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동을 막기 위해 등장인물들은 서로 부를 때를 빼고는 전부 영웅 닉네임으로 썼습니다.

 

 트레이서는 사람들이 떠나간 거리를 둘러보았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인간과 옴닉들이 부대끼던 거리엔 스산한 바람만이 웃돌고 있었다. 가게 문들은 불도 꺼놓지 않은 채로 활짝 열려 있고 광장 한복판에 있는 인간 소녀의 손을 맞잡은 몬다타의 동상 앞에는 사람들이 내던지고 간 쓰레기들이 가득했다. 그 난리통 속에서도 약탈은 벌어지지 않았다. 트레이서는 경찰들이 이런 일만큼은 잘 해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이 애초부터 일을 제대로 처리해줬다면 사람들을 대피시킬 필요도 없을 거란 점도 잊지 않았다.

 트레이서는 몬다타의 동상 앞에 멈춰 섰다. 그녀는 그 위대한 옴닉 수도승이 이곳에서 저격당한 뒤부터 줄곧 책임감에 시달려오고 있었다. 윈스턴의 말대로 어쩌면 이번 일이 그때 저지른 실수를 만회할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만약 그녀가 이번 일도 그르치게 된다면 몬다타의 죽음보다도 더한 비극이 벌어질 게 분명했다. 트레이서는 몬다타의 동상을 마주 보면서 그가 생전에 조화를 추구하던 세상을 지켜보이겠다고 다짐했다.

 "레나, 이제 모일 시간이 됐습니다."

 그녀의 등 뒤에서 윈스턴이 말했다. 트레이서는 동료들이 기다리고 있을 장소로 걸어가면서도 몬다타의 동상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아무도 봐주는 이가 없는 시계탑이 짧게 저녁을 알렸다.

 "윈스턴, 사람들은 많이 와줬어?"

 트레이서가 평소대로 쾌활하게 웃어 보이면서 물었다.

 "최대한 연락을 많이 보내봤지만, 당신과 절 포함해서 여섯 명밖에 모이지 않았습니다. 그나마도 한 분은 일에 관심이 있다기보단…음…그냥 직접 가서 만나보시는 게 좋을 것 같군요. 당신이 반가워할 얼굴도 여럿 있습니다."

 "와, 그거 기대되는걸?"

 윈스턴은 트레이서를 대원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중앙에 커다란 용광로가 있는 공장이었다. 공장 주변은 옴닉의 주거 지역과 연결되어 있었다. 입구엔 경고 표지판과 근로자들이 놓고 간 연장만이 쓸쓸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인근 담벼락에는 조화의 거리라는 별명답지 않게 옴닉을 조롱하고 비난하는 그라피티들이 난잡하게 적혀 있었다. 트레이서는 그라피티를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이게 언제부터 있던 건데 아직도 지워놓지 않다니…."

 "뭐, 어차피 지워봤자 별 효과도 없다는 거 잘 알잖아요."

 윈스턴이 공장으로 들어가면서 말했다. 트레이서도 윈스턴의 말에 공감하는 바였지만 잠깐이라도 몬다타가 추구하던 대로 차별 없는 도시가 만들어지길 바랄 뿐이었다. 윈스턴은 그녀와 함께 코너를 돌면서 손을 흔들었다. 그의 부름을 받은 영웅 세 명이 화답해주었다. 트레이서는 낯익은 얼굴들을 보고 반가워서 어쩔 줄을 몰랐다.

 "오, 치글러 박사님!"

 트레이서는 메르시에게 가장 먼저 달려들었다. 메르시는 동생의 어리광을 받아주듯 트레이서를 자신의 품에 안아주었다.

 "박사님, 정말 오랜만이에요!"

 "그래요, 레나. 좀 더 좋은 분위기에서 모이지 못한 게 아쉽군요."

 "박사님은 여전히 나이를 먹은 것처럼 보이지가 않아요. 나중에 저한테 비법 좀 전수해주실 수 있나요?"
 "그런 질문도 그냥 나중에 하는 게 좋지 않겠어?"

 메르시의 뒤에서 맥크리가 말했다. 맥크리는 카우보이모자를 꾹 눌러쓰고 장난감처럼 퍼스키퍼를 허공으로 던졌다가 받으면서 다른 손으론 시가를 들고 있었다. 트레이서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맥크리를 훑어보았다.

