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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맡에 놓아놨던 휴대폰에서 알람소리가 들린다.

수요일이다. 이제야 겨우 수요일이다.



휴대폰에서 울리는 알람을 끄고 퍼드가이드를 확인한다.

오늘의 게릴라는 루비초킹, 11시 17시 게릴라던전과 22시에 성보가 열린다고 한다.

'아, 적소 레벨업 해야하는데..'


하필 가장 바쁜시간이다. 점심시간전과, 퇴근시간 전. 부스스한 머리를 긁적거리며 퍼드를 킨다.

스테미너는 140/140. 피곤함에 사용하지도 못 한 스테미너가 눈에 아른거린다.



던전을 돌고 가고싶지만 아침부터 부장에게 구박당할 생각을 하니 피곤하다.

세수를하고 출근할 준비를 한다.




지금 나가면 출근시간 보다 조금 빨리 도착하지만, 먼저 길을 나서기로 한다.

빨리 나와서 지하철에 올라타, 자리에 앉아서 강림던전을 돌고 싶은 마음에 발걸음이 급해진다.


길을 가며 오늘의 하루 일과를 정리를 해본다.

분명 시간을 조금 낸다면 루비초킹도 돌 수 있을 거라는 믿음에, 하루를 열심히 보내리라 다짐한다.





이른 시간에 나왔다고 생각해지만 사람이 많다.

자리에는 앉지도 못한채 이리치이며 저리치이며 휴대폰만 바라본다.

던전을 들어가봤지만, 옆 사람이 휘청거리며 자신에게 부대끼자 드롭을 잡은 손가락이 미끄러지고 만다.


제우스의 강력한 한방에 게임오버 표시가 떴다.

'커뮤니티나 들어가보자.'


남자는 포기하고 커뮤니티 사이트에 접속했다. 게시판을 보니 많은 글들이 올라와있다.


[기만주의] 헉 한알만에..

[기만주의] 3알 결과 보고가세요 ^^


차마 클릭할 용기가 나지않았지만 한 쪽 눈을 감고 클릭해본다.

7성 학테나와 학시스를 먹은 글들 이었다.


남자는 욱, 하며 퍼드를 켜서 자신의 법석을 확인해본다.

남은 법석 7개. 법석을 충전할까, 마법석 샵으로 들어가보지만 이내 한 숨을 쉬며 뒤로가기 버튼을 누른다.



어떻게 보면 작은 돈이었지만, 이번달에 나갈 지출을 생각하니 작지도 않게 느껴진다.


한 알만, 한 알만 하는 생각에 악수를 해볼까 고민도 해보지만 이내 남자는 마음을 접는다.






그렇게 또 업무가 시작된다. 상사의 잔소리, 클라이언트에게 듣기 싫은 상소리와

전날 했던 일 처리에 대한 꾸지람을 들으며 오전시간이 정신없이 지나간다.

부장이 다들 회의실로 들어오라고 한다.


무 의미한 회의시간, 업무 회의가 아니라 쓸 대 없는 잔소리로 시작되는 회의.

고개를 숙이며 예, 예 무미건조한 대꾸만 계속 된다.

시계는 벌써 11시를 가르킨다. 점심 시간이 11시 50분부터니 조금이라도 돌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보지만

아무런 의미없는 시간이 12시까지나 계속되었다. 결국에 오전 초킹은 돌지도 못했다.


그래도 한 시간이나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빨리 밥을 먹고

휴게실로 가서 퍼드를 할 생각에 조금이나마 기운이 났다.

식권을 챙기고 일어서는 그 순간 과장이 말을 건다.



오늘 구내식당 메뉴가 별로라고 나가서 먹잔다.





밥을 먹고 잠깐의 쉬는시간 조차도 허락되지 않았다.

"그러니까 부장이 자꾸 아침마다 불러서 깨는거야."

"네가 잘해야지, 팀이 편하다니까."


독한 담배연기를 뿜어내며 과장은 말했다. 그러면서 남자에게 담배 한 가치를 권한다.

남자는 담배를 받아들고 불을 붙이고 길게 한 번 빨아드린다.


남자의 오른손은 폰을 굳게 쥐고 있다.






퇴근시간이 되었지만, 남자는 아직도 퇴근을 하지 못하고 있다.

퇴근시간에 들이닥친 서류더미 때문이었다. 익일 부장에게 보고를 해야하니, 틀을 잡아서 정리를 하라고 한다.


뭘 정리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자신의 일조차 정리를 못하고 있는 남자는

잠깐 옥상으로 올라가 지끈거리를 머리를 싸맨다.


오늘도 휴식시간이 그렇게 길지 않았다. 모니터만 온 종일 바라보고 있으니 눈도 피곤하다.



다행인건 직장상사인 대리가 도와주겠다고 같이 남았다.






서류를 다 정리하고 보니 시간이 저녁 9시를 가르킨다.

집까지 가는데는 50분, 지금 퇴근을 하면 충분히 성보라도 돌 수 있다.




대리님, 정리 다했습니다.

어? 그래. 고생했다. 마침 나도 다 끝났어. 오늘 늦었는데 술이나 한 잔 하고 가지?



약속이 있어서..

집에 일이 있어서..



라는 말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대리도 분명 자신의 일을 내팽겨치고 내 일을 도와준것이다.

사람의 호의를 게임때문에 거짓으로 거절하자니 기분이 찝찝하다.


"알겠습니다."





"힘들지?"

"괜찮습니다."


대리가 위로하지만 남자는 그저 묵묵히 술만 마신다.

오늘도 정신없이 일만했고, 하고싶은 일을 하나도 하지 못했다.

원래 직상생활이 이런거냐고 물어 보고 싶다. 열심히 공부해서, 남들보다 좋은 성적을 받아 좋은 회사에 들어왔다.

그것만으로 충분한게 아니었다는게 조금 씁쓸할뿐이다.



나이를 먹으니 책임져야할게 많다. 부모님손을 빌리고 싶지 않은 마음에 방세부터 시작해서

모든걸 혼자 하려고 노력하는 그는 성실한 남자였다.

하지만 남자의 눈길은 여전히 휴대폰에 가있다. 항상가지고 있는 폰이지만,

폰을 보며 게임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에 기묘한 기분을 느낀다.






돌아가는 퇴근길. 퍼드를 틀어보자 노란색 스테미너바가 가득 차 있다.

휴대폰의 상단바에는 23:13이라고 표시가 되어있다.


결국에는 돌고 싶었던 성보도 못 돌았다.

남자는 술기운에 비틀거리며 걷고 있었다.


힘이 들었던 건지, 한 숨도 내쉰다.




이 횡단보도를 건너면 자신의 방이 나온다.

바쁜 남자에게 그나마 허락된 유일한 휴식공간.



신호를 기다리며 남자는 가챠메뉴를 눌러본다.

'그래, 오늘 어차피 게릴라도 못 돌아서 법석도 남았으니까 가챠나 굴려보자.'




혹시 알아? 바쁘고 지치게 하루를 산 나에게 학시스라도 줄지..




기대감에 부풀어 남자는 드래곤의 손을 잡아 당겼다.


눈을 질끈 감았다. 드르르륵-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배가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틱!]



"그, 금알!"


하지만 남자의 눈앞에 들어온 것은, 무미건조한 회색의 알이었다.




이 이야기는 픽션이며, 외근직에 종사하는 저와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