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글을 시작하기 전 글맛을 돋우는 짧은 사설

 

 실사 영화는 배우의 이름이라던가 자기의 독특한 스타일을 고수해서 입지를 다진 감독, 연출, 음악을 담당하는 분의 이름은 자주 언급이 되는 편이죠.

 

폭발의 미학을 스토리든 연출에든 우겨놓고 마는 마이클 베이씨 라던가.. 미국 영화감독 하면 떠오르는 스티븐 스필버그씨, 찰진 입담과 아름다운 폭력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쿠엔틴 타란티노 등이 있죠.

 

 애니메이션도 예쁘고 귀엽고 멋있는 캐릭터들과 함께 자주 언급되는 인물들이 있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계의 거장인 미야자키 하야오, 주관이 너무 강해서 1프랙탈을 만들어낸 야마모토 유타카(야마칸), 전 장르와 매체를 넘어서 꿈을 짓밟는 우로부치등...

 

 이 글에서 이야기 할려는 인물은 제목과 같이 꿈을 꾸고 꿈을 꾸던 '콘 사토시' 감독입니다.

 

 

 1. 글맛을 해치지만 횟집가면 회 밑에 깔아두는 무채와 같은 필모그래피

  (1963-2010)

 

 1963년에 태어나 고등학생 시절 애니매이터의 꿈을 꾸고 대학시절 디자인 그래픽을 전공하였습니다.

 

  그리고 대학시절 주간 영 매거진(카이지, 이나중 탁구부의 그 잡지)에 올린 만화가 주목을 받아 라는 80년대 걸작 작품의 감독인 오토모 카즈히로의 아래에서 일을 하게 됩니다.

 

 1997년, <퍼펙트 블루>로 본격적인 애니메이션 감독으로의 첫 걸음을 시작했습니다. 이 작품으로 국제 영화상을 수상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퍼펙트 블루>이전에 오토모의 아래에서 일을 하며 그린 만화들은 현재 콘 사토시 단편선이란 이름으로 복간이 되어 하나씩 출간이 되고 있습니다. 작품은 <꿈의 화석>, <해귀선>등이 있습니다.

 

 2001년, <천년여우>(Fox가 아니라 Actress.. 처음엔 천년여우 여우비의 전작인줄 알았습니다.)로 시체스 카탈로니아 국제 영화제에서 최우수 아시아 작품상을 수상했습니다.

 

 2003년, <도쿄 갓파더즈> (우리나라에서는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날 확률'로 개봉되었습니다.)로 같은 시체스 카탈로니아 국제 영화제에서 최우수 애니메이션 영화 관객상을 수상했습니다.

 

 2004년, <망상대리인>을 감독해 13화 TV애니메이션으로 방영했습니다.

 

 2006년, <파프리카>로 베니스 영화제 경쟁 부분에 진출했습니다. 그리고....

 

 2010년, 췌장암으로 투병중이던 그는 47세에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꿈꾸는 기계> 제작 도중 돌아가서 매드하우스가 바통을 이어받았지만 결국 재정문제로 <꿈꾸는 기계>는 제작이 중단되어 <파프리카>가 유작이 되었습니다.

 

 

 2. 짧은 글로 글맛을 돋구어 본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과 같은 작품세계

 http://youtu.be/lU4R53zyvv4="http:>


 

<파프리카>(2006)만의 특징이 아닌 콘 사토시 감독 작품 전체적인 특징과,

 그가 영향을 받은 인물인 <파프리카>의 원작자 츠츠이 야스타카. (이분 77세에 라이트 노벨 썼습니다 ㅋㅋㅋ)  

 그리고 <도쿄 갓파더즈>를 제외한 모든 작품에서 음악을 담당한 히라사와 스스무의 음악 .

 

 이 세 가지를 모두 볼 수 있는 3분 30초의 꿈입니다. 뒤에 이어질 긴 설명보다는 보는게 더 재미있을 겁니다.

