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포터(Supporter). 단어 자체의 뜻을 직역하자면 지원자, 도우미 정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서포터는 주역을 뒤에서 받쳐주는 조력자를 의미합니다. LoL의 서포터도 마찬가지입니다. 서포터는 희생하는 포지션입니다. 서포터의 제 1목적은 캐리들이 활약할 수 있는 판을 만들어주는 것. 서포터는 '캐리'라는 밝은 빛의 이면에 있는 그림자라고도 볼 수 있죠.

하지만 이번 주 롤챔스는 달랐습니다. 항상 팀을 위해 공헌해왔던 서포터들이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그들은 조력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가장 밝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습니다. 서포터들이 가장 빛났던 롤챔스 스프링 2라운드 5주차. 조력자들이 주인공이 되었던 최고의 명장면을 만나보시죠.


▲ 주연보다 더 밝게 빛났던 최고의 조력자들! (좌부터, '고릴라','울프','매드라이프')



■ 고릴라. 심해의 거인으로 전장을 지배하다!

롤챔스에선 아직 아니었지만, 노틸러스는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서포터였습니다. 서포터가 갖춰야 할 덕목을 모두 갖춘 노틸러스가 롤챔스에 등장하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였죠. GE 타이거즈(이하 GE)의 서포터 '고릴라' 강범현은 이런 노틸러스를 롤챔스에서 꺼내 들어 최고의 플레이를 보여줍니다.

그는 나진 e엠파이어(이하 나진)와의 경기에서, 1세트와 2세트 모두 MVP를 따냅니다. 이날 가장 빛난 것은 다른 솔로 라이너들이 아닌, '서포터' 고릴라였습니다.


▲ 어떤 라이너들보다 빛났던 '서포터' 고릴라


GE의 봇 듀오 조합은 준비해온 조합이라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GE는 선픽으로 칼리스타를 선택합니다. 칼리스타는 궁극기 '운명의 부름'을 활용하여, 서포터가 가진 잠재력을 폭발시킬 수 있게 돕는 챔피언입니다. 칼리스타의 궁극기는 서포터가 뚜벅이라면 그 한계를 극복하게 하고, 기동성 좋은 서포터들의 기동성은 한 층 더 올려주는 유용한 스킬입니다.

그런 칼리스타의 파트너로 선택된 서포터 챔피언, 바로 노틸러스입니다. 기본적으로 탱키한 챔피언이라 운명의 부름을 활용해 적진으로 뛰어들어도 큰 부담이 없고, 군중제어기도 많이 갖추었기에 둘은 환상의 짝꿍이었습니다.


▲ 상대 조합을 볼 필요도 없다. 칼리스타-노틸러스라는 최강 조합을 구축한 GE (영상 캡쳐: 온게임넷)


노틸러스의 활약은 게임 초반부터 빛났습니다. 라인전을 잘 수행한 노틸러스는, 서포터의 역할을 잠시 접어두고 '제2의 정글러'로 변신힙니다. 경기 시간 8분경, 기습적인 탑 로밍으로 나진의 탑 라이너 '듀크' 이호성을 잡아냅니다. 밴픽 단계를 확인하지 못한 채 경기를 중간부터 본 팬들이라면, 노틸러스를 정글러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는 멋진 갱킹이었습니다.

고릴라는 갱킹력뿐만 아니라, 교전 캐리력도 확실히 보여줍니다. 경기 시간 15분, GE의 봇 듀오는 수적 열세의 싸움을 펼칩니다. GE는 봇 듀오 뿐이었지만, 나진은 봇 듀오와 더불어 정글러까지 합류한 상태였죠. 하지만 고릴라의 노틸러스는 순식간에 상대 AD 캐리를 제압하고, 팀의 최전방에 서서 나진의 챔피언을 밀어붙입니다. 도저히 수적 열세의 교전이라고는 믿기 힘들었습니다.


