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에 종료된 오버워치 월드컵 오프닝 주간은 이변의 연속이었습니다. 많은 오버워치 팬들이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은 스웨덴이 스페인에게 패배하고, NIP와 타이무 조합의 핀란드를 상대로 한국이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주기도 했죠. 또한 상대적으로 유명 선수가 적은 러시아가 강팀 미국을 2:1로 꺾는 사건도 벌어졌습니다.

물론 스웨덴, 미국 등 인지도가 높은 대표팀들은 대부분 조 2위로 8강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유명 선수들이 모여 있다고 해서 팀의 경기력이 보증되진 않는다는 점이 16강 경기를 통해 드러났으므로, 이제 정말 결승전에 오를 팀이 어디일지 예측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그래서 이번 시간에는 오버워치 월드컵 오프닝 주간의 주요 경기들을 되짚어 보려고 합니다. 스페인이 대체 어떤 팀이기에 스웨덴을 꺾을 수 있었는지, 핀란드를 '압살'한 한국팀의 저력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하나씩 짚어봅시다.




■ 새로운 실력자, 스페인의 등장

오버워치 월드컵 오프닝 3일차. 스웨덴과 스페인의 경기를 앞두고 대부분의 오버워치 팬들은 스웨덴의 압승을 예상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스웨덴은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브라질은 물론 Surefour가 있는 캐나다까지 2:0으로 꺾은 상태였기 때문이죠.

스페인 역시 캐나다를 꺾긴 했지만 세트 하나를 내주며 2:1이라는 스코어를 기록했기에 팀 전력면에서 스웨덴이 앞선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두 팀이 만나보니 경기 내용은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초반에는 스웨덴이 기량면에서 우위를 보이는 것 같았으나, 후반으로 갈 수록 스페인이 오히려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준 겁니다. 특히 난전이 잦은 쟁탈전에서는 스페인이 스웨덴을 완전히 제압하며 2:1이라는 스코어로 승리를 가져갔습니다.


▲ 무지막지한 라인업의 스웨덴, 확실히 개인 기량은 독보적이었다


유명 선수들로 꽉 채워진 스웨덴을 무명팀과 아마추어가 반을 채우고 있는 스페인이 잡아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는 블리즈컨에서 펼쳐질 8강 경기에서도 얼마든지 이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거든요.

iddqd부터 Rogue의 TviQ, EnVyUs의 chipshajen과 cocco 등이 모여 있는 스웨덴과 달리 스페인은 Stone Templars라는 무명팀의 선수 두 명이 각각 딜과 힐을 담당하고 있고, Pescanova라는 아마추어 선수가 자리야로 탱을 맡았습니다. 여기에 EnVyUs의 HarryHook과 Dignitas의 BromaS, 그리고 REUNITED의 Winghaven이 힘을 보태고 있는 상황이죠.


▲ 스웨덴에 비해 선수 인지도는 많이 떨어지는 스페인


스페인의 강점이라면 딜러로서 엄청난 기량을 보여준 BromaS와 이를 뒷받침해주는 팀원들의 호흡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본래 Dignitas 딜러인 BromaS는 이번 16강 스웨덴전에서 파라, 트레이서, 맥크리 등 넓은 영웅폭을 자랑하며 팀을 이끌었습니다.

여기에 스페인의 아나를 전담한 HarryHook 선수가 스웨덴의 아나 chipshajen보다 더 좋은 기량을 보여준 것도 한몫했습니다. 아나로 상대 아나를 잡는 것은 물론, 상황에 따라 라인하르트가 아닌 자리야에게 강화제를 쥐어주며 팀을 '캐리'하도록 돕는 역할을 제대로 했거든요.

