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나쁜 습성중 하나는 '도덕성'과 '능력'을 동일시 한다는 점입니다. 이것의 차별화를 주장하는 저는 논게에서 언제나 욕을 먹고 있죠. 또 욕을 바가지로 먹을걸 각오하고 글을 씁니다.

삼국지 얘기좀 하겠습니다. 조조와 원소가 하북의 패자 자리를 놓고 일전을 벌였던 '관도대전(관도 대전은 삼국지의 3대대전 중에 하나입니다. 나머지 둘은 적벽대전과 이릉대전)', 이 관도대전에서 조조군의 병사는 7만, 원소군의 병사는 70만이었습니다. 후세에 의해 과장된 부분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아무리 적게 잡아도 3배에서 5배의 차이가 나는 병력차였습니다.

그러나 조조는 원소는 꺾고 하북의 패자가 됩니다. 저 위에 삼국지 3대대전은 모두 '병력이 딸리는 쪽이 이겼기 때문'에 대전으로 남는 것입니다. 적벽대전때는 제갈량의 계책이 있었고, 이릉대전에는 육손의 계책이 있었다면, 관도대전을 승리로 이끈 계책의 주인공은 '곽가'였습니다. 곽가는 후에 적벽대전에서 패하고 후퇴하는 조조가 '봉효(곽가의 자)만 있었어도'라고 했을 정도로 내놓으라 하는 조조의 참모진에서도 첫손가락에 꼽히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런데 저 곽가는 행실이 개판이었습니다. 지금식으로 말하면 '도덕성 빵점'이라는 것이죠. 원래 곽가가 먼저 몸담으려 했던 진영은 '원소'의 진영이었습니다. 곽가의 고향도 원소의 관할이었고 사세삼공의 명문가 후예인 원소가 환관의 자손인 조조보다 여러모로 우위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원소는 한국인처럼 '도덕성 = 능력'이라고 생각하는 인물이었고 조조는 '도덕성 != 능력'이라고 생각하는 인물이었습니다.

그 결과 곽가를 내친 원소는 곽가를 중요한 조조에게 10배나 되는 병력을 가지고도 패하고 결국 자신의 목숨까지 잃게되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입니다.

곁다리가 길었는데 이번 사태를 본 저의 생각은 그렇습니다. 과연 'Lust'라는 한 사람이 도덕성 면에서 욕먹을 일을 했다고 해서 과연 그가 이제까지 해온 수많은 일들마저 부정당하고 능력자체에 욕을 먹어야 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물론 저는 늘 '법치주의'를 얘기해온 사람으로써 Lust님이 '범법행위'를 했다면 옹호할 생각이 눈꼽만큼도 없지만 그저 가까운 사람에게 편의를 조금 봐준 '도덕성 문제'를 가지고 매장까지는 과연 해야하는가 하는 회의가 듭니다.

전 항상 어떤 사람에 대한 일을 볼때 3가지 관점에서 봅니다. 하나는 '도덕성', 하나는 '법', 하나는 '능력'입니다. 각각은 다른 카테고리에 영향을 주지 않고 보기 위해 노력을 합니다. 도덕성이 잘못되었다고 해서 능력이 없거나 법을 어긴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번 Lust님 사건 역시 그런 케이스가 아닐까요? Lust님이 법을 어긴 것이 아닌 이상, 그리고 그간 양질의 정보와 활동으로 인벤 관리자이자 기자로서의 능력을 보여준 이상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고 하여 그의 모든 것을 부정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