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역 영던의 악몽(?)을 겪은 이후 난 메카 4휘장을 다니며 전사의 로망이자 애물단지인 태포 작업에 몰입했다.

물론 처음에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욕도 먹고 눈치도 많이 보고 다녔지만, 4~5차례 다녀온 이후로는

제법 자신감이 붙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휘장이 25개 넘게 쌓여 반지도 하나 장만했고, 이제는 파티원을 모아 가는 자신감까지

생긴 것이다. (사실 메카 4휘장은 전사 아니면 모으는 클래스가 없더군요 ㅎ)

결국 기/도/법/흑 을 모시고 메카 4휘장을 6번째 가던날...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물빵돌리는 시간에 템 훔쳐보기 하던 그때... 헉... 겨우 휘장 반지 하나 더맞추고 성루 딱한번

가서 먹은 사자심장벨트 하나 더 맞췄을 뿐인데 내가 제일 좋은 템을 소유한 ... 소위 말하는 찌질이 파티원들을

만난 것이다. 특히 힐러로 참여한 성기사의 템은 움.... 퀘보상템 반정도, 일던템 3~4개 정도... 거기에 녹템 1개

오리 시절 에픽 한개... 

이러면 안돼는데 싶으면서도 짜증이 났다. 

"솔직히 영던 오려면 일던은 파밍하고 와야하는게 맞는거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고 말았다.

어쨌든 공략은 시작됐다.

파괴자의 위력적인 "충주"에 여러차례 눕기도 하고, 기계군주의 극성변환을 모르는 파티원들 때문에 전멸 두번

블핑 시간 15분 정도 지체 되기도 하고, 2층에서 ㅌㅌㅌ는 타임을 잘 못맞춰 수차례 눕고...

특히 오히려 파괴자보다 더 쉬운 몹이라던 막보 파탈리온에서는 흑마가 계속 투어글 먹어 공포 잘 안돌아가 수차례

눕고... 이러는 와중에 중간 중간 수리하면서 깨진돈 15골에 일급 방어비약, 최상급 민첩 11개 날라가고...

아마 이글 보시는 분들도... 을매나 짜증났을까 싶으실 꺼다.


그러나 마지막 파탈리온을 눕히고 난 이후 나를 비롯한 파티원들의 반응은 모두 정말 재미있었고 즐거웠다는 반응이었다.

정말 그랬다... 정말 오래간만에 즐거운 인던플레이를 한 느낌이었다. 메카 4휘장을 2시간 반 걸려서 끝냈다하면

많은 분들이... ㅂㅈ들이라고 비웃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난 내가 게임을 한 이래 몇손가락안에 들 정도로 재미 있는 게임을 했고... 그 여운은 몇일이 갔다.

당연히 그때 같이 게임을 했던 파티원들은 모두 친추해놓았고...

레이드 템으로 둘둘 말은 사제와의 게임은 와우를 접고 싶게 만들만큼 짜증나고 재미 없는 게임이었고,

심지어 녹템, 오리시절 템도 포함된... 이제 막 영던 시작한 전사가 제일 좋은 템을 보유한 찌질한(?)파티원들과의

게임은 기억에 남는 즐거운 플레이였고... 과연 뭐가 달랐을까...


3. 하고 싶은 말..

난 그렇게 생각한다.

게임이나 현실이 다르지 않다고... 현실은 현실.. 게임은 게임이라고 구분 짓는걸 그리 좋아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분명 내가 6번째 메카 여행에서 만난 파티원들은 우리 와우저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할때 템이나 경험이나 컨이나

모든 면에서 부족한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그들과의 게임이 즐거웠던 이유는 상대방을 서로 생각하는 배려... 그 딱 한가지 아니었나 싶다.

성기사의 템을 보고 짜증이 났던 내가 머쓱해 질만큼 성기사가 나에게 보여준 배려는 사실 조그만 감동이었다.

사실 배려가 무엇인가... 

난 딱 두가지라고 본다.

 초보 플레이어들의 경우
 - 더 높은 수준의 파티 플레이를 즐기려는 최소한의 준비
   (상식적인 수준에서의 템 파밍, 공략법 대충이라도 읽어오기, 도핑)
 - 실수 했을때의 겸손함
 - 초보답게 게임에 임하는 집중력
   (파티창 잘보기, 물어보면 대답해주기, 경험자의 지시 따라주기 등등)

 이정도 수준만 갖춰주면 짧은 시간에 한바퀴 돌고 오려는 고수들을 속썩이는 일은 없지 않을까?

 또 고수들의 경우
  - 초보들을 언제라도 만날 수 있다는 마음의 준비
  - 전략을 잘 모르는 유저들에게 간단하게 나마 브리핑 해줄 수 있는 여유
  - 실수 했을때 사과하는 초보들에게 "괜찮다"라는 말 한마디 해줄 수 있는 아량

항상 전멸 없이 깔끔하고 짧은 시간안에 클리어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얼마든지 우리들은 자신보다 후질구레한 유저들을 언제 어디서든 만날 수 있고, 또 그 때문에 곤란한

상황을 겪을 수 있다.


당연히 나만큼은 잘해야 된다는 심리는 버렸을때... 나보다 못하는 유저들을 만나게 된다면 한층 게임이 더 

여유롭고 재미 있어지지 않을까?


게임은 게임일 뿐이라면서 경험도 없고, 준비도 안된 유저가 아무런 미안함 없이 다른 경험자 파티원들을 대상으로

오만함을 보이지 않는다면 와우라는 세계 안에서 만난 사람들이 친구목록에 더 늘어나지 않을까?


2시간 반짜리 메카 4휘장이 손에 땀이 나도록 재미 있었다고 느낀 경험...

조금씩만 마음의 문을 열고 게임을 한다면 얼마든지 느낄 수 있는... 비록 하찮은 게임이지만 그 안에서 

잔잔한 흐뭇함을 느끼는 빈도수를 늘려봄이 어떨까 싶다.


게임은 즐거워야 한다.. 즐거움은 잘하는 것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배려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