REUNITED의 탱커 Winghaven을 놔두고 아마추어 선수인 Pescanova의 자리야에게 아나가 궁극기를 사용할 수 있었다는 것은 그만큼 팀원을 믿고 있다는 반증일 겁니다. 실제로 Pescanova의 자리야 궁극기는 경기 내내 실수가 거의 없었으며, 강화제를 받았을 때는 혼자 3인 처치를 해내는 등, 세계급 선수들에게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 스웨덴이 전원 처치를 당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 자리야와 트레이서의 궁 연계로 계속 이득을 취하는 스페인


또한 스페인은 위기 상황이 올 때마다 전세를 뒤집는 궁극기 연계로 명장면을 계속 찍어내기도 했죠. 2세트 아누비스 신전에서 A거점을 한 번에 뚫린 스페인은 진영을 재정비하기도 전에 들이닥친 스웨덴에게 궤멸 직전에 이르렀습니다. 이때 홀로 남은 neptuNo가 스웨덴 전원을 상대로 10초 가까이 살아남는 신기를 보여줬고, 이 사이에 부활한 스페인 수비진들이 돌아와 거점에서 스웨덴을 몰아내는데 성공했습니다.

이후엔 BromaS가 파라를 들고 나와 스웨덴의 2차 공격을 완전 봉쇄하면서 주영웅에 상관없이 좋은 기량을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습니다.


▲ 홀로 거점을 지켜낸 스페인의 neptuNo

▲ 엄청난 적중률을 보여준 BromaS의 파라


한편 쟁탈전에서는 스페인이 스웨덴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초반에는 TviQ의 겐지에게 전원 처치를 당하는 등, 다소 밀리는 듯 했으나, 시간이 지날 수록 BromaS와 neptuNo가 서로 맥크리, 트레이서를 번갈아 플레이하며 적진을 흔들었습니다.

특히 BromaS의 기량은 양팀 모든 선수 중에서 최고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습니다. 스웨덴이 BromaS를 먼저 끊으면 싸움에서 이기고, 그렇지 않을 경우엔 처참히 패배하는 그림이 항상 나왔으니까요.

일각에서는 스웨덴이 제대로 된 강팀을 만나면서 팀워크의 허술함이 드러나고 있다, 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스웨덴은 지금까지 일방적인 수준의 경기만을 치러왔습니다. 이렇게 '피지컬'면에서 대등함을 보여주는 상대는 이번이 처음이죠.

이 때문에 오는 5일부터 시작되는 오버워치 월드컵 8강전에서는 과연 어떤 전개가 펼쳐질지 더욱 기대가 됩니다.




■ 극강의 탱커들과 다양한 전략 연구로 8강 진출한 한국

오버워치 월드컵 16강 C조에서 가장 주목받는 경기는 역시 한국과 핀란드의 대결이었습니다. 많은 오버워치 팬들은 이 경기를 루나틱 하이 vs NIP + Taimou의 구도라고 봤습니다. 한국팀에는 루나틱 하이 선수가 세 명 포함되어 있고, 핀란드에는 NIP 선수가 셋, 여기에 Taimou가 함께 선발됐기 때문입니다.

핀란드는 예선에서부터 3탱, 4탱 조합을 꾸준히 사용했기에, 겐지 전문 아르한 선수가 있는 한국팀 입장에서는 까다로운 상대였습니다 그러나 막상 펼쳐진 경기에서는 한국이 전략은 물론 기량면에서도 핀란드를 압도하며 2:0으로 승리를 따냈죠.


▲ NIP와 Taimou 조합에 LiNkzr과 Tseini가 합류한 핀란드


핀란드전에서는 예상보다 훨씬 다양한 한국팀의 전략을 볼 수 있었습니다. 1세트 경기가 펼쳐진 아누비스 A거점 수비에서는 외곽에서 저격이 불가능한 진입로 사각지대에 바스티온을 배치하는 전략을 보여줬고, 반대로 공격에서는 겐지, 트레이서, 윈스턴, 자리야, 아나, 루시우의 일반적인 조합으로 각개격파를 시도했습니다.