 

 

 2-1. 현실 같고 현실 같지 않고 현실 같은 너~.

 

 혹시 전통 공연 중에 '줄타기' 보신 적 있나요. 남자라면 찰지게 뛰어오르는 줄타기꾼의 고간을 보면서 상당한 의문점이 들 정도인데요. 한 줄 위를 땅마냥 위태로우면서 균형있게 서 있는 모습은 경이롭기 그지없습니다. 

 

 콘 사토시 감독의 작품을 본 사람들의 평을 요약하면 '환상적이다' '몽환적이다'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줄타기꾼 마냥 작가는 유연하게 현실과 비현실, 초현실을 넘나들면서 관객들에게 환상적인 경험을 선사해줍니다. 여기서 감독의 특징은 비현실을 연출하는 방법입니다.

 

 바로 현실적인 소재를 사용해 비현실을 연출하는 점입니다. 간단하게 예를 들어보자면 지금 앉아있는 의자를 생각해볼까요. 적당히 푹신하고 적당히 딱딱하고, 그야말로 '앉는다'는 사물의 목적에 부합하는 물건이에요. 책상의 절친이기도 하지만 의자 혼자서도 제 기능을 하죠.

 

 그런데 이 의자가 지평선만 보이고 파도가 넘실거리는 망망대해에 떠 있다면?

 울창하고 풀내나는 숲 속에 새 하얀 의자가 달랑 놓여있다면?

 

 생각하게 됩니다. '이게 왜 여기에 있는 걸까?' 분명히 익숙한 의자가 익숙하지 않은 공간에 있음으로써 조금이나마 머리를 쥐게 됩니다. '익숙한 낯섬'이라고도 말하는데요. 의도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공간에 익숙한 물건이나 대상을 배치해서 이질감을 자아내는 연출은 이런 비현실적은 장면을 더욱 몽환적으로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여담이지만, 게임이나 영화에서 괴물을 구상할때도 이런 방법이 사용됩니다. <판의 미로>에 나오는 인간형 괴물처럼 손바닥에 눈이 달려있다던지, 모두가 공포에 떠는 <암네시아 - 더 다크 디센트>의 메인 괴물도 인간과 닮았지만 입이 엄청나게 크고, EA가 말아먹은 호러 SF게임의 걸작 <데드 스페이스>의 네크로모프도 속살만 있거나 비정상적으로 늘어뜨리고 꺾었죠. 

 

 인간과 닮았지만 인간답지 않게 해서 오히려 더 혐오감을 주게 하기 위해서요.

 

 위 영상에서 보여준 <파프리카>의 퍼레이드 신이나 <망상대리인>의 마지막화 연출은 익숙한 게 얼마나 익숙하지 않은지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어요. 적당한 두뇌 자극은 오히려 청량감을 준다죠. 콘 사토시 감독은 머리가 하나도 안 아픈 것과 머리가 너무 아파서 집중할 수 없는 그 사이의 청량감을 찾아서 관객들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자, 여기서 잠깐. 여담 조금만 하고 다음 특징으로 넘어갈게요. 모노가타리 시리즈로 신나게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메카쿠시티 액터즈를 집어던진, 목꺾는 애니 제작회사 '샤프트'의 오프닝도 상당히 독특하기로 유명한데요.

 

 여기는 '극단 이누카레'라는 2인조 애니메이터 유닛이 만들고 있습니다. 마마마의 마녀 디자인도 했어요.

 

 그리고, 애니판 <다다미 넉장 반 세계일주>의 감독 유아사 마사유키도 독특한 연출을 자랑하는데요. 콘 사토시와 닮은 쪽은 마사유키 보다는 극단 이누카레 같네요.

