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5일, 리그오브레전드의 4.20 패치가 국내 서버에 적용되면서 본격적인 2015 프리 시즌이 시작되었다. 소환사의 협곡이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났고, 챔피언에서부터 오브젝트까지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대격변이 리그오브레전드 전장을 뒤흔들었다. 유저들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새로운 승리 공식을 찾기 위해 치열하게 전투를 펼쳤고, 리그오브레전드 커뮤니티는 다양한 실험과 토론으로 한층 뜨거워졌다.

그리고 드디어 변화의 결과가 조금씩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히, 프리 시즌 패치가 정면으로 겨냥했던 정글 지역은 예상 이상으로 큰 변화가 일어났다. 오랫동안 정글을 지배했던 리 신과 카직스는 승률 하락을 막지 못했고, 랭크 게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아무무와 람머스 역시 난관에 봉착했다. 최상위 정글 챔피언들의 빈자리는 워윅과 케일 그리고 판테온이라는 새로운 강자에 의해 잠식되었다.

2015 프리 시즌, 리그오브레전드 정글에는 분명 정권 교체가 진행되고 있다.


▲ 4.20 패치의 핵심 챔피언은 단연 워윅!



■ 솔로 랭크 지배자들의 동반 추락! 아무무와 람머스, 고난의 행군을 시작하다

물론, 정글 챔피언 이외에도 여러 주류 챔피언들이 하향을 겪었다. 하지만 통계로 나타나는 타격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4.19 패치 기간 중 승률 최상위권에 있던 카타리나와 소나는 하향 이후에도 여전히 높은 승률을 기록했다. 탑 라인의 지배자 나르 역시 승률 측면에서는 다소 내림세였지만, 여전히 50% 이상의 밴율을 유지했다.

하지만 정글 챔피언들의 경우는 이와 달랐다. 패치로 인해 챔피언의 희비가 극명하게 갈렸고, ‘육식 챔피언의 독재’라는 틀도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솔로 랭크에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준 챔피언들도 패치의 소용돌이에서 안전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4.20 패치를 통해 고난의 행군을 시작하게 된 챔피언은 과연 누구일까? 먼저 눈에 띄는 챔피언은 오랫동안 솔로 랭크를 지배했던 두 챔피언, 아무무와 람머스다.


▲ 고난의 행군을 시작한 아무무와 람머스


아무무는 그동안 상당히 안정적인 챔피언으로 평가되었다. 광역 스킬과 단단한 맷집으로 빠른 레벨링이 가능함은 물론, 붕대 던지기(Q)와 슬픈 미라의 저주(R)를 통해 성장 정도와는 상관없이 1인분을 하는 챔피언. 그것이 바로 아무무였다. 하지만 현재 유저들이 아무무에 대해 내리는 평가는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4.20 패치에서 아무무가 겪은 하향은 두 가지다. 기본 방어력이 27에서 23으로 낮아졌고, 정글링의 핵심 스킬인 절망(W)의 초당 추가 피해가 감소했다. 때문에 아무무 운영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빠르고 안정적인 정글링’에 제동이 걸리게 되었다. 이는 곧 레벨링과 체력 관리 측면의 난이도 증가로 이어졌고, 궁극기를 장착할 수 있는 6레벨 달성에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게 되었다.

결국, 50% 중반에 이르던 아무무의 승률은 4.20 패치 하루 만에 40%대로 추락하게 된다. 라이엇 게임즈가 패치 노트를 통해 ‘아무무는 2015 프리 시즌 정글 변화의 큰 수혜자가 될 것’이라 밝힌 상황이라 낙담하기에는 다소 일러 보이지만, 아무무를 사랑하는 수많은 유저들의 근심은 나날이 깊어져만 가고 있다.


▲ 4.20 패치 이후 하락세로 돌입한 아무무의 승률
(출처 : FOW.KR)


람머스 역시 이번 4.20 패치로 인해 아무무와 비슷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람머스는 대회전(Q)의 재사용 대기시간이 전 구간 공통 10초에서 16/14.5/13/11.5/10초로 증가하고, 따끔한 도발(E)로 감소되는 적의 방어력이 10/15/20/25/30에서 5/10/15/20/25로 줄어드는 하향을 겪었다. 이 때문에 최대 장점이라 할 수 있는 ‘정글링 - 갱킹’ 혹은 ‘갱킹 - 갱킹’ 간의 빠른 순환력은 이전보다 약해지게 되었고, 람머스는 초반 갱킹 및 전투 측면에서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50% 중반의 람머스 승률은 패치 적용을 기점으로 급격히 하락. 현재는 40%대 승률을 기록하게 되었다. 특히, 그동안 10% 이상을 유지하던 픽률이 4%대로 곤두박질치면서 람머스에 대한 유저들의 애정 역시 사그라지고 있음이 확인됐다. 프로 경기에는 자주 등장하지 않았지만, 솔로 랭크에서는 꾸준히 사랑을 받아 온 람머스! 그의 시련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많은 정글러들의 사랑을 받아온 람머스도 승률과 픽률 하락을 막지 못했다
(출처 : FOW.KR)



