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저간의 아이템 거래는 분명 게임 컨텐츠 중의 한 요소입니다. 적절히 사용하면 게임의 재미를 더 높일 수 있죠.
그 거래에 있어 현금을 사용하는지, 게임내 아이템을 사용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봅니다.
중요한 것은 거래 자체이고 이것은 서로에게 득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사기를 치지 않은 이상 유저간의 거래를 막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거래를 게임 개발사가 주관하게 되면, 
거래상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위험(사기, 해킹 아이템 판매)에 더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겁니다.
개발사의 입장에서는 유저의 피해를 더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전략입니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현금거래를 부정적으로 본 이유는,
'거래'보다 '현금'에 방점을 찍은 사람들이 게임 내에서 보여주는 행태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현금과 관련된 아이템 거래에는 '재미가 먼저냐, 그로 인해 얻을 돈이 먼저냐'를 가지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물론 선택은 개인의 몫이므로, 타인이 개입하거나 강요할 여지는 없다고 봅니다.
그들의 행동이 다른 사람들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지켜진다면 말이죠.
(그 선을 벗어나는 경우도 있지만 여기서는 따지지 않겠습니다.)

제가 현금 경매장의 도입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컨텐츠의 질 하락입니다.
현금 거래가 유저들이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선택지로서 기능한다면 그것은 좋은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거쳐야 할 하나의 관문으로서 작동하게 되면 그것은 좋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거래라는 것은 자유를 기반으로 성장하고 발전하는 것인데, 그것을 스스로 제약하는 꼴이 되니까요.

물론 모든 현실이 칼로 무자르듯이 선택지냐 관문이냐로 딱 나뉘지 않습니다.
그 현실이란 것도 시간에 따라 변하는 것이기 때문에 선택지가 관문이 될 수도, 관문이 선택지가 될 수도 있습니다.
와우의 퀘스트들이 닥사냥에서 유저들을 해방시킨 일종의 선택지로 작용해 인기를 끌고,
현재는 퀘스트가 MMORPG 세계에서 일종의 관문이 되어버린 사실을 상기시켜보면 이해가 빠를겁니다.
때문에 결정되지도 않았고, 다가오지도 않은 미래의 상황을 섣불리 예단하는 짓은 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하지만 선택지가 관문이 되어버린다면, 그것은 분명히 컨텐츠가 퇴보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그 때가 우리가 걱정해야 하는 순간이기도 하지요.
현금 경매장에 있어 그 순간은 현질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때입니다.

물론 그것을 그렇게 만드는 것은 유저일 수도 있고, 개발사일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인지, 양쪽 다 그런 것인지는 아직도 논란거리라고 생각합니다.
캐쉬템의 경우를 보자면 개발사가 그것을 유도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어쩔 때는 유저들 스스로 그런 장벽을 세우는 것을 보기도 합니다.

디아블로3는 개별적인 성향이 강해서 현금 경매장의 영향이 크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멀티플레이를 즐긴다고 해도 그것이 어떤 벽을 만들어낼 수준은 아니지요.
하지만 게등위가 그런 것을 감안해서 판단을 내릴 거라는 생각은 눈꼽만큼도 들지 않습니다.

만약 MMORPG류의 게임 속에 현금경매장이 들어서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유저 혹은 개발사가 던전마다 진입장벽을 만들어놓고, 일정 수준 이상의 아이템이 되야 접근이 된다고 한다면?
인기가 식어버린 과거의 컨텐츠를 하나씩 소비하면서 오랜 시간 차근차근 밟아 올라갈지...
아니면 현금으로 후딱 결재하고 친구들과 바로 즐길지...
커뮤니티가 중요하지 않다면 이것은 선택이겠지만,
누군가와 같이 즐기는 것이 중요해진다면 이것은 필수이자 관문이 됩니다.

물론 게임사가 지금처럼 귀속 아이템을 정해버리면 해결되겠지만,
현금거래를 게임 속으로 들여오는 마당에 그것을 지켜야 할 명분은 많지 않다고 봅니다.
'우리의 철학이다!'라고 스스로 강하게 규정하지 않는 이상,
자본력이 부족한 게임 개발사들이 억누르고 있을 가능성은 많지 않다고 봅니다.

이를 이유로 어떤 분들은 개발사에 그 책임을 돌릴지도 모릅니다.

좋은 게임이 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요?
기똥찬 아이디어와 그것을 실현시킬 기술과 인력, 그리고 시간...
또 유저들의 요구사항을 바로 받아들이며, 그에 대한 발빠른 대응을 하는 것 등이 필요하겠죠.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 모든 것은 현금, 자본으로 환원됩니다.
큰 돈을 들였다고 해서 모든 게임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성공하기 위해서는 적지않은 돈이 필요한 것 또한 사실입니다.

블리자드의 예를 들며 당장의 이익보다 컨텐츠의 내용에 승부를 거는 것이 옳다고 말하실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군요.
적어도 대한민국에서 블리자드를 제외하고 그것에 성공한 사례가 얼마나 되는지 되묻고 싶습니다.
돈은 컨텐츠를 만드는 데도 들어가지만, 유지하는 데도 들어갑니다.
유저의 입장에서 그 모든 것을 만족시키는 게임을 만들어내려면 얼마의 자본이 필요할까요?
제가 볼 때 그 양은 많으면 많았지, 결코 적지 않을 겁니다.

유저간의 현금 거래를 게임사가 주관하게 될 경우 그 이익을 미리 예상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컨텐츠를 유지시키는 데 필요한 정도는 나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뭐, 틀릴 수도 있습니다.)
제3의 회사에 이윤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개발사가 그것을 취하는 것이 낫다는 견해가 나오는 지점이 여기가 되겠지요.
블리자드나 엔씨같은 충분한 자본을 갖춘 개발사가 아니라면 분명 솔깃한 액수가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회사들에게는 현금 경매장이 존재하는 것 뿐만 아니라, 현금 거래를 활성화시키는 것도 중요한 일이 됩니다.

지금의 대한민국 현실에서는 개발사에게 현금 거래가 선택지가 아닌 관문이 되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투자를 찾기도 어렵지만, 받았다해도 게임의 질이 충분히 성장하도록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거기에 투자자들이 유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지요.
그들이 생각하는 것은 자기 몫으로 돌아올 이윤뿐입니다. 그게 자본주의의 생리 아닙니까.

유저들이 흥미를 가지고 재미를 느낄만한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성공에 어떤 법칙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실패할 가능성도 많지요.
이래 저래 확신에 가득차 떠들어대도, 뚜껑을 열기 전까지 아무도 모르는 겁니다.
하지만 소유욕구를 발생시키고 그것을 부추겨서 현금을 소비하게 만드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여러분이 열악한 환경의 게임개발자라면 어느 것을 선택하겠습니까?

제가 하는 현금 경매장의 도입에 대한 걱정은 사실 게임계 현실에 대한 걱정입니다.
'현재의 환경에 대한 개선이 없는 상태에서 공식적으로 도입시키는 것이 과연 좋은 결과만 불러일으킬 것인가?'하는 의문에서 출발한 겁니다.
단순히 선호만을 구분짓기 위한 것이라면 이 논의는 사실 필요없는 것입니다.
보다 좋은 게임을 만들어 내는 것에 현금 경매장이 과연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요?
아니면 게임 시장 자체가 그것에 그냥 고착되어 버리고 말까요?
적어도 제가 기억하는 선에서 게임의 재미는 거래와 과시에만 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그 나머지의 재미들이 사라지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