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게임은 흔히 '무자본의 놀이 문화'로 여겨진다. 여행이나 레크리에이션, 고급 장비가 필요한 몇몇 스포츠는 입문까지 꽤 많은 돈이 필요하지만, 게임의 경우 인프라가 잘 갖춰진 국내에서는 싼 값에 몇 시간을 즐길 수 있는 놀이 문화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 평균으로 보면 게임은 생각보다 '꽤 비싼' 취미다.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 필요한 필수 장비. 즉 콘솔이나 PC가 저소득층 국가 기준으로는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세계의 게임 시장은 생각보다 편중된 구조를 띄고 있다. 게임이 세계를 하나로 묶느니, 게임이면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니 하지만, 실제로 하이엔드 수준의 게임 생활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국가들은 유럽이나 북미, 동아시아 몇몇 국가에 해당할 뿐 그리 많지 않다. 저사양 컴퓨터에 맞춘 게임들로 동남아나 남미 지역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몇몇 게임사들이 이 공백을 채워주긴 하지만, 게임 시장은 경제력이란 척도에 꽤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장이다.

▲ '더글라스 오지토' 루디크 웍스 CEO

게임 시장에서 '아프리카 시장'이란 말을 들어보기 힘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게임에 매우 보수적인 아랍권도 지금은 조금씩 문을 열고 있는 상황이지만, 아프리카는 거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데브컴 2022'에 연사로 등장한 '더글라스 오지토'가 강연 제목을 '마지막 개척지'라고 지은 이유도 그 이유일 것이다.

'더글라스 오지토'는 아프리카의 게임 퍼블리셔인 '루디크 웍스'의 CEO이자 공동 창업자이며, 아프리카 게임 개발자 협회의 부회장을 겸임하고 있다. 그리고 그가, 독일 쾰른에서 열려 온라인으로 방송된 데브컴 2022의 강연에서 아프리카 게임 시장의 현황과 잠재력에 대해 입을 열었다.


◈ '아프리카'의 특징

먼저, 더글라스 오지토는 아프리카만이 지닌 특징과 여기서 살펴볼 수 있는 게임 시장으로서의 잠재력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프리카의 지형적 특징은 하나의 대륙에 무려 54개의 국가가 존재하고, 13억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살며, 이들이 무려 2,000여 종에 이르는 언어들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이는 게임 퍼블리셔가 아프리카 진출을 고려할 때 가장 큰 고민이 되는 부분 중 하나인데, 아직까지 부족 중심의 사회가 유지되는 아프리카인 만큼 다양한 언어는 그 자체로도 난점이 된다. 게다가 부족 실제 영역과 맞지 않게 그어진 국경으로 인한 크고작은 분쟁도 진출을 고려할 때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아프리카 시장엔 그런 어려움들을 감수할 만한 장점도 존재하는데, 가장 먼저 다가오는 건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 성장을 보이는 대륙이라는 점이다. 아프리카는 내부 마찰이 잦지만, 결국 물리적 거리가 가깝다는 지역적 특성 때문에 여러 개의 같은 서버를 사용하게 되기에 시장 선점 효과가 매우 크고, 그 시장을 확보할 적기가 바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지금이라는 것이다.

▲ 급격히 성장 중인 아프리카 국가들

실제 2020년 기준으로 전년동기대비 성장률을 보면 상위 10개 국가 중 무려 7개 국가(에티오피아, 우간다, 코트디부아르, 이집트, 가나, 르완다, 케냐)가 아프리카일 정도로 현재 아프리카의 상승세는 매섭다.

여기서 또 하나 생각할만한 장점이 바로 '젊은 인구'의 수와 연령별 인구 구조다. 현재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선진국가는 연령별 인구 구조가 항아리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는데, 베이비붐 시절이 지나가고 저출산 시대가 도래하면서 젊은 인구 비율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프리카는 이와 정반대로 완만한 피라미드 형태를 띄고 있는데 13억 이라는 아프리카 인구의 평균 연령이 20세가 안 된다. 어찌 보면 꽤 슬픈 현실이긴 하지만, 좋게 생각하면 연령이 증가할수록 게임 플레이 시간이 줄어드는 통계 상 게임 플레이에 열려 있는 세대가 굉장히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 '아프리카'의 게임 시장 현황

아프리카엔 생각보다 많은 게임 개발자들과 e스포츠 커뮤니티가 존재한다. 현재 아프리카에 존재하는 게임 개발자, e스포츠 커뮤니티 현황은 다음과 같다.

e스포츠, 개발자 커뮤니티 모두 존재:케냐, 짐바브웨, 카메룬, 에티오피아, 남아프리카공화국, 가나, 이집트, 나이지리아, 코트디부아르

e스포츠 커뮤니티 존재: 가봉, 알제리, 보츠와나, 앙골라, 모잠비크, 말리, 적도기니, 지부티, 모로코, 토고, 세네갈, 콩고, 수단, 튀니지

게임 개발자 커뮤니티 존재: 우간다, 마다가스카르, 잠비아, 탄자니아, 말라위, 시에라리온, 르완다

▲ 꽤 많은 아프리카 국가에 게임 관련 커뮤니티가 존재한다.

이처럼, 생각보다 많은 국가에 e스포츠, 혹은 게임 개발자 커뮤니티가 존재하거나 이 둘이 모두 존재하며,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나라는 오히려 소수에 속한다. 많은 이들이 아프리카에 대해 지니고 있는 심상과는 조금 다르게 이미 아프리카는 게임이라는 산업에 조금씩 스며들고 있다는 뜻이다.

인터넷 보급율 또한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데, 2022년 1월 기준으로 18개 국가가 50% 이상의 국민이 인터넷을 사용 중이며, 최대 85%에 가까운 보급율을 보이는 국가도 존재한다.

▲ 아프리카 전역을 무대로 하는 '아프리카 e스포츠 챔피언십'

e스포츠 또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영역. 현재 아프리카엔 16개 이상의 국가가 참여하는 '아프리카 e스포츠 챔피언십'이 유치되고 있으며, 4,000명 이상의 게이머가 이 행사에 참여한다. 이 행사에는 라이엇 게임즈와 반다이 남코, 유비소프트가 함께하며, 대회에서 만들어진 각종 콘텐츠는 영상화되어 외부에 노출되기도 한다.

여기까지 말한 더글라스 오지토는 '아프리카'와 게임을 연관해 생각하는 이들이 많지는 않지만, 이미 아프리카는 게임에 적응하고 있는 중이라 설명하며, 아프리카 시장이 지닌 잠재력과 시장성을 역설했다. 그는 많은 게임사들이 새로운 시장을 찾고 있는 지금, 아프리카 또한 고려해 볼 만한 선택지 중 하나임을 기억했으면 한다는 말을 남기며 강연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