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롤챔스, 변화해야 한다면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한 때.



여러 정황을 살펴봤을 때 롤챔스, 즉 우리나라 리그오브레전드 e스포츠 구조가 변화할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라이엇코리아가 '입장발표'를 통해 밝힌 주요 고민 사항인 '짧은 선수 생명', '경기 기회의 불균등', '일방적인 경기 양상' 등을 해소하고자 한다면 현재의 방식을 유지하는 것보다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 밝힌 세 가지 이유들을 해소하기 위해 가장 적합한 리그 방식은 무엇일까? 많은 의견이 있겠지만 최근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풀리그화'가 여러 대안 중 하나일 수 있다. 라이엇게임즈는 이미 LCS EU와 NA에서 풀리그 방식으로 대회를 진행하고 있으며, 풀리그 방식은 항상 말해왔던 '정식 스포츠가 되길 원한다'는 의지와도 어울린다.

풀리그는 이미 기성 스포츠인 축구, 야구, 농구 등의 프로 대회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방식이다. 풀리그로 대회 일정을 짤 경우에는 토너먼트보다 더 길게 호흡을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 라이엇이 걱정하는 세 가지 불안 요소들도 어느 정도 해소가 가능하다.

하지만 무턱대고 롤챔스를 풀리그로 바꾸는 것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없다. 특히, 한국 지역은 유럽이나 북미 지역과 달리 활동하고 있는 프로 팀의 숫자도 많고, 전문 e스포츠 방송국도 많다. 인벤은 이번 심층분석을 통해 선수, 게임단, 방송국, 게임사, 협회, 팬 모두가 함께 웃을 수 있는 '한국형 풀리그 시스템'에 대한 깊은 고민을 나눠보고자 한다.



◈ 라이엇이 직접 운영하는 LCS, 어떤 방식인가?


현재 유럽과 북미 지역에서는 라이엇 게임즈가 직접 운영하는 풀리그 시스템이 있다. 바로 LCS EU와 LCS NA다. LCS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이 리그는 처음부터 풀리그 형식으로 진행됐으며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그렇다면 먼저 라이엇게임즈가 직접 운영하는 LCS 시스템에 대해 알아보자.

▲ LCS는 과연 어떤 모습인가?

얼마 전, 라이엇게임즈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LCS에 참가하는 팀이 10개로 늘어날 예정이다. 최근 종료된 섬머 스플릿까지는 총 8개의 팀이 참가했다. 총 11주간 진행되는 풀리그 방식이며, 한 주에 총 8경기가 진행된다. 단, 1주차와 8주차, 그리고 마지막 11주차는 '슈퍼위크'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며, 3일에 걸쳐 총 16경기가 펼쳐진다. 모든 일정이 끝나면 상위 6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

'프리미어 리그'라고 볼 수 있는 LCS 무대가 있다면, 하위 리그인 챌린저 시리즈도 존재한다. 챌린저 리그는 총 2번의 시리즈로 진행된다. 먼저 5대5 팀랭크 게임의 상위 20팀을 선발한다. 이 팀들은 4팀씩 5개의 조로 나뉜 뒤, 토너먼트 형식으로 조별로 우승팀을 선발한다. 선발된 5개의 팀과 지난 시즌 상위 3팀이 다시 토너먼트를 진행하며, 상위 3팀은 2번째 시리즈에 참가할 수 있다. 2번째 시리즈 역시 첫 시리즈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

2번의 시리즈 최종 결과를 기반으로 상위 6팀을 선발한 뒤에는 승강전을 향한 마지막 플레이오프를 진행한다. 이 플레이오프에서 상위 3팀은 LCS 하위 3팀과 승강전을 치르게 된다.

현재 북미와 유럽에 자리 잡은 이 풀리그 시스템이 토너먼트 시스템보다 무조건 월등하다고 할 수는 없다. 풀리그 시스템을 만들더라도 기존의 LCS 형식을 그대로 가져오는 방법이 아닌 한국에 맞는 새로운 풀리그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어떤 풀리그 시스템이 한국에 가장 이상적일까?



◈ 한국형 풀리그 시스템,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현재 국내 LoL 게임단은 삼성 갤럭시, SKT T1, KT 롤스터, 나진 e-mFire, CJ 엔투스, 진에어 그린윙스, IM, 제닉스 스톰, 빅파일, 프라임 등 총 10개. 모든 게임단이 형제팀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므로 총 20개다. 20개팀이 모두 출전하는 풀리그 방식은 지나치게 큰 규모로 인해 일정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 상당한 수의 게임단이 국내 리그오브레전드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풀리그를 한꺼번에 진행하기엔 너무 많은 수의 팀이 문제라면 리그를 두 개로 나누어 진행하는 방법이 있다. 실제로 많은 팀이 참여하는 풀리그 방식의 스포츠 종목은 리그를 두 개 이상으로 나누고, 승격과 강등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오래 전부터 풀리그 방식을 택했던 LCS EU와 LCS NA 역시 프리미어 리그와 챌린저 리그로 구성되어 있으며 양 리그를 승격과 강등이라는 규정으로 연결시켰다.

