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부터 본문 내용까지 조금 멋들어지게 쓰고 싶었습니다. 진솔하지만, 재밌는 내용이 많다고 느껴져서요. 이현우 해설은 조심스러운 사람이었지만, 가식 없이 있는 그대로 이야기를 전해줬습니다. 그래서 인터뷰를 마친 동시에 '아 멋진 포장지를 입혀야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제 생각은 곧 바뀌었습니다. 인터뷰가 끝난 후, 이현우 해설은 "진지하게 보다는 재미있게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아차, 싶었습니다. '한 시간이 넘게 진지한 이야기를 하고도 이 사람의 생각과 성향을 전혀 읽지 못했구나' 하고요.

이현우 해설은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정직하고 진솔하지만, 또 위트와 유머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동네에서 만나고 싶은 그런 좋은 형. 최대한 담백하게, 이현우 해설이 말한 그대로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비시즌 기간인데, 어떻게 지내시나요. 근황부터 알려주세요.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려 했는데, 사실 마음처럼 잘 안 됐어요. 지금 하고 있는 인터뷰같이 이것저것 좋은 일이나 기회가 생기더라고요. 그리고 요새는 개인방송을 열심히 하고 있어요. 시청자분들은 아시겠지만, 오늘도 아침 6시까지 방송을 하고 왔어요. 시청자들에게 인벤 인터뷰 가야 한다고 보내달라고 했어요(웃음).


이제 연말이잖아요. 특별한 계획은 없으세요?

휴가를 어떻게든 가려고요. 올해 한 번도 휴가를 가지 못했거든요. 이번에도 가지 않으면 아내한테 엄청 깨질 것 같아요(웃음). 내일이 아내 생일인데, 어떻게든 어디든 가볼까 생각 중이에요.


해외 여행을 생각하고 계신 건가요?

해외는 아이들 때문에 어렵고, 간단하게 국내에서 쉬려고 합니다.


아이들 얘기도 궁금하네요. 둘째까지 있으신 거로 알고 있어요.

아이들은 무난하게 잘 크고 있어요. 둘째가 작년 7월에 태어났는데, 정말 쭉쭉 크네요. 아내가 고생이죠.


혹시 셋째 생각은 없으신가요?

원래 셋째까지 낳으려고 했는데, 둘을 낳고 나니 이건 아니다 싶더라고요(웃음). 낳으면 낳는 대로 좋을 것 같긴 해요. 그런데, 결혼과 아이 두 개가 똑같은 점이 있어요. 했을 때와 안 했을 때, 낳았을 때와 낳지 않았을 때 극단적인 장단점이 공존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아이 셋을 낳게 되면, 지금 당장은 장점보다 힘든 부분이 더 커질 것 같아요.

아이 엄마가 사실 고생이 많았어요. 결혼하고 나서 계속 애만 봤으니까요. 결혼... 몇 년 차인지 갑자기 헷갈리네요(웃음). 3년 차 아니면 4년 차인데, 아내가 애들 보느라 여태까지 쉬지를 못했어요. 애들이 조금 커야 쉴 수 있으니까, 셋째는 나중에 생각해 보려고 해요.


생각을 해보신다는 건 긍정적이라는 말인가요?

한 5년 정도 지나면... 첫째나 둘째한테 애 보기를 시킬 수 있을 때가 오지 않을까요. 물론, 남자애들이라서 잘 안 될 것 같기는 해요.



조금 분위기를 바꿔서, 올해를 한번 되돌아보려고 합니다. 올해 총평을 해주신다면요?

원래 저에 대해 돌아보는 걸 꼭 한 번씩 해요. 보통 연초엔 계획을 하고 연말에는 한 해를 되돌아봐요. 올해는 확실히 힘든 한 해였어요. 부족한 점, 아쉬운 점이 많았어요. 잘 채워 나가야 할 것 같아요. SNS에도 적었는데, 제가 요새 미생을 다시 보거든요. 원래 명작 드라마나 영화를 다시 보는 걸 좋아하는데, 미생 대사 중에 '더할 나위 없었다, Yes'라는 장면이 있어요. 저도 그런 식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열심히 살았다'라고요. 이것보다 더 열심히 살 수도 있었겠지만, 이 정도면 개인적으로 합격점을 주고 싶어요. 더 노력해야죠.


부족한 점, 아쉬웠던 점을 얘기하셨는데, 아무래도 개인방송 관련해서 일들이 조금 있었어요.

