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저는 지금까지 한 18K 판 정도 했습니다. 주 병과로는 중전차를 타는데, 구축전차는 한 3K 판 정도 탔습니다.
실력은 내세울 정도는 안 되어 굿맨도 안 될 정도이니, 사실 실력으로 이야기를 하면 어디 가서 명함을 내놓을 정도가 못 됩니다. 사실 게임을 하면서도 남들에게 이래라 저래라를 잘 안 합니다. 전투 중 부탁 정도는 합니다만, 한번 이야기를 했는데 제가원하는 데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더 이상 이야기를 안 합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로는 그 사람은 제가 놓치고 있는 다른 것을 보고 있을 수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제 실력이 부족해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딱 보면 그걸 모른냐라고 생각을 할 수도 있고요. 제 선택이 맞았을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의 선택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어이 없는 상황도 있지요. 많은 분들이 분통을 터트리는 것도 사실 그런 부분이겠죠.

둘째로는 한 번 이야기 해서 듣지 않는 사람은 두 번 이야기 한다고 듣지 않습니다. 될 수 있는 한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요청을 해야 들어줄까 말까 하는데, 욕설이나 비하 발언을 하면서 이래라 저래라 하면 그렇게 움직이려고 하다가도 마음이 사라지게 되고요. 월드 오브 탱크는 승패를 좌우하는 요인도 여러 가지가 있다 보니 획일적으로 생각하기 힘든 것도 있습니다. 가령 예를 들자면, 8탑 방에서 IS-6이 본진 저격을 했는데, 그 게임에 이겼다고 해서 그 IS-6이 잘 움직였다고 볼 수는 없잖아요.

아래 E3 게시물을 한 번 올렸는데, 독일 2차 구축 라인도 돌립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2차 구축라인은 좋은 포와 거의 없다시피 한 장갑을 갖고 있지요. 그런 이유로 은폐력을 앞세워 몸을 숨기고 저격을 하는 일이 많습니다. 그런데 구축을 운용하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더군요. 물론 구축전차가 앞장서서 라인을 잡고 맞아가면서 싸우기는 힘듭니다(그런 게 되는 녀석들도 있긴 하죠). 거의 언제나 구축전차는 다른 이의 뒤를 따라가기 마련입니다. 이른바 "꿀빠는 자리"에 딱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서 계속 쏘는 게 좋은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자리 선점이 중요하고 이런 이야기들을 하는데, 아시다시피 월드 오브 탱크의 지형 구조 상 혼자서 이런 자리를 만들 수 있는 곳이 흔치 않습니다.

그래서 다른 이와의 호흡이 중요하고, 그렇기 때문에 늘 아군과 병진(騈進)을 해야 합니다. 전투 상황에 따라서 움직임이 달라진다는 것은 기본적인 전제로 이야기 합니다. 어떤 때에는 빠른 진격이 중심이 되는 경우도 있고, 어떤 때에는 거점 방어가 중심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툼이 있는 경우는 두 가지 가치와 역할이 충돌해서 벌어지게 되는 경우 같고요.

아군 중형이 내달리고 있는데, 뒤에서 중형의 움직임만을 주시하며 가만히 있는 경우도 있고, 중형의 뒤를 따라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같은 구축이라도 어떤 사람은 같은 상황에서 따라가고, 어떤 사람은 자리를 지키고 있고요. 전자가 잘하고 후자가 잘 하고 이런 식의 이야기는 아니고, 누가 앞장서면 같이 나가는 사람과 뒤에서 엄호사격(covering fire)을 가하는 사람이 다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입장에서 구축전차가 중형의 뒤를 따라간다는 쪽의 생각(사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저는 빨리 뒤를 쫓아 가는 편입니다)으로 이야기를 해 봅니다. 월드 오브 탱크에서 화력의 집중은 매우 중요합니다. 장갑이 물장갑인 독일 2차 구축으로 이야기를 하면, 타인과 같이 움직일 때, 어차피 나도 맞고 상대도 맞는 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른바 딜교환이 이뤄집니다. 그런데 병진에 실패해서 고립되게 되면, 고작 해야 한 번 포격을 가하고 집중사격을 맞고 차고에 가겠지요. 중형의 뒤를 따르다 보면 중형들이 육박전을 치르는 와중에 한 번 도 포격을 가할 기회가 주어지고 피격 기회는 줄어들겠지요. 두 사람이 곰을 만났을 때, 곰이 달리는 속도보다 빠르게 도망칠 필요는 없습니다. 단지 앞사람보다 빨리 도망칠 수 있으면 족하지요. 혼자서는 끔살이지만, 둘이라면 낫겠죠.

중형 뿐 아니라 중전차와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다만 중전차의 백업을 하는 경우에는 중형의 육박전 같은 일이 잘 벌어지는 것이 아니니 양상은 조금 달라지겠지요.

별 거 아닌 이야기를 주저리 써 봤습니다. 저도 사람이고, 다들 따라와 줬으면 좋겠는데 안 오면 답답합니다만, 그러려니 하고 생각합니다. 다들 게임을 잘 할 수는 없는 것이고, 주어진 상황에서 어떻게든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한 것이니까요. 게임 할 때마다 "던지지 마세요" 이렇게 이야기 하는 분들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일부 몰지각한 경전차(경험이 부족한 것이겠죠) 타는 분들을 제외한다면, 누군들 던지고 싶겠습니까. 어떻게 잘 움직여 보려고 했는데 그 자리가 하필 쉽게 얻어맞고 차고 가는 자리일 뿐이죠.

저는 언제 적이 올까 하고 기다리는 것 보다는 어떻게 하면 같이 가서 한 대 더 때릴까를 더 생각합니다. 사실 너무 들이대서 오히려 움직임에 실수가 생겨 폭파되는 일도 많습니다. 그래서 어떤게 더 좋다 나쁘다 이런 이야기는 못하겠습니다. 실력, 어떤 의미에서는 상황파악 능력이 좀 떨어지는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