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승이 간절했던 3, 4위 팀 간의 경기에서 마지막에 웃은 쪽은 운빨좋은날 팀이었다.

7월 3일 진행된 하스스톤 클랜 챔피언십(이하 HCC) 조별리그 B조 3경기에 출전한 운빨좋은날 팀은 '코둘기' 최용재 선수가 시즌 4번째 올 킬에 성공하며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모처럼 '우승후보' 다운 좋은 경기력으로 승리를 챙기 운빨좋은날 팀의 코둘기(최용재), 로맨틱겨울(조현수), Redtea(박정현) 선수와 인터뷰를 해보았다.



▲ 올 킬로 우승후보 다운 면모를 보여준 운빨좋은날




벼랑 끝에서 되살아났다. 첫 승을 거둔 기분이 어떤가?

최용재: 오늘 경기는 지면 '탈락'이라고 생각하고 나올 때부터 각오를 단단히 다졌다. 원래 오프라인 대회에서는 드루이드를 안 쓰는데, 드루이드까지 꺼내며 '예능'을 버렸고 마스카 선수의 방송에서 올 킬 하겠다고 미리 선전포고까지 했는데, 그 말을 이뤄서 기분 좋다. 오늘 이겼다고 끝난 게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도 잘 준비해서 다음 경기도 꼭 이기겠다.
조현수: 너무 기분 좋고, 경기 전에 선봉을 누가 설까를 고민했는데, 내가 양보했다. 그게 주효해서 올 킬이 나온 것 같아 기분 좋다.
박정현: 매우 절실한 승리였는데 이겨서 기분 좋고, 올 킬해서 두 번 기분 좋다.



시즌 4번째 올 킬이 나왔다. 올 킬 승을 이끈 오늘의 엔트리는 누가, 어떻게 구성한 것인가?


조현수: 오늘 출전을 위해 내전을 진행하긴 했는데, 사정상 참여 못 한 두 명을 제외하고 도어니뀨우(김도언) 선수가 양보해서 이렇게 셋이 출전했다.
최용재: 내전 성적은 내가 항상 최하위인데, 이번엔 도언 형이 양보해줘서 운 좋게 출전할 수 있었다.



올 킬을 위해 모든 덱을 다 꺼냈다. 오늘 꺼낸 덱 중에서 어떤 덱에 특히 많이 신경을 썼는가?

최용재: 일단 도적과 드루이드는 등급전에서 꾸준히 쓰던 덱이고, 나머지 세 덱은 오기 전까지도 못 정했었다. 결국 드루이드와 도적으로 무조건 2승을 챙기고, 남은 덱으로 1승만 하겠다는 각오로 덱을 짜왔다.



본래 주문 도적으로 상당히 유명한 선수인데, 오늘은 조금 부진했다. 어디에 이유가 있다고 보는가?

최용재: 요즘 주문 도적이 드루이드와 더불어 하향 예정 직업 1, 2순위를 다투고 있는데, 그 하향을 피해가기 위해 가젯잔이 없으면 무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전략이 잘 통한 것 같다. (웃음)



오늘 보여준 덱 중에서 '마나 망령'을 활용한 주술사의 덱이 주문 도적을 상대로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원래 주문 도적을 겨냥해서 만든 덱인가?

최용재: 정확히는 거인 흑마법사 덱을 저격하기 위해 짠 덱이다. 내가 가진 다른 직업들이 거인 흑마법사 덱에 좋지 않기 때문에 그걸 카운터하기 위해 준비했다. 주술사 자체가 어차피 토템과 주문 중심으로 초반을 운영하기 때문에 자체 패널티가 거의 없고, 상대에게는 황혼의 비룡이나 산악 거인을 뽑는데 다소 어려움을 줄 수 있다. 실험용으로 짠 덱인데 좋은 결과가 있어서 만족스럽다.



오늘 승리의 1등 공신 직업은 드루이드였다. 구체적으로 어떤 테마로 만든 덱인가?

최용재: 개인적으로 그 덱은 거의 '무상성'이라고 본다. 드루이드로 최근의 빠른 템포를 따라가기 어렵기 때문에 등급전용으로는 그다지 좋은 덱은 아닌데, 다른 덱들과도 할 만하고 특히 T6나 레이나드 상대로 상당히 승률이 높다. 오늘 결과가 좋아서 계속 개량해서 쓰면 될 것 같다.



팀장으로서 지난 1경기의 패배가 더욱 뼈아팠을 것 같다. 어떤 마음으로 일주일을 준비했는가?

박정현: 지난 패배로 내가 선봉에 서면 뒤에 믿을 만한 선수가 없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스스로 벼랑 끝에 몰려야 잠재력이 발휘될 듯해서 대장을 자처했다. 오늘 코둘기가 이겨서 쓸 수 있는 '장기말'이 하나 늘어 만족스럽다. (웃음)



조현수 선수도 상당한 강자로 알려져 있는데, 오늘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게 아쉽지 않나?

조현수: 사실 내가 나가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상대방의 덱을 보고 그에 맞춰 대응하기 위해서 중견을 자처했는데, 팀장의 좋은 '장기말'이 될 기회가 없어서 조금 아쉬웠다. (웃음)
박정현: 조현수 선수는 평소 모습만 그대로 나오면 좋을 것 같은데, 대회만 나오면 조금 불운한 것 같아 팀장으로서 아쉽다. 그런 부분만 보완하면 좋을 것 같다.



운빨좋은날 팀이 그동안 스쿼드에 비해 부진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제 1승을 거두고 반전의 기회를 만들었는데, 앞으로 각오가 있다면?

최용재: 우선 포스트 시즌 출전을 최우선으로 목표로 하고, 그다음 일은 올라가고 나서 생각하겠다. 일단 포스트 시즌 진출에 모든 팀원이 전력을 다할 것이다.
조현수: 아직 우린 death(김상일) 선수도 안 나왔고, 나도 오늘 출전 안 했다. 숨겨진 카드가 많아서 보여줄 수 있는 부분도 많을 것 같다. 앞으로 더 기대해 달라.
박정현: 사실 대회를 목적으로 만든 팀이 아니라서 대회에만 전념하기보다 팀원들 간의 단결과 화합을 중심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런 팀원들 간의 화합이 대회까지 이어져서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조현수: 오늘 재미있었고, 매번 팀의 월광 선수가 응원을 오는데 너무 고맙다. 대회 출전을 준비하는 데 도움을 준 TakkVader(김은영) 선수나 도어니뀨우(김도언) 선수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최용재: 집에서 어머니가 '대회 왔다 갔다 하는 차비도 안 나오겠다' 라고 하시는데 그동안 죄송했었다. 오늘은 MVP까지 타서 어머니께 조금 덜 미안하다. (웃음)
박정현: 연습 도와준 여자친구 '님'께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