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트키급 소재를 무난히 녹여낸 수집형 RPG



세대마다 대표하는 메카닉은 다르지만, 어쨌든 메카닉이라는 소재는 아주 오랜 옛날부터 사람을 휘어잡는 힘이 있다. 리모콘으로 조종하든 조종석에 탑승해 움직이든, 혹은 싱크로해서 조종사의 움직임을 고스란히 따라하든 기동하는 방법도 다 다르고 모양도 설정도 제각각 다르긴 하다. 문외한이 보면 "저게 무슨 공통점이 있나?" 싶을 거다. 혹은 옛날 "아직도 로봇이나 좋아하고"라는 부모님의 싸늘한 한 마디와 등짝 스매시가 주마등처럼 슬쩍 지나가서 등골이 싸늘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어지간해서는 움직이지 않을 것 같은 인간을 닮은 그 거대한 금속재질의 거상들이 날아다니거나 혹은 대지를 질주하면서 호쾌하게 맞부딪히는 그 장면들은 말로 설명하기 힘든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여기에 조종사들이 겪는 휴먼드라마까지 섞이면? 뜨거워진 가슴을 눈물이라는 냉각수로 식히지 않고 못배길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고, 그 맛에 메카닉물을 보는 거랄까.

다소 과장되게 말하게 되는 것 같지만 어쨌든 서브컬쳐에 한 번이라도 발을 담았다면, 혹은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그 박력과 매력에 빠져봤을 정도로 메카닉은 그 위력이 검증된 소재다. 동양권만 그렇다고 생각하겠지만, 트랜스포머나 퍼시픽림을 보면 동서 구분은 따로 없는 듯하다.

그만큼 핫한 소재에 미소녀 파일럿을 가미한 게임은 그간 여럿 등장했고, '파이널기어'도 그 중 하나였다. 해외에서 처음 공개될 당시부터 많은 유저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던 이 작품은 국내 출시되자마자 양대마켓 인기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게 과연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는 소재 때문인지, 아니면 그런 소재들을 잘 녹여낼 저력이 있는 것인지 확인해보았다.

게임명 : 파이널기어(Final Gear)
장르명 : 벨트스크롤 슈팅 RPG
출시일 : 2021. 5.25.
개발사 : 플래시윙 스튜디오
서비스 : 빌리빌리
플랫폼 : 모바일



벨트스크롤 슈팅과 실시간 인카운터 방식으로 선보인 메카 RPG


파이널기어는 다양한 메카를 모아서 부대를 편성하고, 그 메카들이 각자 다른 역할을 하면서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전형적인 수집형 RPG의 구성을 띠고 있다. 이젠 익숙해진 수집형 RPG를 따른 만큼, 눈길을 끌기 위해서는 화려한 눈요기나 육성 편의성, 혹은 색다른 전투를 선보일 필요가 있다. 그래서 파이널기어는 여기에 벨트스크롤 슈팅을 더해 차별화를 꾀했다.

벨트스크롤 슈팅 장르의 기본기를 평가해보면, 그리 나쁘진 않았다. 스킬을 화려하게 날려대진 않지만, 마치 3D 슈팅 게임처럼 두 개의 가상패드를 활용해 무빙샷을 하는 컨트롤의 묘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파일럿의 무기 종류에 따라 공격 방식과 조작법도 바뀌는 터라, 캐릭터를 바꿔가면서 색다르게 컨트롤하는 맛도 있었다.

손맛뿐만 아니라 전투를 보는 맛도 나름 준수했다. 기체들의 디자인이 전반적으로 메카닉물의 로망을 채워줄 수준이었고, 이동할 때 기체나 파일럿의 자세가 약간 쏠리는 등 소소한 디테일도 잘 살려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메카닉물하면 흔히 떠오르는, 숱한 적의 포격과 탄환 세례를 뚫고 돌격해서 적을 소탕한다는 그 느낌에도 충실했다.

