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발고양이 | 2018-04-04 21:25 | 조회: 1,440 |
쾅!
통로를 막고 있던 잔해들이 얼음벽으로 들여 올려졌다. 얼음벽으로 대충 세워진 통로는 사람 한두명이 움직이기엔 큰 무리가 없는 크기였기에 하나와 메이는 충분히 지나올 수 있었다.
“콜록콜록. 아무리 생각해도 이 유적은 너무 먼지가 많은 것 같아요.”
“뭐, 옴닉 사태 이후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으니까요.”
“그런 걸 생각해도 너무 많은 걸요. 아누비스 신전도 이정도는 아니였는데. 여기는 정글이면서 이게 뭐람.”
하나는 손사래를 치며 먼지를 털어내면서 불평했다. 메이 역시 마스크로 입을 가리면서 말했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유적의 중심 부에요. 여기선 오른쪽으로.”
“이제야 슬슬 끝이 보이네…”
하나는 자신의 권총을 빙글빙글 돌리면서 손전등을 들고 앞서 나갔다. 딱히 아무런 적도 나타나지 않는 유적. 보이는 것이라고는 끊임없는 돌벽과 곳곳에 자라난 식물들 뿐이면서 복잡하기는 미로처럼 복잡해서 계속 지루해 하던 참이었다.
“오! 메이 언니. 저기 보여요!”
“그러...”
코너를 돌자 보이는 장소는 유적 안 이라고 생각하기 힘든 넓은 광장. 오랜 시간이 지나 색이 바랜 돌벽은 푸른 넝쿨들이 뒤덮고 있었고, 무너진 천장에서 간간히 내려오는 햇빛이 유적안을 밝히고 있었다. 넓은 광장 안에는 긴 길과 그 양 옆을 지키는 – 이제는 무너져서 형체도 알아보기 힘든 – 석상들이 보였고, 그 끝에는 그녀들이 찾고 있던 상자가 보였다. 그러나 동시에 그들에게 보인 것은
수많은 전쟁 옴닉 – 바스티온 - 개체들.
들고 있던 손전등이 떨어졌다.
“메카 가동!”
하나는 빠르게 메카를 호출하였다. 그리고 자동 방어 매트릭스를 전개. 바스티온의 공격을 막을 준비를 했다. 그러나…
“공격이 안 와?!”
“아니, 그보다는 모두 없어진 바스티온들이 왜 여기 있죠?”
두 사람 모두 당황해서 소리쳤다. 이미 모두 망가져서 없어졌다고 알려진 바스티온 개체 – 오버워치의 별난 바스티온을 빼고는 – 들이 수십 체나 있는 것이었다. 다행히도 모두 활동을 중지한 것인지, 수많은 바스티온들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다행이네요. 지금 상황에선 피하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못 했을 텐데.”
“설구가 있으면 다 얼릴 수 있지 않아요?”
“설구도 격추 당하면 작동 중지되거든요.”
바스티온 모두가 기동 중지되었음을 확인한 둘은 안심했다. 메이는 전등을 다시 들었고 하나는 다시 상자를 향해 걸어갔다. 물론 바스티온이 조금이라도 행동을 개시하면 대처할 수 있게 경계하며 걸어갔다. 다행히 그들이 상자에 다다를 때까지 하나의 바스티온 조차 움직이지 않았다.
“내가 엄호할 테니, 얼른 상자 안을 챙겨요.”
“알았어요.”
메이가 상자를 열려고 낑낑댈 동안, 하나는 바스티온들을 예의 주시했다. 여전히 바스티온들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완전히 가동중지 했나 보네. 하나만 있어도 무시무시한 바스티온들이 수십마리나 있다니. 전투옴닉이…
순간, 잊고 싶은 기억이 떠올랐다. 바다에서 솟아난 거대한 옴닉 괴물. 옴닉이 쏟아내는 어마어마한 수의 미사일들. 그리고 그 미사일이 향하는 곳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
으레 이 기억을 떠올릴 때 마다, 절망감에 정신이 아득해 졌다.
아니야.
하나는 고개를 휘저으면서 기억을 잊기 위해 노력했다.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정신을 다잡기 위해 안간힘을 썻다. 저 바스티온은 전혀 위험하지 않아. 다 가동중지 했다고.