 "지저분한 수염은 여전하시네요, 아저씨."

 "지저분하다니. 이것도 나름 관리와 정성이 필요한 건데. 너야말로 애처럼 굴지 좀 말라고."

 "제 맘이거든요? 그 수염부터 어떻게 하지 않으면 수배서에서 아저씨 얼굴이 지워질 일도 없을 거예요."

 트레이서가 말했다. 맥크리는 상관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한때 오버워치의 요원이던 맥크리는 악명 높은 무법자로 불리면서 경찰과 현상금 사냥꾼들로부터 끈질기게 추격당하고 있었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만은 맥크리가 진짜 악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아직 한 명이 없는 것 같군."

 겐지가 윈스턴에게 다가가면서 말했다.

 "스승이랑 같이 온 게 아니었어?"

 트레이서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물었다. 옴닉 수도승인 젠야타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아쉽지만, 스승님은 여기에 올 수 없었습니다. 제가 스승님의 몫까지 다해서 여러분과 함께 싸우겠습니다."

 겐지가 자신의 눈앞으로 용검을 빼 들면서 말했다. 윈스턴은 미심쩍은 눈빛으로 겐지를 쳐다보았다.

 "정말 든든하네. 이 정도 멤버면 숫자가 적어도 상관없겠어. 그런데 윈스턴, 나머지 한 명은 누구야?"

 트레이서가 물었다. 윈스턴은 통신기로 시간을 확인해보고 나서 뒤통수를 긁적거렸다.

 "이제 올 때가 됐는데요…."

 윈스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공장 입구에서 표지판이 넘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전투기가 비행하는 듯한 소음과 함께 윈스턴보다도 큰 분홍색 로봇이 요원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로봇은 덩치에 맞지 않게 토끼 같은 앙증맞은 디자인에 조종사의 닉네임과 소속 단체의 이니셜 마크가 조종석 주변에 새겨져 있었다. 조종사인 디바가 비상 탈출로 빠져나와 로봇 위에 걸터앉아 손을 흔들었다.

 "여러분, 안녕? 디바가 지금 막 도착했습니다!"

 "세상에! 이런 유명 인사가 여기 와도 되는 거야?"

 트레이서가 눈이 휘둥그레진 채로 윈스턴에게 물었다. 다른 이들도 말은 하지 않아도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어쩌다 보니 송하나 양에게도 안내장이 발송됐습니다. 그리고 가장 먼저 이 임무에 자원했죠. 우리 같은 요원들과 함께 전투 경험을 쌓고 싶었다는데 이게 허가가 나왔다는 게 신기할 따름입니다."

 윈스턴이 안경을 올리면서 말했다.

 "방송은 할 수 없고 항상 감시를 받는다는 조건을 붙여놨지만요."

 디바가 입을 삐죽거리면서 말했다. 트레이서는 점멸로 로봇 위에 올라타서 디바의 곁에 앉았다.

 "실제로 보니까 훨씬 더 앳돼 보이는걸? 나중에 사인 좀 받을 수 있을까?"

 "저도 사인 좀 부탁해요. 사실 저 트레이서 언니 팬이었거든요!"

 디바와 트레이서는 서로 마주 보면서 해맑게 웃었다. 맥크리는 여전히 시가를 입에 물고 있다가 메르시의 눈총을 받고 지하를 향해 던져버렸다. 메르시가 윈스턴에게 다가가 속삭였다.

 "윈스턴, 지금이라도 경찰과 협력하는 게 어때요?"

 윈스턴이 그답지 않게 코웃음을 쳤다.

 "경찰이 여기에 와봤자 방해물만 될 겁니다. 그 양반들은 옴닉 때문에 쓸데없는 희생은 치르고 싶어 하지 않더군요. 그리고 저희 힘만으로 이번 사태를 해결해야 오버워치에 대한 불명예를 어느 정도 씻어낼 수 있을 겁니다."

 "깔끔하게 해결한다면 말이죠. 하지만 일이 틀어지면 사태가 더 나빠질 수 있어요."

 "제가 그렇게 되는 걸 막을 겁니다. 레나도 겉보기엔 저래 보여도 이번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물러서지 않을 겁니다. 모두 모였으니 이제 브리핑을 시작하죠."

