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설령 현직 대통령 부인이라고 해도 언론 보도에서 대통령 부인을 '여사'라고 호칭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국민이 뽑은 사람은 대통령이지 대통령 부인이 아닙니다. 대통령 부인이란 공식 직책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통령 부인을 '000 여사'로 높여 부르는 건, 권위주의 시절의 잔재입니다. 박정희 군사독재 시절엔 대통령을 '각하', 대통령 부인을 '영부인', 대통령의 아들과 딸을 '영식'과 '영애'로 부르며 깍듯하게 예우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큰 불경죄라고 저지른 듯이 보는 사회 분위기였습니다. 분명한 건 여사라는 호칭이 상하귀천이 따로 없는 '국민주권 시대'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1988년 5월 15일, 1987년 민주화운동의 산물로 <한겨레신문>이 탄생했습니다. 이 신문이 가장 먼저 한 일이 그간 언론계에 자리 잡고 있던 독재 시절의 낡고 음습한 관행을 걷어내는 것이었습니다. 냉전적 사고와 권위주의에 찌든 용어를 민주화 시대에 맞게 고쳐 쓰는 일도 이런 흐름 속에서 이뤄졌습니다. 대통령 부인을 '영부인'이나 '여사'라고 쓰지 않고 '대통령 부인 000 씨'로 바꾼 것도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런데 이 작업이 '의외의 복병'을 만나 후퇴했습니다.

??? : 이의를 제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