만약 프리미어 리그와 챌린저 리그로 구분된다면 하나의 방송국이 모든 일정을 소화하기란 현실적으로 힘든 일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방송국이 챌린저 리그의 일정을 소화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미 국내에는 온게임넷 이외에도 e스포츠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방송국이 많다. 만약 지금보다 더 많은 전문 채널들이 롤 e스포츠에 뛰어 든다면 전체적인 판의 규모가 커지는 긍정적인 효과도 불러올 수 있다.



◈ 한국형 풀리그, 불안 요소를 예측하고 대비해야 한다.


▲ 한국형 풀리그, 고려해야 할 것이 한 두개가 아니다.

많은 팬들이 풀리그화에 대해 걱정하는 이유 중 하나는 경기력 저하 문제다. 실제로 이미 풀리그가 진행 중인 북미와 유럽 지역에서도 긴장감 부족과 그에 따른 경기력 저하 문제는 끊임 없이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도 풀리그가 진행된다는 가정하에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에는 무엇이 있을까?

가까운 곳에서 대안을 찾아볼 수 있었다. 코리아 도타2 리그(KDL)에서 활용하고 있는 연승 상금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만약 이 제도가 리그오브레전드 풀리그에 적용되면 매순간 선수들에게 동기 부여를 일으켜 경기력 저하 현상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선수들과 게임단을 직접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여지가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지금보다 더욱 다양한 타이틀을 만들어 선수들을 독려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현재 수여되고 있는 시즌 MVP와 KDA상 이외에 펜타킬상, 주간 MVP, 인기상, 페어 플레이상, 세레머니상 등 기존에 있었다가 없어진 타이틀을 부활시키거나 새로운 타이틀을 만들어 선수들의 사기를 끌어 올리는 동시에 물질적인 지원을 해주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전체 상금 규모를 확대하고, 확대된 상금을 순위에 따라 차등 분배해 북미와 유럽 지역과 한국 지역의 상이한 게임단 지원을 비슷한 수준으로 만드는 것이다. 추가적으로 프리미어 리그로 승격하는 팀에게 파격적인 조건을 내건다면 챌린저 리그의 경기력 또한 프리미어 리그 못지 않게 살아날 것이다.

경기력 저하에 대한 문제 해결에는 승강 시스템을 긴장감 넘치게 만드는 방법도 가능하다. 영국 축구 리그인 EPL과 같이 프리미어 리그 하위팀과 챌린저 리그 상위팀이 승강전 없이 자동으로 승격과 강등을 하게 된다면 선수들이 매 경기 최선을 다하게 될 것이므로 경기력과 관련된 논란이 줄어듦과 동시에 챌린저 리그에 출전하게 된 팀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방안이 될 것이다.



◈ 한국형 풀리그 도입,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위에서 논의해본 '한국형 풀리그' 모델은 완벽한 정답이 아니다. 풀리그로 리그 시스템을 변경하는 것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다만, 우리는 최근의 '롤챔스 윈터 폐지' 논란이 보다 건강해지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 그리고 지금보다 더 건강한 리그오브레전드 e스포츠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서 '풀리그'는 한국 시장의 특성을 적극 반영하고, 심도 깊은 논의가 있을 때 좋은 대안이 마련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라이엇코리아, 한국e스포츠협회, 온게임넷이 한국의 리그오브레전드 리그 시스템을 기존 토너먼트에서 풀리그로 바꾸고 싶다면 '모두가 웃을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풀리그로 변화하면서 전체적인 판의 크기가 커져야 하고, 볼거리 또한 많아져야 한다. 프로게임단 뿐 아니라 선수, 후원사들도 실질적인 이득을 더 많이 누려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팬들의 만족도다.

▲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팬들의 만족도 아닐까?

풀리그 방식에도 허점은 존재한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것처럼 예상되는 허점들에 대한 대비책들을 미리 준비한다면 영국 프로축구인 프리미어리그처럼 흥미로운 풀리그 시스템을 마련할 수 있다. 초반부터 후반까지 흥미롭고, 우승 경쟁 뿐 아니라 강등을 피하기 위한 생존 경쟁, 더 나아가 승격을 하기 위한 하부 리그의 치열한 경쟁 등 다양한 관전 포인트를 가진 '한국형 풀리그'를 기대해보고 싶다.

더 나은 한국 리그오브레전드 e스포츠 시장 구축을 위한 논의는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 라이엇코리아, 한국e스포츠협회, 온게임넷은 이를 위해 팬들 뿐 아니라 많은 관계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필요하다면 공청회나 심도있는 설문조사 등도 진행하면 좋다.

비록 '논란'으로 시작됐지만 '윈터 시즌 폐지'로 시작된 논의들은 의지에 따라 의미 있는 움직임이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프로 시장 뿐 아니라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어 하는 세미프로들이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아마추어들을 위한 다각적인 고민 또한 필요한 때가 아닐까 생각한다.

▲ '윈-윈'이 되는 희망찬 미래를 바란다.

[칼럼 1부] 논란의 롤챔스 윈터, 핵심 이슈 점검


인벤 e스포츠팀 = 김경현, 서동용, 허용욱, 박범 기자

※ 롤챔스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하면 좋을지 여러분들의 의견은 어떠신가요? 댓글을 통해 건강한 토론의 장이 열리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