개인방송을 한 지 오래됐는데, 편하게 생각했던 게 컸어요. 올해 목표가 있었는데, '개인방송과 해설 두 마리 토끼를 잡아보자'라는 욕심이 있었어요. 정말 욕심이었죠. 너무 힘들고 지치던 과정에서, 내가 나를 못 이겨서 실수와 아쉬운 점이 나왔어요. 스스로 확실히 부족했어요. 개인방송에 대해 책임감도 더 느끼게 됐어요. 오히려 전환점이 된 것 같아 좋아요.

LoL 판에 저만한 사고뭉치가 없을 거예요. 사건, 사고를 끊임없이 일으켰어요. 그러면서도 계속 아슬아슬하게 버티며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고요. 감사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아내나 주위 관계자들과 얘기할 때, 르블랑 같은 삶을 산다고 말해요. 줄타기하는 르블랑. 순간 화력과 캐리력이 있지만, 언제라도 삐끗할 수 있죠. 저는 5데스 정도 당한 르블랑인 것 같아요. 하지만 좋은 팀원들이 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참 생각은 많이 해요. 실수나 잘못에 대해 의식하며, 항상 배우고, 개선하고, 노력하려고 해요. 그래서 스스로 저에게 내린 안전장치가 개인방송에서 욕 안 하기였어요. 비속어도 최대한 쓰지 않고요. 단순하지만 어려울 수 있죠. 또 관점의 차이가 있겠지만, 분명히 방송 적으로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어요. 그래도 하고 있어요. 개인방송에 대한 부분이든, 해설에 대한 부분이든, 무분별하게 피드백을 받아들이기보다는 스스로 문제점을 판단하려고 해요. 계속 발전해야 해요.


갑작스럽게 개인방송 컨셉을 바꾸신 계기가 있나요?

어떤 특정한 사건들보다는, 개인방송 시청자분들은 아마 아실 거예요. 올해 제가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어요. 그런데 또 꿈은 크게 잡아서, 포기할 순 없었어요. 욕심을 부렸죠. 잠을 줄이면서까지 개인방송을 강행했어요. 그러다 보니 예민해지고, 지치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실수와 문제들을 일으켰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해요.

바뀌어야 했어요. 지금은 조금이라도 더 여유를 가지려고 해요. 정말 힘들면 방송도 쉬는 편이에요. 스케줄을 뺄 때도 있고요. 최대한 재밌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경험이 쌓여, 삶의 지혜가 생긴 느낌이네요.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게, 이럴 때 적절한 표현인진 모르겠어요. 단순히 비가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대신하기에는 내 잘못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르블랑이 위기는 있었지만, 아군이 버텨줬기 때문에, 도움이 있었기에 이렇게 살고 있어요. 모든 프리랜서들이 마찬가지겠지만, 칼끝 승부를 하고 있는 건 사실이에요. 굳이 제가 아니더라도 그 누군가라도 언젠가 한 방에 갈 수도 있고, 한 방에 뜰 수도 있는 거죠. 그래서 저 같은 사람은 균형감각을 잡는 게 중요해요.



프리랜서 얘기가 나와서 궁금한 게 하나 있어요. 내후년부터는 라이엇이 LoL 전용 경기장에서 대회를 진행하고, 직접 방송 제작을 하잖아요. 해외와 동일한 시스템이죠. 해외는 이미 예전부터 라이엇이 중계진을 정규직으로 고용했잖아요. '클템' 개인적으로는 소속을 갖고 싶다는 생각은 해보신 적 없으신가요? 아무래도 프리랜서는 조금 불안정하니까요.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뭐가 좋은지, 뭐가 맞는지에 대해서요. 아직 라이엇과 구체적인 얘기를 나눠본 적도 없어요. 시스템이 바뀔 때까지 시간적 여유도 있고, 언제 상황이 급변할지도 모르고요. 다양한 가능성이 있는 거니까요. 그래도 간단하게 지나가듯이 이야기를 한 적은 물론 있어요.


e스포츠 시장이란 게 급변하곤 하잖아요. 오버워치도 그랬고, 최근에는 배틀그라운드가 LoL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어요. 불안하지는 않으신가요?

몇 년 전부터 사람들이 롤이 언제까지 갈 것 같냐고 물어요. 또, 다른 게임 해설할 생각은 없냐, 또 다른 게임을 하지는 않느냐 등 이런 질문도 자주 하시죠.

하나의 대답이 있어요. 누구에게나 첫사랑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당연히 제 첫사랑은 아내고요(웃음). 해설자 '클템'에게 있어 첫사랑은, 첫 게임이고 나를 첫 해설자로 만들어준 LoL이에요. LoL이 나를 버리거나, LoL이 망하지는 게 아니라면, 내가 먼저 이 게임을 벗어나긴 싫어요. 이 게임에 올인해서 몰두하고 싶고, 처음과 끝을 함께 하고 싶어요. 처음 LoL이 북미에서 나왔던 때부터 즐겼던 1세대 유저라, 해설자가 아니라 유저의 입장에서도 처음과 끝을 같이 하고 싶어요.

