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의 신작 3D TPS MOBA, '오버프라임'이 지난 4월 29일부터 CBT를 진행했다. 처음에는 2018년 서비스가 종료된 에픽게임즈의 3D TPS MOBA '파라곤'을 기반으로 한 인디 프로젝트였으나, 넷마블에 합류한 이후 본격적으로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특히 이전까지는 소수의 커뮤니티 인원을 기반으로 한 알파테스트만 진행됐으나, 지난 1월 스팀을 통해 세계 각지의 유저들을 대상으로 1차 CBT를 거치면서 대규모 접속 환경에서 원활한 게임플레이 여부 및 완성도를 한 차례 체크해볼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일부 유저들 사이에서는 오버프라임이 과연 모티브가 된 파라곤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1차 CBT에서 '오버프라임'은 파라곤의 애셋을 기반으로 하되 속도감은 한층 끌어올리고 다른 MOBA의 요소를 녹여내면서 상당히 다른 색채를 보여주었다.

물론 첫 CBT였던 만큼 서버나 최적화 이슈가 발발하긴 했으나,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인터뷰 등을 통해 개선을 약속했을 뿐만 아니라 인텔과 기술협력 MOU를 체결하면서 다양한 해결책을 모색해왔다. 그리고 3달이 지나 다시 검증을 받고자 2차 CBT로 찾아온 '오버프라임'이, 과연 어떤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을지 확인해보았다.



■ 3달만에 이렇게? 확실히 체감되는 안정감과 최적화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변화는 최적화였다. 1차 CBT 때도 엄밀히 말해서 최적화가 나쁜 수준은 아니었으나, 처음 게임에 접속하면 거의 예외 없이 4K에 최고사양 옵션으로 구동이 되어 뻗기 일쑤였던 터라 인상이 짙게 남을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근간이 된 파라곤이 언리얼 엔진 개발사가 직접 만든 물건이다보니, 그때 인상이 아직 남아있는 유저 입장에선 최적화가 굉장히 신경 쓰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더군다나 TPS, MOBA 두 장르 다 프레임 단위나 최적화에 굉장히 민감한 장르 아니던가. 에임 한 번 빗나가고 말고가 한 판 혹은 전체 승패를 좌우하기도 하고 혹은 흔히 말하는 '티모미터' 무빙에 맞냐 안 맞냐 갈리기 일쑤다. 그러니 두 장르가 합쳐진 '오버프라임'의 최우선 과제는 최적화라 봐도 무방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1차 CBT 때 유저들이 대부분 이를 지적했었고, 이와 관련해 개선을 약속하기도 했다.

1차 CBT 기준으로 지포스 GTX 1660 슈퍼 기준으로는 FHD 해상도로 두어야 정상적으로 플레이가 가능했지만, 2차 CBT에서는 QHD 해상도까지 소화가 가능할 정도로 최적화가 이루어졌다. 특히 5대5 한타 때는 FHD 해상도에서도 높음으로 두면 프레임이 다소 낮아져서 결국 보통으로 맞춰두고 하게 됐는데, 이번 2차 CBT는 후반 한타까지 프레임 드랍이 거의 없이 진행됐다.

▲ 1차 CBT에서는 라이젠5 3500X에 GTX 1660 슈퍼로 FHD까지 커버 가능했지만

▲ 2차 CBT에서는 QHD까지 무난히 소화 가능할 정도로 최적화가 이루어졌다

더군다나 지난 CBT에서는 이펙트가 특히나 화려한 코스모스의 스킬이나, 이펙트가 급격히 바뀌는 셰이드의 스킬을 발동할 때 간혹 가다가 버벅거리는 현상이 있었다. 특히 이 둘은 1차 CBT 기간 동안 거의 매번 만날 정도로 픽률도 높았던 만큼, 최적화에 대한 지적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2차 CBT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거의 겪지 않고 원활한 플레이가 가능했다.

