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하나씩 소원을 이뤄주는 성배가 있다고 한다.

세월이 흐르고 흐르면서 우리 세상에선 이미 소멸된 그 물건.

하지만 한 마법사는 자신에게 그 성배가 있다고 했다.

"저희 세계에선 이미 소멸된 존재이지만, 분명히 제게는 소원을 이루어주는 성배가 있습니다. 저희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다른 세계에서 가져오면 되니까요"

다른 세계의 성배?

처음에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무시했던 나였지만, 그 마법사가 성배라고 부르는 물건을 내밀자 생각을 바꿀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은 물건이었다.

신비로운 이채, 작은 몸통 안에 담긴 강대한 마력과 세월의 축적은 그 마법사의 말에 설득력을 더해 주었다.

소원을 이루어주는 성배가 아니라도 상관없다.

마법사의 본질은 근원에 다가가는 것, 그 때문에 수백년, 아니 수천년일지도 모르는 비밀이 담긴 그 물건을 지나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나는 그 마법사에게 돈, 마법서, 보석 무엇이든 주겠다고 거래를 요청했으나 그 모두를 거절한 마법사는 한가지 특이한 제안을 했다.

"그런 재물들은 필요없습니다. 당신이 이 성배를 가지기 위해선, 딱 한 가지만 해주시면 됩니다."

"이 성배를 둘러싸고 벌이는 배틀로얄에서 승리해주십시오" 라고,  하얀 머리의 마법사는 그렇게 말했다.

이 배틀로얄의 마법사는 성배를 매개로 전설 속의 영웅 혹은 위인을 호출해 싸움을 벌인다.

호출된 존재는 강대한 마력을 끌고 나타나 마법사와 함께 서로 싸우고, 또 소멸한다.

소멸한 존재의 마력은 성배로 모여 최후가 되면 막대한 마력을 모으게 된 성배가 마지막 승리자의 소원을 들어준다는 원리였다.

"전설 속의 영웅, 혹은 위인이라는 말은...?"

"이 물건은 다른 세계의 성배이니까요. 이 성배가 호출할 수 있는 영혼은 이 성배가 태어난 세계, 정확히 말하자면 '메이플 월드'의 영혼이 되지요"

하얀 마법사는 그러면서 일곱 개의 유물을 보여줬다.

일곱 개의 유물은 각각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고, 나는 그 이야기에서 나올만한 영웅을 유추해 유물을 고를 수 있었다.



라고,


최후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 유물을 골라 소환에 성공한 나였지만...

"...인거야. 성배전쟁의 원리는 이해가 갔어?"

"하하, 그래서 이런 쟁쟁한 인물들을 붙여놓은건가."

"그렇지, 사역마들을 풀어서 모은 정보에 따르면 유물에 얽힌 이야기와 대조해볼 때 소환된 인물은 크게 다르지 않았어."

"꼬마주인, 지금 소환된 거물들 보면, 우리 심하게 망한 게 아닐까?"

"그래, 잘 아네! 문제는 너라고 너! 하, 엄청난 유물이라고 무턱대고 도박은 하지 말껄...."

척박한 엘나스, 최초로 나라를 세운 초대 사자왕이라던지,

먼 옛날의 엘린 숲, 수백년을 살며 심안의 명궁으로 추앙받던 고대 엘프라던지,

사막의 아리안트, 역대 가장 많은 보물을 모았다고 전해지는 황금의 여왕이라던지,

슬리피우드 깊은 곳, 마왕 발록을 봉인하기 위해 자신의 영혼을 바친 철의 기사라던지,

부유하는 에레브, 한때 메이플 월드를 통치하던 아름다운 스카이아의 여제라던지,

고대 사원, 리인카네이션이라 불리고 숭배되며 그 영혼까지 마법이라는 계약에 묶인 푸른 머리의 소녀라던지,

확실한 인물을 부를 수 있음에도 생명의 초월자와 연관된 유물이라는 이야기에 눈에 뒤집혀서 소환한 인물이

"하프만 주구장창 쳐대는 이름도 없는 용병이라니..."

"용병이 아니라 용병대장이었다니깐!?"

"아휴, 됐어, 됐어. 싸움은 명성으로 하는 건 아니니깐"

말은 이렇게 해도, 꽤 믿고는 있다.

단 수십명으로 혹한 속에서 몇 배가 넘는 군대를 장시간 버틴 능력이라던지, 그 정신이라던지.

내 마법의 특성을 생각하면 그와도 꽤 맞을 것 같다.

어찌하던 이 녀석으로 이 배틀로얄을 이겨내야 하니까, 푸념할 시간은 없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하여 원하는 것을 이뤄내는 것, 그게 마법사의 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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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얀마법사님? 소녀, 한가지 질문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 물론, 당신과 저는 이미 같은 배를 탔습니다. 사양말고 물어보도록 하세요.

???: 하얀마법사님이 가지고 오신 저 성배, 사실은 소원을 이뤄주는 도구가 아니지요? 소녀가 알기로는, 단순히 영혼을 복제하는 도구로만 알고 있는데...

???: 당신이 본 대로가 맞습니다.

???: 그렇다면 성배전쟁의 막바지, 모두가 그 사실을 알텐데, 어찌하시려고 그러시는지...

???: 저는 거짓말을 하진 않았습니다. 마법사에게 원하는 소원이란, 당연히 근원을 향하는 것이니까요. 이 세계에 메이플 월드의 물건을 들여와 메이플 월드의 위인들로 끊임없이 메이플 세계의 마력을 끌여들이는 행위, 당신이라면 이미 그 목적을 짐작하고 계실텐데요?

???: ....

???: 여하튼 상관없겠지요. 이 성배전쟁이 끝나는 날, 우리는 우리의 근원인 메이플 월드에 직접 연결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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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스토리는 프렌즈 월드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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