▲ 직사만 있는 게 아니다. 곡사도 손맛 좋다

미션마다 다르긴 하지만 한 웨이브당 적들이 두 자릿수는 나오는 편이고, 잊을만하면 화면 곳곳에서 낙하해서 아군을 노리곤 했다. 그렇게 사방에서 끈질기게 달라붙는 적들을 노리고 손을 바쁘게 움직이다보면 화면 곳곳에서 거대한 폭발과 각종 이펙트들이 피어오르고, 그럴 때마다 메카 애니메이션에서 적 기체를 터뜨릴 때마다 터지는 그 장면들이 떠오르곤 했다. 그렇게 쉴 새 없이 맵 곳곳에서 폭발과 연기 효과가 피어오르지만 기체는 가리지 않아서 시인성도 확보하는 등 디테일도 신경을 쓰는 모습이 보였다.

물론 벨트스크롤 장르로 더 깊이 파고들자면 부족한 점은 있었다. 적의 공격을 순간 회피할 수 있는 이동기는 부족하고, 전투를 하다보면 기본 공격과 스킬 하나만 계속 쓰는 단조로운 방식이라 쉽게 질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플레이하다보면 결국에는 자동전투와 캐릭터 육성과 조합이라는 수집형 RPG의 기본 공식대로 가게 되는 터라 크게 체감이 되지는 않았다. 적어도 그 시점이 오기 전까지는, 이런저런 파일럿과 기체들을 만지작거리면서 즐겨볼 정도는 갖췄다고 할까.

▲ 오토로 놔둬도 잘 싸우는 편이고, 보는 맛도 있다

벨트스크롤 전투뿐만 아니라 부대를 편성해서 작전을 수행하는 용병단이라는 컨셉에 맞춘 다양한 작전들도 눈길을 주기엔 충분했다. 단순히 앞에 있는 적을 몰살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지를 지키는 방어와 점령전, 아군을 지켜서 목표 지점까지 호송해야 하는 호위까지, 목표에 맞춰 부대를 이동시키고 적의 동태를 계속 살펴보는 맛이 있었기 때문이다.

맵과 적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그에 맞게 움직이는 것뿐이라면 여타 모바일 SRPG에서도 채택한 방식이라 특이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파이널기어는 턴이 아닌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것이 달랐다. 맵이 조금 커서 이동하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이를 좀 줄여주고자 4배속까지 지원하지만, 그렇게 하다가 갑자기 어디서 돌아들어온 적의 기습에 넋놓고 당할 뻔할 수도 있으니 긴장의 끈은 놓칠 수 없었다.

▲ 전투는 인카운터식으로 진행되고, 때로는 맵 내 오브젝트를 잘 활용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SRPG 특유의 맵 곳곳의 오브젝트를 활용해 적을 봉쇄하거나, 통로를 열어서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등 오브젝트 상호작용도 충실히 구현해 맵을 공략하는 재미도 복합적으로 살렸다. 그렇게 실시간으로 유닛을 항상 움직이는 것이 귀찮은 유저를 위해 자동까지는 아니더라도, 사전에 경로를 지정해두는 '대리지휘'를 지원해 보완하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4배속 상태에서 대리지휘를 돌리다보면 종종 의도치 못한 적의 움직임에 당황스러울 때가 있지만, 그때는 다시 부대를 선택해서 실시간으로 경로를 바꿀 수 있어 쉽게 수습할 수 있었다. 오히려 그런 상황을 몇 번 겪다보면 어떻게 대리지휘를 해야 그런 귀찮은 일 없이 깔끔하게 클리어할 수 있게 궁리하는 맛이 있다고 할까. 처음에는 수동으로 메카닉을 조작하는 묘미를 살렸다면, 가면 갈수록 부대를 어떻게 배치하고 경로를 지정할지 수를 계산하는 재미를 살리면서 플레이의 맛을 이은 것이 눈에 띄었다.