1차 CBT 기준으로는 다섯 판 중에 두 판은 한 명이 튕기거나, 혹은 게임 자체가 에러가 나서 무효가 되는 등 서버 이슈가 발발하곤 했다. 그러나 2차 CBT는 플레이하면서 서버 이슈는 크게 겪지 않았으며, 핑도 양호했다. 물론 이는 온라인 게임의 기본 소양이니, 이와 관련해서 크게 언질하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싶을 것이다. 그렇지만 오버프라임은 1차 CBT에서 미흡했던 만큼, 이 부분을 2차 CBT에서 얼마나 수정했느냐가 큰 관건이었다. 그리고 이번 2차 CBT에서 확실히 개선된 모습을 보여줬고, 안정적으로 정식 출시까지 기대할 수 있게끔 했다.

▲ 1차 CBT 때는 서버 이슈로 게임이 터져버리는 일이 많았지만

▲ 2차 CBT에선 그런 일이 거의 없이 끝까지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했다



■ 라인 포탈 등 작은 변화로 드라마틱하게 끌어올린 게임플레이


'오버프라임'이 해결해야 할 또다른 숙제는 '파라곤' 때부터 이어진 '느리다'라는 인식이었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서 공격 속도도 상당히 높이고 라인클리어 속도도 빠르게 하기 위해 흔히 미니언이라 불리는 잡몹인 티언의 체력도 낮췄다.

그렇게 해서 1차 CBT 때도 현격하게 차이가 느껴질 정도로 속도감을 끌어올렸지만, 예상만큼 체감 게임플레이 시간이 크게 줄지는 않았다. 그래도 원체 파라곤이 한 판에 30분 이상 넘어가는 게 기본에 좀만 길어지면 한 시간도 훌쩍 넘기 일쑤인 게임이었으니, 이를 20분대 후반에서 길어봐야 40분 안으로 줄인 건 상당한 성과이긴 하다.

그렇지만 실제 플레이했을 때는 크게 체감되지는 않았다. 이론상으로는 기본적인 맵 구조는 파라곤의 1차 대규모 개선 이후 버전에서 각 라인의 타워를 하나 없애고 길이도 단축한 구조였고, 이동속도도 빨라진 데다가 스프린트 모드까지 새로 생겼으니 느낌이 와야만 했다. 그러나 원체 비비 꼬인 파라곤의 맵 자체가 드라마틱하게 바뀐 건 아니었고, 일부 구간은 지형지물로 막혀있는 점이 미니맵에 반영이 안 되어있어서 한 번 길을 잘못 든 뒤에 빙 돌아가다보면 그리 빨라지지 않았다는 인식이 들 수도 있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한 듯, 2차 CBT에서는 미니맵의 경로와 특이 구간을 더 상세하게 표기해서 다시 진로를 변경하는 문제를 최소화했다. 뿐만 아니라 좌우 양 끝에 있는 솔로 라인과 듀오 라인 간의 거리가 너무 멀다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기존에 정글몹이 있었던 구간 뒤에 포탈을 설치했다. 아울러 티언이 일정 거리 밖으로 유저가 뒤로 빠져도 계속 유저를 타겟으로 고정하거나 따라오는 버그도 수정했다.

▲ 듀오 라인이 밀리고 있으니 솔로 라인에서 빨리 포탈을 타고 이동 ㄱㄱ

▲진정한 탑은 등을 보이지 않는 법. 타워는 아쉽게 내줬지만 대신 킬은 내놓고 가시오

패치노트에 적었다고 해도 사소하게 보일 수정 사항이지만, 그런 소소한 변화가 가져온 플레이의 변화는 놀라울 정도로 컸다. 정반대에 있는 다른 라인으로 갈 수단이 있어도 어느 정도 쿨이 있어 함부로 오갈 수 없는 여타 MOBA와는 다르게, 언제고 라인 상황이 좋으면 반대 라인에 개입해서 스노볼링을 굴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정글이 솔로 라인에서 발견됐는데 갑자기 포탈을 타고 듀오 라인을 거쳐서 미드로 갱을 가는 등 운신의 폭이 굉장히 넓어졌다. 솔로 라이너들이 라인을 밀다가 프라임 수호자가 출현하는 듀오 라인쪽으로 합류하는 진로도 다양해지고 합류도 편해져서 소위 말하는 그럴싸한 '한타' 구도도 갖춰지는 판이 많았다.

