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2015 롤챔스 섬머. 롤팬들의 마음을 송두리째 흔들 수많은 명장면들을 만들어내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습니다. 언제나 그랬듯 '주력' 챔피언들이 존재했으며 실제로 그 어떤 챔피언들 보다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항상 정석적인 픽을 할 수는 없는 법. 한번도 빠짐 없이 주력 챔피언들만 무대에 올랐다면 롤챔스 서머 시즌은 이렇듯 성황리에 끝나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깜짝 등장해 조커 카드 역할을 하며 팀에게는 승리를, 팬에게는 즐거움을 주었던 챔피언들은 무엇이었을까요?


■ 나 아직 안죽었다! 첫 번째 카드, 올라프!

사실 올라프는 과거 롤챔스 초창기까지만 해도 주력 픽으로 꼽힐 만큼 엄청난 맹활약을 해왔습니다. 당시 그 어떤 챔피언보다 라인전 하나만큼은 강력했으며 한타 구간에서도 특유의 CC 면역을 이용해 적들 사이를 휘저었습니다. 텔레포트 대신 점화를 들고 상대 탑 라이너와 영혼의 맞대결을 펼치던 멋진 챔피언이었기에 아직 유저들의 머릿속에 맴돌만한 명장면을 많이 만들어 내기도 한 올라프입니다.

이렇듯 한때 화려했지만 '뚜벅이'라는 점, 현재 탑 라이너의 기본 소양처럼 굳어져 버린 텔레포트 활용 면에서 여타 챔피언들에 비해 약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롤챔스 무대에 좀처럼 복귀할 생각을 못하고 있었습니다.


▲ 건웅 vs 막눈 죽음의 결투 (feat. 랜턴)


이러한 올라프가 이번 섬머 시즌에는 제대로 효자 노릇을 한 듯 보입니다. 올라프는 이번 섬머 시즌에 총 4번 등장 했고 3번의 승리를 각 팀에게 안겨줬습니다. 이번 섬머 시즌 가장 핫했던 탑 챔피언 중 하나인 럼블을 상대로 압도적인 라인전을 펼치기도 했으며, 정글로 들어가 엄청난 갱킹력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7월 25일 '듀크' 이호성 선수가 보여준 탑 올라프는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할 정도로 엄청난 경기력을 선보였습니다. 게임 초반 탑에서 일어난 2:2 싸움에서 특유의 강력함을 보여주며 지금도 충분히 쓸만한 픽이라는 것을 입증했습니다.


▲ 2015년에도 올라프의 패기를! (출처: OGN)


특정 챔피언들에게 매우 약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기 때문에 '주력'으로 쓰기엔 아직 무리가 있어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번 섬머 시즌을 통해 상대의 허를 찌를 수 있는 회심의 카드로 손색이 없다는 점을 충분히 입증해낸 올라프! 앞으로 있을 롤드컵에서도 주력 픽들을 카운터 치는 올라프의 모습을 볼 가능성이 없지는 않으리라고 생각됩니다. 세계 무대에서 그의 시원시원한 '쪼개기'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 4대 신앙은 프로 세계에도 적용된다. 두 번째 카드, 말파이트!

말파이트. 이름만 들어도 무언가 강력함이 느껴지는 챔피언입니다. 미칠 듯한 탱킹 능력과 한타 단계에서의 압도적인 존재감 때문에 적 팀에 말파이트가 있다면 절로 몸을 사리게 됩니다. 궁극기를 통해 다양한 영웅들과 호흡을 맞출 수 있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각종 매드 무비에 인기 조연으로 자주 등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번 롤챔스 섬머 정규 시즌에는 단 한 번도 출연하지 못한 말파이트입니다. 너무 단순한 스킬셋으로 인해 라인전 단계에서 상대에게 불안감을 줄 수 있는 요소가 적고 텔레포트를 활용한다 하더라도 6레벨 이전에는 그저 뚜벅이 챔피언 중 하나일 뿐 입니다.. 쓸 수 있는 조건이 너무 까다로운 것이 사실이죠.