그리고 사실 여유가 없어요. 자신도 없고요. 지금 LoL에 투자하는 시간이 있는데, 여기에서 시간을 빼서 다른 게임에 투자하기엔 내가 못 버틸 것 같아요. 내 그릇이 그렇게는 안 돼요.

최악의 경우엔 어떻게 해야 되나 생각도 해요. PC방을 차리고 싶은데... 돈이 없어요(웃음). 이건 농담이고요. 어떻게 보면 e스포츠 초창기 때부터 모든 프리랜서들이 가졌던 고민이죠. '이게 망하면 어떻게 될까'라는. 선수들은 물론이고 e스포츠 관계 직업들 자체가 아직까지는 불안정하잖아요. 인프라가 아직 튼튼하지 못한 탓도 있고, 시장이 급변하기도 하고요.

주변 형들이 하는 말이 가장 와닿아요. '지금 하는 걸 열심히 하고 잘 해라', '지금 하는 걸 잘하고 열심히 하면 뭘 하든 계속 기회는 온다', 이런 얘기들이 어떻게 보면 밑도 끝도 없지만, 맞는 이야기인 것 같아요. 사실 제가 LoL 판에서 대단히 큰 존재도 아니고, 완벽한 해설자도 아닌데, 지금 해설을 하고 있는 자체만으로도 고마운 일이에요.



화제를 조금 바꿔보죠. 프라이드치킨 알레르기가 있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또 양념치킨은 괜찮으시다고...

프라이드치킨을 먹으면 많이 안 좋아요. 컨디션이 떨어지고, 피부도 뒤집어지고. 너무 힘들어집니다.


양념치킨은 왜 괜찮으신 거예요?

그런 건 잘 모르겠어요. 닭강정도 괜찮더라고요. 정신적인 문제인 것 같아요. 아내가 프라이드 치킨을 좋아하는데, 저 때문에 양념치킨을 먹어요(웃음). 저는 근본적으로 치킨 파가 아니라 피자 파에요. 치킨은 아내 때문에 먹어요. 저한테 피자에 대해 많이들 조언을 구하시는데, D사 포테이토 피자에 치즈크러스트를 추가해서 갈릭디핑 소스까지 찍어 드시는 게 가장 깔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또 궁금한 게, 재밌는 역할 많이 맡아서 하시잖아요. 자진해서 하시는 건가요, 아니면 압력에 의해서 하시는 건가요?

절대 강요로 하는 건 아닌데, 또 제가 마냥 좋아하는 건 아니에요. 누군가는 막 즐긴다고 얘기하시는데, 제가 원래 사람들 앞에 서는 걸 무서워해요. 갑자기 무거운 이야기가 될 수 있는데... 아 어쩌죠(웃음). 처음에는 아내도 믿지 못했어요. 제가 온갖 안 좋은 것들을 다 갖고 있거든요. 심하진 않은데, 조금 알아보니까 공황장애, 대인기피증, 트라우마까지 다 약간씩 가지고 있어요. 어렸을 때 말을 더듬었어요. 그래서 자격지심, 피해의식도 있어요.

애초에 제가 막 웃기는 역할을 좋아하는 게 말이 안 돼죠. 못 믿는 사람들이 많은데, 해설하는 것 자체가 힘들 때도 있어요. 아내랑 사람 많은 곳도 잘 안 다녀요. 연애 때 놀이동산도 평일 오전에 갔고요. 백화점에 오래 있을 때는 현기증이 나서 쓰러질 뻔한 적도 있어요. 사람 많은 곳에서 오래 못 버텨요.

음... 그냥 인터뷰라는 서면 특성상, 시적 허용 느낌으로 허락해준다면 이 단어를 쓰고 싶어요. 병맛 같은 역할이 나오면, 다 제 거라고 생각하세요 다들. 만드는 사람은 물론이고, 섭외를 받는 저도 '아 오케이 그런 거겠구나' 생각해요. 저랑 대치되는 게 귀공자 동준이 형. 역할이 딱 나뉘어 있어요. 물론, 동준이 형도 재미있는 역할을 하기도 하세요.

재미있는 역할을 하는 데 그래도 거부감은 없어요. 하고 나면 재밌어요.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으니까요. 저는 또 그걸 보면서 보람을 느끼고요. 이제 정상적인 역할을 하면 어색해요. 가끔 정상적인 역할을 요구할 때가 있어요. 그러면 "안 웃겨도 되는 건가요?" 물어보기도 해요.


