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마닐라에 2017년 12월 설치됐다가 4개월여만에 철거됐던 위안부 피해자 추모 동상이 아예 행방불명됐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5일 보도했다. 무게가 1t이 넘어 쉽게 훔쳐 갈 수 없는 이 동상과 함께 작가도 연락이 두절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동상의 제작을 지원한 중국계 비영리단체 카이사에 따르면 동상은 철거 후 작가에게 돌려보내졌다. 카이사가 동상을 설치할 다른 장소를 물색하는 동안 작가는 동상을 수리하고 보관하기로 했는데, 어느날 작가와 연락두절이 됐다. 카이사는 "작가와 겨우 연락이 닿았을 때 그는 작업실에서 동상이 도난당했다고 말했다"면서 "1t이 넘는 동상은 그냥 훔쳐갈 수 있는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작가는 정체불명의 남성들이 작업실에서 동상을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다만 동상이 행방불명된 시점은 명확하지 않다.

















마닐라만 인근에 설치돼 있던 해당 동상은 2018년 4월 28일 철거됐다. SCMP는 당시 일본이 주도하는 아시아개발은행(ADB)의 마닐라 총회를 한 달 앞두고 급하게 철거됐다고 전했다. 카이사는 일본이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에게 직접 압력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동상 철거 후 한 필리핀 의원은 당시 ADB 총재였던 일본인 다케히코 나카오가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마닐라 지하철 건설 자금 지원 조건으로 동상 철거를 요구했다는 첩보를 받았다고 SCMP는 전했다. 그러나 ADB 측은 이에 대해 부인했다. 필리핀은 일본의 막대한 공적개발원조(ODA)도 받는다. 2019년 필리핀이 지원받은 ODA의 39%가 일본 자금이라고 SCMP는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2018년 12월 30일 필리핀 북부 라구나주(州) 산페드로시 여성의 집에 설치됐던 '평화의 소녀상'도 일본 측 항의로 이틀 만에 철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