▲ '갓'파이트는 언제나 롤팬들을 뜨겁게한다 (팬아트: 사미리)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정규 시즌에는 좀처럼 모습을 보이지 않던 말파이트가 가장 중요한 무대인 플레이오프에서 맹활약을 하게 됩니다. 말파이트의 섬머 데뷔 경기는 바로 8월 16일 열린 쿠와 나진의 와일드카드전. 나진이 1세트를 따내며 좋은 출발을 하지만 '스멥' 송경호의 숨겨둔 카드, 말파이트가 등장합니다.

라인전 자체는 무난하게 흘러갔지만 나르 보다 한발 빠른 전투개시를 통해 2세트 승리를 이끌어낸 스멥의 말파이트는 마지막 3세트에서도 환상적인 이니시에이팅 능력을 보여주며 와일드카드전 최종 승리의 1등 공신으로 자리매김합니다. 결승전에서는 '마린' 장경환이 말파이트를 사용해 슬픈(?) 장면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플레이오프의 재미 중 많은 부분은 말파이트가 만들어 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 관중도 울고 애쉬도 울었다(사진 캡쳐: OGN)


현재 탑 라이너에게 요구하는 조건 중 대부분을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나올 확률은 매우 적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지만 경기를 지켜보는 롤 팬들의 마음을 언제나 뜨겁게 해주는 영웅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플레이오프 최고의 와일드 카드 역할을 수행한 말파이트! 과연 거석신앙의 공포를 롤드컵에서도 느낄 수 있을지 정말 기대됩니다.


■ 무자비한 칼부림! 세 번째 카드, 마스터 이!

롤챔스의 마스터 이(이하: 마이)라고 한다면 그 옛날 '콘샐러드' 이상정의 AP 미드 마이를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그 때 이후로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마이에게는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챔피언 리워크를 통해 AP 마이가 완전히 사장되어버리고 AD 마이 밖에는 쓸 수 없게 되어 버렸습니다.

'명상'이 너프 되는 바람에 라인 유지력까지 크게 잃어버린 마이가 미드 라인에서 등장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었고, 앞으로도 죽 그럴 것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 3년간의 긴 침묵은 '페이커' 이상혁의 손에 끝이 납니다. 1라운드 15일 차 경기 2세트 밴픽 창에 선명하게 박힌 마이의 모습을 보며 감탄하지 않은 롤팬은 없을 것입니다.


▲ 3년만의 등장, 마스터 이!


섬머 시즌들어 한창 기세 탄 페이커였기 때문에 어떠한 챔피언 픽을 한다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지만, 마스터 이 만큼은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한 번 팀의 도움을 받아 '코코' 신진영의 우르곳을 잡아낸 페이커의 마이는 서서히 칼부림을 시작합니다. 킬과 CS를 충분히 먹으며 성장한 마이는 CJ의 주요 딜러들을 휩쓸며 와일드 카드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습니다.

이후 kt전 까지 팀을 승리로 이끈 미드 마이의 여파는 곧바로 솔로 랭크로까지 번져 오늘까지도 솔랭 용사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 롤챔스 섬머 최고의 칼부림! (영상 출처: OGN)



분명 가능성을 입증한 미드 마이지만 아무 때나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팀과 호흡이 맞지 않는다면 순식간에 녹아버리기 일쑤이며, 라인전 또한 힘들게 풀어나갈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솔로 랭크에서 마구잡이로 사용하다가는 팀과 자신의 멘탈이 함께 승천해버릴 것입니다.

미드 마이와 같이 하는 게임은 고통스럽지만 남이 하는 것을 지켜보는 건 큰 즐거움입니다. 때문에 많은 유저들이 다음 있을 롤드컵에서 미드 마이가 다시금 등장하길 원하고 있죠. 미드 마이의 시원한 칼부림을 세계 무대에서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