재밌는 역할을 하면 보수는 좀 좋은 편인가요?

업계의 비밀을 노출하는 건지는 모르겠는데...(웃음) 솔직하게 말하면 예능은 돈 때문에 하는 건 아니에요. 보수가 많지는 않아요. 예능이나 흥미 영상 같은 건 e스포츠를 포장하는, 양념 같은 역할이죠. 만드는 분들이나 하는 사람이나 재밌게, 많은 이슈를 끌어보자는 게 주목적이에요. 이걸 통해 돈을 벌자가 주목적은 아니죠. 돈은 해설로 벌어야죠(웃음). 얼마나 받아야 그런 걸 하냐 질문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확실히 그런 건 아니에요. 오히려 보수가 컸다면 부담이 더 심했을 거예요. 책임감이 막중해지니... 그게 아니니까 편하게 할 수 있습니다.



말 솜씨가 정말 대단하시잖아요. 소위 '드립력' 이라고 하는데, 집안 내력인가요? 아니라면 어디서 도움을 얻나요? 책이나 만화책인가요?

인터넷 문화를 받아들이려는 게 커요. 인터넷에 어떤 드립이 나왔을 때, 방송에서는 못 쓰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래도 쓸만한 소스가 있을 수 있고, 맥락 정도는 잡아낼 수 있어요. 그걸 필터링해서 어떻게 쓰는지는 제 역량이죠. A라는 게 나왔을 때, A- A+ 등 방송용으로 바꿔 쓰는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 살아온 인생이 도움이 돼요. 말더듬이 시절에, 고치려고 노력한 많은 과정들이 헛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말씀하신 대로 책을 많이 읽었고, 영화도 당연히 많이 봤어요. 어떻게든 문화생활을 많이 했어요. 토론프로그램 봤고요.

제가 사람 만나는 일이 부족하다 보니, 항상 아쉽기도 하고, 이런 자리가 있을 때 과하게 말이 많아지는 경향이 있는데요. 개인방송은 당연하고, OGN 방송 때도 말이 다른 데로 샐 때가 있어요. 요새 투머치토커 밈이 재밌잖아요. 저도 그런 과에요.

그래서 말이 나온 김에, 조금 옆으로 새 볼게요. 그런 얘기를 하는 분들이 있어요. "나도 말을 더듬는데 어떻게 하면 고칠 수 있냐", "좋은 방법은 없는가" 등 진솔하게 물어보세요. 그런데, 모든 질문에 일일이 답변하기 쉽지 않아서요. 이미 여러 번 얘기했던 내용이기도 하지만, 이런 자리에서 조금 더 도움을 드리고 싶어요.

일단 항상 말을 많이 하는 게 중요해요. 간판을 또박또박 읽는다거나, 계속 스스로 말을 해야 해요. 저도 요즘은 잘 하진 않지만, 몇 년 전까진 했어요. 볼펜 물고 말하기는 뭐 기본적이고, 군대에서는 랩 연습을 많이 했어요. 재미있게 놀면서 연습하는 방법 중 하나에요. 아, 토론프로그램 보는 것도 되게 좋아요. 정치적 견해를 떠나서, 말하는 스킬이나 맥락 잡기, 타이밍 캐치 능력에 도움이 돼요. 사실 이런 건 말 더듬는 걸 고치는 방법뿐만 아니라 더 포괄적으로도 좋다고 생각해요.

저도 말 더듬는 게 정말 심했을 때는 말을 한 문장도 제대로 못 했어요. 버벅거렸고, 끝맺음 자체가 안 됐어요.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움직이려고 노력해야 해요. 어떤 것이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많이 접하고 경험하는 건 정말 좋은 것 같아요.

'말을 잘한다', '드립을 잘 친다', '어떻게 그렇게 재밌게 말을 하냐', 이런 얘기 들으면 아직도 위화감이 들 때가 있어요. 적응이 잘 안 돼요. 아내와도 이 얘기를 많이 하는데, 나는 말을 되게 잘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별로 없어요. 그냥 하는 거예요. 항상 떨리지만 노력하는 거고 무섭지만 하는 거고, 그런 것뿐이지... 말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있다면, 저를 보시면서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또 좀 갑자기 다른 데로 새고 싶은데, 최근에 좋은 일 하는 사람들 보며 댓글을 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청각 장애인분들을 위해 문자 중계를 해주시는 분들이요. 좋은 일 하시는 걸 보며 정말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노력해주고, 도와주시고, 배려해주고, 참 멋진 것 같아요. 정말 대단해요. 이렇게 기회 있을 때 꼭 말하고 싶어요. 한 사람의 e스포츠 종사자로서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또, 모든 관계자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전해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클템' 역할 하시는 분이 정말 힘드실 거예요(웃음). 워낙 말을 막 해서... 자막 치는 게 쉽지 않을 텐데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정말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그래도 이야기가 조금 다른 데로 갔으니, 다시 준비했던 질문들을 쏟아내 볼게요. 최근에, '샤이' 박상면 선수도 은퇴하고, CJ 엔투스도 LoL 팀을 사실상 접었잖아요. 느끼시는 게 있으셨을 것 같아요.

