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벤에서 새로운 코너 '전설을 찾아서'를 시작합니다. 오래 전 옛날 감동과 카타르시스를 주었던 전설적인 게임 영상들을 여러분에게 다시 보여드리고자, 묻혀있던 영상을 하나씩 발굴해내어 선보이는 코너입니다. 과거의 레전드 영상들과 함께 다시 한 번 추억에 빠져보시기 바랍니다.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


임요환, 홍진호를 비롯한 1세대 프로게이머들 이후, '스타크래프트'가 e스포츠의 메인 이벤터로 확고부동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그 시절. '등짝'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수많은 팬을 양산해내던 프로토스 게이머가 있었다. 당시 4대 토스의 일원이자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9명의 프로토스 중 한명인 박정석 선수였다.

프로게이머로서 박정석이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누가 뭐래도 화끈한 전투였다. 그는 치밀한 전략가라기 보다는 잘싸우고, 또 멋지게 싸우는 파이터에 가까웠다. 박정석의 운영 능력은 그런 싸움이 가능하도록 병력을 마련하고, 자원을 확보하는 식이었다. 그가 선호하는 무기들은 프로토스 유저라면 누구나 사용하고 익히 알고 있는 질럿, 드라군, 템플러, 캐리어 같은 유닛이었다.

덕분에 그는 매 경기마다 치열한 싸움을 보여주었고, 때문에 박정석의 경기는 일단 시작하기 전에 안심하고 치킨을 시킬 수 있는, 안정된 치맥 관람이 보장된 픽으로 사랑받았다. 비록 그의 우승은 커리어 통틀어 단 한 번이었지만, 그 누구보다 흥미진진한 명경기를 많이 만들어낸 플레이메이커였음은 부정할 수 없다.

▲ 우주배 MSL 패자조 결승 4경기 VS 조용호

▲ "여러분들은 프로토스를 왜 시작하십니까" 하고 물어보면, "하드코어 질럿러시가 정말로 좋기 때문에!"

그만큼 박정석을 기억하는 이들은 그의 명경기가 넘쳐났던 대회를 고를 때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준우승에 그쳤던 두 번의 개인리그, 질레트배 스타리그와 우주배 MSL을 꼽는다. 특히 이중에서도 우주배 MSL 패자조 결승에서 마찬가지로 당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던 팀 동료 조용호를 상대로 한 4, 5 경기의 혈전은 시간이 흐른 지금도 내내 회자될 정도다. 특히 5경기의 정석적인 하드코어 질럿러시는 이승원 해설의 명대사를 낳았다.

질레트배 스타리그에서 그가 펼친 경기들은 16강전부터 명경기 일색이었다. 특히, 4강전에서 5경기까지 가는 혈투 끝에 당시 테란의 강자 나도현을 꺾은 경기들은 매 경기 하나하나가 뛰어났다. 그중에서도 한 장면을 꼽는다면, 역시 5경기에서 나온 역대 최고급 마인 역대박이 아닐까. 한편, 박성준이라는 로열로더에게 우승을 내어주고 비록 준우승에 머물렀음에도 무대를 떠나는 그의 뒷모습은 강렬했다.

▲ Gillette 스타리그 4강전 박정석 VS 나도현 5경기

영웅, 물량, 무당 등 그를 수식하는 단어는 참 많지만, 역시 그는 패배한 뒷모습 조차 멋진 '등짝'이라는 별명이 가장 잘 어울리지 싶다. 단지 이기는 것 뿐만 아니라 재미있고, 멋진 경기를 만들어내는 것, 그리고 패배하더라도 멋진 모습을 남기는 것이 그의 진짜 매력이 아니었을까.




※'전설을 찾아서' 코너에서는 유저 여러분의 영상 제보를 적극 환영합니다. 일생에 한 번 나올 법한 게임 플레이,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게임 관련 비디오 등 '레전드' 영상을 알고 있거나 소유하고 계시다면 이메일(Sawual@inven.co.kr) 인벤 쪽지(Sawual)를 통해 제보해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