아이템 체계도 타 MOBA의 시스템을 참고하고 튜토리얼도 보강해서 파라곤을 접하지 않고 오버프라임을 접한 유저들이 더 친근하게 바로 받아들일 수 있게끔 한 것도 주효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와 달리 소환사 스킬이 없고 그와 비슷한 효과가 기본 아이템에 달려있는데, 1차 CBT에는 처음 정글을 잡은 유저들이 해당 효과가 있는 아이템을 모르고 추천 아이템을 골랐다가 비명횡사해서 탈주하거나 정글링도 제대로 못해서 의도치 않게 트롤이 되기 일쑤였다.

▲ 아니 신성한 솔로 라인 싸움에 로밍을 부르다니 비겁하다! 그런데 듀오 라인 왜 미아콜 안함?

▲ 핑 시스템도 잘 갖춰져있으니 잘 활용하자

물론 판수가 많아지면 그런 유저 비율이 줄긴 했지만, 어쨌거나 그와 관련된 설명이 게임에 없다보니 외국인들과도 매칭이 되는 스팀게임 특성상 그저 답답함을 안고 다음 판을 기약하거나 항복 빨리 누르고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2차 CBT에서는 튜토리얼을 보강해 정글 몹 버프에 대해서도 인지하게 하고, 추천 아이템 항목도 각 라이너에 맞춰서 새로 개편하면서 초반부터 아무 것도 모르고 죽어나가는 현상은 줄였다. 아이템 상점 UI도 화면 양옆 끝을 차지하는 방식이 아니라, 유저들에게 친숙한 중앙에 창이 나오는 형태로 변경되면서 시인성도 이전보다 확보됐다.


▲ 맵이나 상점 UI도 유저들에게 더 친숙한 형태로 바뀌었다



■ 본격적으로 틀이 갖춰진 '오버프라임', 앞으로는 정식 출시 및 이후의 비전까지 보여줘야 한다

▲ 라인 밀고 미드 로밍, 서포터의 정석이죠. 킬은 로밍값입니다

최적화나 오류 개선, 시스템 일부 변화는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으레 진행하는 것이니 설명만으로는 크게 체감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때로는 게임플레이에서 정말 크게 작용하기도 한다. 특히나 MOBA 같은 경쟁 게임들은 소소하게 계수 하나 정도 패치했을 뿐인데도, 그 캐릭터의 픽률뿐만 아니라 심지어 메타까지 바뀌는 일이 종종 발생하곤 하지 않던가.

'오버프라임'의 이번 2차 CBT도 이러한 경우에 속했다. 언뜻 봐서는 패치 노트에 몇 줄 그어진 정도의 변화로 보였지만, 실제 플레이하면서 체감한 변화는 놀라웠다. 물론 정확히 말하자면 1차 CBT에서는 서버나 최적화 등 기본이 다소 미진했으니, 변화를 주었다기보다는 기본기를 한층 다졌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 충돌 판정 있는 3D TPS면 이런 블로킹 플레이도 가능하다. 핫하 어딜 도망가려구 넌 못 지나간다

1차 CBT에서 가능성이 보이긴 했어도 이를 확인하기까지 불편한 사항이 많아 굳이 확인할 유저가 많을지 의문이었다면, 이번 2차 CBT에서는 유저들에게 잠재력을 확실하게 각인시킬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파라곤'에서부터 그래픽이나 애셋의 퀄리티는 말할 것도 없지만 게임플레이가 받쳐주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었다. 이를 1차적으로 개선하는 과정에서 소소한 오류가 이어졌던 것이 '오버프라임'의 1차 CBT였다면, 이번 2차 CBT는 정비가 어느 정도 되면서 넷마블이 그리는 비전이 무엇인지 손가락을 보지 않고 그것이 가리키는 지점으로 눈길을 줄 수 있게 됐다고 할까.

