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빛을 몰아내고 하늘을 독차지했다. 그 사이에는 조그마한 불씨조차도 발을 들일수 없게 촘촘히 어둠이 박혀있었다. 그런 하늘아래, 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는 골목길 끝에 위치한 카페. 그곳이 오늘, 치글러가 화장실에서 정신을 잃기 2주전, 아멜리와 그녀의 보스가 만나기로 한 장소였다.

  오른쪽 끝, 카운터에서도 제대로 보이지 않은 자리쪽에 아멜리가 앉아있었다. 그녀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앞에 놓인 커피를 이리저리 흔들기만 했다. 곧 이어 딸랑- 거리는 소리와 함께 체격이 큰 남자가 서류가방을 하나 들고 카페에 들어왔다. 그는 종업원에게 주문도 하지 않은채 걸어오더니, 아멜리 앞에 의자를 빼고 앉았다.

" 드디어 왔군요 보스. "

아멜리가 커피잔을 구석으로 치우며 남자에게 말했다. 남자는 미안하다면서 가방을 열어 테이블에 서류들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서류들은 모두 두꺼운 파일안에 정리가 되어있었는데, 그 파일 표지에는 [ project lucifer ] 라는 글씨가 빨간색으로 크게 써져있었다. 아멜리도 처음보는 프로젝트 명이었다. 그녀가 의아한 얼굴로 남자를 쳐다보니, 남자는 안경을 치켜올리며 말을 꺼냈다.

" 루시퍼... 라고 아나? 타락천사야. 원래는 신에게 가장 총명받던 천사였지만 타락해 권력의 달콤함에 빠져 지옥으로 떨어진, 지옥의 천사지. "

" 그래서요?  "

아직까지 남자의 의도를 다 파악하지 못한 아멜리는 계속 되물었다. 남자는 파일을 열어 첫 장을 그녀에게 보여줬다. 치글러의 신분정보가 담긴 자료였다. 아멜리는 잠시 사진을 유심히 보더니 손가락으로 사진을 가르켰다.

" 이 여자가 죽일사람 인건가요? "

" 아니. 이번에 너에게 부탁할건 사람을 죽이는게 아니야. "

아멜리는 냉혹한 킬러였다. ' 위도우메이커 ' 라는 악명을 떨치며 모든 타겟을 한번에 보내버리는 가차없는 히트맨. 그런 그녀에게 살인과 암살 이외의 명령은 전혀없었다. 자신에게 떨어진 새로운 국면에 아멜리는 고개를 갸웃했다.

" 앙겔라 치글러. 오버워치의 수호천사라지? 하지만 그 수호천사가 타락한다면? 오버워치를 지키고 사람들을 치료해야될 그녀가 오버워치를 파괴하는데 앞장선다면? 그건 탈론 요원 몇백명을 보내는것 보다 더 큰 파장일거야. 그들은 쉽게 자신의 동료를 죽이지 못할테고, 죽여야만 할 순간에 망설이겠지. 하지만, 앙겔라의 머리속에는 오버워치의 파괴만이 가득하다면 그 허점을 노리겠지. 그렇게되면 속수무책으로 우리를, 아니 인류전체를 위협하던 단체는 사라지겠지. "

" 그래서 그녀를 어쩌자는건데요? "

아멜리는 정신개조로 만들어진 킬러다. 아무래도 그녀의 개조된 정신에는 지성은 없었는지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남자는 깊게 한숨을 내쉬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 정신개조. 그녀가 가장 힘들어보일때 납치해 와. 심리가 가장 불안정할때 조작하기가 제일 쉬운거다. 너가 그녀를 납치해오면 그녀를 우리의 루시퍼로 만들면 되는거야.그녀가 날이 서린 칼이 되도록 깎아내는거야. "

" 꼭 그렇게 까지 해야되는겁니까? 그냥 사령관이나 부사령관을 암살하면 될것을. "

그러면서 아멜리가 자신의 옆에 놓은 가죽 케이스를 가르켰다. 자신의 총이 들어있는 케이스. 피와 살육을 즐기는 그녀에게 심리를 이용한, 자신이 직접 살인에 참여하지 않는 작전은 머리속에 잘 박히지 못했다.

" 너는 순식간에 사람을 죽이지. 죽음이라는 것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총에 맞은 죽음은 그게 끝이야. 1초도 안되는 시간에 모든게 막을 내리고 말지. 하지만 칼이라는건, 사람의 심리라는건 총만큼의 살상력은 없지만 상처를 내. 아물지 않는, 건들면 건들수록 더욱 깊어지는 그런 상처. 그건 오래간다. 오히려 빠르게 맞이하는 죽음보다 더 큰 고통을 수반하면서. 그들을 죽이지 않는다는게 아니야. 천천히, 자신들도 모를새에 조금씩 죽여나가겠다는거지. "

" 그게 탈론의 최종결정이다. 아멜리. "

아직도 아무말도 못하는 아멜리에게 남자가 말했다. 아멜리는 탈론이라는 말에 정신을 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신개조의 효과가 대단한 모양이었다. 탈론이라는 말 한마디에도 그녀 몸에 있는 모든세포가 잠에서 깨어난 기분을 아멜리는 느꼈다.

" 시간은 얼마나 필요하지 아멜리? "

앉아서 자신의 다음말을 기달리고 있는 아멜리에게 남자가 물었다. 그녀는 옆에 있던 가죽케이스를 들고 남자 옆을 지나가며 조용히 속삭였다.

" 2주. "

" 그래 아멜리. 그대와 인류에게 평화가 있기를. "

아멜리는 마지막 말에 대답을 하지않은채 케이스를 뒤로매고 카페에서 나왔다. 타겟을, 아니 타겟을 힘들게 할 만할 약점을 먼저 찾아야했다. 그녀는 휴대폰 연락처를 천천히 내리더니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 가브리엘. 당신의 도움이 좀 필요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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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아멜리는 그녀를 납치하는데 성공했다. 자신이 쓰던 독가스를 개량해 그녀를 재운다음 여유롭게 돌아왔다. 남자는 환호하며 정신을 잃은 치글러를 침대에 올려뒀다. 침대 밑에 있는 버튼을 누르자 치글러의 팔, 다리로 움직이지 못하게 철덩이가 씌워졌다. 차갑고 소름이 돋게하는 금속의 느낌에 치글러가 깼다. 자신이 어디있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하며 자신을 바라보고만 있는 아멜리를 쏘아보았다. 아멜리는 치글러의 눈빛을 고개를 돌려 무시했고, 남자가 다가가 자신에게로 치글러의 얼굴을 돌렸다.

" 날 봐야지. 앙겔라 치글러... 박사님 맞지? "

그러고선 치글러의 눈을 고정시켰다. 깜빡이거나 감지 못하도록 줄을 연결해 시선을 그녀 앞에 있던 화면에 집중시켰다. 그러고선 남자가 치글러를 다시 바라보며 말을 건넸다. 그 말을 듣고 치글러는 심연속으로, 한없이 두려운 공포속으로 빠져들었다.

" 같은 의사니까. 더욱 진보할 인간을 위해 희생하는거 정도는 가능하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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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올린 1화 정말 많은 분들이 봐주신거 정말 고맙습니다 ㅠㅠㅠ 이제부터 본격적인 이야기 시작이니까요 더 재밌게 봐주세요! ( 섬네일은 알아보기 쉽게 예전에 쓰던걸로 계속 쓸게요! ) 추천과 댓글은 큰힘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