■ 리 신과 카직스의 부진! 정글 사냥의 난이도 상승이 불러온 엄청난 변화

철옹성이 드디어 무너지기 시작했다. 유저들의 게임 이해도가 상향 평준화되면서, 초반 우위를 통한 승기 굳히기 일명 ‘스노우 볼링’이 승리의 핵심 공식으로 떠올랐다. 이는 자연스럽게 초반부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육식 정글 챔피언들이 선호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결국, 최근까지 리그오브레전드의 정글은 육식 챔피언에 의해 점령당했으며, ‘정글의 다양성 훼손’이라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따라서 2015 프리 시즌에 접어 들면서 라이엇 게임즈가 가장 중점적으로 고민한 것이 정글 지역의 다양성이었고, 이는 육식 정글 챔피언의 대표 주자인 리 신과 카직스의 하향으로 이어졌다. 리 신은 기본 방어력과 5초당 체력 재생량이 감소했고, 카직스는 공허의 가시(W) 재사용 대기시간이 증가했다.


▲ 정글 지역의 다양성 확보를 위한 첫 번째 희생양은 리 신과 카직스였다


패치 적용 후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다. 충격적인 결과가 공개됐다. 4.20 패치를 기점으로 리 신과 카직스 모두 승률이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한다. 영원할 것 같았던 리 신의 높은 밴율이 30%대로 추락했고, 이 때문에 오랫동안 수평을 유지했던 리 신의 픽률 그래프가 상승 곡선을 그리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하향 패치 이후 승률과 밴율 하락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하지만 수차례의 하향에도 고공행진을 펼쳤던 리 신이었고, 조금의 틈새만 발견되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던 카직스였기에 이번 결과는 다소 의외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러한 결과가 만들어졌을까? 정답은 정글 사냥의 난이도 상승에 있다.


▲ 4.20 패치 직후 픽률이 상승하고 있는 리 신!
드디어 밴 목록에서 그의 이름이 지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출처 : FOW.KR)


라이엇 게임즈는 4.20 패치 노트를 통해 ‘2014시즌에는 정글 몬스터를 사냥하는 게 너무 쉬웠으며, 게임 5분만 지나면 생존력에 아무 신경 쓰지 않고도 몬스터를 쓸어 담고 다닐 수 있었다’고 말했다. 즉, 초식 챔피언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안정성은 빠르게 정글링을 할 수 있는 육식 챔피언의 활약에 묻힐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라이엇 게임즈는 모든 정글 몬스터들의 체력과 공격력을 증가시켰고, 이를 통해 정글 사냥의 난이도를 크게 상승시켰다. 결국, 정글링 후에도 갱킹에 필요한 체력을 남길 수 있는 초식 챔피언의 입지는 강화됐지만, 육식 챔피언은 빠르게 몬스터를 처치하더라도 체력 관리에 큰 압박을 느끼게 되었다. 리 신과 카직스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핵심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 강력한 몬스터들의 등장은 정글 지역을 혼돈의 소용돌이로 밀어 넣었다


리 신과 카직스의 상황과 맞물려, 주목해봐야 하는 챔피언이 있다. 바로 판테온이다. 판테온은 현재 골드 티어 이상에서 55%를 넘는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다양한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판테온이 고공행진을 펼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패시브 스킬인 ‘방패 방어술’에 있다.

위에서 밝힌 것처럼, 안정적인 정글링이 정글 플레이어들에게 핵심 과제로 떠오른 상황. 따라서 기본 공격 또는 스킬을 4번 사용하면 상대의 다음 공격을 무조건 막아내는 방패 방어술의 존재감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또한 드래곤의 공격 속도가 크게 하향되면서, 판태온은 1레벨 혹은 2레벨에서도 드래곤 시도가 가능해지기도 했다.

안정적인 정글링을 통해 고공행진을 시작한 판테온과 강력해진 정글 몬스터에게 고전을 면치 못하는 리 신과 카직스. 이들이 만들어 낸 상반된 결과는 ‘정글 챔피언의 안정감과 유지력’이 다가올 2015시즌의 중요한 화두가 될 것임을 알려주고 있다.


▲ 최근 큰 화제가 되고 있는 판테온 1레벨 드래곤 공략 영상
(출처 : Siv HD, 번역 : Translations KR)



■ 워윅과 케일, 정글을 지배하는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다!

