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커는 존재 자체가 책임감이 너무 크다

게임 구조상

팀에 도움이 되는 좋은 탱커일수록 오히려 이상한 굴레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분명 배우고 익힌 공략대로 할 거 다 했는데 자꾸만 질 때이다

'내가 열심히 어그로도 빼고 상대 탱보다 턴도 우위고 자리도 잘 먹고 힐도 제때 받으러 오는데 왜 자꾸 지는걸까?'

플레이를 할수록 의문은 쌓여만 가는데,,,

사실 이런 탱커는 잘해도 대단한 캐리력이 나오는 경우가 잘 없다

애초에 변수가 안 생기도록 미리 차단해서 우위를 가져가는 플레이니까
(물론 딜힐도 여기서 아다리를 잘 맞춰줬고)

이런 탱커가 잘해서 이기는 판은 딱히 킬이 많이 나오지도 않지만 수월하게 밀린다

하지만 보통은 이게 탱커가 잘 해줘서라고 생각을 잘 안함

열심히 하는 탱커 본인도 이게 내가 엄청 잘해서라기보단
 
아 그래도 이번엔 수월하게 미는구나 << 매판 가위바위보하고 개 힘들기 때문에 약간만 게임 쉬워져도 기쁨

그 와중에 실수하면 1순위로 정치 당하니 오히려 탱에 진심인 유저는 할 맛 안 나서 게임 접음

보통 자발적으로 탱커나 힐러를 하는 진성 유저의 경우

적 처치보다 우리 팀을 돕는다에 더 중점적인 목적을 두기 때문에 

정치에 좀 더 취약하며 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스스로 느낄 시 자책감을 많이 가지고

결국 과도한 책임감에 대한 부담으로 경쟁을 멀리하고 빠대나 자유 빠대로 도망

혹은 접는다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고

그러면 남은 인원은?


탱커를 제대로 해보려고 돌리는 애들일까?

아쉽게도...

"어차피 져도 담판 가면 그만이야~ ㅋㅋ" (사실 열정이 있는 탱커였음에도 오랜 정치로 타락함/원래 탱커유저 아닌데 매칭 오래걸려서 탱 잡음)

"팀원이 사지에 내몰리건 말건 관심없어, 힐각이 안 나오는 위치면 니가 와서 힐 해, 딜각은 알아서 창조해 ㅋ"

어떤 탱커들은 정치로 다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다소 개인주의적인 마인드로 무장한 뒤

무지성으로 돌격해 킬 내는데 열중인 자기 갈 길을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보통 자방고정 자리야, 상대 스킬 턴 개 무시하고 킬내기 딜쌓기에 열중인 오리사가 흔한 예시이다

이런 탱커 유저의 흔한 정치질로는

나는 이만큼 킬/딜했는데 우리 딜러 뭐하냐?

왜 힐이 안들어오냐? 내가 캐리하는데

그는 진심으로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가 모든 힐자원을 독점하는 바람에
 
손가락 부러질 것 같은 힐러들과 고군분투하는 딜러들은

이미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그래도 이런 유형은 재수는 좀 없지만 함께 해볼만한 탱커이다

왜냐면 본인 손가락이 어느정도 적을 처치할 능력이 되니까 이런 객기를 부릴 수 있는거다

버스 기사님이라고 생각하고 이악물고 케어하면 이길 수 있다 (실제로 그런 사람도 많고)

물론 이기면 본인 캐리라고 꼭 얘기하지만 흐뭇하게 그렇다고 답해주자

점점 말라가는 탱커 역할군의 소중한 자원이다



그런데 정말 탱커를 하면 안되는 사람이 있다

그건 바로 지나치게 정정당당한 탱커이다

민희진의 기자회견을 너무 감명깊게 본 것 일까?

오늘만 해도 엄폐 안하고 맞다이로 들이박는 탱커를 5명은 본 것 같다

내 구간이 아무리 광물이어도 중간 지점이라 이런 수준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갈수록 처참해지고 있다 탱커가 없어서 하위등급 탱커들을 불러오는 것인가

그리고 이 탱커들은 눈 앞에 있는 적 탱커를 먼저 때려서 죽여야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적 탱커가 멀쩡히 살아있으면 절대 다른 쪽으로 포커싱을 하지 않는다

오직 탱커 대 탱커의 뜨겁고 땀내나는 싸움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탱커와의 싸움을 피하고 2층으로 넘어가서 딜러나 힐러를 견제한다는 이런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아직도 이렇게 탱커를 하는 사람이 있다니...

라인 대 라인으로 붙으면 낭만이라도 있을텐데 디바 들고 부스터는 엿바꿔먹었는지 후추만 냅다 뿌리고...

딜러로 이런 탱커를 만나면 나라도 2층 먹어야겠다 하면서 똥꼬쇼하다가 포커싱 당해 죽고

(이럴 때 하필 적 탱커는 또 정상인임 1층에서 우리 탱커랑 싸우다가도 내가 올라가면 바로 따라옴)

힐러로 이런 탱커를 만나면 계속 힐을 꽂아주는데 펑펑 터져나가는 탱커를 보며 마음이 울적해진다

앞으로 가는 키보다 뒤로 가는 방향키를 더 많이 누르게 되는 말린 상황...

하 글 쓰면서 생각하니 또 슬프구만

하지만 난 이미 옵악귀니까

계속 하겠지만...

이렇게 점점 게임을 하면 할수록 뭔가 플레이 수준이 퇴보된다는 느낌이 들 때 마음이 아프다

뭔가 비등비등하고 서로 비슷한 전력인 느낌이 들 때 가장 재밌는 게임인데

그래서 이번에 나온 격돌 모드는 아주 마음에 든다 이거는 초반에 좀 말린다 싶어도 후반에 정신차리면
 
이길 수도 있더라

플포는 삭제해야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