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민 씨가 기억하는 제자 민혁의 첫인상은 '공부 잘하는 모범생,전교1등 하는 전교 회장'이다.혜민 씨가 고3담임선생님이 됐을 때 쾌재를 불렀다는 학생 민혁, 짝사랑하던 과학 선생님이었기 때문이다.

누구나 학창 시절 좋아하는 선생님 한 분은 있지 않던가.항상1등으로 등교해 선생님과 이야기 나누는 게 하루의 즐거움이었다.이제야 고백하자면,졸업할 땐'언젠가 멋진 남자가 돼선생님 앞에 다시 나타나리라'그런 결심을 했다.

하지만 담임선생님 혜민 씨에게 제자 민혁은 그저 붙임성 좋고 공부 잘하는 착한 학생이었을 뿐이었다.졸업1년 후,독일로 이민갔던 제자가 찾아왔다.이민가기 전 찾아와, 1년이 되는 날,반드시 오겠다던 말을 정말로 지킨 것이다.그제야 어렴풋이 제자의 진심을 느꼈다는 혜민 씨다.다시 독일로 돌아가기 전까지 매일 만나면서 싹트는 감정,그것은 분명 사랑이었다.

그러나'제자와 선생'이었다는 것이 스스로를 머뭇거리게 했다는 혜민 씨,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눈물부터 쏟는다.그 후 독일로 돌아간 남자 친구를 만나러 날아갔다.그리고 큰맘 먹고 프랑크푸르트역에서 기다리던 한 사람이 있었다. 21살 아들이 결혼하겠다고 선언했을 때,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의 러브스토리가 떠올랐다는 엄마는바로 아들의 옛 담임선생님이 예비 며느리라는 걸 육감적으로 알았다.

양가 부모님의 반대라는 큰 산은 가뿐히 넘겼다.당시 민혁 씨의 통장 잔고는 713원이었다.그러나 민혁 씨를 만난 장모님은"돈과 나이 때문만이라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고, 21살 민혁 씨는 고3시절 담임선생님 혜민 씨와 결혼했고,육아하며 사범대에 진학,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조기 졸업했다.

이제는 과학 교사 부부가 된 두 사람, 학교가 일찍 끝나면 서로의 학교로 달려가 아이들 하원 시간까지 떡볶이도 먹고 연애하듯 산다.남편은 크리스마스 무대에 선 딸 지유만 봐도 감동한다. 4개월 전,부부는 지나온 사랑 이야기를SNS에 올리기 시작했다. '8살 연상연하 사제지간에서 부부로'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현실엔 없는 살림꾼 남편이라'유니콘'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어느덧 결혼6주년,순애보 남편 민혁 씨와 사랑스러운 혜민 씨는아이들 재우고 이어폰을 나눠 끼며 좋아하는 영화를 볼 때 제일 행복하고,함께일 때 제일 재미있다. 2024년 새해,부부가 사랑의 인사를 전한다.


이제 인간극장에서 결혼바이럴도 하는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