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은 펠로우 길들이기에 유리한 높은 방어력과 PvP에 강하다는 인식, 던전 필수 직업이라는 이유로 이카루스 오픈 초기에 많은 유저들에게 사랑받았다. 방어력이 낮아 '종이몸'으로 불리는 어쌔신과, 특별한 장점이 없어 인기가 적었던 버서커가 귀족이었기에 탱커가 던전 파티를 만들고 딜러를 모셔가는 일이 빈번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바뀌었다. 아무도 가디언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강력한 딜과 기민한 움직임의 뛰어난 성능으로 재조명된 어쌔신과, 착용 아이템의 성능이 올라가면서 탱과 딜 모두 가능해진 버서커의 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가디언 유저가 어쌔신이나 버서커로 옮겨가고 있는 것.


▲ 인벤닉 '포술' 님이 작성한 파티게시판 직업 편중 현상. 클릭하면 이동됩니다.



가디언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던전에서 멋지게 파티원을 인솔하는 장면을 꿈꾼다. 하지만 아이템의 수준이 올라가면서 높아진 딜러들의 딜 때문에, 가디언의 위협 수준 관리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딜러는 공격력만 올리면 되지만, 가디언은 공격력과 생존력 모두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

가디언의 이런 한계를 눈치챈 유저들은 길드원끼리 버서커, 어쌔신, 프리스트 3인팟을 짜서 영웅 던전을 공략하기도 한다. 가디언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 방어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공격력이 높은 버서커가 가디언의 자리를 대신 하는 것이다.

물론 가디언 대신 버서커가 탱킹을 하는 것이 보편화 된 것은 아니다. 가디언의 위협 수준 관리 능력이 부족하고 유저 수가 적어서 만들어 낸 임시방편일 뿐, 이 상황을 반가워하는 유저들은 많지 않다. 가디언의 탱킹 능력 부족은 딜러들도 민감하게 느낄 수밖에 없기에, 인벤과 공홈의 게시판에서 다양한 직업들이 가디언의 상향을 외치고 있다.






▣ 위협 수준 관리의 어려움

본격적으로 가디언의 수가 부족해지게 된 이유는 '베일에 싸인 동굴'과 '파를라크 얼음 성채' 던전이 등장하면서, 영웅 난이도를 클리어하기 위해 가디언에게 높은 수준의 아이템 세팅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라이트 유저는 위협 수준 관리와 몬스터의 공격을 버틸 수 있는 단단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다 한계를 느꼈고, 헤비 유저는 시간과 돈을 투자하면 가디언보다 더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는 직업으로 옮겨갔다.

딜로 힐을 하는 프리스트 처럼, 딜로 위협 수준을 획득해야 하는 가디언은 방어력과 공격력을 모두 올려야 한다. 하지만 공격력을 아무리 올려도 비슷한 수준의 버서커와 어쌔신이 마음 놓고 딜을 한다면 위협 수준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 게다가 몬스터의 강력한 공격을 버티기 위해 방어적인 부분에도 투자해야 하니 이중고를 겪고 있는 셈.

이는 '탱커'의 임무를 수행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로, 가디언의 던전 참여 욕구를 크게 저하한다. 수많은 몹들의 공격을 버티며 파티를 인솔하는 멋진 모습보다는, 딜러에게 달려가는 몬스터의 엉덩이를 바라보며 무력하게 칼질을 하는 모습을 더 많이 보아 왔기 때문이다.

이처럼 가디언이 위협 수준 관리를 하지 못하는 것은 잘못된 스킬 설계의 영향이 크다. 위협 수준을 관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스킬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신성한 그물 - 가디언이 광역 공격을 하기 위해선 '신성한 그물' 스킬을 사용해서 단일 공격 스킬을 광역 공격 스킬로 바꿔야 한다. 이 스킬의 문제점은 즉시시전 스킬이지만 스킬 시전 동작이 매우 길어서 제대로 사용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스킬을 시전하면 검을 뒤로 당겼다가 위로 들어 올리고, 다시 뒤로 당기는 동작을 취한다. 시전 동작이 다 끝나야 스킬이 시전되는데, 몬스터에게 맞아 가며 3초를 버텨야만 광역 공격이 가능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스킬 동작이 나가는 동안 몬스터의 공격을 받아 넘어지면, 신성한 그물의 쿨타임은 돌아가지만 버프는 발동되지 않아서 하염없이 쿨타임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그동안 딜러들의 공격 때문에 사방팔방으로 흩어지는 몬스터를 바라보며 답답한 기분을 느꼈던 가디언이 한둘이 아니다.

'춤추는 검'이라는 훌륭한 광역 공격 스킬이 있긴 하지만, 30초의 긴 재사용 대기 시간 때문에 가디언의 광역 위협 수준 확보는 신성한 그물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초반 신성한 그물이 엇나가게 되면 광역 위협 수준 확보가 매우 어려워지게 된다.


