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비티가 그런 짓을 했을 리가 없잖아!"
"아이리스 우리도 그렇게 믿고 싶지만, 벨비티가 만든 물약을 먹고 요원들이 쓰러진 것도 사실이잖아."

벨비티가 감금 되어있는 방 앞에서 아이리스는 방방 뛰며 벨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애초에 벨비티가 그런 짓을 한다고 무슨 이익을 얻겠어?"

그 말에 벨은 무거운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벨비티가 구출돼고 나서 우리가 제일먼저 확인 한게 뭔지 알아?, 바로 벨비티에 관한 정보였어. 실험체는 거의 에델슈타인에서 납치당한 아이들 이니까. 그런데 벨비티에 대한 정보는 어디에도 없었어."

벨은 잠시 망설이더니 마음을 먹은 듯 아이리스를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아이리스, 벨비티는 말이야...."
"말하지마."

아이리스는 벨이 할말을 알고 있는지 고개를 숙였다.

"그래도... 그런 이유로 벨비티를 범인으로 모는 건 너무 하잖아..."
"벨 교대시간이야."

그때 벨과 교대하러 온 남자가 벨을 불렀고 벨은 다 잘될거라는 듯이 아이리스의 머리를 한번 쓱 스다듬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데?"

병실로 돌아가는 동안에도 아이리스의 머리 속에선 벨비티 사건이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 아이리스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기억.

'분명 그때 광산에 들어 갈때에도 벨비티가 준 물약을 먹었는데?'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아이리스는 곧장 펠린의 저택으로 뛰어갔다. 도중에 이카르트가 아이리스를 불렀지만 아이리스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펠린!"

벨비티의 소식 때문인지 펠린은 평소와는 다르게 벽난로 앞 쇼파에 앉아 빗줄기가 때리는 창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리스, 여긴 왜 왔어?"

갑작스런 아이리스의 방문에 펠린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비에 흠뻑 젖은 아이리스를 바라보았다.

"펠린, 너 벨비티가 준 물약 아직 안 먹었지?"
"어?, 어 아직 나한테 있어, 갑자기 물약은 왜?"

아이리스는 펠린의 질문을 무시하며 무작정 적으로 소리쳤다.

"그거 빨리 줘!"
"아니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그 물약도 벨비티가 만들었는데 그 물약을 먹은 난 멀쩡하잖아, 만약 독에 감염 시키려면 날 감염 시키는 게 제일 가치 있을 탠데 말이야."
"그럼 누군가가..."
"누명은 씌운 거지 일단 물약부터 줘."

팰린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빠른 속도로 2층 방으로 올라가 물약을 찾아 내려왔고 그 둘은 그대로 빗 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왜?, 누가 벨비티한테 누명을 씌운 다는 거야?"
"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 하지만 아까 벨 누나가 그랬어, 벨비티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인조인간이라고, 물론 내 생각이지만 아마 갤미레르라는 사람이 벨비티가 없어 진 걸 눈치 챈 것 같아. 그래서 돼 찾으려는 거고"
"그것 때문에 벨비티에게 누명을 씌웠다고?"
"아무래도 벨비티가 레지스탕스에 있으면 다시 대리고 가기가 힘들 테니까."
"신뢰를 잃게 만든 거구나. 그런데 그렇다는 건 내부에 배신자가 있다는 거잖아."
"그럴지도, 일단은 벨비티의 누명을 벗기는 데에 집중하자, 먼저 들어가."

아이리스는 비밀 기지로 내려가는 토관 앞에서 주위를 살피며 말했다. 그리고 둘이 기지에 도착했을 때에는 기지의 분위기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아이리스 이리 와봐"

펠린을 따라 들어간 회의실에는 침울한 표정의 지그문트가 기지 내부 곧곧을 비추는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에요?"

아이리스와 펠린이 들어오는 것도 느끼지 못한 지그문트는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벨비티가 탈출했다."

그 말에 아이리스는 펠린이 말릴 세도 없이 펠린의 손에 물약을 넘겨주며 밖으로 뛰어 나갔다.

"어쩌려고 그래!"
"넌 일단 벨비티의 누명을 벗겨 난 벨비티를 찾을 태니까!"

아이리스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기지 밖으로 달려나갔다.



30분 전

"벨비티가 그런 짓을 했을 리가 없잖아!"

아이리스의 목소리가 굳게 닫힌 문 밖에서 흘러 들어온다. 더 이상 걱정 끼치긴 싫었는데.
내가 만든 물약을 먹은 요원들이 쓰러지는 사건에 나는 곧바로 이곳으로 잡혀 들어왔다. 어두컴컴한 곳, 난 실험관 안이 생각이나 두려움에 몸을 움츠렸다.

"벨비티에 대한 정보는 아무것도 없었어.... 벨비티는...."

인조인간.... 지우고 싶었던 이름이다. 그 끔찍한 곳을 탈출하면 모든 게 다 끝날 줄 알았는데, 이제 아이리스도 알아버렸으니...
날 어떻게 볼까?, 괴물?... 그래... 난 애초에 그 애들과 어울릴 수 없었는지도 몰라...

"아, 벨 교대 시간이야."

낮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꼴 좋네?"
"?"
"그래 실험체로 있다가 탈출해서 이런 곳에 오니까 다 끝난 줄 알았지?"

밀려오는 경계심, 누구지? 처음 보는 사람인데?

"너, 누구야!"
"어이구 무서워라 그렇게 째려보면 누가 겁낼 줄 알고? 어때? 누군가를 배신 본 느낌이."

배신, 난 배신한 적 없어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

"난 배신 한 적 없어!"

내가 소리치자 남자는 비웃음이 담긴 얼굴로 날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래, 독을 넣은 건 나지, 하지만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네가 독을 넣었다고 생각할 걸?, 왜냐하면 넌 인간이 아니니까."

나도 내가 인간이 아닌 건 잘 알았다 하지만 인정하기 싫었다, 인정하면 내 모든 것이 사라질 것 같아서...

"그게 무슨 소리야! 난 인간이야!"
"하하하... 너... 정말 자신을 인간으로 생각 한 거야?,"

하지마, 듣기 싫어... 나도 내가 인간이 아닌 거 잘 안다고 하지만... 이곳에서 있던 순간순간 만큼은 난 인간이었단 말이야...

"인간들 사이에 있다 보니까 네가 진짜 인간인 줄 아나 본데? 넌 말이야..."
"말하지 마! 그만 하란 말이야!"

밀려오는 두려움 인정하기가 싫었다. 내가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니 잊고 있었다. 그 애들과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귀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남자의 속삮임

"이제 좀 착각 속에서 벚어나는 거야?, 그리고 말이야 만약 네가 여기 있는 사람들을 소중히 여긴다면 넌 더 이상 여기 있으면 안돼."

그다음으로 이어지는 남자의 목소리에 내 모든 것이 마비되는 느낌 이었다.

"왜냐하면 너한태는...."

'투두둑'

몸을 묶고 있던 밧줄이 풀렸지만 다른 무엇인가가 나를 더욱 더 꽉 조여 왔다.

"잘 생각해봐."

남자는 키득키득 웃으며 유유히 방을 빠져 나갔다.


1 인칭이란 건 쓰기 어렵군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