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버전 작성입니다.


-나름의 레포트에 가까우니 주의하시고 읽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제 개인적 사견입니다.


-오버워치와 오버워치 리그에 관한 진지함을 가지고 썼습니다. 비교적 장문이니 유념해주세요.


-요약은 하지 않았습니다.




1. 메르시 논란을 통해 알아야 하는 것 ; 누구의 책임인가


플레이할 수 있는 캐릭터가 다양한 게임이 '밸런스가 좋은 게임'이라고 칭해진다는 것은 즉, '성능이 떨어지는 캐릭터에게도 캐리(승리)를 기대할 수 있다'라는 말이다. 이는 성능이 떨어지는 캐릭터가 지닌 포텐셜이 0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반대로, '성능이 우수한 캐릭터에게도 캐리(승리)를 기대할 수 없다'라고도 말할 수 있다. 메르시 논쟁이 화두가 되었던 것은 후자의 문제이다. 아무리 캐릭터의 성능이 좋아도, 그 캐릭터 없이 한 판의 게임을 이기기 힘든 수준이라면 뭔가 문제가 있음은 자명하다.


결국 문제는 유저들에게 이 캐릭터를 '쥐어준 자'에게 있다. 메르시는 오버워치의 캐릭터 풀을 구성하는 하나의 캐릭터이고, 이를 두고 원챔 플레이어 개인에게 전적으로 책임을 돌리는 것은 온당치 않다. 메르시 원챔이 고티어로 이어질 수 있다면 이는 제프 카플란이 말하듯 완전한 개인의 선택이다. 설령 힐러에 대한 점수 보정이 존재한다 해도 게임이 제대로 된 시스템으로 돌아간다면 큰 문제로 대두되지 않았을 것이다. 힐러 유저는 딜러 유저에 비해 항상 부족하고, 만약 보정치가 없다면 고랭크는 6딜러 칼픽의 지옥일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게임이 '정상적인 밸런스를 가지고 있다'는 전제 아래에서 말이다.


블리자드는 '개인성'에 대한 유저들의 이해를 원한다. '원챔' 역시 그들의 인식에서 합당하고 블리자드에게 갈등은 개인과 개인의 차이로써 해결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의 경우에서도, 합의점을 찾는 것은 법적인 제재, 윤리와 규범 그리고 개인 사이의 서로존중 등 많은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때문에 사회에는 중간자의 역할이 중요한 때가 많은데, 블리자드는 이 조율자로서의 역할을 잘 해내고 있는가?




2. 중간 조율자 ;  리그 오브 레전드를 통해 본 밸런싱 문제


오버워치 시스템의 문제는 제프 카플란 본인이 현 밸런싱 논란이 본인, 혹은 블리자드 개발 부문의 문제인 것을 깔끔하게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앞서 말한 '중간 조율자'로서 블리자드의 역할은 게임 내에서의 인프라와 선택지의 지원 역시 포함한다.  


열심히 일하고 있을 그들을 비판하고 싶지 않으나 현재의 밸런스 문제는 결국 '캐릭터 폭'의 문제이다. 제프가 이야기하듯 유저들이 스스로 머리를 굴려 해결 방안을 찾으려면 적어도 많은 선택지 안에서 연구되어야 마땅하다. 허나 오버워치의 캐릭터 폭은-유저들 내부에서의 연구를 통한-자연스러운 밸런싱으로 이어지기에는 너무나 협소하다.


딱히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를 논하고 싶지 않지만, 롤은 다른 장르의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밸런스 문제를 단순하게 풀어냈다. 바로 챔피언 숫자를 빠르게 늘리는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어떤 챔피언은 상당 기간 사장되고 어떤 캐릭터는 '씹op'화 되기도 하지만 롤 해설자들이 말하듯, 어떤 방식으로든 '메타는 돌고 돈다'. 다만 이 돌고 도는 메타의 전제는 앞서 말했듯 다양하고 넓은 챔피언 폭에서 비롯된다.


