를 말씀드리자면 드래곤 라자, 그리고 눈물을 마시는 새 정도가 있습니다." 그런건 개한테나 던져줘라. 네 문제는 피로다. 너는 지친 것이다. 그래서 너는 나를 만들어내었다. 그러니 말해주겠다. 너는 살아있다. 그리고 네가 살아있기에 집필 역시 계속되어야 한다. "꺼져라. 기만하는 좀비들아." 좀비들은 능금을 왑왑거리며 꺼져갔다. 그해 겨울, 이영도의 신작 <엿먹고 뒈진 새>가 발간되었다. 그의 과수원에는 잡초가 무성하였으며 바닥에 고인 더러운 웅덩이에는 모기떼가 날갯짓을 하였고, 밤마다 이름모를 산새가 날아들어 구욱구욱 핏빛 울음을 울었다. 그 새의 울음소리는 너무나 애절하여 뭇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었으니, 그 소리는 이러하였다. "왑왑왑왑왑왑왑..." 사람들이 그 후로 모두 이 새를 두고 '왑새' 혹은 '이영조'라 하였다. <이영도전>(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