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 그리고 최강. 이 두 가지 키워드는 사나이를 가장 뜨겁게 만듭니다. 무릇 남자라면 누구나 최강이 되어 전설로 남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전설이 될 최강자는 평범한 사람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경지입니다. 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더욱 강한자가 나오는 게 세상의 이치니까요. 따라서, 그 누구도 반론할 수 없는 최강자로 인정받기 위해선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LoL 챔피언스(이하 롤챔스)엔, 인간의 한계를 까마득히 초월한 '전설적인 선수'가 몇 존재합니다. 그들은 너무도 강력하기에 등장하지 않아 다행인 경우도 있었고, 리그오브레전드의 평화(밸런스)를 위해 스스로의 힘을 억누르는 자도 있습니다.

등장한다면 리그 초토화는 물론, 세계의 안녕까지 보장할 수 없을 정도의 강력한 힘을 가진 그들. 너무도 두려운 힘을 가진, 살아있는 전설들을 만나보시죠.

※ 시작에 앞서 본 기사는 흥미 위주로 작성된 기사임을 밝힙니다.

▲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살아있는 리그오브레전드의 전설들



후보1. 1쏭, 2쏭은 몰라도 6쏭은 그 누구도 이길 수 없다!

'앞뒤 가리지 않은 공격 일변도의 플레이 스타일과 서슴없는 다이브!' 지금도 가장 매력적인 팀 중 하나로 기억되는 2012년 윈터 시즌의 나진 소드입니다. 그들의 플레이는 화끈했고, 누구도 그들앞에서는 '노잼스'를 언급할 수 없었죠. 그리고 그 나진 소드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선수는 '막눈' 윤하운과 '프레이' 김종인입니다.

하지만 나진 소드 우승의 중심엔 또 하나의 선수가 있었습니다. 다음 게임을 예측하긴 커녕, 1분후의 모습도 예측하기 힘든 선수, '전투력 측정 불가'의 미드라이너, '쏭' 김상수입니다.

▲ 삐빗! 전투력 측정불가! '쏭' 김상수


쏭에겐 다양한 별명이 있습니다. 다이스(dice)형 미드라이너라던가, 롤러코스터 스타일의 선수라던가 하는 별명들 말이죠. 이 모든 것은 경기마다 보여주는 쏭의 기복이 컸기 때문에 붙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복이 컸던 것을 포함하더라도, 쏭은 분명 뛰어난 기량을 갖춘 미드라이너였습니다. 아이템 트리와 운영의 유연함은 일반적인 기준을 뛰어넘었습니다. '틀'이 없는 플레이, 자유 그 자체. 바로 쏭의 플레이 스타일이었습니다. 너무나 자유로운 그였기에, 기복 역시 컸다고 할 수 있습니다. 팬들은 이런 쏭을 보고 '캐리 or 트롤'이라고 까지 부르기도 했습니다.

▲ Ssong= Carry or Troll! (영상 캡쳐: 2013 SWL 경기중)


사실 기복이 없는 프로 선수는 없습니다. 그 기복이 크냐 작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죠. 쏭의 기복은 차원이 달랐습니다. 그는 기복에 따라 경기력이 달라진다기 보단, 선수 자체가 달라지는 것 같았습니다. 팬들은 이러한 쏭의 기복을 주사위에 빗대, 가장 낮을 때를 1쏭, 가장 높을 때를 6쏭으로 명명했습니다.

1쏭은 그야말로 최약체에 가까웠지만, 1쏭씩 올라갈 때마다 쏭의 경기력은 비약적으로 상승했습니다. 놀라운 경기력을 보여준 2012 윈터시즌 결승전. 쏭은 5쏭을 굴리는 것에 성공했고 압도적인 기량으로 아주부 프로스트를 셧아웃 시켰습니다.