▲ 싸움은 머릿수로 하는 게 아니다! (영상 캡쳐: 온게임넷)


고릴라의 활약은 경기 후반까지도 계속됩니다. GE가 경기를 굳히기 위해 바론 사냥을 시도할 때, 고릴라는 바론 위 수풀에서 나진의 챔피언들을 견제합니다. 잘 성장한 라이너들이나 할 법한 플레이를 서포터로 수행해냅니다. 그리고 나진의 챔피언들을 발견하자마자, 고릴라는 완벽에 가까운 이니시에이팅을 열고, 한타에서 대승합니다.

그렇게 1세트에서 노틸러스로 멋진 플레이로 MVP를 횔득한 고릴라는 2세트에서도 노틸러스를 선택,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며 2세트에서도 MVP에 선정됩니다. 최고의 서포터 중 한 명인 고릴라와, 최고의 서포터 챔피언 노틸러스의 조합. 당분간 이 환상적인 조합을 막긴 힘들어보입니다!


▲ 최고의 챔피언을 다루는 최고의 서포터! 최고의 플레이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영상 출처: 온게임넷)



■ 고정관념 파괴! 울프의 케넨, 탑 라이너 이상의 활약을 펼치다!

케넨은 과거 롤챔스에서 탑 라이너로 상당히 많이 활용되었던 카드입니다. 강력한 라인전과 한타 기여도 최상급 궁극기는, 프로 대회에서도 유용하게 사용되었습니다. 하지만 너프를 비롯한 여러가지 요인으로, 케넨은 롤챔스에서 잘 보이지 않게되었죠. GE의 탑라이너 '스멥' 송경호가 한 차례 사용하긴 했지만, 깜짝 카드라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그런 케넨이 롤챔스에 다시 한 번 등장, 팬들의 눈도장을 확실히 찍습니다. 자신의 주 포지션이 아닌 서포터로 말이죠. SKT T1의 서포터, '울프' 이재완은 케넨을 서포터로 기용, 탑 라이너 이상의 활약을 펼칩니다.


▲ 최고의 활약을 펼친 두 번째 서포터, '울프' 이재완


케넨이 서포터로 기용되자, 경기의 초점은 케넨에 맞춰집니다. 그도 그럴게, 케넨은 성장이 필요한 챔피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CS를 수급할 수 있는 라이너로 기용되어왔습니다. 그런 케넨이 서포터로 얼마만큼의 활약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죠.

울프는 팬들의 물음에 플레이로 답합니다. 케넨은 라인전 단계부터 시종일관 삼성 갤럭시(이하 삼성)의 블라디미르를 압박하며 CS 수급을 방해합니다. 그리고 상대 정글로 과감히 침투하여, 삼성의 리 신을 잡아내는 성과를 거둡니다. 초반부터 케넨 서포터의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주는 플레이였습니다.


▲ 탑 라이너 아닙니다. 서포터입니다! (영상 캡쳐: 온게임넷)


울프의 활약으로 게임 주도권은 SKT T1이 쥐게 되고, SKT T1이 무난하게 1세트를 가져갑니다. 케넨을 서포터로 기용하여 쏠쏠한 재미를 본 SKT T1. 하지만 케넨은 깜짝 카드라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쉽게 예상할 수 없는 카드였기에 삼성이 잘 대처하지 못해서 당한 느낌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하지만 SKT T1은 2세트에서 또다시 케넨을 서포터로 기용합니다. 케넨이 진짜 서포터로 사용하기 좋은 챔피언인가에 대한 답이 될 수 있는 경기였죠. 그리고 케넨은 2세트에서 1세트보다 더 멋진 활약을 보여줍니다. 이번엔 서포터들이 가장 선호하는 AD 캐리, 칼리스타와 함께 등장합니다.


▲ 다시 서포터로 등장한 케넨. 이번엔 칼리스타와 함께다! (영상 캡쳐: 온게임넷)


칼리스타와 조합된 케넨은 믿을 수 없는 활약을 보여줍니다. 기존 케넨이 가진 견제력은 여전했습니다. 그리고 칼리스타와 함께하자, 케넨은 엄청난 기동력까지 갖춥니다.

