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에 따라 의견을 말한다는 얘기를 듣고 싶지 않아서 T1이 이겼을 때 글을 씁니다. T1선수들 너무나 잘해주셔서 감사하고 재미있게 경기 봤습니다.

여러분은 스포츠 경기에서 해설자의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저는 개인적으로 해설자의 역할은
1. 시청자들의 경기 이해를 돕는 것
2. 시청자들에게 해설을 통해 경기를 더 즐겁게 볼 수 있도록 하는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즌 2 중학생 시절부터 롤을 해왔고, 지금은 많이 하지는 않지만 경기를 챙겨보는 오래된 롤 팬으로써 해설에 대한 불만이 아예 없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시즌이 거듭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경기 수준이 올라가고 알아야 할 디테일은 많아지는데, 해설은 그것들을 짚어주지 못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많았죠.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선수의 네임콜을 적게, 또는 하지 않았다고 하여 해설자들을 비난하여 해설의 기조를 바꿔 버린 현 사태는 정상적인 행태는 아니라고 봅니다.

첫 번째로, 해설은 정말 공정해야 하나?
물론, 당연히 공정해야 합니다. 극단적으로 편파적이어서는 안되죠. 결국 해설의 목적은 경기 이해를 돕고, 경기 시청의 즐거움을 선사해야 하는 일인데, 극단적으로 편파적이라면 당연히 위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고, 시청자들에게 불편함을 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네임콜 횟수에 신경을 써야 할 정도로 공정해야 하는가?'는 아니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결국 해설의 목적은 경기 이해를 돕고, 즐겁게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해당 상황에 대해 설명을 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해설자는 못한 선수, 못한 플레이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할 수 있어야 하고(물론, 해당 당연히 선수나 팀 팬은 기분이 좋지 않을 수는 있습니다) 때로는 조금 잘한 플레이일지라도 과장되게 표현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것이 해설의 목적이니까요.
그렇다 보니 해설은 해설자의 사견이 개입될 수 밖에 없습니다. 무의식적이던, 의식적이던 말이죠. 물론 그게 과하면 안되겠죠.
해설은 스포츠가 아닙니다.

두 번째로, 그렇다면 이번 사태가 정말 극단적으로 편파적이었나?
그렇지는 않다고 봅니다. 물론 '팬들 입장에서는 기분이 나쁠 수는 있겠다. 충분히 이해된다.' 이 정도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쭉 올라온 여러 게시물들을 보면서 든 생각은 '정말 이게 해설자의 자격을 논할 정도로 편파적이고 사견이 많이 개입됐나? 아닌 것 같은데' 였습니다.
왜냐하면 경기를 보는 중에는 인식하지 못했던 것들이, 수많은 게시물들을 보고 나서 '약간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정도였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정도는 허용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전 경기들에서도 같은 플레이라도 선수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그리고, 같은 플레이라도 어느 시점에 플레이를 했느냐에 따라 해설 텐션의 정도는 달라지게 됩니다. 바론 싸움을 앞두고 그랩을 피한 것과, 라인전 단계에서 그랩을 피한 것은 아예 의미가 다르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조금씩 달라지는 해설에 불만이 있었냐?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그 해설이 결국 보는 시청자들을 즐겁게 해주니까요.

이번 사태가 정말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은, 팬들의 과한 개입으로 해설의 자율성을 해쳤다는 것에 있습니다. 해설은 해설자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자율성이 반드시 보장되어야 합니다. 누구의 눈치를 보면 안되죠. 그래야 해설이 맛깔나고, 경기가 재밌어지며, 시청자들도 몰입을 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따라서 정말 소문처럼 라이엇의 개입이 있었다면, 이는 정말 큰 문제인 겁니다.)

걱정되는 것은, 이제 이런 안 좋은 선례가 만들어짐으로써 해설자들은 점점 더 시청자들의 눈치를 볼 것이고, 점점 더 해설은 재미를 잃어갈 겁니다. MSI부터 드러나고 있죠. 나아가서는 못한 플레이에 대한 해설도 주저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럼 점점 더 lck는 시청의 재미가 떨어질 겁니다.

시즌2부터 오랫동안 롤을 해왔고, 즐겨왔던 틀딱으로써 이번 사태가 너무나 아쉬워서 글을 남겨봅니다.
지금부터라도 모두 조금 편하고 즐겁게 경기를 볼 수는 없는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