 윈스턴은 요원들을 공장 뒤편의 대기실로 불러모았다. 대기실의 책상엔 잡다한 서류 꾸러미와 커피 찌꺼기가 눌러붙은 종이컵들이 널려 있었다. 윈스턴은 한 손으로 그것들을 바닥으로 쓸어버리고 통신기를 올려놓았다. 통신기의 홀로그램 화면이 책상 위에 생성되었다. 빨간 전지처럼 생긴 기기를 탑재한 수송 장비였다. 스파크가 기기를 둘러싸고 있는 게 보였다.

 "이게 놈들이 운송할 장비입니다."

 "무슨 폭탄 같은 거예요?"

 디바가 물었다. 요원들에겐 옴닉의 적대 세력이 가공할 무기를 준비하고 있다는 정보만이 전달됐었다.

 "차라리 폭탄이면 다행이죠. 이건 일종의 전자파 발산 장치입니다. 한 번 작동하면 도시에 있는 모든 기계 장비를 무력화시킬 수 있을 만큼 무시무시한 놈이죠. 놈들은 이걸 여기까지 끌고 올 겁니다. 그러면 이 거리에 있는 옴닉들은 모두 고철로 변해버리는 거죠."

 "그럼 여기 사람들처럼 옴닉도 전부 대피시키면 그만 아닌가?"

 맥크리가 물었다. 윈스턴이 한숨을 푹푹 쉬었다.

 "옴닉도 달아나고 있긴 하죠. 하지만 높으신 분들이 그쪽엔 별 관심이 없어서 속도가 매우 느립니다. 놈들은 틀림없이 대피가 끝나기 전에 운송을 시작할 겁니다. 덧붙여 이 화물은 이미 도시 어딘가에 주차되어 있습니다."
 "뭐야? 경찰이 그것도 안 찾아놓고 다 튀었단 말이야? 한심하구만."

 맥크리가 혀를 차면서 말했다.

 "그럼 이거 여기까지 오기 전에 터뜨리면 안 돼요?"

 디바가 손으로 권총을 쏘는 시늉을 하면서 물었다.

 "그랬다간 더 큰 재앙이 벌어질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적들도 생각이 있다면 화물을 그리 호락호락하게 내주진 않을 겁니다. 놈들은 화물이 있는 곳에 반드시 나타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우선은 따로 흩어져서 적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어야 합니다. 적을 발견하거든 단독으로 상대하지 마시고 저희에게 먼저 알려주셔야 합니다. 시간이 없으니 당장 시작하겠습니다. 통신기로 순찰 구역을 배정해드리겠습니다."

 윈스턴은 설명을 마치자마자 앞장서서 대기실을 나섰다. 겐지가 그의 뒤를 바짝 쫓았다. 윈스턴은 겐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겐지 씨, 전 적들이 어떤 요원을 고용했는지 대충 짐작하고 있습니다. 제 생각엔 당신이 여기에 온 것도 그것과 연관이 있을 것 같습니다만."

 "네 생각이 맞아. 하지만 사사로운 감정 때문에 임무를 그르칠 일은 없을 거다."

 겐지는 윈스턴을 지나쳐 전속력으로 뛰쳐나갔다. 윈스턴의 곁에서 디바가 입을 헤 벌린 채로 겐지가 달리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와, 진짜 빠르네. 언니랑 저 사람 중에 누가 더 빨라요?"
 "당연히 나지. 여유가 생기면 한 번 지켜보라고. 속도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을 자신 있으니까."

 트레이서가 양손에 펄스 권총을 움켜쥐면서 말했다. 디바는 트레이서가 지나다니는 곳마다 공기가 일렁거리는 것만을 보았다. 트레이서는 어느새 공장 밖으로 나가 겐지와는 반대편으로 건물들의 옥상을 누비고 다녔다.

 "가까이서 보니까 정말 게임에서 보던 고릴라 같아요."

 디바가 로봇에 탑승하면서 말했다.

 "뭐, 자주 듣는 말이죠."

 윈스턴은 공장의 천장에 닿을 정도로 높이 뛰어올라 단숨에 디바가 쓰러뜨렸던 표지판에 착지했다. 메르시는 천사처럼 날개를 활짝 펼친 뒤에 윈스턴의 머리 위를 날아다녔다. 바가 조종간을 부여잡고 윈스턴이 지나간 경로를 그대로 따라갔다. 무전기에서 사령부의 간섭이 끊이질 않았지만, 그녀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다들 한 속도 하는걸? 나도 질 수 없지."

