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18일 밤, A 씨가 술에 취해 늦게 들어오자 "뭐가 되려고 이렇게 사냐, 툭하면 외박하고 필요 없는 물건 사들이고, 네가 진 카드 빚이 얼마인 줄 아냐"며 질책했다.

A 씨는 "그만하라"며 짜증을 냈다. 이에 B 씨는 "아직 정신 못 차렸다"며 그동안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 동생의 잘못을 꺼내 보였다.

그러자 A 씨는 집 안에 있던 흉기를 찾아 흉기 끝이 부러질 때까지 누나를 마구 찔렀다.

일을 저지른 A 씨는 대형 여행용 가방에 누나 시신을 담아 우선 아파트 옥상 공용창고로 옮겼다.

겨울철에 접어든 관계로 부패 냄새가 심하게 나지 않고 또 추운 날 옥상에 올라오는 사람이 없다는 점을 노린 A 씨는 시신 유기 장소를 찾기 위해 살인 사건 및 시신 유기와 관련된 기사 검색에 나섰다.

그러면서 누나 살해 5일 뒤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아 여자 친구와 여행을 떠나는 대담한 면을 보였다.

A 씨는 범행 10일째인 12월 28일 새벽, 시신이 든 여행용 가방을 빌린 차에 실은 뒤 인적이 드문 강화도 석모도로 갔다.

시신이 든 가방이 물 위에 떠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가방 안에 소화기, 페인트 통 등을 잔뜩 집어넣은 A 씨는 바퀴 달린 가방을 끌고 농수로 옆으로 가 밀어 넣었다.

당시 농사철이 아닌 관계로 농수로 주변엔 인적이 끊겨 A 씨의 범행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A 씨는 B 씨 휴대전화에서 유심을 빼내 다른 휴대전화에 옮겨심은 뒤 B 씨 이름으로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누나가 살아 있는 것처럼 행동했다.

또 '사치하지 말라'는 누나의 가르침을 비웃기라도 하려는 듯 모바일 뱅킹을 이용해 B 씨 이름으로 600만원을 대출을 받아 인터넷 쇼핑을 하고 배달 음식을 사 먹었다.

또 B 씨 휴대전화로 360만원을 소액 결제해 사들인 게임 아이템으로 밤늦도록 게임을 했다.

부모가 '누나가 왜 연락이 없냐'고 궁금해할 때면 '누나 바쁜 모양이다'며 얼렁뚱땅 넘겨 버렸다.

그러던 중 아버지 C 씨는 두 달째 전화 통화도 되지 않는 딸을 이상하게 여겨 2021년 2월 14일 경찰에 실종 신고했다.

이 사실을 안 A 씨는 담당 경찰이 B 씨 휴대전화로 연락을 취하자 누나 휴대전화를 이용해 '부모님이 오해한 것 같다. 남자 친구와 여행 중이다'는 문자를 보내 경찰 수사를 방해했다.

아울러 자신이 B 씨 이름으로 카카오톡 메시지를 한 내용을 캡처해 담당 수사관에 넘겨주기도 했다.

A 씨는 시신을 석모도 농수로에 버린 뒤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석모도' '시신 유기' '시신 발견'을 키워드로 한 인터넷 검색을 실시했다.

2021년 4월 21일 농사 준비를 위해 농수로 점검에 나섰던 마을 사람에 의해 발견된 B 씨 시신은 물에 부푼 상태로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사인이 '흉기에 의한 대동맥 손상' 살해된 시기는 '12월 중순'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인천 경찰청은 수사 전담반을 편성 범인 검거에 나섰다.

경찰로부터 딸이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들은 C 씨 부부는 오열했고 A 씨도 슬픈 표정을 짓는 척했다.

부검이 끝난 직후인 2021년 4월 25일 B 씨 시신은 화장 절차를 거쳐 공원묘지에 안장됐다.

발인과 안장식 때 누나 영정사진을 들고 맨 앞에 선 A 씨가 범인이라는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B 씨 휴대전화에 대한 포렌식 결과 A 씨가 범인이라는 결정적 증거들이 속속 나왔다.

경찰은 A 씨가 B 씨 이름으로 대출을 받았고 숨진 B 씨 이름으로 SNS 메시지를 보낸 점 등이 그것이었다.

"죽은 놈도 자식이고 죽인 놈도 모두 제 자식이다"며 아들 선처를 호소한 C 씨는 "미칠 것 같아 세상을 등지려고 마음먹었지만 (그러면) 아들놈을 건사할 사람도 없고, 가족공원에 혼자 외롭게 있는 딸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 그러질 못했다"고 울먹였다.

그러나 검찰은 △ 누나를 흉기 끝이 부러질 정도로 강하게 찔러 살해한 뒤 시신을 버린 점 △ A 씨가 범행 5일 뒤 여자친구와 여행을 간 점 △ B 씨 명의로 대출을 받는 등 최소한의 반성의 태도를 보였는지 의심스러운 점 △ 과연 A 씨가 B 씨의 친동생일지 의문이 들 정도로 범행 수법이 잔혹한 점 등을 들어 무기징역형을 구형했다.

A 씨는 2021년 8월 12일 1심에서 징역 30년형을 선고받자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지만 기각당해 옥살이하고 있다. A 씨의 만기 출소일은 2051년 4월 29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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