그러나 문제는 다른 곳에서 나타났다.
“…아무것도 없어요!”
“네?”
없다니? 그들이 찾는 것은 분명히 여기 있을 터였다. 오버워치가 찾은 수많은 증거들이 가리키는 유일한 유적인데?
“어머, 혹시 이거 찾는 거야?”
갑자기, 아무도 없던 바스티온들의 사이에서, 또 다른 사람이 나타났다. 그들이 찾던 상자 속 유물을 들고는.
“솜브라!”
“어머, 내 이름을 알다니. 영광인데 디바양. 그래도 너무 막 부르는 거 아니야?”
"그럼 아줌마라 불러줄까?"
"아줌마라니. 아직 어린게 까부는군."
하나와 메이, 그리고 솜브라는 동시에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었다. 그러나 양쪽 다 함부로 공격을 시작하지는 않았다. 솜브라에게는 저 유물이 있고, 하나에게는 방어 매트릭스가 있으므로.
“뭘 믿고 그렇게 여유 만만이야? 아무리 그래도 지금 2대 1이라고.”
“글쎄... 왜 일까?”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솜브라는 여유만만하게 웃었다. 그 웃음이 너무나도 불쾌해서, 하나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근데…산수가 잘 못 된 거 아냐?”
솜브라는 키득키득 웃으면서 여유롭게 바스티온 사이를 걸어 다녔다. 솜브라를 경계하며 하나와 메이는 조금씩 거리를 좁혔다.
“무슨 소리인지. 당신이 혼자라는 건 잘 알고 있어요. 다른 탈론들은 우리 오버워치가 모두 감시하고 있다고요.”
“하! 탈론이라. 모르나 본데, 탈론 말고도 나에겐 친구들이 많아.”
솜브라는 천천히 소총을 내리며 말 했다.
“예를 들면 주위의 이 친구들 말이지…”
“...?”
“메이 언니. 솜브라를 막아요!”
오싹. 하나는 무슨 일이 벌어지려 하는지 알기도 전에, 위험을 감지했다. 그 어떤 프로게이머도 따라올 수 없는 그녀의 직감과 반사신경. 그러나
“늦었어! EMP 발동!”
솜브라의 해킹이 광범위하게 작렬. 순간, 하나의 메카의 대부분의 기능이 상실되었다.
부스터 비활성화. 자동 격추 매트릭스 비활성화. 자폭 시스템 비활성화.
아마 메이의 도구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그럼, 내 친구들이랑 잘 놀라고. 이쁜 꼬맹이들.”
솜브라가 위치변환기로 사라진 후, 남은 것은.
해킹 당해 가동을 시작한 수많은 바스티온들.
수없이 많은 바스티온들이 가동을 시작하자, 잊고 싶었던, 잊으면 안되는 과거가 떠올랐다.
미친듯이 격추했었다. 남은 디바 개체는 그녀 혼자. 아직 업그레이드 되지 않아, 모두 수동으로 조작해야 하는 방어 매트릭스. 거대 옴닉이 쏟아내는 끊임없는 절망 속에서, 그녀의 메카는 하나의 빛이였다. 눈앞에 보이는 모든 범위를 커버하며, 그녀는 사람들을 지켰다. 그러나 수천개의 미사일에 비해, 그녀의 손은 2개 뿐. 빛은 한줄기 뿐이었다.
“안돼!”
미사일은 곳곳을 격추하고, 건물은 붕괴하고, 비명이 곳곳에서 들려왔다. 이곳은 지옥일까. 그녀는 디바. 모두를 지키기 위해 훈련된, 영웅. 그러나 그곳에서 그녀는, 디바가 아닌 하나, 한 명의 소녀일 뿐이었다. 할 수 있는 것은 그녀 몸 하나 건사하는 것 뿐인. 그리고 그녀는 홀로, 살아남았다.
피가 차갑게 식고 절망이 그녀를 뒤덮었다.
불가능해.
수많은 바스티온들. 바스티온 하나가 쏟아내는 탄막은 그녀가 익히 잘 알고 있었다. 자동격추 시스템마저 간간히 뚫고 오는 바스티온의 공격. 하물며 수십의 바스티온은? 그 때보다, 더 절망적인 상황.
