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이야기는 2017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졸업하고 백수로 뒹굴거리면서 애니보고 게임하고 주말에는 12시간넘게 PC방에서 놀면서 알바나 계약직으로 단기로 일만하기엔 부모님의 눈치가 너무 보여서 어디 면접이라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토익 350점(오타아님...), 학점은 3.18/4.5, 지방 사립 공대에서 재료과 라는 비인기 학과 졸업...

어디 내세울게 전혀 없는 인간이지만 어디 나를 써줄 곳은 하나 정돈 있겠지 싶어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일본 채용 에이전시가 올린 글을 보게 됩니다.

무려 영어, 일본어 무관!



월급도 괜찮은것 같고, 기숙사도 준다길래 망설일 필요가 없더라구요. (크롬 브라우저 자동 번역 만세, 알파고님 충성충성)


월급 20.6만엔에 빠른 퇴근시간이라니... 게다가 총 사원수가 2,363명이면 큰 중견급이라 생각되었죠.
한국식 연봉으로 치면 최소 3,580만원에 주말 출근은 1년에 1~2회 밖에 안된다고 해서 "와... 리얼 저녁있는 삶 가능한 각??"

이게 무슨 조화인가 싶어서 바로 지원을 합니다. 재료과 출신인지라 [재료] 쪽으로 어떻게든 되겠지 싶었지요.
에이전시 사이트에 가입 할 때 영어나 일본어로 해야하는 줄 알았는데 한국어로 적어도 되더라구요.

에이전시 홈페이지 가입을 끝내니, 에이전시로부터 전화가 와서 주말에 한번 와서 기업들 설명회 듣고 적성/성격 검사를 받으라더군요.

가니까 일본 기업들 수십개가 있는 리스트와 각 회사에 지원하기 위한 최소 조건들이 적혀있었습니다.

뭐... 제 스펙에 지원가능한곳은 딱 3군데 였습니다. 수십개 중에서 단 3개요! 

속으로 ' XX... 난 진짜 ㅇㅊ인생이였네...'

뭐, 결과적으로는 3군데 중 Y사는 서류 탈락, T사는 최종면접 탈락(어?...), 나머지 M사에 최종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위에 링크로 남긴 회사를 말이지요.



도대체 어떻게 합격했는지 이해가 안가실겁니다...

1차 면접 때, "면접관 1명"과 "한일 통역관 1명"이 있었습니다.

면접실에 들어가자마자 깨닫게 되었죠. "왜 일본어/영어를 못해도 상관이 없는지"

통역관이 있으니까 노 프라블럼!

제가 한국어로 말하면, 통역관이 바로바로 일본어로!
면접관이 일어로 말하면, 통역관이 바로바로 한국어로!
그래도 아는 일본어가 "요! 히사시부리", "소코마데다" 급 정도라 아는 일본어 내에서는 일본어로 대답했습니다.


뭐... 면접이란게 어느 면접이든 공통질문이란게 있지요.

왜 지원했냐 그래서 "제가 XXX게임을 엄청 좋아하는데 그걸로 귀사의 OOO제품으로 상품을 만들어보면 재밌을 것 같아서요"

면접관: "(띠요오옹?) 저는 000개발부서 000인데,  [제이름]상은 하드웨어랑 펌풰어 어디 하고 싶습니까?"
모집 요강에는 [재료]도 있었지만, 실제로 구하던 사람은 [전기/전자/컴공 계열]을 구하는 것이었습니다. 

뭐, 면접관의 이런 페이크에 속는 사람(ㅇㅊ인생인 저도 안속는데...)은 없을 꺼라 생각합니다만만, 약 "2군데 모두요" 하면 광탈 지름길 코스이고 한군데 콕 찝어서 말하면 집요한 질문 공세에 시달리게 됩니다. 

저: "흐음...그거 말고 이런건 없나요? XXX라는 이 겜에서 이렇게 어떻게 저렇게하면 제품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제가 이걸 해보려고 했었는데 이걸 만드는 기계를 만들기에는 전공이 달라서 제대로 해보지 못했어서 이걸 해볼 수 있는 곳으로 가고 싶습니다" (재료과 출신이라 요캇타....)

면접관: "크ㅋ ㅎ하하핳ㅋㅋ (크게 웃으심)"
대충 이렇게 이런저런 이야기 하니까 1차면접 끝났고, 2차 면접(스카이프)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 때도 한일통역관분이 있어서 이야기하는데 문제는 없었습니다. 

이것저것 막 물어보시던데, 그냥 뇌에서 필터링 하나도 안거치고 그냥 내뱉었습니다.

그리고 최종합격했습니다.(...)


요약: 그냥 지원해본 일본 회사에 일본어도 준비안하고 그냥 본 2번의 면접으로 합격해버림



[질문의 요지]
회사 측에서 일본어 학원을 보내 주겠다고해서 2017년 12월부터 주 4시간씩 수업으로 2018년 3월까지 강남에 있는 유명 일본어 학원을 보내주어서 다니고 있는데요.

JLPT N2(단어/문법)를 2주만에 끝내더니, 오늘 JLPT N1문법 다 끝내고 매주 JLPT N1 단어 200~300개씩 외워서 시험보게하는데 단어를 거의 못 맞춥니다. ㅠㅠ

솔직히 2달 정도 배우면 좀 나아질 줄 알았는데... 하아...

내 이름 석자도 한자로 쓸 줄 모르는데 N1급 한자라뇨...

입사까지 1달 남았는데, ㄹㅇ 입사하고 시용기간 3달 지나고 일어로 말 못해서 짤릴각입니다...

영어도 못하니 답 없고요. 공신력 있는 영어 점수 최대점  == 수능에서 61점 == 토익 350점 == 인생 최대 점수

허미... 1달 남았는데, 뭘 공부해서 가야 안짤리고 버틸 수 있을까여. 

아직도 카타가나도 못 쓰는데... 아 히라가나는 쓸 줄 압니다 ㅋㅋ

가서 진짜로 "요- 히사시부리" 할 순 없는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