외형과 성능 변화가 눈에 쏙 들어오는 파츠 커스터마이징의 재미

▲ 초반 튜토리얼에 이런 외형의 장비를 줬을 땐 조금 당황스럽긴 하다

메카닉의 로망은 단순히 싸우는 것뿐만 아니라, 파츠를 개조하고 업그레이드하는 것도 포함된다. 애니메이션만 봤다면 조금 다르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메카닉 게임들은 각 파츠에 갖가지 무기나 장갑들을 장착하면서 자기만의 기체를 꾸미는 그 재미가 있지 않던가. 외부 도색까지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면 애정캐를 그려주거나 좋아하는 작품의 글귀를 새겨주는 진짜배기짓을 하는 재미도 있고.

파이널기어는 외부도색 같은 커스터마이징은 없지만, 각 파츠를 교환할 때마다 기체의 외형이 상당히 크게 바뀐다. 아마 그건 튜토리얼 초반을 거쳐왔다면 바로 알 수 있을 테고, 일부 유저들은 그 단계에서 조금 실망했을 수도 있다. 멀쩡한 메카가 갑자기 세그웨이도 아닌 외발자전거(?) 비스무리한 걸 탄 괴상한 꼴이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그렇게 바뀌었는데 갑자기 이동속도가 빨라져 조작감이 달라지는 등, 확실한 차이가 느껴지니 묘한 느낌이 든다.

▲ 그래도 하다보면 그럴싸한 모습이 나온다

무기나 장비에 따라서 성능 변화가 체감되는 건 사실 파이널기어만의 고유 특징은 아니다. 여느 RPG나 다 장비가 바뀌면 캐릭터의 성능이 바뀌고, 때로는 플레이 방식조차 바뀌니 말이다. 그렇지만 모바일 수집형 RPG에서 장비가 바뀌면서 외형과 성능이 동시에 바뀌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파이널기어가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근간은 수집형 RPG기 때문에 결국 효율적인 세팅 위주로 귀결되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여기에만 집중하게 되면 템을 수집하는 중간 단계가 무의미하고 지루하게 느껴진다. 그럴 단계에서 파이널기어는 파츠 교체에 따른 외형변화를 극대화하는 식으로 커버했다. 굴러다니는 잡템 중에서 쓸만한 것들을 이어붙였을 때 과연 어떤 모습이 나올지, 그 파일럿에 어울리는지 확인해보면서 소소하게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무기나 다리 파츠가 바뀌면 전투 방식도 상당히 달라지는 터라 이를 체감해보는 재미도 있었다.

▲ 뜬금없이 웬 마법지팡이? 라고 하겠지만 이런 기묘한 것들도 몇 개 거쳐가면서 보게 된다



플레이 흐름이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는 루틴 설계


한 때 게임인들 사이에서는 자동전투, 자동반복은 게임을 망치는 악처럼 여겨진 적이 있었다. 그렇지만 현재 모바일 RPG 장르에서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장치로 자리잡았다. 게임에 따라 캐릭터를 육성하는 지난한 과정만 자동에게 맡겨두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아예 전체 콘텐츠를 싹 오토로 돌릴 수 있게 하는 등, 그 범위도 상당히 확대된 상태다.

수집형 RPG, 그것도 서브컬쳐 쪽으로 한정해서 살펴보자면 전자는 자동으로 깨기 어려운 고난도 콘텐츠를 깨기 위해 마지막 담금질을 수동으로 조작하는 형태다. 후자는 그렇게 빨리 숙제를 끝마친 뒤 캐릭터를 강화시키면서 터치하고 꽁냥꽁냥하면서 이것저것 감상하는 유형으로 볼 수 있겠다. 물론 이 두 가지 기준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긴 하다. 그러나 이 장르에서 유저의 호응을 얻고 서비스를 이어가는 게임들의 플레이 루틴 유형인 만큼, 그 장르의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이 기대하는 요소 중 하나라고 봐도 될 것이다.