 맥크리는 새로운 시가를 꺼내 들고 고개를 내저으면서 홀로 느긋하게 걸어갔다.

 "이거 또 나만 뚜벅이 신세로군."

 맥크리가 씁쓸하게 말했다.

 

 리퍼는 텅 빈 성당에서 팔짱을 끼고 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입구에 그대로 방치된 이층 버스 뒤로 그에겐 더할 나위 없이 역겨운 몬다타의 동상이 보였다. 리퍼는 기회가 된다면 동상을 터뜨리고 싶었다. 한때 옴닉과 피 튀기는 전쟁을 벌였던 그로선 인간과 옴닉의 조화는 상상하고 싶지도 않은 악몽 그 자체였다. 이제는 인간이든 옴닉이든 무엇을 죽이더라도 상관없는 신세였지만 그는 여전히 옴닉을 이 세상에서 완전히 쓸어버리고 싶었다.

 "뭘 그렇게 쳐다보고 있어?"

 위도우메이커가 저격총의 조준경을 점검하면서 물었다. 그녀는 이번에도 죽음과 관련된 리퍼의 헛소리를 듣게 되리라고 생각했다.

 "저 망할 동상을 부숴버리고 싶군."

 리퍼가 기분 나쁜 웃음소리를 내면서 말했다. 위도우메이커로선 적어도 이해할 수 있는 말이라도 들은 게 다행이었다.

 "저 동상의 주인공을 내가 처리했었지. 내가 한 저격 중에 가장 스릴 있었는데 말이야."

 "사방팔방에 흔적만 잔뜩 남겨놓은 그 형편없는 암살 말인가?"

 한조가 이 층으로 올라오면서 말했다. 리퍼에겐 오른쪽 상반신의 용 문신을 드러낸 한조의 복장이 유치하기 짝이 없었다. 자신이 멀쩡하던 시절에 가졌던 날카로운 눈매가 비슷한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위도우메이커의 편을 들어줄 생각은 없었다. 위도우메이커는 저격총을 짊어지고 한조에게 다가갔다.

 "적어도 입만 살아 있는 너보단 잘했다고 생각하는데."

 "아니, 나였으면 쥐도 새도 모르게 처리했을 거다. 이제부터 내가 진짜 저격이 뭔지 보여주지."

 "하, 적당히 돈이나 챙기러 온 주제에. 내가 처리하는 동안에 넌 얌전히 화물이나 옮기고 있어."

 리퍼는 둘의 말다툼을 피해 일 층으로 내려갔다. 그러나 그곳에선 더 소란스러운 환경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크랫이 탁자 위에 케이크 모양으로 다이너마이트들을 쌓아놓고 한쪽 눈을 찡그린 채로 젠가를 하듯 밑에서부터 하나씩 빼내고 있었다. 그가 다이너마이트를 하나 빼고 나면 맞은편에서 로드호그가 망설임 없이 다른 다이너마이트를 빼냈다. 정크랫은 자기 차례에서 다이너마이트를 무너뜨리고 말았다. 정크랫이 손을 머리 위로 올리고 박수를 쳐댔다. 로드호그는 미동도 보이지 않았다. 그가 방독면 안에서 내쉬는 숨을 따라 남산만 한 뱃살이 풍선처럼 부풀었다가 꺼지기를 반복했다.

 "아, 아까워라! 이번엔 내가 이길 수 있었는데!"

 정크랫은 킥킥거리면서 다이너마이트를 다시 쌓기 시작했다. 그는 커피 머신에 있던 머그컵을 빼내 홀짝 들이켜고는 독이라도 먹은 듯 바닥에 침을 뱉었다.

 "퉤퉤, 누가 이런 똥물을 타놨담. 아, 플랫 화이트 한 잔이면 기분 딱 좋을 것 같은데. 어이, 거기 가면 속의 미치광이! 우리랑 같이 놀지 않을래?"
 "시끄러운 쓰레기들 같으니."
 리퍼가 등을 돌리면서 말했다. 정크랫은 갑자기 굳어진 얼굴로 리퍼의 눈앞에 성큼성큼 걸어갔다.

