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정치후진국'인 우리나라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민주주의의 구조적 모순'으로 인한 어느 민주국가나 안고 있는 문제입니다.

기본적으로 '모두를 행복하게 만드는 정책'이란 존재할 수도 없고 존재해서도 안됩니다. '모두가 행복하다'는 말은 '모두가 불행하다'라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태평양 한가운데 무슨 이름모를 섬의 주민들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지수가 높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삶은 비참하기 그지 없습니다. '모두가 행복하다'는건 이런 상황인 것입니다.

아무튼 모두가 행복할 수 없기 때문에 정책이란 필연적으로 '특정집단'을 위하는 것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저 '특정집단'은 대기업이 될 수도 있고, 중소기업이 될 수도 있고, 부자가 될 수도 있고, 빈자가 될 수도 있는 것이죠. 문제는 어떤걸 택해도 '투표권'을 가진 국민의 입장에서는 늘 불만이 나오고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나올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가 노무현 정권과 이명박 정권입니다. 노무현 정권은 기업의 총출제 등 제한요소를 강화하고 대신 서민경제를 살리기 위한 노력을 했습니다. 복지예산을 늘렸고 이의 재원 마련을 위해 위헌논란까지 나왔던 종부세를 추진하기도 했습니다. 이명박 정권은 반대입니다. 당장 기업 총출제를 폐지하고, 종부세를 비롯한 각종 세금을 폐지하거나 줄여서 '부자감세'라는 논란을 아직까지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문제는 가장 표를 많이 가진 '유권자'들의 입장에서는 어떠한 정책도 만족을 주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노무현 정권은 대기업을 제한하고 서민과 중소기업에 힘을 실어주려 했으나 대기업들이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투자를 줄여버리자 경기자체가 죽었습니다. 대기업이 돈을 풀지 않으니 중소기업도 영향을 받았고 대기업이 채용을 하지 않으니 노동시장도 얼어붙었습니다. 결국 유권자의 대부분인 서민들은 '죽겠다'고 아우성쳤습니다. 이명박 정권은 반대로 했습니다. 대기업에 화끈한 당근을 던져주고 반대급부로 투자와 고용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대기업에게 주어진 특혜는 중소기업과 서민들의 밥줄을 끊는 결과로 다가왔습니다. 결국 중소기업과 서민들은 또 죽겠다고 아우성입니다.

이게 현대정치의 실체입니다. 어느쪽을 선택해도 정작 유권자 본인은 불행해지는 최악의 결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공리주의' 사상에 기반하여 만들어진 제도입니다. 그러나 저 '공리'란 과연 누구를 위한 공리입니까? 현대 민주국가에서 '정책에 대한 투표'라는 것은 '물에 빠져 죽을래', '목매 죽을래'밖에 없는 선택지의 정답을 고르는 것에 불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