그 순간, 그녀는 다시금 옛 기억이 떠올랐다. 홀로 살아남아서, 그 잔해 안에서, 눈물을 흘리며 했던 다짐.
다시는 누구도 내 앞에서 다치는 일은 없게 할거야.
나는 디바. 모두를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
“언니 설구를 고쳐요! 내가 막고 을 게요!”
“하나? 당신도 메카가 정상이 아니…”
쿵. 쿵.
하나는, 디바는 메이의 앞을 막아 섰다. 수십 체의 바스티온에게 맞서서.
“나는 디바. 내 역할은, 누군가를 지키는 것.”
“…알았어요! 조금만 버텨줘요!”
메이는 정신을 차렸다. 송하나의 뒤에서, 디바를 믿고는 즉시 기능 정지한 설구를 고치기 시작했다. 그런 메이를 뒤에 둔 하나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할 수 있어.
넷 들이쉬고 넷 내쉬고.
생애 첫 우승, 그 때 그녀가 되뇌었던 마법의 주문.
수십, 적어도 오십이 넘는 바스티온들의 안광이, 붉게 물들었다.
셋 들이쉬고 셋 내쉬고.
하나의 피는, 차갑게 식었다. 하지만 이것은 절망이 아니다.
그들의 기계적인 본능으로, 프로그래밍 된 대로, 가장 가까운 거리의 인간을 인식.
둘 들이쉬고 둘 내쉬고.
그리고 디바의 손은, 수동 격추 시스템(방어 매트릭스)을 활성화.
가장 가까운 적. 디바. 수십 체의 바스티온들이 동시에 디바를 인식하고.
하나 들이쉬고.
기이잉. 철컥.
동시에 경계모드 활성화.
하나 내쉬고.
투두두두두두!
수백개의 탄환이 탄막을 형성하여 디바를 향해 쇄도한다.
게임 시작.
그 순간, 디바의 세상은 말 그대로 느려졌다. 음속의 3배에 육박하는 속도로 날아오는 수천개의 총알들. 그러나 그녀에게 있어서 마치 슬로우 비디오와 같았다. 만물의 시간이 멈춰 있을 때, 홀로 춤추는 디바. 가장 먼저 날아오는 총알 격추, 그 다음 총알 격추, 그 다음 총알 격추, 그다음, 그다음, 그다음, 그다음……
바스티온들의 개틀링건은 기계적이면서도 정확한 공격을 내뿜는다. 셀 수도 없는 탄환의 궤도. 그러나 송하나, 디바는,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수천개의 총알의 궤도를 읽는다.
더 빨리. 더 정확히. 더. 더.
하나를 격추하면 그 다음을, 또 그 다음을. 지금 그녀의 눈은 모든 총알을 인식하고, 그녀의 손은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빠르게, 동시에 정확하게, 인식한 총알들을 격추한다. 그야말로 디바, 전설의 프로게이머의 컨트롤. 그럼에도 미처 반응하지 못한 총알들이 그녀의 뺨을 스치고, 팔을 꿰뚫고, 메카를 부순다. 하지만 그녀의 세계에서는, 고통조차 잠시 멈춘다. 지금 당장 내가 할 일은, 메이를 지키는 것.
몇 초, 또는 어쩌면, 디바 그녀에게 있어서는 마치 몇 시간과도 같은 시간이 지났을 때, 동시에 불을 뿜던 바스티온의 총열은 또한 동시에 멈추었다. 탄창을 갈기 시작하는 바스티온. 동시에, 그녀의 세상도 다시 제자리의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언니, 지금!”
“알았어요!”
메이는 설구를 던졌다. 바스티온이 탄약을 보충할 때의 속도는 2초. 다행히 같은 오버워치 소속의 특별한 그 옴닉 덕분에 그녀 둘 모두 알고 있었다. 그리고 2초는, 설구에게 모든 것을 얼려 버리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바스티온들의 시간은 다시 멈추었다.
“…이상 보고를 마칩니다.”
하나는 모리슨 사령관에게 보고를 끝 마쳤다.
“…알았다. 둘 모두 치글러 박사에게 가서 치료를 끝 마치도록.”
““알겠습니다.””
두 사람이 나가고 나서, 모리슨은 확신했다.
“…분명 우리 오버워치에 누군가 첩자가 있어…”
by 세발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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