 "날 쓰레기라고 부르는 건 상관없지만 내 친구까지 그렇게 부르는 건 용서 못 해!"

 "똑같은 쓰레기촌에서 나온 주제에 뭘 따지고 있어? 죽고 싶지 않으면 닥치고 있어."

 정크랫은 다이너마이트를 하나 집어 들고 심지에 불을 붙이려고 했다. 로드호그는 멀뚱히 쳐다보기만 하다가 갈고리로 다이너마이트를 잡아채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정크랫은 씩씩거리면서 자리로 돌아왔다.

 "쟤가 또 시비 걸면 그땐 나 말리지 마. 나 화나면 물불 안 가리는 거 알지?"
 "돈 받고 싶으면 사고 치지 말고 얌전히 있어."

 로드호그가 다이너마이트를 돌려주면서 말했다. 그러자 정크랫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다이너마이트 탑을 쌓는데 몰입했다. 그는 잠시도 쉬지 않고 입을 놀렸다.

 "그래, 더 많은 폭탄을 마련하려면 역시 돈이 필요하지. 언제 한 번 네 식비도 정산해야 하는데 말이야. 그나저나 이번 임무 마음에 들지 않아? 폭탄을 옮겨서 팡하고 터뜨리라니! 정말 간편하고 끝내주는 목표야! 그거 한 방이면 여기 옴닉들도 전부 터지겠지? 아, 거기다가도 폭탄 붙여놨으면 좋겠어. 밤하늘 아래에서 보면 끝내주는 불꽃놀이처럼 보일 거야!"

 "닥쳐."

 로드호그가 먼저 다이너마이트를 빼내면서 말했다. 위도우메이커는 한조와의 말다툼을 마치고 일층으로 내려왔다. 그녀는 커피 머신을 확인하다가 컵에 정크랫이 입을 댄 흔적을 보고 얼굴을 찡그린 채 지도가 띄워져 있는 전광판으로 걸어갔다. 지도 앞에서 시메트라가 허공에 빛으로 다양한 조형물을 그려내고 있었다. 위도우메이커는 문득 그녀와는 말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너 같이 유명한 건축가가 뭐하러 여기 나온 거지?"

 위도우메이커가 물었다. 시메트라는 그녀를 흘깃 쳐다보고 다시 조형물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비슈카르에선 이곳의 옴닉들을 정리하는 게 질서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어요. 당신들이 어떤 사람이고 무슨 짓을 하건 간에 전 임무에만 집중할 거예요."

 "이봐, 난 그저 물어봤을 뿐이야. 그렇게 성실하게 일하고 싶으면 블록 놀이는 그만두고 준비해."

 위도우메이커는 정크랫과 로드호그에게 붉은 빛이 나는 동전 모양의 기기를 던져주었다. 로드호그는 한 번에 받아챘지만 정크랫은 호들갑을 떨면서 기기를 손과 손 사이로 던지고 놀았다.

 "이거 신형 폭탄인가?"

 정크랫이 물었다. 위도우메이커는 욕을 해주려던 걸 억지로 참았다.

 "화물에 반응하는 자기장 생성기야. 그걸 몸에 붙이고 있으면 화물이 알아서 따라올 거야. 고장나지 않게 조심해. 맨살에 붙이지도 말고!"

 정크랫이 자기 배꼽에 기기를 붙이려는 걸 보고 위도우메이커가 소리쳤다. 정크랫은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허리띠 안쪽에 기기를 붙였다.

 "그런데 나 폭탄 막 날려도 돼? 일부러 화물을 터뜨리고 싶진 않은데."

 "화물엔 방벽이 쳐져 있어. 네가 들고 있는 걸 전부 들이부어도 꿈쩍도 안 할 거야. 그렇다고 일부러 던질 생각은 하지 마."

 위도우메이커가 저격총으로 정크랫이 들고 있는 다이너마이트를 가리키면서 경고했다.

 "참 끝내주는 팀이군."

 리퍼가 길게 한숨을 내쉬면서 중얼거렸다. 그는 최대한 빨리 이번 임무를 끝내고 이 한심한 고용인들과 헤어지고 싶었다. 리퍼는 마지막으로 시계를 보고 나서 로브에서 헬파이어 샷건을 꺼내 들었다. 그가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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