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날 어느 한 판자촌 삼형제가 칼바람을 맞으며 오들오들 떨고있었다.

"형 엄마는 오늘도 안오는거야?"
둘째는 떠나간 엄마를 그리워하며 형에게 물었다.
막내를 등에 업은채 살림을 꾸려나가려 부업으로 전기선을 만지던 첫째는 둘째에게 답해주길

"오늘은 이미 늦었으니 오시기 힘들겠지만 내일은 꼭 오실거야"
"거짓말! 어제도 똑같이 말해놓고! 형은 거짓말쟁이야!!"

울먹이는 목소리로 소리치며 둘째가 불현듯 집밖으로 뛰쳐나갔다.

"두..둘째야!"
다급히 둘째를 불러봤지만 둘째는 이미 집밖으로 뛰쳐나간뒤였다.

아버지는 용역일을 하시다 사고를당하셔 병원에 입원한 후로 엄마는 삼형제를 버리고 가출한지 오래였다.
그런걸 둘째에겐 잠시 나간거라 말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둘째도 엄마가 자기들을 버린거란걸
눈치채기 시작한 모양이였다.

첫째는 자기 등에업힌채 자고있는 막내가 깨진않았나 조심스래 살피고, 둘째를 쫓으러 밖으로 나간다.

"훌쩍훌쩍...엄마... 정말로 우리들 버린거야? 흑흑..."

동네 굴다리아래에서 울며 훌쩍이는 둘째
엄마가 미웠다, 가난이 미웠다, 세상이 미웠다
서럽고 슬픈 마음은 추운 겨울바람보다도 시립게 느껴졌다.

"...째야!!"

불현듯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오는듯해 떨궜던 고개를 들었다.

"둘째야!!!! 어딨니!"
갑자기 뛰쳐나온 자신을 쫓아온 형의 목소리다.
목소리에선 다급함이 느껴졌지만, 그래도 나가기 싫었던 둘째였다.
훌쩍이며 눈물범벅의 얼굴을 보이기도 싫었으며 그런집에 돌아가고 싶은 기분도 아니였다.

얼마 지나지않아 형의 목소리도 점점 작아져 결국 겨울밤속에 묻혀들어갔다.

둘째는 들었던 고개를 다시 끌어안은 무릎에 묻고 눈을감았다.

두시간쯤 지났을까 잠이든 둘째를 누군가 흔들어 깨우기 시작했다.
이런곳에 있을 자신을 누가 깨운건가 싶어 퉁퉁부은 눈을 뜨며 둘째는 잠기운을 내쫓았다.

"둘째야 왜 여기서 자고있어..."
등에 업고있던 막내는 집에 두고 나온건지 포대기없이 낡아빠진 잠바를 걸친 형이 둘째를 보고있었다.
형의 눈시울엔 방울방울 눈물이 맺혀져있었고,
그 목소리는 내 티어처럼 푹 잠겨져있었다.

"형이...미안하다... 형이 부족해서 너만힘들고... 아빠도 누워계시고 엄마도 안계신데 형이 열심히했어야하는데"
"정말 미안해 둘째야.."

자신을 끌어안은채 울며 그리 말하는 형을 보니 둘째의 눈에서도 눈물이 떨어진다.

"흑...형아..."

그렇게 형제 둘이서 얼마나 울었을까

훌쩍이며 굴다리에서 나오며 집으로 걸어간다.

"둘째야 배고프진않아? 붕어빵이라도 사줄까?"
"돈이 어딨어서 뭘 사준데 됐어 그냥 집에 가자"
"아냐 형이 지난달에 일했다가 남은 용돈이 500원정도 남았어"

마침 붕어빵파는 아저씨가 있기에 첫째는 둘째의 손을 붙잡고 붕어빵가게로 향했다.

"아저씨 붕어빵 얼마에 파세요?"
"천원에 4개판다."
"어...그럼 혹시 500원드릴테니 두개만 주시면 안될까요?"
"흠... 그래 그래 그럼 500원만 주거라"

마침 밤도 깊어져 가게를 닫고 돌아갈 생각이였는지 흔쾌히 첫째의 부탁을 들어준 아저씨였다.

"고맙습니다. 돈은 여기에..."

그러나 첫째의 낡은 잠바 주머니에 있던것은 500원짜리 동전이 아닌 추운 겨울밤과도 같이 공허한 구멍하나 뿐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