정말 누구를 비하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어요. 가끔 '샤이'나 '매라'와 얘기할 때 대놓고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 있어요. 사실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고, 어떻게 강등이 됐는지(웃음). 뭐 이미 오래전 이야기죠. 사실 '샤이'도 예전에 락스 타이거즈로 갔고, '매라'도 북미로 갔잖아요. 이미 시대는 바뀌었고, 다른 팀원들이 오면서 CJ가 다시 몇 번의 승강전을 했지만, 아직도 한 번씩 갈궈요. "너네가 있는데 어떻게 강등이 되냐...(웃음)"

전 아직 과거에 살고 있어요. 예전부터 부정해 왔어요. 'CJ가 어떻게 강등이 됐지?' 너무 신기하잖아요. '어떻게 강등이 됐지...' 저한테는 그런 일인 것 같아요. CJ 해체 얘기를 하기보다는, 그냥 아직도 CJ가 강등된 게 믿기지가 않아요. 진담 반 농담 반, 안타까움까지 뭐 그런 게 섞여 있는... 그런 거예요.


CJ 엔투스 때 팀의 확실한 리더셨잖아요. 운영의 핵심이기도 하셨고요. 그래서 아직도 '클템'이 코치를 하면 어떨까라고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좋게 봐주시는 거죠. 분명히 저는 검증도 안 됐고, 코치를 한다면 완전 초보인데, 팬분들뿐만 아니라 관계자들 중에서도 그런 얘기를 해주세요. 사실 해외든, 국내든, 코치 제의가 없었다면 거짓말이죠.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정말 솔직하게 한 번쯤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어요. 안 해본 거니까 도전은 하고 싶어요. 그런데 조건이 항상 안 맞았더라고요. 제가 바라는 조건은 딱 두 개예요. 최하위권 팀이고, 대우는 최상위권(웃음). 이걸 맞춰주는 팀이 없더라고요. 국내든, 해외든 상관없이 최하위권에 대우는 최상... 어렵죠(웃음). 혹시라도 제가 어딜 가면 쟤가 많이 받았나 보다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사실 농담이고요...(웃음) 누가 믿고 하겠습니까. 저도 우스갯소리로 얘기하는 거예요. 지금 생활을 접고 할 정도라면, 이 정도 조건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 라는 거죠. 그런데, 최상위권 대우말고 최하위권 팀은 진짜예요. 잘하는 팀에 가고 싶진 않아요. 내가 바꾸고 싶다, 도전하고 싶다, 이런 게 있잖아요. 잘 하는 팀에 가면 현상유지가 최선이니까요. 현상유지를 했을 때 사람들이 알아줄 수도, 안 알아줄 수도 있겠지만, 스스로 지표 삼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최하위 팀을 내가 어디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까? 이게 만약에 코치를 한다면 궁금해요. 사실 초짜가 할 수 있는 치기 어린 발언이죠.


최상위권 팀에서 리더 역할을 했던 프로게이머시잖아요. 초짜라고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누구나 맡기 전까진 자신 있다고 하잖아요. 저도 자신은 있어요. 그런데 이건 허황된 자신감이라고 생각도 해요. 스스로 아무것도 보여준 게 없기 때문에, 밑도 끝도 없이 자신감 있게 얘기할 수 있는 거죠.


말씀하신 조건이 국내에서는 어려울 것 같고, 이번에 들어온 북미 NBA팀들 중에 하위권에 머무르는 팀이 있다면 가능하지도 않을까요?

에이, 좋은 코치진들이 너무 많아요. 굳이 저에게 최상의 대우를 하지 않아도 될 만큼, 다른 좋은 코치진이 많죠. 저는 기회가 되면 관심 정도는 있어요. 그 정도예요.



다시 해설 쪽 얘기로 돌아가 볼게요. LoL은 패치가 정말 많아, 메타가 자주 바뀌잖아요. 어떻게 따라잡으세요? 게임할 시간이 충분하지도 않으실 것 같은데.