그런 흐름에서 살펴보면 파이널기어는 조금 애매하다. 확실히 초반의 수동 전투는 나름 특색도 있고, 퀄리티 있는 메카닉 디자인과 고전적인 스프라이트 디자인이 어우러져서 보는 맛도 있다.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적 사이로 효율적으로 부대를 움직여야 하는 미션도 스릴이 있다. 그러나 플레이하다보면 수동 전투의 비중은 줄어들고 반복 육성을 준비하는 구간이 생기는데, 그때부터 파이널기어의 설계는 조금씩 어긋났다.

우선 스토리를 빨리 밀어버리고 싶어도 계정 레벨 제한이 발목을 잡는다. 계정 레벨을 올리기 위해서는 자연히 스테이지를 돌아야 하는데, 행동력이 아닌 횟수로 제한이 되어있는데다가 마치 요일던전처럼 하루에 주어진 횟수도 정해져있다. 그나마 반복전투는 없어도 티켓을 소모해 한 번에 받을 수 있는 보상을 최대 10배까지 한꺼번에 받을 수 있게 해뒀지만, 그것이 끝난 뒤에는 무언가 할 것이 없어져서 흔히 말하는 현자타임이 오기 일쑤다.

▲ 자동반복은 없지만 한 번에 횟수를 소모해 보상을 합산해서 받을 수 있다. 다만 요일던전 티켓 같다

그나마 미리 해외 서버를 했던 유저를 통해서 '무한런'이라는 방식이 알려지긴 했지만, 이를 위해 필요한 캐릭터는 딱 한 명에 대체제도 없고 의외로 얻기 어렵다보니 스트레스 요소로 자리잡기 쉬웠다. 물론 아직 PVP는 없고, 다른 유저와 함께 하는 PVE라고 해봐야 다른 유저가 치다 남은 분쟁지대 구조미션 정도라 자신만의 캐릭터를 느긋하게 키워나갈 수는 있긴 하다. 그렇지만 할 게 없어서 그 방식을 채택한 것과, 할 수 있는 것이 많은데도 자신이 직접 그 방식을 선택한 것은 느낌이 다르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파이널기어는 일부 액션 RPG처럼 계정 레벨을 올려야만 파일럿의 레벨 제한이 같이 올라가는 방식을 채택했다. 그래서 파일럿 레벨 제한이 있는 장비들을 착용하려면 계정 레벨도 올라가야 하는데, 그 시점이 타의적으로 늦어지기 때문에 답답할 수밖에 없다. 기껏 강력한 전용장비를 파밍했는데 레벨이 맞지 않아 묵혀두고 쓰지 못하니 말이다.

▲ 기껏 얻었더니 이런...50레벨 언제 찍지

특히 장비를 다양하게 커스터마이징하고 파밍하는 재미가 전용장비 시스템 때문에 급속히 식어가는 것도 아쉬웠다. 전용기가 단순히 성능이 좋은 것에서 그치지 않고, 스킬에 추가 효과들이 붙는데다가 역할군과는 전혀 다른 공격 방식까지 선보이는 등 일반 장비와 격을 달리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강력한 장비를 목표로 삼아 파밍하는 재미도 있긴 하다. 그렇지만 모든 캐릭터가 전용기가 있는 건 아닌데다가 전용장비를 파밍할 던전이 다 열린 것도 아니라서 업데이트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모호한 처지가 되어버린 것이 문제랄까.

그 중간중간 이벤트 스토리를 즐기면서 풀 수 있게끔 마련해두면서 텀을 벌었지만, 메카닉이 아닌 '미소녀' 게임으로서는 다소 공백이 보였다. 이블린 스토리는 애니메이션과 주제가까지 선보인데다가 터치 반응과 배경화면에는 라이브2D를 적용해 공을 들인 흔적이 있긴 했다. 그러나 흔히 생각하는 숙소인 이동기지는 꽤나 레벨이 지난 뒤에 열리는 등, 일부 콘텐츠 해금 시점이 상당히 늦은 터라 흐름이 꾸준히 이어진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부족한 콘텐츠를 일부러 텀을 길게 배치해서 시간을 끈다는 그런 인상이었다.



