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비스 피해에 대한 첫 사건을 멋지게 해결했다고 생각했지만 돌아온 결과를 보면
그리 흡족한 평가를 받지 못한 것 같다. 한달 이상을 이리저리 떠돌던 나에게
지하에 있는 부서로 이동하라는 명령서는 어찌보면 징계에 가까웠으니 말이다.

☞ 의문 수사관, 어비스 PC 피해를 파헤친다. - 바로 가기


1층의 사무실이든 지하이든, 어디가 됐건 내가 하는 일만 계속할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새로운 사무실 문 앞에 섰을 때 무엇인가 크게 잘못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 미해결 처리 부서


많은 사람들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아이온의 세계에는 온갖 추측과 이야기가 난무한다.
그런 루머, 추측에 대해서 조사하다 보면 근거가 부족하거나 여러가지 이유로
해결하지 못하고 미해결로 남기 마련인데 그런 사건들을 모아놓은 부서로 이동된 것이다.


이런 사건들은 이 곳에서도 미해결로 남기 마련이다.
한 예로 아이템을 분배할 때 사용하는 주사위에 관한 의뢰 -허경영 3번 외치기-에 대해서 조사하던 담당관은
"콜미"라는 알 수 없는 말만 남기고 해고 당한 것이 바로 3일 전이었다.


그래도 나는 해내야 한다. 멋지게 해결하고 보란 듯이 다시 올라가야 할테니까...
마음을 다잡고 한쪽에 아무렇게나 던져져 있는 사건 일지를 하나씩 읽어보기 시작했다.







▷ 한 수호성의 의뢰


일명 "아이온 X파일"이라 불리는 미해결 처리 부서의 사건 일지는 역시 허무맹랑한 억측들이 가득했다.
제목을 대충 훑고 넘기는 식으로 아무생각없이 파일을 들춰보던 중 눈길을 끄는 제목이 하나 있었다.


- 든든한 수호성이 되고 싶습니다.

저는 인던을 주로 가는 수호성입니다. 요즘 아이템도 좋아진 대신 몬스터도 엄청 쎄졌죠.
그래서 어중간한 방어로는 힐러들만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화끈하게 방패 방어에 올인했습니다.
수호성을 택한 이유가 든든한 파티의 리더가 되는 것이었으니까요.

그런데 각성방이나 암흑의 포에타에서 보스의 공격이 너무 아픕니다.
보스들이 쓰는 스킬을 방패방어를 해도 심하면 3천 이상도 깍이거든요.
이 스킬이 마법이면 이해를 하겠는데 물든 공격인데 이러는 것은 너무 이상합니다.

파티에 도움되는 든든한 탱커가 되고 싶어요.



미해결로 분류된 항목 중에서 그나마 현실적으로 보이는 이 의문에 대해서 호기심을 느끼고
여러 명의 수호성을 만나고 단서를 찾아 헤맸지만 쉽사리 해결의 실마리는 발견할 수 없었다.


미해결로 남아있는 것에는 이유가 있었던 것.


3일만에 돌아온 사무실은 나갔을 때 어지럽혔던 그 모습 그대로 였다.
일회용 컵에 담긴 인스턴트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허탈한 마음을 달랬다.






이렇게 따뜻한 커피 한 모금을 마시다보면 촉망받던 신입 시절의 기억이 떠오른다.
특히 정신 없이 바뻤던 올해 초는 정말 어려운 사건도 많았지만 멋지게 해결하고는 했었다.


그렇게 화려했던 옛 생각에 빠져 허우적거리다가 문득 올해 초 무심히 보고 넘겼었던
한 사설 탐정의 보고서가 머리 속에 떠올랐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처럼 급하게 일어나 팁과 노하우 서류철을 뒤적거렸고
"방패의 숨겨진 옵션 최대방어값"이라는 의미심장한 제목의 보고서를 찾을 수 있었다.


정식 직원도 아닌 사설 탐정이 작성한 이 보고서는 언듯보기에는 짧아 보였지만
그 짧은 내용만으로도 방패에 가지고 있었던 맹목적인 믿음을 날려버리기에는 충분했다.




▷ 방패의 숨겨진 옵션 최대방어값의 내용


"혁명지잔"이라는 탐정이 작성한 이 보고서의 내용에 따르면
모든 방패에는 게임 내에서 확인할 수 있는 옵션 외에 숨겨져 있는 "최대방어값"이라는
방패 방어에 중요한 수치가 존재한다.


이 "최대방어값"은 방패가 흡수 할 수 있는 피해량을 알려주는 중요한 숫자였으며
희귀 35%, 전승 40%, 유일 45%로 정해진 대미지 감소량만 신경쓰던 기존의 인식에 변화를 주기도 했다.