'씹op'의 카운터 픽과 파훼법 찾기는 다양한 챔피언의 비교 연구와 실험을 통해 이뤄지고, 이는 상당 부분 데이터베이스화 되어 롤 인벤 혹은 유저들의 인식과 플레이에 남는다. 때문에 한 챔피언이 상당 기간 쓰레기 취급을 받아도 때로는 특정 대세 챔피언의 카운터로 떠오를 때도 있고, 연구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상당수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쉽(이하 롤드컵)에서 대세 챔피언이 밴이 되어도 어느 정도 대체할 수 있는 챔피언, 극렬한 카운터픽 챔피언, 온전히 팀의 플레이스타일에 맞춘 챔피언 등 다양한 전술적 선택지로 나타난다. 심지어 총 10명의 챔피언을 밴하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물론 오버워치에 롤만큼의 챔피언이 필요하다고 생각치는 않고, 또 필자는 3D 모델링 등 테크놀로지적 부분에서는 문외한이기 때문에 오버워치 캐릭터를 구상하고 만드는 기간이 롤의 챔피언이 만들어지는 기간보다 얼마나 더 소모되는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결국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일지도 모를 일이다.  



3. 오버워치 리그의 발전을 위해 ; 축구를 통해 본 지향점


오버워치 리그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챔피언 폭의 증가는 중요하다. 일단 트겐윈디메젠을 필두로 한 돌진 메타의 틀에서-위도우와 정크랫이 떠오르기는 했으나-빠른 시간 내에 돌진 메타의 다음을 찾아낼 수 없다면 리그 시즌2,3  역시 현재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어쩌면 그 이후에도 똑같을 수 있다.  


축구의 사례에서 본다면, 21세기에 들어 축구의 역사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전술은 바르셀로나의 '티키타카'였다. 정작 창시자인 과르디올라 감독은 이 말을 극혐한다고 하지만 '티키타카'는 바르셀로나를 무너뜨리기 위한 다양한 전술의 발전을 가져왔다. 오버워치의 경우에서 본다면, 비록 한 팀만의 전유물은 아니지만 현 돌진 메타는 상당 부분 파훼해야 할 티키타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티키타카의 파훼를 위해 주제 무리뉴는 갖은 비난에도 불구하고, 안티풋볼스러운 극단적 수비라인과 역습을 선보인다. 당시 도르트문트 감독이었던 위르겐 클롭은 활동량과 압박을 통한 게겐 프레싱을 보여줬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디에고 시메오네는 두 줄 수비에 이은 재빠른 공수전환을 선택했다. 이는 곧 그들의 팀과 감독의 색깔을 결정하는 것 뿐 아니라 성적면에서도 좋은 결과와 전술의 발전을 가져왔다.  


곧, 오버워치가 본격적인 스포츠화를 꾀하는 지금 팀 단위 스포츠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각 팀들의 다양한 플레이스타일이다. 유니폼과 상징색은 단지 시각적 효과에 불과하다. 또한 축빠들이 엘 클라시코에 흥분하는 것은 마냥 그 팀의 메시, 호날두같은 스타들 때문만은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다양한 색깔을 가진 11명의 선수들이 공격에 강하든, 수비에 강하든 하나의 색깔을 내는 것에 매료되기도 한다. 


이 '팀색'은 지금과 같은 좁은 캐릭터 폭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롤만큼 두 달에 한 번 캐릭터를 뽑아내거나, 메르시 뺨치는 새로운 op 캐릭터를 만들어 대세 메타를 완전히 없애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적어도 무협지에서처럼 정파 메타 뿐 아니라 사파 메타도 꽤 세고, 인도 어디 즈음에 있는 밀교식 메타도 정파식 메타를 상대하는데 있어 '충분하게' 팀 색깔적인 이득을 취할 수 있다는 보장을 줘야한다는 것이다.     


어쨌든 블리자드는 마이너한 문화였던 게임을-서양권의 기준에서-어느 정도 수준의 메이저 문화로 만들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거대 자본의 투입을 통해 홍보 부문에서 어느 정도의 성과를 얻으리라 생각하지만, 비주류 문화가 일상적인 문화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블리자드의 철학답게) 더 많은 다양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일상적 문화를 살펴보았을 때, 새로 유입되는 물이든 고인 물이든 각자의 다양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마이너한 문화에서 머무르는 수준이라면 별 상관없겠지만, 블리자드는 이미 크게 방향을 틀었고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다. 자본의 힘으로 개발 부문에 힘을 더 실어주든, 어떤 방식이든간에 오버워치에는 적극적인 변화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