 

 

 

유아사 마사유키 <다다미 넉장 반 세계일주> (왼쪽)

극단 이누카레가 연출한 <바케모노가타리> (오른쪽)

 

 

 

 2-2. 두 세계의 갈등

   

     2-1과 연결되는 이야기이자 역시 <도쿄 갓파더즈>는 제외하고 이야기되는(유별나게 훈훈한 작품...) 두 세계의 갈등입니다. 여기서 세계라는 말은 단순히 더 월드!  가 아닌 자아와 자아의 갈등, 자아와 세계의 갈등 등 다양한 말을 포괄하는 말로 사용했습니다.

 

 콘 사토시 감독의 작품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바로 '대립과 성장'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성장을 위해 대립이라는 요소를 연출하고 그 대립되는 요소의 화해를 통해 성장을 한다는 다자레(말놀음)같은 이야기입니다.

 

 <퍼펙트 블루(1997)>에서는 c.s. 루이스도 사용하였던 '유리창'이라는 소재를 사용해 현실과 환상을 가르는 결계이자 그 공간을 잇는 다리로 설정해 주인공의 대립된 감정을 드러내는 요소로 사용하였습니다. 주인공의 의식과 무의식의 대립이 일어납니다.

 

 <망상대리인(2004)>는 길게 이야기하면 스포일러니까 흥미만 돋구기 위해 후추 뿌린 스프마냥 짧게 적겠습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다양한 계층들이 가지는 불만이 하나의 자아가 되어서 자기 앞에 나타나거나 '나타나게'했을 때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여줍니다.

 

 여담이지만 등장인물 중 하나인 쵸우노 하루미는 <퍼펙트 블루>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오마주 같다고 느낍니다.

 

 <파프리카(2006)>은 현실과 꿈이라는 이중적인 세계를 다루고 있습니다.

 

 작가는 왜 이렇게 나눠진 세계에 초점을 둘까요. 그리고 왜 그 둘을 갈등하게 할까요. 정답은 위에도 나와있지만 성장이라는 점이 큽니다. 드레곤 퀘스트 부터였는가 모르겠지만 판타지에서 흔히 주인공을 성장시킬때 등장시키는 소재가 하나 있습니다.

 

 '거울의 방'이라는 이름 혹은 비슷한 이름으로 등장해 자기 자신의 분신과 붙어서 성장하는 건데요. 이것도 열화판이긴 하지만 두 세계의 갈등과 합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의 분신이 주인공의 성장을 인정하고 사라지는 모습을 여러 만화에서 본 것 같네요.   (블... 블리치? 나..난닷토?)

 

 

 

 3. 마치며

 

 

 본문의 내용 중 하나인 <시간을 달리는 소녀>, <파프리카>의 작가 츠츠이 야스타카가 무려 77세(!)에 쓴 라이트노벨 데뷔작 '비앙카 오버 스터디'입니다.

 

 쿠메타 코지가 다람쥐가 도토리 까는 모습처럼 자기를 포함한 모두를 깐다면

 츠츠이 야스타카는 늙어서 수염이 가득한 호랑이가 근엄하게 산마루 위에서 사슴의 등허리뼈를 까득거리는 모습으로 깐다고 비유할 수 있을 정도로 라이트노벨에 대한 비판이 우의적으로 담겨있습니다.  

 

 3시간 걸렸네요. 재미있는 글쓰기였고, 왜 천재는 별세하고 악마는 오래 사는 걸까요. 언젠간 욕과 생명연장의 상관관계를 연구해야겠습니다. 를 들으면서 적으니까 글이 튀는 느낌이네요.

 

 참고 문헌

 류철균, 박윤경, 재패니메이션에 나타난 이중 인격 모티프 연구: 콘 사토시 작품을 중심으로, 문학과 영상학회, 2009

 박윤경, 콘 사토시 애니메이션에 연출된 시간-이미지 연구 , 홍익대학교 영상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2009

 콘 사토시, <꿈의 화석>, 미우, 2012

 

 

 엔하위키(작가 필모그래피 및 기타 작가들 정보), 구글 이미지(감사합니다)

 

 

 이거 제가 적은 겁니다 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