개인방송에서 게임을 하는 건 노는 의미가 강해요. 포장을 하자면, 게임 내 문화를 익힌다고 표현하고 싶네요. 요즘 트렌드를 볼 수 있는 건 인터넷 댓글이나 채팅이거든요. 개인방송이 그런 쪽에 큰 도움을 줘요. 요즘 사람들의 유행어, 또 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 수 있죠. 그리고 게임에서 어떤 것에 열 받아 하고, 어떤 것을 좋아하고 하는지 직접 파악할 수 있어요. 공감 가는 해설을 하려는 노력이에요.

그런데 메타는 공부를 해야 돼요. 왕도가 없어요. 해설 초창기에는 동준이 형에게 조언을 많이 들었는데, 물론 똑같은 방식으로 하진 않아요. 자신만의 방식으로 매일매일 똑같은 패턴으로 공부하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별거 없어요. 선수들 솔로 랭크, 대회, 스크림, 선수뿐만 아니라 고수들-코치진들과의 대화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스스로 분석해요. 다 아실 법한 방법을 계속 반복하는 거예요. 틀린 게 나올 때도 있고, 조금 느릴 때도 있고, 부족할 때도 있지만, 스스로 아예 맥을 못 짚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또 해설자가 그러면 안 되는 거고요.


올해 스포티비와의 완전한 경쟁 구도였잖아요. 어떤 점에서 OGN이 장점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솔직히 조금 어려워요.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게, 저는 OGN에서 해설을 하고 있어서 주관적으로 얘기할 수밖에 없어요. 친 OGN 쪽으로요. OGN은 다른 것보다 편하고 재밌는 걸 추구하는 것 같아요. 꼭 제가 아니더라도, 전반적인 분위기가 그래요. 제작진, 중계진 모두요. 물론 사실 해설가의 한 사람으로써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아 있지만(웃음), 그래도 다들 노력은 하고 있습니다.

스포티비와 경쟁을 해야 하는 건 서로 힘든 일이 될 수 있죠. 필요 이상으로 과열될 수도 있고요. 해설하는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더라도 서로가 서로를 공격하는 상황이 나올 수도 있어요. 그래서 상처를 받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다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팬들, 스포티비 관계자분들, 그리고 저희까지도요.

사실, 스포티비와 안 친한 것도 아니라, 다들 그냥 윈-윈하기 위해 노력해요. 서로 다른 색깔을 내려고, 맡은 바 역할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어떻게 보면 경쟁자보다, 동반자로 가는 게 좋지 않나 싶네요. 사실 제가 하는 말은 아무 의미도 없어요(웃음). 이런 거에 관여할 만큼 큰 역할을 가진 해설자는 아니지만... 동반자로 생각 중이에요. 서로를 공격하기보다는요. 여긴 이게 좋고, 여긴 이게 좋고, 그런 게 바람직한 방향 같아요.


제가 '클템'님 중계를 보다가 놀란 게 한두 번이 아닌데, 옵저버보다 맵 리딩이 빠르시더라고요. 심지어 해설을 하고 계신데요. 어떻게 그럴 수 있죠?

이게... 제가 우리 편을 죽이는 느낌인가요(웃음). 일단은 옵저버분들도 노력하고 있다고 먼저 말씀드리고 싶어요. 음... 사실 제가 잘난 척을 해서가 아니라, 원래 미니맵을 잘 봐요. 선수 때부터 미니맵은 정말 잘 봤어요. 해설하고 나서 능력이 더 발전했고요. 선수들 사이에서도 제 맵 리딩 능력에 대해 부정하는 사람은 없었어요.

제가 예능 캐릭터를 잡다가 가끔 이런 얘기를 하면, 얘가 개그를 하는지, 사실인지, 허세인지 헷갈려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정말 진지하게, 선수 '클템'으로 돌아가서 이야기할게요. 선수 시절에 자신 있었고, 인정받았던 게 딱 두 개였어요. 이니시 각을 보는 능력 그리고 맵 리딩. 맵 리딩을 통해 현재 상황을 판단하고 미래를 예측했어요. 제 오더는 미니맵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나온 거죠. 아시다시피 제가 피지컬이 좋았던 것도, 챔피언 폭이 넓었던 것도 아니잖아요. 분명 부족한 부분이 많았지만, 맵 리딩 부분만은 뾰족하게 특화되어 있었어요. 해설하며 경기를 보다 보니 미니맵을 더 잘 보게 됐고요.

맵 리딩 능력이 발전한 이유는 해설 준비 때문이에요. 가끔 사람들이 "그 많은 경기를 다 어떻게 챙겨보시나요? 라고 질문해요. LCK, LPL, LCS, 와일드카드 지역까지 경기가 정말 많으니까요. 물리적으로 시간이 없는 건 맞아요. 해설 일을 하면서 모든 경기를 풀 영상으로 본다면 24시간을 모두 사용해도 부족할 거예요.