▲ 5쏭이 뜨자, 우승컵은 쏭의 것이 되었다. (영상 출처: 온게임넷)


롤챔스 타이틀을 차지하는 것은 5쏭으로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쏭은 선수 생활을 마감했기에 더이상 전설의 6쏭의 정체를 보긴 힘들어졌습니다. 5쏭만으로도 엄청난데 6쏭이라니. 소문에 따르면 6쏭이 뜰 경우, 그 어떠한 선수도 그를 막을 수 없는 것은 물론, 등장만으로도 상대방이 게임 시작과 동시에 나가고 넥서스가 터진다고 합니다. 이러한 이야기가 점점 커져, 결국 6쏭이 등장하면 시공간이 오그라들어 '세상이 멸망한다'라는 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더는 확인할 수 없기에, 영원한 전설로 남은 6쏭. 리그오브레전드, 아니 세계 평화를 위해 6쏭이 봉인된 것은, 어쩌면 다행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Faker: (5.5쏭에게 당하며) 보고도 당하네 이거 미치겠다 (영상 캡쳐: 온게임넷)


후보2. '배부른 류'는 달라도 한참 다르다!

2013년. 당시 페이커의 기세는 누구도 막을 수 없을 정도 였습니다. 라인전이면 라인전, 한타면 한타, 그 어떤 것 하나 부족함이 없었죠. 페이커는 리그를 지배했고, 그의 출전은 곧 승리를 의미했습니다. 페이커의 활약이 있었기에 그가 속한 SKT T1 K 역시 세계 최고의 팀으로 올라섰습니다.

하지만 그토록 막강했던 그를 궁지로 몰아붙인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그것도 만전의 상태가 아닌 채로 말이죠. 그의 이름은 KT 불리츠의 전 미드라이너, '류' 류상욱입니다.

▲ 페이커를 궁지로 몰아 붙인 사나이, '류' 류상욱


KT 불리츠는 강했습니다. 최고의 정글러인 '인섹' 최인석이 중심을 잡아주고, 엄청난 기량을 보유한 '썸데이' 김찬호가 탑 라인에서 버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정점엔 KT 불리츠의 에이스, 류가 있었습니다.

류는 정글러에서 미드라이너로 포지션을 옮긴 선수입니다. 정글러 시절부터 키워왔던 '판을 읽는 눈'은, 미드라이너가 된 후 강력한 로밍력이 되어 전장을 지배합니다.

▲ 미드라이너 류, 그는 강했다. (영상 출처: 온게임넷)


최강 SKT T1 K과 강력한 전력을 보유한 KT 불리츠. 이 두 팀이 최고의 무대에서 맞붙는 건 당연하다면 당연했습니다. 양 팀은 2013년 섬머 시즌 왕좌를 두고 격돌합니다. 많은 팬들은 SKT T1 K가 약간 우세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도 그럴 게 당시 페이커의 기세는 정말 '미쳤다'라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류는 사전 인터뷰에서 의미심장한 발언을 합니다. 상대 팀에게 '음식'이 있기에, 더 힘을 낼 수 있을 거라고 말이죠. 류가 말한 음식은 SKT T1 K의 서포터 '푸만두' 이정현의 아이디, '만두'였습니다. 당시 팬들은 이런 인터뷰를 웃어넘겼습니다. 그땐 아무도 몰랐습니다. 음식, 즉, 류의 공복이 경기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것을 말이죠. 그렇게 훗날, 전설에 남을 맞대결이 펼쳐집니다.

'스코어' 고동빈 : 만두 선수는 언제나 조심하셔야 돼요. 상욱이가 먹을 것인지 알고 잡아먹을 것 같아요(웃음).

'마파' 원상연 : 항상 만두를 먹을 때면 군만두를 먹을지 찐만두를 먹을지 고민하는데, 이번엔 군만두가 좋겠습니다(웃음). 간장은 피글렛으로 하겠습니다.

'류' 류상욱 : 구워 먹겠다.
2013 롤챔스 섬머 결승전 사전 인터뷰 中


▲ 전설로 남은 대결의 막이 올랐다. 키워드는 '류의 공복'


경기 결과는 여러분이 아시는 그대로입니다. SKT T1 K가 3:2, 짜릿한 스코어로 역전승을 거뒀습니다. 패패승승승 경기 결과. SKT T1 K 팬들에겐 최고의 경기였고, KT 불리츠 팬들에겐 이보다 더 안타까울 수 없었습니다.

KT팬들에게 있어선 믿기 힘든 역전패. 팬들은 이 패배의 원인을 류의 공복에서 찾았습니다. 그도 그럴게 1, 2세트의 류는 페이커를 완벽하게 압도했습니다. 자신의 화신과 같은 그라가스로 말이죠. 경기 시작된지 얼마되지 않아, 공복을 느끼지 않는 상황. '배고프지 않는 류'는 페이커를 압도했습니다.

