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짓 남용되는 표현인 최고 기대작.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은 그 수식어가 들어맞는 몇 안되는 게임이었다. 아직 출시가 일주일도 넘게 남았는데 멋진 수식어가 왜 과거형이냐고? 모두의 기대를 받는 게임은 이미 출시일 2주 전에 온라인에 유출됐다.


본격적인 유출 논란은 5월 초부터 불거졌다. SNS를 통해 게임의 본편 패키지를 구했다며 사진이 올라왔다. 플레이 영상도 뒤따랐다. 유통 단계에서 불법 획득이나 유출을 통해 출시일 전 제작된 물품을 획득한 플라잉 겟인 셈이다. 여타 대작 게임들도 유출 자체가 없지는 않았다. 유통 단계에서의 오배송, 중간 도-소매업자나 창고에서 물품을 몰래 빼돌리는 직원의 일탈 등이 원인이었다. 그렇게 출시 전 게임 플레이가 온라인을 탔고 게임 내용이 커뮤니티를 도배했다.

젤다의 전설은 여기서 한 발 더 진창에 빠졌다. 유출된 게임이 롬파일 형태로 공유됐다. 출시도 되지 않은 게임이지만, 이미 여러 PC에서 불법적으로 플레이되고 있다. 부실한 기기 보안이 미출시 게임의 불법 유통을 막지 못하는 셈이다.

사실 닌텐도 스위치는 그 출생부터 보안 문제의 취약함을 안고 태어났다. 문제는 닌텐도가 CPU, GPU 등을 통합한 SoC로 삼은 엔비디아의 테그라 칩이었다. 2018년 테그라 X1에 발견된 취약점으로 몇 가지 꼼수를 부리면 임의의 명령 코드를 실행할 수 있었다. 하드웨어 취약점이기에 여타 콘솔처럼 소프트웨어적 후속 조치는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칩셋이 변경되며 불법 사용 자체는 막혔지만 한 번 뚫린 전적은 보안을 우회하는 불법 칩셋 제작을 가능케했다. 이는 지금도 온라인을 통해 버젓이 판매되고 대행 설치도 판친다.

스위치 훨씬 이전부터 불법 복제에 당할 대로 당했던 닌텐도다. 이번 젤다 유출 건도 발 빠르게 나서 관련 게시글이나 영상을 차단하고 나섰다. 물론 빠르게 퍼져가는 내용 유출과 음성적으로 퍼지는 롬파일 공유 속도를 따라잡지는 못했다.

똑같은 플라잉 겟 논란에도 다른 콘솔과 달리 롬파일 형태의 유출까지 겹치는 닌텐도 스위치. 지금의 스위치 시스템 안에서 소프트웨어적인 보안이 힘을 쓰지 못하니 보안을 강화한 새로운 닌텐도 스위치의 필요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

스위치는 개량형 모델 주기를 넘어 일반적인 기기 세대교체 주기인 7년 차에 접어들었다. 이에 프로 모델, 다음 세대 추측과 분석이 이어졌지만, 대개는 루머에 그쳤다. 그때마다 닌텐도가 당장 새 스위치를 꺼내 들 필요가 없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칩셋 변경에 지금도 잘 팔리는 스위치 게임을 돌릴 수 있을지. 돌릴 수 없다면 PS, Xbox처럼 에뮬레이션해 돌릴 수 성능 격차를 만들 수 있는지. 3DS 이후 휴대용 성격을 결합한 스위치에 맞는 전력 효율을 낼 수 있는지. 나아가 유통 부족을 극복하고 정상화된 유통 상황에서 굳이 새 콘솔을 내놓을 필요가 없다는 분석도 나왔다. 후루카와 슌타로 대표 역시 결이 다른 스위치 성과가 타 거치 콘솔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실제로 한풀 꺾였다 한들 스위치는 준수하게 팔린다. 여러 유출 논란에도 팬덤이 크니 핵심 타이틀은 천 만장 이상 팔렸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은 결국 비즈니스적 설명이다. 유저들에게도 잘 팔리고 있으니 괜찮다는 말을 할 수 있을까?

불법 복제 이슈를 크게 겪어온 PC 게임 시장은 어떤가. 불법 복제를 영원히 막을 수는 없으니 최대한 늦게 뚫리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한 달, 단 일주일이라도 불법 복제 방지가 이루어지면서 적어도 출시 후 돈을 낸 플레이어가 게임을 먼저 즐길 수 있는 환경이다.

지금의 닌텐도는 제값 낸 플레이어만이 게임을 늦게 즐긴다. 젤다의 전설 뿐만 아니다. 제노블레이드, 슈퍼마리오, 포켓몬스터 등 핵심 프랜차이즈들이라고 사전 유출로부터 자유로웠던 건 아니다. 슈퍼로봇대전T는 PS4와의 멀티 플랫폼에 닌텐도가 아닌 서드파티 게임이다. 하지만 출시 전 스위치 롬파일 유출로 타 플랫폼 플레이어까지 피해를 봤다.

'어차피 정품으로 살 테니'라는 이유로 언제까지 법 테두리 안에서 게임을 즐기는 이들만이 피해를 보아야 하는가. 탄탄한 보안은 독점 게임 실행, 아쉬운 스위치 성능의 개선보다도 우선해서 새로운 기기를 선보여야 하는 이유가 되어야 한다. 물론 거리낌 없이 불법 파일을 공유하고 이용하는 이들에 대한 법적 조치와 인식 제고도 함께 이루어져야 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