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젠이 등장하면서 주목받는 것은 CPU 코어뿐이 아니다. 바로 메모리.

그동안 CPU 시장 지배적인 위치에 있던 인텔은 메모리 클럭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라이젠은 메모리 클럭이 CPU 성능에 밀접하게 관여하는 칩렛 구조상 고클럭 메모리에 대한 사용자들의 관심을 높였다.

이에 따라 AMD 라이젠은 1세대 DDR4 2666MHz, 2세대 DDR4 2933MHz을 거쳐 3세대 라이젠에서는 공식적으로 DDR4 3200MHz를 공식 지원하기에 이른다. 세대가 거듭되면서 공식 지원 메모리 클럭이 계속 상승하는데, 이 추세로 가면 4세대 라이젠은 DDR4 3600MHz을 공식 지원할 가능성도 점쳐볼 수 있겠다.

 

AMD 라이젠에 의해 고클럭 메모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긴 했지만, 인텔도 6세대 스카이레이크를 시작으로 8세대 커피레이크까지 꾸준히 메모리 지원 클럭을 높여왔다. 9세대에서 잠시 쉬었지만 4월 출시될 10세대 코어 프로세서인 코멧 레이크에서는 다시 메모리 지원 클럭을 한 단계 높일 예정이다.

그런 가운데 지난해 말, 해외 시장에 출시되었던 JEDEC 표준의 DDR4 3200MHz 메모리가 국내에도 잠시 공식 판매되었다 일시 품절로 판매가 중단 되었는데, AMD와 인텔의 각 플랫폼 사용자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 잠시 점검해 보겠다.

 

DDR4 3200MHz, AMD 3세대 라이젠 플랫폼의 성능 표준화

가격비교 사이트를 기준 2017년 11월, JEDEC 표준의 DDR4 2666MHz 메모리가 시장에 출시되었다. 그 해에 1분기는 DDR4 2400MHz까지 지원하는 인텔 7세대 코어 프로세서인 카비 레이크와 DDR4 2666MHz을 공식 지원하는 AMD 라이젠 플랫폼이 출시되었다.

당연히 그때까지는 DDR4 2666MHz을 맞추기 위해서는 고가의 오버클럭 메모리를 구매하거나 클럭 및 타이밍, 전압을 만지는 복잡한 메모리 오버클럭을 수행해야 했다. 수동 오버클럭은 메모리와 메인보드, CPU의 조합이 잘 이뤄져야 하는 귀찮으면서도, 난이도가 낮다고는 해도 100% 성공을 자신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에 반해 JEDEC 표준 메모리는 해당 플랫폼이 지원한다면 업계 표준인 만큼 별다른 조작(오버클럭)없이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익숙치 않은 오버클럭이나 표준 메모리에 비해 비싼 오버클럭 메모리의 가격이 부담되는 사용자들이 선호한다.

 

이번에 국내 판매가 시작된 DDR4 3200MHz 클럭의 JEDEC 표준 메모리는 별다른 조작없이도 3세대 라이젠에서 공식 지원하는 DDR4 3200MHz로 동작하므로, 오버클럭 메모리 구매에 따른 부담없이 3세대 라이젠의 표준화된 성능을 발휘하는 시스템 구성이 가능해진다.

메모리 클럭에 연동해 동작하는 IF 클럭이 3세대 라이젠에서는 공식적으로는 최대 1800MHz(DDR4 3600MHz)이므로, JEDEC 표준의 DDR4 3200MHz 메모리로도 성능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 올리기에는 아쉬운 면이 있다.

그러나 제조사 및 제품별로 타이밍이 다른 튜닝 오버클럭(XMP) 제품군과 달리 JEDEC 표준 DDR4 3200MHz 메모리는 업계 표준 타이밍에 맞춰 동작하므로, 라이젠 플랫폼의 성능을 측정할 때 표준 비교군으로의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JEDEC 표준의 DDR4 3200MHz 메모리라도 1세대 라이젠 플랫폼에서는 DDR4 2666MHz, 2세대의 DDR4 2933MHz으로 동작하니, 이들 플랫폼에서는 JEDEC 표준 DDR4 3200MHz 메모리의 의미는 조금 퇴색할 수 있다. 그러나 AMD 라이젠 플랫폼에서는 메모리 오버클럭을 지원하니 1세대와 2세대 라이젠 플랫폼 사용자라도 오버클럭을 통해 JEDEC 표준 DDR4 3200MHz 클럭으로 동작시킬 수 있다.