어둠이 있으면, 다른 한편에는 반드시 밝은 빛이 있는 법. 주류 챔피언들의 연이은 몰락 속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챔피언들도 있었다. 4.20 패치의 최대 수혜자라고 할 수 있는 워윅과 케일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4.20 패치에서 두 챔피언 모두 상향을 겪지 않았다는 점이다. 심지어 워윅은 궁극기인 무한의 구속 재사용 대기시간이 증가하는 너프를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두 챔피언은 패치 직후 승률과 밴율 등 대부분 통계에서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한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던 워윅의 밴율은 90%까지 치솟았고, 승률 역시 60%에 육박할 정도 상승했다. 지금까지 그 어떤 챔피언도 보여주지 못한 엄청난 기록에 리그오브레전드 커뮤니티는 그야말로 ‘워윅 열풍’에 휩싸이게 되었다. 케일의 경우는 승률 측면에서는 큰 변화가 포착되지 않았지만, 픽률과 밴율 측면에서 꾸준히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 충격적인 워윅의 밴율 추세 그래프
(출처 : FOW.KR)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두 챔피언의 높은 유지력에 있다. 워윅은 기본 공격을 할 때마다 체력을 회복하는 끝없는 갈증(패시브) 스킬과 적에게 준 피해의 80%를 체력으로 회복하는 갈망의 일격(Q) 스킬을 보유하고 있다. 케일 역시 신성한 축복(W)으로 부족한 체력을 메꾸는 것이 가능하다. 따라서 두 챔피언 모두 강력해진 정글 몬스터를 상대로도 안정적인 정글링이 보장된다.

하지만 두 챔피언의 고공행진을 설명하는 핵심적인 근거는 정글러 아이템 변화에 있다. 2015 프리 시즌에 접어들면서, 다양한 아이템이 수정 및 추가되었다. 그 중 마체테의 업그레이드 템인 ‘척후병의 사브르’와 이를 더욱 강력하게 만들어주는 ‘마법 부여 - 포식자’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척후병의 사브르를 착용한 챔피언은 강타를 ‘승부의 강타’로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고, 이를 통해 적 챔피언에게 강타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더불어 강타를 맞은 대상을 공격할 때 추가 고정 피해를 주게 된다. 척후병의 사브르에 ‘마법 부여 - 포식자’를 추가할 경우 더욱 강력한 아이템으로 거듭난다. 공격 속도가 50% 상승하는 것은 물론, 기본 공격 시 추가로 40의 마법 피해를 줄 수 있게 된다. 추가 마법 피해는 대형 몬스터를 처치하면 1이 상승하고, 킬이나 어시스트를 올리면 2를 증가시킬 수 있다.


▲ 화제에 중심에 있는 두 아이템, 척후병의 사브르와 마법 부여 - 포식자


따라서 기본 공격 강화 및 공격 속도 상승을 통해 상당한 이득을 볼 수 있는 워윅과 케일에게 척후병의 사브르와 마법 부여 - 포식자는 꿀처럼 달콤한 아이템일 수밖에 없다. 특히, 두 아이템을 착용한 워윅이 빠른 시간에 최대 5번의 기본 공격을 할 수 있는 무한의 구속(R)을 적에게 사용한다면, 상상 이상의 대미지를 뿜어낼 수도 있다. 기본 공격 시 마법 피해를 입히는 정의로운 분노(E)의 활용이 무엇보다 중요한 케일 역시 두 아이템과의 시너지가 상당하다.

정글링의 안정성과 맞춤형 아이템의 등장은 워윅과 케일이 프로 경기에서도 자신 가치를 증명하는 계기가 된다. 지난 12월 3일에 펼쳐진 2015 롤 챔피언스 코리아 프리 시즌 개막전에서 워윅은 ‘밴픽률 100%, 승률 100%’라는 완벽 활약을 펼쳤다. 케일 역시 밴창에 두 번이나 이름을 올리면서 케일에 대한 프로게이머들의 긍정적인 평가를 짐작하게 했다.


▲ 2015 롤 챔피언스 코리아 프리 시즌의 첫 번째 픽은 워윅이었다!
(출처 : 온게임넷)


지금은 말 그대로 프리 시즌이다. 즉, 현재의 구도가 2015시즌으로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정글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았을 때, 리그오브레전드의 정글은 기존과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할 것으로 판단된다.

정글링의 속도와 안정성, 정글 챔피언들의 체력 관리 전략, 다양한 강타 업그레이드 방향, 각 챔피언에게 맞는 마법 부여 선택 등. 수많은 변수가 리그오브레전드의 정글을 더욱 세차게 흔들 것이다. 변화의 폭풍 속에서 살아남아, 2015시즌을 힘차게 시작할 챔피언은 과연 누가 될 것인가? 유저들의 관심은 정글로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