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오늘은 귀차니즘이 절정에 달한 날인데도, 벌써 두세개의 글을 파고있다. 어차피 이런 글을 써본들

이미 fanatic 수준의 진영논리에 갇혀버린 그들에게는 소귀에 경읽기에 다름없다는 것은 나도 익히 터득

한 바다. 그래서 이 글은 그들 박정희 광신도들에게 전달하는 글이 아니라, 그들의 주장에 설득력있는

반박을 펼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글이다.

 

 

물리학적 측면에서 본 철도와 도로의 효용성

인구밀도가 높을수록 대량 수송이 유리하고 기차는 자동차에 비해 단가도 싸고 오염이 훨씬 적다는 것.

때문에 유럽.일본도 도로보다는 상대적으로 철도 교통이 발달돼있다. 전 세계적으로 철도에 비해 자동차

교통이 발달한 곳은 미국뿐이다. 미국은 땅이 넓고 상대적 인구 밀도가 낮아서 대량 수송체계가 불리해

자동차를 주로 사용해왔다.

 

이같은 사실들과, 특히 한국의 경우는 식민지 시대에 건설된 철로가 지금까지도 약간의 개량 외에는

대부분 그대로 쓰이고 있을 정도로 그 효율성이 높다는 점을 근거로 보았을 때, 해방 이후에 한국에서

철도보다 도로를 중심으로 발전시킨 것은 물리학적으로도 경제학적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정책적 방향

이었다.

 

철도 운영이 계속 적자라고 말하지만 비용을 산출할 때 도로 교통에서는 도로 건설비를 포함하지 않으

면서 철도교통에서는 철로 건설비와 유지비 등을 포함하기 때문에 그렇다. 실제로, 단위 질량 당 운송비

를 비교해 보면 철도가 훨씬 싸다는 것이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정희 정권은 경부고속도로에 몰빵했으며, 오늘날 그의 추종자들은 이것이 그의

가장 큰 업적중 하나라고 치켜세운다. 과연 이것은 업적인가 아니면 근시안적인 정책적 오류로서 지적

받아야 할 오점인가? 

 

 

지역불균형성 심화의 원흉 경부고속도로

지역개발은 그 지역의 속성 자체를 변화시킬수도 있는 행위인 만큼 이 역시 지리학이나 경제개발 논리에

있어서도 상당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연구 분야다. 때문에 대규모 지역개발 사업에는 항상 효율성과

형평성의 문제에서 논의가 갈리게 되는데, 예컨대 이미 철도와 국도들 그리고 지방도로가 잘 갖춰져 있던

서울-부산간의 이미 구축되있는 인프라 정도라는 당시의 조건들을 놓고 본다면, 오히려 사회간접 인프라

가 매우 취약했던 서울-강릉간 도로를 먼저 건설하는 것이 효율성과 균형적 발전이라는 형평성에 더 부합

하는 정책적 선견지명이었다는 말이다.

 

경부고속도로 건설이 매우 근시안적인 정책적 오류였고 오늘날 국토발전 불균형을 가져온 원흉이었다는

사실은 '뮈르달'의 "순환/누적적 인과관계" 이론에 적용시켜서 판단하더라도 합당한 정설이다. (개발이

더 된 거점지역에 투자를 해주어 산업이 발달하면, 그 산업과 관련된 산업이 거점지역에 더 유입이 되게

되고, 결국 주변 낙후지역의 노동력은 더더욱 거점지역으로 쏠리게 되어 불균형 현상을 초래하게 된다)

 

당시에 가장 발달하였던 지역이 바로 수도권-남동임해 지역이었고, 이 지역을 잇는 교통망이 필요하였기

때문에, 따라서 최우선적으로 이미 발달된 지역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이유에서 가장 먼저 경부고속도로

건설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라 볼 수 있는데, 앞서 말한바대로 이미 어느정도 기반 인프라가 갖춰져 있던

지역에 몰빵해서 지역불균형을 가속화시킬 것이냐, 아니면 기존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고 되려 낙후된

지역에 인프라를 구축함으로서 효율성과 형평성을 맞춰서 균형발전을 꾀할 것이냐의 선택의 문제에서...

결국 경부고속도로를 강행했던 것은, 업적이 아니라 그야말로 근시안적인 오류였다는 말이다.

 

 

 

초고속 도로 건설의 이면에 숨어있는 그림자

경부고속도로 건설 당시, 세계은행의 자매기구인 '국제개발협회'는 "경부고속도로와 같은 남북종단 보다는

횡단도로가 더 시급하다"면서 차관에 미온적이었다. 예컨데 김대중 등의 야권이 고속도로 자체에 반대했던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김대중은 서울-부산간에는 철도망과 국도 지방도가 잘 갖춰져 있음으로, 서울-강릉

간 고속도로를 먼저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결국 박정희는 경부고속도로를 밀어붙였고, 그 선택이 오늘날 지역간 불균형을 심화시킨 근원적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더구나 "세계에서 가장 싼 건설비로, 가장 빠른 시간안에 공사를 마쳤다"고 자랑하는 그 이면

에는 2년 6개월여 간의 건설 기간중 사망자가 77명이 나왔고, 1990년 말까지 보수비로 약 1,527억원이나

추가 비용이 들었다는 점이다. 더구나 기회비용이라는 측면에서 보았을 때, 그렇게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고

오늘날 한국 사회의 가장 큰 고질병중의 하나로 손꼽히는 지역불균형 수도권 과밀 집중현상을 가져온 원인

으로 작동했다는 점에서 오류로서 지적당해야 마땅하거늘... 그것을 빨아대고 있다는 것은 그들이 얼마나

무지한 종족인지를 보여주는 반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