1세트를 A거점 완전 수비로 빠르게 끝낸 한국팀은 2세트 아이헨발데에서 더욱 뛰어난 실력을 보여줬습니다. 한국이 핀란드의 3탱 조합을 뚫을 방법으로 선택한 것은 조합 변경이 아니라 '피지컬'이었던 것 같습니다. hymzi의 로드호그 갈고리에 아군이 끌려갈 때마다 자리야의 방벽이 칼같이 씌워졌고, 이것이 여의치 않을 때는 미로 선수의 윈스턴이 백업을 위해 달려든 겁니다.

아르한 선수의 겐지가 아군의 철저한 보호를 받으며 적군의 시선을 끄는 동안 에스카의 맥크리가 핀란드 선수들을 하나씩 끊어내며 힘싸움을 주도하자, 세계급 딜러로 평가받는 Taimou도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 아누비스 A거점 수비를 위해 바스티온을 꺼내든 한국

▲ 아르한 선수가 갈고리에 끌려가자 칼같이 방벽을 씌우는 준바 선수


핀란드는 지속적으로 힘싸움에서 밀리는데도 조합을 바꾸지 못하고 3탱, 또는 2탱에 메이 조합을 고수하다가 결국 모든 라운드를 한국에게 내주며 패배하고 맙니다. 사실상 '피지컬' 이전에 조합, 전략의 패배였던 셈입니다.

속전속결이었던 핀란드전을 마친 뒤, 한국의 TaiRong 선수는 인터뷰를 통해 '여러가지 전략을 사용할 수 있는 스웨덴이 가장 꺼려지는 상대'라는 언급을 했습니다. 뒤집어 말하면 전략이 다채롭지 않은 상대는 수월하다는 뜻이 되겠죠.

한편 가장 만나고 싶은 상대로는 '미국'을 꼽았는데요, 정말 공교롭게도 8강 첫 상대로 미국을 만나게 되었으므로 흥미로운 전개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 마치 단일팀같은 호흡을 자랑하는 한국




■ 또 하나의 다크호스 러시아, 겐지로 미국을 꺾다

16강에선 앞서 살펴본 스페인의 스웨덴 격파처럼 이변에 가까운 경기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바로 러시아와 미국의 대결입니다. 미국의 Seagull과 러시아의 ShaDowBurn이 겐지 맞대결을 펼치면서 명승부를 만들어 냈는데요, 1세트 하나무라에서 무승부가 발생할 정도의 접전 끝에 러시아가 2:1로 미국을 꺾고 조 1위에 올라섰습니다.

팀 외관만 보면 러시아는 미국에 비해 선수 인지도가 한참 떨어집니다. 미국에는 NRG의 올라운더 Seagull이 있고, 얼마 전까지 NRG에서 딜러를 맡고 있던 Gods, 그리고 Seagull과 아마추어 팀 활동을 함께 했던 MESR이 선발되어 호흡이 상당히 잘 맞는 편입니다. 여기에 EnVyUs의 Talespin과 Cloud9의 지원가 Adam, 그리고 스트리머 ster가 합류했죠.


▲ Gods와 MESR은 각각 NRG, 그리고 아마추어 시절에 Seagull과 같이 활동한 선수들


이에 반해 러시아는 아직 무명팀인 ANOX 소속 선수 두 명, 그리고 아마추어 선수인 Godspeed와 Redzzzz로 채워져 있어 실력 검증이 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나마 이름이 있는 것은 REUNITED의 올라운더 uNFixed, 그리고 FaZe Clan의 ShaDowBurn 선수뿐입니다.

ShaDowBurn 선수는 겐지를 워낙 잘 다루는 탓에 유럽의 대표적인 유저 중 하나로 꼽히고 있고, 그가 속한 FaZe Clan은 오버워치 오픈 리그 지역 예선에서 Rogue를 꺾어 한때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탄탄한 라인업의 미국을 상대로 접전을 펼칠 것이라곤 쉽게 예상하기 어려웠죠.