하지만 류의 문제는 3세트부터 나타납니다. 슬슬 공복이 느껴지는 3세트부터 류의 경기력은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배고픈 류'가 된 5세트에서, 지금도 두고두고 회자되는 전설의 장면, '류드는 오늘도 죽습니다'가 펼쳐집니다.

▲ 배고픈 류가 만들어낸 참극. 오늘도 류드는 죽습니다. (영상 출처: 온게임넷)


여기서 우린 류가 가진 진정한 힘을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2013 롤챔스 섬머 시즌 결승전의 시작은 18시. 보통 12시나 13시쯤 점심을 먹고, 18시나 19시쯤 저녁 식사를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점심을 늦게 먹었다고 해도, 18시면 슬슬 공복이 찾아올 시간입니다.

1, 2세트의 류, 즉 '배가고프지 않는 류'는 그것만으로도 당시 세계 최강이라는 페이커를 압도했습니다. 그리고 공복이 심해지는 3, 4, 5세트에선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죠. 그렇다면 과연 만전의 상태인 '배부른 류'는 어떨까요? 만약 점심을 먹자마자 경기를 펼쳤다면? 배가 고프지 않는 상태로도 세계 최강을 찍어눌렀기에, 배부른 류는 얼마나 강할지 상상조차 하기 힘듭니다.

팬들은 이 전설로만 전해지는 '배부른 류' 모드를 또다른 전설인 '6쏭'에 빗대어 '육(肉)류'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풍문에 따르면, 류가 '육류'상태가 될 경우, 승리는 당연하고 모든 상성을 뒤집을 수 있다고 합니다. 방송 경기의 특성상 육류의 등장은 쉽지 않겠지만, 그 전설은 지금도 팬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 배부른 류, '육류'. 그는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영상 출처: 온게임넷)



후보3. 그의 왼손에 봉인된 흑.염.룡을 깨우지 마라. 양손을 쓰는 벵기!

게임 시작과 동시에 상대 넥서스가 터진다고 전해오는 6쏭, 그리고 모든 상성을 뒤엎으며 승리가 약속된 배부른 류. 이 두 개의 전설은 롤챔스의 신화로 전해졌습니다. 그들은 그 누구도 꺾을 수 없는 신비에 가까운 존재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둘을 상대할만한 새로운 전설이 탄생했습니다. 이번엔 미드라이너가 아닌, 정글러에서 말이죠. 바로 벵 'The jungle' 기 입니다.

▲ 정글, 바로 그 자체. 벵 'The jungle' 기


'벵기' 배성웅은 가장 성공한 정글러 중 하나입니다. 그는 SKT T1의 일원으로 수많은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커리어만 놓고 봤을 때, 벵기보다 뛰어난 정글러를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단지 그가 커리어만 뛰어난 정글러인 것은 아닙니다. 벵기는 언제나 팀에 헌신하는 플레이를 펼쳐왔습니다. '페이커' 이상혁, '피글렛' 채광진과 같은 슈퍼 캐리형 플레이어들이 날뛸 수 있는 판을 깔아주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에 그치지 않고, 캐리와 슈퍼플레이가 필요할 땐, 또 그것을 해냈습니다. 벵기의 활약없이는 SKT T1 K의 세계 정복도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 엄청난 경기력의 벵기, 하지만 이것은 그의 100%가 아니었다?! (영상 출처: OPLOLReplay)


하지만 영원한 것은 없었습니다. 절대 왕조 SKT T1 K의 멤버들은 하나, 둘 팀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벵기의 기량도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 SKT T1에 새로운 정글러가 영입됩니다. 그의 이름은 '톰' 임재현. 그는 데뷔전에서 우디르를 뽑아들어 팀을 승리로 이끕니다. 이후에도 대세 정글러를 마치 자신의 수족처럼 다루며 SKT T1의 후반기를 책임집니다. 워낙 경기력이 뛰어났기에, 그는 벵기를 밀어내고 단숨에 주전 자리를 차지합니다.

▲ 혜성처럼 등장해서 주전자리를 낚아챈 톰!