삼성 역시 최고의 서포터라는 노틸러스를 꺼내 듭니다. 하지만 칼리스타와 케넨의 시너지는, 최고라는 노틸러스마저 무너트립니다. 노틸러스가 먼저 이니시에이팅에 성공한 교전에서도, 칼리스타와 케넨은 환상적인 콤비네이션 플레이를 펼치며 오히려 상대를 제압합니다. SKT T1이 불리해 보였던 교전도, 어디선가 번개같이 달려온 케넨이 분위기를 반전시킵니다.

연달아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서포터로서의 가능성을 증명한 케넨! 그리고, 그 케넨의 잠재력을 폭발시킨 울프! 이날 만큼은 울프와 케넨이 최고의 스타였습니다.


▲ 오늘의 주인공은 울프와 케넨! (영상 출처: 온게임넷)



■ 부활절을 기념하여 부활한 '매라신'의 블리츠크랭크!

LoL에서 서포터의 이미지가 '희생하는 자', '조력자'같은 느낌이지만, 단 한 선수만큼은 예외였습니다. 바로 서포터로 그 어떤 선수보다 강렬한 플레이를 펼쳐 팀을 캐리했던 CJ 엔투스의 서포터, '매드라이프' 홍민기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매드라이프는 지금보다 더 서포터가 열약했던 시기에서도, 스킬 한 방으로 전세를 뒤집고 게임을 캐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그의 블리츠크랭크는 선택만으로도 모든 팬들을 열광하게 만들었고, 그가 보여준 플레이는 '환상적이다'라는 말로도 부족했습니다.


▲ 수많은 명장면을 만든 매드라이프의 블리츠크랭크 (영상 출처 : Youtube: 'Madlife')


하지만 매드라이프의 블리츠크랭크는 그리 자주 등장하지 못합니다. 쓰레쉬라는 블리츠크랭크의 상위 호환이라고 불리는 챔피언이 등장했고, 블리츠크랭크의 도박성 짙은 스킬은 프로 무대에서 사용되기 힘든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그렇게 블리츠크랭크는 점점 잊혀갔고, 매드라이프가 블리츠크랭크로 보여줬던 환상적인 플레이는 전설로만 기억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지금, 전설이 부활합니다. 전설을 만들었던 매드라이프의 손에서 말이죠. 매드라이프는 강적 진에어 그린윙스(이하 진에어)를 상대로 블리츠크랭크를 뽑아듭니다.


▲ 그의 전설이 여기서 다시 부활하다!

롤챔스에 등장한 블리츠크랭크를 바라보는 팬들의 마음은 복잡했을 것입니다.

매드라이프는 누구도 쉽게 부인할 수 없는 롤챔스 최고의 스타입니다. 그가 보여준 블리츠크랭크에 매료되어 LoL을 시작한 유저들도 한둘이 아닙니다. 또한, 서포터는 재미없고 캐리 안되는 포지션이라는 인식을 박살낸 것도 매드라이프고, 그의 블리츠크랭크였습니다.

팬들은 다시 한 번 롤챔스에서 매드라이프의 블리츠크랭크를 보고 싶어 했지만, 한 편으로는 불안한 것 역시 사실이었습니다. 괜히 블리츠크랭크가 나와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줘, 추억을 망치는 게 아닐지 하는 걱정도 분명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그는 매드라이프, 매라신이었습니다. 그의 블리츠크랭크는 등장부터 팬들의 아드레날린을 한계치까지 끌어올렸고, 그의 그랩은 상대 챔피언과 동시에 승리를 움켜쥐는 그랩이었습니다. 그는 부활절 하루 전 날을 기념하여, 블리츠크랭크를 통해 신의 귀환을 알립니다. 매드라이프의 블리츠크랭크, 언제나 그랬듯 이날도 최고의 스포트라이트를 독점하는 주인공이었습니다.


▲ 말이 필요 없다! 매라신의 블리츠크랭크 (영상 출처: 온게임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