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섬노예" 사건을 주제로 거의 사흘이 넘게 키베들을 뜨던데, 지켜보고 있자니 참 한심하

다는 생각이 들더라... 대충 진정이 되어가는듯 해보여서 니네들 키베를 지켜보기만 하던 논게

의 한명으로 입장을 정리해본다.

 

 

특정사건에 대한 네이밍으로서 "oo도 사건"이라는 네이밍은 과연 올바른가?

사회적 이슈로 집중 조명받는 대형 사건들이 발생했을 때 그 사건의 개요 앞에 지역명을 붙여서

"OOO사건"이라는 네이밍으로 기사를 작성하거나, 세간에도 어느 지역에서 발생한 사건이라는

의미 정도로 특정 지역명이 붙여져서 회자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밀양 집단성폭행사건" "대구지하철참사" "군산 납치사건" "부산여대생 실종사건" 등등등.

그런데 왜 섬노예 사건의 경우에는 "신안군 섬노예 사건"이 아니라 "전라도 섬노예 사건"이라고

네이밍 되는 것일까?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에 그 사건이 발생한 읍.면.시.군.구 수준의 범위

를 벗어난 "OO도"로 확대해서 네이밍 되는 사건들이 "섬노예"사건을 제외하고 또 어느 것이 있을까?

 

바로 이런 문제인거다.

사건 자체의 본질에 집중하기보다는, 특정 지역의 문제라는 것을 더 부각시키는 네이밍 방식이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질감을 주는 것이다.

 

부산형제복지원 사건을 보자...

사법권도 없는 자들이 길거리에서 검문을하고, 주민등록증이 없는 사람들을 부랑자라며 강제로

끌고가서 불법감금하고 강제노역을 시켰으며, 저항하면 굶기고 구타하거나 심지어 고문으로 살해

하여 암매장했었다.

 

12년동안 형제복지원에서 죽어나간 사람의 숫자가 무려 531명이었는데, 사망자들의 시신조차

의과대학 해부학 실습 재료료 팔아먹었을 정도로 치가 떨리는 반인륜 범죄였던 것이다. 이런

전례가 형제복지원 말고 또 있었는가?

 

역사상 전례가 없는 극악무도한 인면수심의 반인륜적 범죄행위가 일어난 곳은, 찾기 힘든 섬마을

도 아니었으며 버젓이 시내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더 소름이 돋는다... 그러나 이런

전후무후한 사건이 일어난 곳이 부산이라고 해서 우리가 "경상도 강제 노예사건"이라고 네이밍

하지는 않는다.

 

도서 밀집 지역이라는 지형적 특성상 전라도 지역에서 "섬노예"사건이 집중적으로 발생함으로

그런 네이밍이 붙어지는 것이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면, 같은 의미로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해서도 "경상도 사건"이라 네이밍해도 문제가 없는거다... 왜냐면 규모나 비리의 정도에 비춰

보았을 때, 저런 정도의 사건이 일어난 전례가 부산 외에는 없기 때문에 말이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오히려 사람들이 본질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은 불필요하게 확장된

네이밍 방식과 그 프레임이며, 합리적인 사람들이라고 한다면 이런 방식의 네이밍으로 기사를

확장시키는 언론사들의 행태 자체에 의문과 문제를 제기해야 하는 것이다. 

근데 문제제기는 커녕, 그들 언론사들의 프레임에 낚여 충실하게 놀아나 주시는 일부 군상들이

보여주는 행태가 우리에게 이질감을 주는 것이다. 

 

예컨대...

"전라도 섬들을 다 불싸지르든지 해야지..."

"민주적인 전라도에서 18세기 섬노예라니..."

"명불허전 전라도 클라스... "

"전라도 섬노예 사건"으로 네이밍 된 기사가 나가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이런 지역비하성

댓글들이 폭주하고 있다.

 

 

전근대적인 노예적 노동착취 "섬노예"만 문제인가?

이른바 "약자들에 대한 종속적 강제노동"과 같은 전근대적인 노예적 방식의 노동력 착취는 단지

섬노예만의 문제가 아니며, 전라도 도서지역의 문제만은 아니다. 예컨대, 새우잡이나 참치잡이

같은 장기 출항 어선들에서 장애인이나, 외국인 불법체류자들의 약자라는 지위를 이용해서 강제

로 감금하고 노역을 시켜서 노동력을 착취하는 일들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http://www.f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4384

2011년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방영한 "새우잡이 어선 노예사건"을 보면 잘 알수있듯이... 이러한

근대적 노예방식의 노동착취 행태는 특정 업종이나 지역을 벗어난 문제라는 것이다. 

 

어디 섬노예와 새우잡이배 노예만 그러한가?

대다수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전근대적인 폭력과 폭언 강제노동과 노동력착취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은 포털 기사들만 찾아봐도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을 얼마든지 알수있다.

 

니들이 진정으로 전근대적인 노예적 노동착취 행태에 분노하고 인간의 보편적 인권을 옹호하며

사건의 본질과 문제해결, 향후 제도개선과 관련한 건설적인 담론으로서 각자의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라면, 특정지역에 대한 과도한 비하의 목적이 우선되거나, 또 그에 대한 반발로 접근해서는

안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달을 보라고 가리키는데 보라는 달은 안보고 손가락에 때가 묻었다며 타박하는 인간군상들은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지만, 특정 사건을 빌미로 대대적인 지역 비하 몰이에 나선 인간들이 과연

제정신 박힌 인간들인지 스스로 생각해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