벵기의 팬들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톰의 기량. 톰은 강했습니다. 그리고 성과를 거뒀죠. 그 결과, 톰은 SKT T1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경기인 CJ 엔투스와의 플레이오프 스타팅 멤버로 발탁됩니다.

하지만 CJ 엔투스는 만만치 않았습니다.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SKT T1을 찍어누르기 시작합니다. SKT T1은 별다른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순식간에 2세트를 내어줍니다. 딱히 톰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단순히 CJ 엔투스가 강했고, SKT T1이 약했습니다. 분위기 반전을 위해 팀의 에이스인 페이커가 긴급투입되었지만, 그마저도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절체절명의 위기. SKT T1에겐 변화가 필요했고, 변화를 위해 선택한 카드는 벵기였습니다. 그리고 벵기가 투입되자, SKT T1의 분위기가 변합니다. 벵기는 이 위기의 상황에서 웃었고, 이 웃음은 전염되었습니다. 한 발만 뒤로 물러서면 바로 낭떠러지였지만, 그들은 무언가 홀린 것처럼 웃었습니다. 당시엔 이 웃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진실이 밝혀지기 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 벵기는 웃었고, 그것은 마법이 되었다. (영상 캡쳐: 온게임넷)


SKT T1이 웃을 수 있었던 이유. 바로 벵기가 살짝 양손을 쓴다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SKT T1의 선수들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가 양손을 사용한다고 선언한 이상, 남은 것은 승리뿐이라는 사실을 말이죠. 그리고 이후 경기는 벵기가 지배합니다.

하지만 벵기는 양 손을 쓴 것을 후회했습니다. 그의 왼손에 봉인된 힘의 원천인 '흑염룡'은 세상에 나와서는 안되는 것. 이것은 너무나도 위험했습니다. 그렇기에 벵기는 2015 MSI에선 세레모니에서조차 왼손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너무도 강한 힘, 그 힘에 대한 책임을 지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 승리의 순간에도 왼손을 사용하지 않는 벵기의 모습 (영상 캡쳐: 온게임넷)


하지만 벵기 스스로 흑염룡을 억누르지 못한 모습이 종종 나타납니다. 2015 MSI, 프나틱이 완전히 승기를 잡은 경기에서 벽을 다 넘은 세주아니를 갑자기 당겨온다든지지(주: 이 현상은 버그임이 밝혀졌습니다), 경기에 앞서 봉인이 풀리려는 흑염룡을 잠재우기 위해 정신을 모으는 모습이 화면에 잡히기도 했습니다.

또한, SKT T1의 AD 캐리, '뱅' 배준식은, MSI 결승전 패배 직후, 벵기안의 흑염룡이 깨어났기에, 롤챔스 우승을 확신한다는 듯한 자신감 넘치는 글을 자신의 SNS를 통해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양 손을 쓰는 벵기'에 대한 팀원들의 절대적인 신뢰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죠.

▲ 벽을 다 넘은 세주아니를 흑염룡의 힘으로 당겨오는 벵기 (영상 출처: XynergyLoL)


▲ 벵기안의 흑.염.룡이 깨어나자, 롤챔스 승리를 확신하는 뱅. (출처: '뱅' 배준식 SNS)


벵기에게 있어 가장 두려운 건 상대의 강함이 아닙니다. 그가 두려워 하는 것. 바로 자신의 내면에 숨겨져있는 막강한 힘입니다. 이 힘을 조금만 개방했음에도, 리그의 생태계는 파괴되고 말았습니다. 만약 벵기안에 날뛰는 흑염룡이 완벽하게 부활한다면? 상상하는 것 조차 끔찍한 일이 펼쳐질지도 모릅니다.

벵기는 그렇게 오늘도 자신의 내면에 있는 흑염룡과 싸우고 있습니다. 벵기의 흑염룡이 완벽하게 눈을 뜨는 순간. 분명 리그오브레전드 세계엔 엄청난 일이 펼쳐질 것입니다. 그것은 팬의 입장에서 너무나 두려운일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두려움만큼이나 기대되는 일이기도 합니다.

▲ 그가 자신과의 싸움에 패해 흑염룡이 날뛰는 순간, 세상은 멸.망.할지도 모른다.
(사진 출처: LoL 인벤 자유게시판 '주작'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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