JEDEC 표준 DDR4 3200MHz 메모리인 만큼 1세대 및 2세대 라이젠 플랫폼에서 높은 확률로 해당 클럭으로의 오버클럭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해당 플랫폼 스펙상 오버클럭에 해당하므로 100%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DDR4 3200MHz, 아직 특별한 의미를 찾기 어려운 인텔 코어 플랫폼

인텔 메인스트림 플랫폼은 아직 DDR4 3200MHz를 공식 지원하지 않는다. 때문에 JEDEC 표준의 DDR4 3200MHz 메모리의 등장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다.

가장 최신 메인스트림 플랫폼인 9세대 코어 플랫폼의 공식 지원 메모리 클럭은 DDR4 2666MHz이며, 이미 JEDEC 표준 메모리 제품이 등장한지 2년이 넘어가 충분히 가격 안정화된 만큼 JEDEC 표준의 DDR4 3200MHz 메모리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

물론 오버클럭이 가능한 Z 시리즈 칩셋 메인보드 사용자라면 JEDEC 표준의 DDR4 2666MHz 메모리보다 기본 동작 보증 클럭이 높은 만큼, 조금 더 여유있는 수동 오버클럭을 기대할 수 있겠다.

 

반면 지난해 11월 말 등장한 캐스케이드 레이크-X나, 올해 4월 등장 예정으로 알려진 10세대 코어 프로세서(코멧 레이크)로의 업그레이드를 고려 중인 사용자에게는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캐스케이드 레이크-X와 코멧 레이크의 공식 지원 메모리 클럭은 DDR4 2933MHz다. DDR4 3200MHz에는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약간의 성능 손해를 보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의 DDR4 2933MHz 또는 DDR4 3000MHz 튜닝 메모리보다, JEDEC 표준의 DDR4 3200MHz 메모리가 합리적 대안이 되어줄 수 있다.

단지 지난 해 8월, 해외 판매 중인 JEDEC 표준의 DDR4 3200MHz 메모리를 입수해 테스트했을 때는 인텔 플랫폼에서 호환성 이슈가 관측되었는데, 시간이 지난 만큼 펌웨어(바이오스) 업데이트로 개선되었으리라 예상되지만 확실치 않으므로, 제조사나 유통사를 통해 사전에 호환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다코어 시대 요구되는 고클럭 메모리, 어쩌면 JEDEC 표준 DDR4 최고 클럭일 3200MHz

지난 해 말 잠깐 판매가 시작되었던 JEDEC 표준 DDR4 3200MHz 메모리가 다시 판매를 중단했지만, 판매가 이뤄지던 당시 가격을 보면 JEDEC 표준 DDR4 2666MHz 메모리보다 현금 최저가 기준으로 1만원 내로 비슷하게 책정되었다.

지금까지 판매된 DDR4 3200MHz 메모리는 오버클럭에 방열판, 혹은 RGB LED까지 탑재되면서 일반 사용자가 구매하기에는 망설여지는 가격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비용 문제나 오버클럭에 대한 불안으로 튜닝 메모리 선택을 망설였지만 다코어 CPU 시대에 고클럭 메모리에 관심을 보이는 사용자들에게 합리적 대안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JEDEC 표준 DDR4 3200MHz 메모리의 국내 판매가 이뤄진 만큼 오버클럭된 DDR4 3200MHz 튜닝 메모리 판매가 어느정도 영향을 받겠지만, JEDEC 표준 메모리에 비해 타이밍이 미세하게 조절되어 더 높은 성능을 제공할 수 있고, 방열판과 RGB LED 튜닝을 통해 높은 방열 성능과 시각적 만족감을 제공하는 만큼 치명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금 오래된 자료이긴 하지만, 8코어 이상의 CPU를 갖춘 시스템에서 성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메모리 대역폭을 충분히 확보해줄 필요가 있다. 플랫폼 아키텍처나 특성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지난 3년 사이 데스크탑 CPU의 코어는 메인스트림 분야에서 쿼드 코어가 16코어를 달성했고, HEDT는 10코어에서 64코어 돌파를 바라보고 있다.

이정도면 아키텍처 차이를 감안해도 코어수에 따른 메모리 대역폭 문제를 피하기 어려워 보이는데, HMC(Hybrid Memory Cube)나 HBM(High Bandwidth Memory)처럼 메모리 대역폭 개선을 위한 방안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사용처는 제한적이다.

대신 DDR4 메모리 대비 두 배의 대역폭 밀도, 전력 효율을 개선한 DDR5 메모리로의 전환이 예고되어 있어, JEDEC 표준의 DDR4 메모리 클럭은 국내 판매가 시작된 3200MHz가 최종 클럭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