▲ 게임 내 스토리도 애니메이션도 다 좋은데 더 없나요...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요리를 하다보면 재료가 좋아도 잘 다듬지 못해서 맛이 죽어버린 일이 종종 있다. 게임도 이와 비슷하게 소재는 좋았지만 전반적인 완성도가 낮아서 망하는 일들이 간혹 있곤 하다. 특히 미소녀와 메카닉이라는, 서브컬쳐 유저에게는 절대적인 호응을 얻을 만한 두 소재를 섞은 작품들은 유독 그런 경우가 많았다.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두 특색이 강한 소재를 서로 잘 녹여내지 못하거나 혹은 장기적으로 안착할 만한 체계가 잡히지 않았던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

파이널기어는 그 두 가지 소재를 녹여낸 방식에선 충분히 합격점을 주고도 남았다. 다소 메카닉쪽에 치우치긴 했지만 메카닉은 꽤나 호평을 받을 만큼 세련되게 잘 디자인됐고, 벨트스크롤 슈팅에 특유의 조작법을 결합해 만든 전투 방식은 메카를 조종해서 전투하는 맛을 나름 살려냈다. 더군다나 파츠를 갈아낄 때마다 드라마틱하게 변하는 외형에 전투 스타일은 메카를 커스터마이징하는 재미도 더했다.

▲ 전용기를 한 번 맞춰보면

▲ 그 위력에 빠져든다

미소녀 게임으로 봤을 때는 캐릭터들와 교감할 수 있는 콘텐츠는 적었다. 그리고 일부 해금 시기가 늦은 것도 흠이었다. 그러나 라이브2D와 이벤트 스토리 등 기본기는 다 갖춘 터라 무난히 넘어갈 수 있는 정도였다. 그보다는 중간중간 플레이가 의도치 않게 막히는 레벨디자인과 그로 인해서 흐름이 끊어지는 플레이 루틴이 더욱 큰 문제였다. 대다수 콘텐츠가 횟수로 제한되어있어서 플레이 시간도 짧은데, 그 후에 할 수 있는 것이 적어서 손이 안 갈 위험이 있다고 할까.

물론 1티어 딜러에 슈미리, 탱을 뽑아 무한런을 돌려둔다면 더 빨리 콘텐츠들을 스무스하게 열 수는 있다. 그렇지 않더라도 시간이 조금 더 걸려서라도 다 해금은 가능하다. 그렇지만 그렇게 해금한 뒤에 무엇을 해야 할까? 라는 질문의 답을 현 시점의 파이널기어에서 찾아보기는 어렵다. 이미 해외 서버 유저들을 통해서 어느 정도 업데이트 방향과 일정을 예견할 수 있지만, 그것이 국내에서 어떻게 적용될지 확신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이것 하나만은 확실하다. 파일럿과 메카닉을 수집하는 재미와, 이들을 조합해서 전투하는 그 맛은 여느 수집형 RPG에 뒤떨어지지 않는다. 특히 전용기를 맞췄을 때 확 변하는 외형과 기하급수적으로 강해지는 그 모습을 보면, 그 파밍이 끝났을 때의 쾌감은 더욱 크다. 마치 메카물에서 자기만 혼자 사기급 메카를 들고 와서 일방적으로 도륙내는 그런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고 할까. 때로는 유료로만 해금되는 것이 있긴 해서 아쉽긴 하지만 말이다. 만일 메카물의 그 느낌과 미소녀, 두 가지 소재를 즐기고자 한다면 파이널기어는 아마 훌륭한 대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