모든 해설자들이 마찬가지일 텐데, 본인들만의 경기 정리 노하우가 있어요. 제 경우는 스킵을 하며 보고, 중요 순간을 중심으로 봐요. 가끔 하이라이트만 보냐고 말씀하시는데... 매우 날카로운 지적이에요. 제 나름의 하이라이트를 만들어서 봐요. 밴픽, 초반 단계, 중요한 기점, 한타 등 그런 것도 하이라이트라면 하이라이트죠. 스킵하면서 스스로의 하이라이트를 만들어 보려면, 미니맵을 계속해서 함께 봐야 돼요. 그러면서 스스로 훈련이 된 거죠.

혹시 그래도 '어떤 옵저버가 와도 나의 맵 리딩는 세계 최고니 못 따라간다' 이런 오해는 하지 말아 주세요. 제가 좀 미니맵을 과하게 보고 있는 거예요. 안 봐도 되는 걸 보고 있고, 그냥 많이 봐요. 체력 바가 조금만 떨어져도 자꾸 거슬려요. 궁극기도 계속 체크하게 되고, 특별한 노하우는 없어요. 그냥 전체화면과 미니맵을 계속 봐요.

또 그러면 재미있는 질문을 해주세요. 미니맵을 그렇게 잘 보는데 솔로 랭크에서 왜 갱킹을 계속 당하냐? 라는. 정말 날카로운 지적이에요. 사실 이건 걸러 들으셔도 되는데, 솔로 랭크는 그냥 재미로 하는 거니까요. 솔로 랭크에서 박터지는 게임을 하면 같은 티어에 계신 분들에게 미안해요. 제가 지금 다이아 하위권인데, 여기에서 박 터지는 게임을 하기에는 자괴감이 들어요(웃음).

왜 정글러인데, 탑을 가시냐? 또 이렇게도 물어보세요. 제가 여기에서 정글을 가기에는 자괴감이 들어요. 방금 제가 한 말들은 자유롭게 해석해서 들으시면 될 것 같아요(웃음).



그렇다면 솔로 랭크에서 박 터지는 게임을 하신다면, 어디까지 올라가실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이 얘기도 자유도 있게 들으시면 될 것 같아요. 정말 솔직히 나름 예전엔 잘했어요. 솔로 랭크 가지고 이런 얘기를 하는 거 자체가 자괴감이 들어요(웃음). 구구절절 설명해야 하는 저 자신이 싫어요. 어떻게 보면 그냥 보여주면 되는데... 마음 같아서 마스터-챌린저 찍고, 됐냐? 하고 싶어요.

그런데 정말로 시간이 없어요. 만약에 모든 걸 포기하고. 게임만 한다고 가정하면, 게이머 시절에 했던 게임량 만큼이요. 근데, 벌써 말이 길어지잖아요. 여기서부터 '에이 헛소리하네' 하면서 스크롤을 그냥 내려버리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어쨌든 조건을 붙이고 붙여서 2달 정도면 마스터 티어에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1년~2년 하면 챌린저도 달 수 있을 것 같아요.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는 생각해요. 제가 실제로 보여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불신하시는 분들이 있다고 해도 이해하고 존중해요. 말하면서 자꾸 자괴감이 드는데, 솔로 랭크 가지고 이렇게 얘기하는 게 참 위화감이 들어요(웃음).

'원래 솔로 랭크 순위가 낮았던 적이 없다', '항상 매우 높았다', 이런 얘기를 하면 허세라고 말씀하실 수도 있지만, 제가 게이머 때는 마스터 순위는 취급도 안 했어요. 저는 항상 위쪽에 있었어요. 그러면 또 그때랑 지금이랑 게임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씀하실 수 있어요. 그런데, 그렇게 많이 달라진 건 없어요. 제가 느끼기에는 매커니즘이라 건 똑같고, 이기는 방법이라는 건 여전히 똑같이 존재해요.

전 이런 말을 좋아해요. 산을 한 번 올라가 봤다 내려왔기 때문에 산을 어떻게 타는 줄 알거든요. 시간이 변해서 산이 조금 깎아지고, 길이 변하고, 단풍이 지더라도 어쨌든 산이란 건 똑같아요. 나름 경치를 한 번 봤었어요. 이렇게 얘기하면 꼭 자기변호 같아서(웃음). 걸러 들어주세요. 강요하지는 않을게요.