물론 지금 당장 출시해도 좋다, 이런 말은 아니다. 아직 '오버프라임'은 정식 출시하기엔 좀 더 갖춰야 할 것이 많아보이기 때문이다. 우선 아직 완벽하게 안정화가 된 것은 아니었다. 종종 왼쪽 컨트롤키 인식이 늦어져 스킬 레벨업이 원하는 시점에 되지 않거나, 탭 키를 누른 이후에 마우스 커서가 한동안 다시 들어가지 않아서 컨트롤에 어려움을 겪은 때가 있었다. 이런 현상은 소소하게 보여도 플레이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인 만큼 한 번 더 검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캐릭터의 공격 모션은 수정했지만 스프린트 모드 모션은 아직도 어색한 캐릭터들이 몇몇 있어 때로는 눈에 밟히기도 했다.

▲ 왼쪽 컨트롤키하고 업그레이드할 스킬 키 누르면 잘 안 되니 컨트롤키를 좀 누르고 있다가 해야 한다

▲ 아직은 빠른 대전까지밖에 안 열렸고

▲ 흔히 생각하는 드래프트픽 방식의 랭크전을 하기엔 캐릭터 수가 아직은 적다

또한 1차 CBT와 2차 CBT에 공개된 캐릭터는 12명인데, 이 정도로는 MOBA 유저들이 흔히 생각하는 픽밴 방식의 랭크전 양상을 그려내기엔 아직 수가 적었다. 물론 파라곤에 있던 캐릭터를 다 끌어온다고 가정하면 30명 정도는 채울 수 있으니, 안정성이 어느 정도 확보된 이후에는 정식 출시까지 빠르게 캐릭터를 추가하는 건 가능할 것이다. 그 이후에 과연 어떻게 캐릭터를 추가하고 업데이트해나갈지 의문이 든다고 할까.

아직 정식 출시 시점이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는데도 이런 걱정이 미리 드는 것은, '오버프라임'이 이번 CBT에서 보여준 게임플레이와 잠재력이 그만큼 뒷받침됐기 때문이었다. 3D TPS의 박력 있는 액션과 컨트롤에 MOBA 특유의 라인전부터 이어지는 성장과 경쟁, 그리고 한타와 운영이 시너지를 발휘하면서 한 번 손에 익으면 쉽게 손을 떼기 어려운 '재미'의 싹이 벌써부터 눈에 보였다. 정식 출시까지 오매불망 기다리면서 이런저런 회로를 굴릴, 그런 저력을 느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 불리하다고 손 놓을 쏘냐 마지막 영혼의 한타 가즈아아아아! 이니시에 원딜 물고 산화했으니 뒤는 부탁한다

물론 유저들이 생각하는 '완성'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은 멀다. MOBA라는 장르가 원체 터줏대감들이 강력한 장르인 만큼, 그 급은 아니더라도 랭크전 및 업데이트 로드맵, MMR 등 기본기를 철저하리만큼 잘 준비해야 유저들에게 어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말은 그 이전에 해결해야 할 과제를 해결하지 않았다면 애초에 나오지 않을 말이다. 선행과제가 안 된 상태에서 이후의 숙제를 이야기해봐야 별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번 2차 CBT에서 '오버프라임'은 어찌보면 망령처럼 따라붙는 '파라곤'의 그 느릿하고 지루한 게임플레이를 거의 완벽하게 떼어내고 그 완성도 높은 애셋만을 계승한 뒤, 자신만의 방식과 최신 트렌드에 맞춰 승화시키는 것에 성공했다. 그러한 1차적인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꾸준히 끌어올려서, 출시 시점에서는 MOBA 장르의 신성으로 떠오를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