또한 이 옵션은 아이온 세계에 들어갈 수 있는 통로 역활을 하고 있는 공식 홈페이지에도 명시 되있지만
지난 1월 이후 해당 부분이 사라져 이제는 확인할 방법이 없기도 하다.



[ 1월 이후 최대방어값 수치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사라진 상태 ]




▷ 사라진 최대방어값, 지금도 존재할까?


짧지만 강렬한 충격을 안겨준 보고서를 모두 읽고나니
이 것 밖에는 "방패로 막아도 아픈" 현상에 대해서 설명할 길이 없다는 심증을 굳혔다.


하지만 보고서가 작성되고 오랜 시간이 지나 "최대방어값"이 지금도 존재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책상 앞에 앉아 있기보다는 몸으로 직접 움직여야 할 것이다.


▷ 실험 캐릭터 : 50레벨 수호성. (물리방어 0, 방패방어 2,000이상, 철벽방어 상태 유지)


▷ 사용한 방패 : 최대방어값이 다른 희귀 방패
- 34Lv 제물의 방패 (최대 방어값 440)
- 19Lv 검은 발톱의 방패 (최대 방어값 280)
- 4Lv 악령의 방패 (최대 방어값 120)

- 참고용: 50Lv 아누하르트 정예병의 비늘 방패 (최대 방어값 ??)


▷ 실험 몬스터 : 마계의 벨루스란 지역에 서식하는 43Lv 서리 눈썹 전투병의 영혼
- 선정 이유: 물리 공격을 하며 주기적으로 피해량이 다른 물리 스킬을 2가지 사용.






[ 열심히 두드려 맞는 동안 회복은 호법성으로 ]





▷ 최대방어값이 대미지 감소량보다 높은 경우 - 대미지 감소량 만큼 감소









최대방어값이 대미지 감소량보다 높은 제물의 방패와 검은 발톱로 방패 방어에 성공할 경우
방패가 가지고 있는 대미지 감소량인 35%보다 5%가량 높은 40% 정도가 흡수되었다.
(5%만큼 더 흡수하는 것은 수호성이 가진 전문방패 숙련의 영향인 것으로 추측된다.)


입은 피해보다 최대방어값 높기 때문에 표시된 %만큼 대미지가 감소 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런 대미지 감소율은 유일 방패인 아누하르트 정예병의 비늘 방패에서도 같았다.








▷ 최대방어값이 대미지 감소보다 낮은 경우 - 최대방어값 만큼 감소






반대로 최대방어값이 감소량보다 낮은 경우 최대방어값 만큼 흡수했다.


이는 악령의 방패가 35%의 감소율을 가지고 있지만 최대방어값인 120을 초과하면 흡수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반 공격보다 피해가 큰 스킬의 경우 22%까지 효율이 낮아져
최대방어값이 낮을 경우 방패 방어가 제 역활을 해내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악령의 방패를 +10으로 강화하여 감소율을 55%까지 올려도 동일하여
최대방어값이 고정되어 있는 이상 강화를 해도 감소량의 차이가 없었다.







▷ 최대방어값이 가진 의미


실험 결과, 최대방어값은 지금도 존재하며 방패 대미지 감소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공격력이 낮은 일반 몬스터의 경우 유일급 방패를 +10까지 강화하면 65%까지 감소 시킬 수 있겠지만
피해가 큰 스킬 공격이나 보스들의 공격은 이 최대방어값의 한계로 인해
방패로 방어에 성공한다 하여도 일정량 이상은 감소 시킬 수 없는 것.


1,000이 넘어가는 일이 거의 없는 일반 몬스터나 PvP에서는 방패 강화의 효과가 확실하지만
보통 2,000 ~ 3,000이 넘는 피해를 입히는 보스들의 스킬들은 강화 여부에 별 차이가 없다.



이 실험 결과로 방패로 보스의 스킬을 막아도 왜 아픈 것인지 대략적인 답은 나왔다.
하지만 이전에 공개되었던 값을 기준으로 하여 그 이후 변화가 있었는지와
그 이후 추가된 여러 신규 방패에 대한 정확한 최대방어값을 제시할 수 없었다.


기존 방패에 대한 변화와 신규 방패에 대한 최대방어값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각 방패마다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하나 하나 실험을 거쳐 확인하거나
우리가 사는 세계를 관리하는 NC SOFT에서 공개를 요청하는 방법 밖에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 두가지 모두 쉽지 않은 일이며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결국 이번 보고서는 "최대방어값"이라는 수치에 대한 확인은 될런지 몰라도
각 방패들이 가진 "최대방어값"이 얼마인지는 확인하지 못한 "미해결 보고서"가 되고 말았고
이 곳에서 벗어나고야 말리라는 다짐에 잔뜩 먹구름을 드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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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ven Handi - 박경민 기자
(Handi@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