▲ 신성한 그물 시전 중 몬스터의 스킬에 맞아서 취소가 된 모습


▲ 신성한 그물 스킬에 대한 불만이 자자하다.


▲ 인벤닉 '짜요탱' 님의 게시물. 허탈한 가디언의 심정을 잘 표현했다.




신성한 부름 - 단일 대상을 그물로 당겨 가디언의 앞으로 끌어오고 짧은 시간 동안 가디언을 공격하게 하는 스킬이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스킬을 사용해도 가디언 앞으로 끌려오지 않는 경우가 빈번히 일어나며, 짧은 시간 동안 가디언을 공격하다 다시 원래 위협 수준 대상자를 바라보기 때문에 임시방편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신성한 부름은 가디언의 위협 수준 관리에 매우 큰 역할을 담당한다. 위협 수준이 넘어가면 신성한 부름을 사용해서 다시 가디언을 보게 한 후에 빼앗긴 위협 수준을 복구해야 하기 때문.

하지만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기 때문에 한번 빼앗긴 위협 수준을 되찾아 오는 것이 몹시 힘들다. 몬스터의 공격을 방패 방어로 방어한 후 이어지는 콤보를 사용해야 큰 위협 수준을 획득할 수 있는데, 몬스터가 가디언을 바라보지 않는다면 방어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제발 끌려 와라. 제발!


▲ 6월 18일 업데이트 내용 중 일부. 수정이 되었다고 하지만 여전이 잘 작동하지 않는다.


▲ 수정되지 않는 신성한 부름 스킬에 대한 불만이 많다.




▣ 별로 뛰어나지 않은 방어 능력

탱커는 몬스터가 다른 파티원을 보지 않도록 위협 수준을 꽉 붙잡고, 자신을 공격하는 몬스터의 공격을 훌륭하게 버텨낼 수 있어야 한다. 둘 중 하나라도 부족하다면 탱커의 임무를 수행하기 힘들기 때문에, 방어 능력 또한 탱커의 자질을 평가하기 위한 중요한 척도가 된다.

방패 방어 - 초반에 배울 수 있는 가디언의 대표적인 방어 스킬이다. 스킬을 시전하면 2초 동안 주변의 모든 공격을 방어하고, 방어에 성공하면 10초 동안 가디언의 방어력을 올려주며, 공격에 실패한 몬스터의 공격력을 낮춘다.

글로만 보면 매우 좋은 스킬인 것 같지만, 실전에서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 방패 방어 스킬의 선딜레이와 선판정 후모션 시스템으로 인해, 몬스터의 공격 모션을 보고 방패 방어를 누르면 이미 공격당한 후 뒤늦게 방패를 들어 올리기 때문이다. 심지어 방패 방어중에 공격하는 몬스터의 공격을 피해도 방어력 상승 버프가 생기지 않는다.


▲ 방어 중에 회피하거나 빗맞아도 버프 적용이 안된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몬스터의 공격 타이밍을 예측해서 방패 방어를 시전해야 한다. 그런데 몬스터가 플레이어에게 공격당하면 피격 모션 때문에 공격 속도가 불규칙해져서 적절한 시기에 방패 방어를 사용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몬스터의 공격을 예상하고 방패 방어를 시전했는데 그 사이 공격을 받지 않는다면, 방패 방어의 쿨타임만 날린 채 버프는 받지 못하는 것.

또한, 10초의 재사용 대기 시간 때문에 일반 공격을 방패 방어로 막다가 쿨타임이 돌아오지 않아서 강력한 스킬을 막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래서 많은 가디언이 방패 방어로 인해 올라가는 방어도 증가 버프 유지를 포기하고, 보스의 스킬을 막는 용도로만 사용하고 있다.


▲ 방패 방어 적중 시 얻을 수 있는 버프(좌)와 몬스터의 디버프(우)



방패 방어는 가디언의 고유 스킬이지만, 버서커에게도 이와 비슷한 스킬이 있다. 심지어 스킬의 쿨타임은 가디언보다 더 짧다.

가디언과 버서커는 같은 중갑 방어구를 착용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방어력 차이는 거의 없는데, 탱커인 가디언 보다 딜러인 버서커가 더 높은 효율의 방어 스킬을 가지고 있는 것.

제한적이긴 하지만 어쌔신 또한 기민한 움직임으로 몬스터의 공격을 버틸 수 있어서, 두 근접 딜러 모두 탱커의 위협 수준을 빼앗아도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파티에 가디언이 있으면 몹을 예쁘게 모아줘서 편하긴 하지만, 없어도 크게 불편하지 않다는 인식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가디언의 방어 능력이 다른 직업들과 비교해서 크게 뛰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 분노 소모가 있긴 하지만, 쿨타임이 더 짧은 칼날막기


▲ 신발보다 방패의 방어력이 더 낮다.