▲ ShaDowBurn 선발로 조금 주목은 받았으나 우승 후보라는 인식은 없었던 러시아


하지만 1세트 하나무라에서부터 러시아는 미국에 전혀 뒤지지 않는 화력을 보여줬고, 여기에 ShaDowBurn의 겐지가 Seagull과 비등하게 다투면서 경기는 순식간에 뜨거워졌습니다.

양팀이 사용하는 조합은 대동소이했습니다. 미국은 공격에서 자리야, 윈스턴, 루시우, 아나 기반에 Seagull의 겐지와 Talespin의 리퍼를 사용했고, 수비를 맡은 러시아는 동일한 기반에 ShaDowBurn의 겐지와 uNFixed의 메이로 대응했죠.

사실상 겐지 싸움이 승패를 가르는 셈이었는데요, 앞서 이야기했듯이 두 겐지는 서로 한 판씩을 주고받으며 끝내 승부를 가리지 못한 채로 1세트 무승부로 마무리를 짓게 됐습니다.


▲ 두 겐지의 대결이 백미였던 1세트 경기


이어진 2, 3세트에서도 양팀 조합은 하나무라와 유사했습니다. 다만 Seagull이 자리야로 역할을 바꾸고, 대신 Gods가 맥크리를 꺼내들어 견제에 나섰죠. Talespin은 평소 대회픽과 마찬가지로 로드호그, 트레이서, 리퍼를 번갈아 가며 플레이했습니다.

러시아도 2탱 2힐을 유지한 상태에서 리퍼와 메이, 맥크리를 딜러로 기용했으므로 사실상 피지컬 싸움이 내내 지속된 셈입니다. 러시아는 상대적으로 대회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 많아 전반적인 경기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는데요, 이 때문에 팀원들은 궁극기 연계를 통해 길을 열어주고, ShaDowBurn 선수가 실질적인 킬을 따내는 장면이 자주 보였습니다.


▲ 미국의 자리야 궁극기를 튕겨내고 역으로 몰살시키는 ShaDowBurn의 겐지


결국 마지막 4세트 네팔에서 나노 강화제를 받은 ShaDowBurn 선수가 용검으로 명승부의 대미를 장식하면서 기나긴 경기의 끝을 맞이했습니다. 확실히 러시아도 엄청난 기량을 보유했다라는 것을 잘 보여준 경기였지만, 역설적으로 팀의 단점도 잘 드러났던 것 같습니다.

4세트에 연장 라운드까지 봤던 장기전이었음에도 러시아는 미국의 고정 조합을 카운터하기 위한 전략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계속해서 유사한 조합으로 힘싸움을 벌였을 뿐이죠. 또한 ShaDowBurn과 uNFixed 두 딜러에게 경기력을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치명적인 단점입니다.

만약 기량이 뛰어난 상대가 겐지 등을 칼같이 견제하는 조합을 들고 나온다면 여기에 맞춰 대응할 방법이 없는 셈입니다. 러시아는 난전에서 확실히 강한 모습을 보여주기는 했으나, 두 딜러 외에 다른 선수가 변수를 만들어 내지는 못했습니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영웅폭이 넓어 전략 변경이 가능한 스웨덴이나, 최근 여러가지 조합을 연구하며 8강 이후를 준비하고 있는 한국팀을 상대로 어떻게 경기를 풀어나가야 할지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 겐지가 봉쇄될 경우 러시아의 플랜B는 무엇이 될까?


한편 앞서 살펴본 8강 진출팀들은 오는 5일 새벽 4시부터 시작되는 오버워치 월드컵 8강 경기에서 다시 만나게 될 예정입니다. 특히 한국은 인터뷰를 통해 자신감을 보인 미국과 대결을 펼치는 만큼, 확실히 준비된 모습으로 무대에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오버워치 월드컵 8강 경기는 16강과 마찬가지로 콘텐츠 박스를 통해 한국어 중계를 시청할 수 있습니다.

오버워치 월드컵 한국어 중계 채널◀ 바로가기


▲ 바라던 대로 8강에서 미국을 만나게 된 한국, 과연 경기 결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