선수 때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혹시 선수 생활을 빨리 끝낸 게 갑자기 후회스럽거나 하지는 않으세요? '앰비션' 강찬용 선수를 보면 또 그런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아쉽다기보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부족한 게 많았고, 능력이 안 됐는데, 아쉽다는 생각을 한다면 과한 거죠. 제가 지금까지 선수를 했으면 롤드컵에서 우승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정말로 든다면 아쉬운 게 맞겠죠. 그런데, 저는 선수로서 한계가 왔었어요. 저는 하지 못했던, 불가능한 일이었어요.

그 친구는 포지션도 변경하며 슬럼프를 이겨내고 올라왔어요. 여기에 결혼까지 하며, 선수 생활에 전성기를 맞았어요. 많은 프로게이머들에게 아주 모범적인 사례라고 생각해요. 귀감이 될 수 있는 선수죠. 여러 가지 의미로 참 멋진 선수예요. 승부욕 엄청나고, 우직하지만, 인정할 땐 인정하고, 참 남자답고 리스펙트해요. 동생이지만 멋있는.


한 시간 동안 쉴 새 없이 이야기했네요. 이제 마무리 단계입니다. 내년 목표를 들려주세요.

최소 지금처럼 열심히 살자. 항상 그랬듯이, 초심으로 돌아가자. 어느덧 해설 6년 차가 됐어요. 생각보다 오래됐죠. 만년 막내다 보니 잘 인식을 못하는데... 워낙 옆에 대선배들이 계시잖아요. '제가 이제 6년 차입니다' 할 수가 없어서 그렇지, 저도 경력이 꽤 됐어요. 그래서 초심을 유지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중계 쪽으로 더 많이 노력할 생각이에요. 해설을 더 잘하고 싶어요.


해설 쪽으로 이미 많은 호평을 받고 계시잖아요. 어떤 부분이 마음에 안 드신 건가요?

해설 쪽으로 호평받는 건 좋게 봐주시는 거라고 생각해요. 스스로 피드백했을 때 부족한 점이 많아요. 제 해설이 마음에 안 들어요. 그래서 경기 모니터링도 스포티비로 해요(웃음). 농담 반 진담 반인데, 정말 스포티비 방송을 봐요. 그쪽 해설도 살펴볼 겸.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부족하다고 느끼세요?

말도 너무 못하고, 버벅거리고, 가끔씩 흐름을 놓칠 때도 있고, 좀 더 얘기를 해줬으면 좋았을 부분도 있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조금 더 잘 하고 싶어요. 이건 스스로가 판단할 문제인 것 같아요. 제가 만족할 수준으로 해설을 하는 것. 지금은 많이 불만족스러워요. 열심히 해야죠. 해설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뭔가 더 해보려고 해요. 내년을 보면 알 수 있으실 거예요. 물론, 계획대로 안 될 수도 있어요. 만약 계획대로 된다면, '얘가 한 말이 이런 거였구나'라고 아실 수 있을 거예요.


사람은 다른 사람의 기억에 남고 싶어 하잖아요. 어떤 해설자로 남고 싶으세요? 또 어떤 사람으로 남고 싶으세요?

마지막이죠? 말하기 전에, 부족한 남편을 항상 배려해주고, 챙겨주는 아내에게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꼭 해주고 싶어요.

다시 답변을 드리자면, 처음 해설자로 데뷔했을 때 어떤 느낌이었는지, 옛날 인터뷰나 기사들로 찾아보곤 해요. 제가 그런 식으로 얘길 했었어요. 재미와 전문성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해설자가 되고 싶다고요. 그게 제 초심이에요. 부족한 건 많았지만, 그게 결국에 저의 가장 큰 욕심인 것 같아요. 욕심인데, 둘 다 잡고 싶어요. 뭐 하나 놓치고 싶지가 않아요. 모두 소중하기 때문에요. 그런 해설을 하기 위한 노력을 앞으로도 하고 싶어요.

어떤 사람인지는 간단한 것 같아요. '재밌는 동네 형이었지' 거창한 건 아무 의미 없고, 원하지도 않아요. 부담스러워요. 그럴 그릇도 되지 않고, 그만큼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요. 그런 얘기가 가장 기분이 좋아요. "'클템'님 해설 보면서 한 번씩 피식피식합니다", "우울했는데 해설 들으며 한 번 웃었어요," "심심했는데 재밌게 봤어요", 이런 응원들이요.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칭찬이에요.

'클템'님은 세계 최고의 해설이다, '클템' 없으면 롤판이 돌아가지를 않는다, 그런 얘기를 해주신다면 정말 부담스러울 것 같아요. 제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라고 추호도 생각하지 않아서요. 딱 이 정도, 재밌는 동네 형이 가장 좋아요. 한 번씩 생각나는 재밌는 형, 편한 형, 그런 것 괜찮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