▲ 방패의 효율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했다.




▣ 가디언을 살리기 위해서, 어떠한 점이 바뀌어야 할까?

위와 같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지만, 해결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가디언의 위협 수준 관리 스킬의 작동 방식을 변경하고 아이템의 성능을 조절하는 것으로 많은 부분이 해결되는 것.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많은 유저들이 대안을 내놓고 있는데, 그중 실현 가능한 의견들이 많이 제시되고 있다.


위협 수준 획득 스킬의 조정 - 파르나 Part.II 업데이트를 통해 가디언 스킬들의 위협 수준이 상향됬지만, 이를 체감하는 유저는 많지 않은 편. 스킬의 위협 수준을 효과적으로 늘려야 가디언이 방어 능력 상승에만 전념할 수 있다.

또한, 몬스터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스킬과 위협 수준을 획득하기 위한 스킬의 구분이 이루어져야 한다. 딜러에게 몬스터의 위협 수준을 빼앗겼을 때 난도질 같은 강력한 스킬의 쿨타임이 돌아가고 있다면, 신성한 부름으로 잠깐 위협 수준을 가져오더라도 가디언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는 것.

'방패 방어 - 올려치기' 나 '신성한 그물 - 방패치기' 콤보로 위협 수준을 많이 증가시킬 수 있긴 하지만, 언제 강력한 공격이 들어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방패 방어 스킬을 위협 수준 복구를 위해 사용하기는 쉽지 않다.

신성한 그물도 마찬가지로, 론도의 늑대 소환 타이밍 같은 적절한 시기에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함부로 남발할 수 없다. 방어 스킬과 위협 수준 생성 스킬이 분리되어야 효율적인 탱킹이 가능하다.


▲ 콤보로 사용하면 위협 수준이 크게 증가하는 스킬들



위협 수준 관리 스킬 개선 - 신성한 부름신성한 그물의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이야기도 많다. 가디언이 탱킹하다 죽으면 위협 수준이 초기화되기 때문에, 딜러들이 죽기 전에 위협 수준을 빼앗아 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협수준 관리를 위한 도발 스킬 추가가 반드시 필요한데, 신성한 부름을 단일 대상의 위협수준을 일시적으로 가져오는 것이 아닌, 완전히 가져오는 스킬로 변경하면 문제가 깔끔하게 해결된다. 물론, 스킬을 사용했을 때 제대로 당겨지지 않는 버그 또한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신성한 그물이 문제가 되는 상황은 스킬을 시전하는 중에 몬스터의 스킬에 맞아 넘어져, 신성한 그물이 사용되지 않은 상황에서 쿨타임만 돌아가는 것이다. 따라서 시전 모션을 삭제하면 더는 쿨타임만 날리는 일이 벌어지지 않고 진정한 즉시시전 스킬로 사용할 수 있다.

많은 몬스터의 위협 수준을 잡을 때, 처음 신성한 그물이 얼마나 많은 몬스터에게 적중되는가에 따라 광역 위협 수준 확보의 난이도가 크게 차이난다. 안전한 광역 위협 수준 확보를 위해 반드시 패치가 돼야 하는 상황.





방패 스킬과 옵션의 효율 향상 - 방패 방어 성공으로 인한 버프가 좀 더 오래 유지되거나, 방패 방어 선딜레이가 삭제되어야 한다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또한, 방패의 방어력을 높여서 가디언과 다른 직업들과의 방어도 차이를 두어야 한다. 가디언이 타 직업과 비교해서 더 높은 방어 능력을 갖추지 못한 것이 현재의 가디언 소외 현상을 만들어낸 원인이기 때문이다.


연속 베기 시 제자리 공격 - 탱커는 파티의 진형을 유지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연속 베기를 사용하면 가디언이 조금씩 앞으로 이동하는데, 이는 가디언 스스로 진형을 파괴하는 일이다.

혼자서 사냥할 때는 큰 상관이 없지만 파티 플레이 시 진형의 붕괴는 파티의 전멸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수정을 바라는 유저들이 많다.


▲ 가디언의 위치 선정이 공략에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는 보스 몬스터 '안켈리온'


▲ 많은 가디언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연속 베기 이동 동작





가디언은 탱커에게 필요한 위협 수준 관리 능력과 방어 능력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로 인해 비인기 직업이 되었지만, 아직 가디언에 대한 애정이 식지 않은 유저들이 꾸준히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저들이 바라는 것은 이카루스의 시스템을 크게 변경하지 않는 선에서 가디언의 위협 수준 관리 능력을 상향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가디언의 딜량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므로 타 직업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생기지 않는다는 것.

타 직업보다 뛰어나도록 상향시켜달라는 것이 아니다. 단지 게임 내에서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길 원한다. 파티원에게 등을 보여주며 안전하게 던전을 이끌어 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만족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