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만을 남겨둔 이번 '2018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에서 가장 눈부신 활약을 펼친 선수를 떠올리라면, 대부분은 IG 미드라이너 '루키' 송의진을 기억할 것이다. IG가 결승까지 오는 내내 '루키'는 압도적인 피지컬을 바탕으로 한 화려한 플레이로 승리의 일등공신 역할을 톡톡히 했다.

특히,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외줄타기성 플레이는 IG의 경기를 지켜보는 모두에게 찬사를 받았다. '루키'는 유리할 때는 경기를 굳힐 수 있게, 불리할 때는 분위기를 뒤집을 수 있게 만드는 슈퍼플레이를 펼치며 총 11세트 동안 MVP에 다섯 차례나 선정됐다.


상체 중심의 난전이 주를 이루는 이번 롤드컵 메타에서 IG에게 '루키'는 말 그대로 복덩이다. 많은 이들이 IG를 우승 후보로 꼽는 이유 중 하나가 '루키'이기도 하다. kt 롤스터, G2 e스포츠와 맞붙은 8강, 4강에서 '루키'의 플레이가 승리로 연결되는 세트가 대부분이었기에 결승전도 다르지 않을 거라는 예측이다.


■ 1년의 LCK, 4년의 LPL

2013년 10월, kt 롤스터 애로우즈에 입단하며 프로게이머 생활을 시작한 '루키'는 2014 롤챔스 섬머 시즌에 첫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삼성 형제팀이라는 강력한 우승 후보를 꺾고 얻어낸 값진 우승 타이틀이었다. 신인이었던 '루키'는 아이디에 걸맞은 좋은 경기력으로 호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우승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바로 이어진 롤드컵 선발전에서 나진 화이트 쉴드에게 0:3 완패를 당한 것이다. 당시 kt 롤스터 애로우즈의 가장 큰 강점은 높은 집중력과 강력한 한타였는데, 이 한타력이 한타 집착으로 이어지면서 패인이 되고 말았다. 결국 kt 롤스터 애로우즈는 롤챔스를 우승하고도 롤드컵 무대를 밟지 못했다.

이후 kt 롤스터 애로우즈를 떠난 '루키'의 다음 행선지는 바로 중국, IG였다. kt 시절 같은 팀이었던 '카카오' 이병권과 함께 LPL에 새롭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지만, 순탄치만은 않았다. '루키' 자신의 개인 기량은 점점 더 성장하고 있었으나, 팀의 전반적인 전력이 최상위권 팀에게 밀리면서 우승 트로피에 좀처럼 다가가지 못한 것이다.


그러던 IG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2018 시즌, IG는 '루키'를 포함해 전혀 다른 성향의 탑 라이너 '듀크' 이호성-'더샤이' 강승록, 공격적인 운영에 능한 정글러 '닝', 촉망받는 신예 원딜 '재키러브', 플레이메이커 기질의 '바오란'이라는, 강력한 라인업을 완성했다.

기대감에 맞게 IG는 2018 LPL에서 그 어느 시즌보다 막강한 경기력을 뿜어냈다. 스프링과 섬머 정규 시즌 모두 18승 1패라는 엄청난 성적으로 1위를 차지했고, 섬머 포스트 시즌에는 '루키'의 첫 LPL 결승 진출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아쉽게 LPL 우승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그렇게 IG는 LPL 2시드로 2018 롤드컵 무대에 오르게 됐다. 루키'에게는 2015 시즌 이후 두 번째 도전이다.


■ '루키', 2018 롤드컵에서 활짝 피다

2018 롤드컵은 '루키'를 위한 무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메타가 완벽하게 상체 중심이었기 때문이다. 공격적인 정글러와 함께 탑과 미드가 초반 주도권을 완전히 움켜쥐고, 빠르게 스노우볼을 굴리는 게 가장 정석적인 승리 공식이었다. 이 공식은 상위 라운드로 갈수록 더욱 견고해졌다. 그리고, '루키'는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완벽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우승 후보로 꼽힌 kt 롤스터와의 8강전. kt 롤스터의 미드라이너는 그룹 스테이지에서 좋은 경기력으로 호평을 받고 있던 '유칼' 손우현이었다. 그런 kt 롤스터에게도 엄청난 캐리력을 보유한 '루키'의 존재감은 부담스러웠다. 이는 곧 미드 5밴으로 이어졌다. '루키'는 1세트 밴픽 단계에서 아칼리, 라이즈, 이렐리아, 르블랑, 신드라를 봉쇄당했다.

▲ 눈에 띄는 미드 5밴

그러나, 5밴조차 루키를 막을 수는 없었다. 리산드라를 선택한 '루키'는 라인전 단계에서부터 CS를 벌리며 앞서나갔고, 로밍으로 봇 라인을 풀어주는 등 전방위로 활약했다. 한타에서는 상대 주요 CC기를 유려하게 피해가면서 한타 대승을 이끌었다. '더샤이'와 '재키러브'는 이에 화답하듯 우르곳과 자야로 엄청난 화력을 뿜어냈다.

이후 kt 롤스터의 분전에 경기는 세트 스코어 2:2까지 흘러갔고, 승부를 가를 마지막 5세트가 시작됐다. 이때, '루키'가 시작 아이템을 사오지 않는 실수를 범하면서 분위기가 다소 흐려졌다. 그러나, '루키'는 역시 '루키'였다. 라인에 늦게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유칼'의 우르곳을 상대로 격차를 벌리기 시작했고, 끝내 라인 주도권을 가져왔다. 우승 후보 kt 롤스터를 재친 IG는 단숨에 막강한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 하이 리스크 플레이로 하이 리턴을 가져온 '루키'

G2 e스포츠와의 4강에서도 '루키'의 활약은 빛났다. 특히, 불리하게 흘러갔던 마지막 3세트. 과감한 판단으로 전세를 뒤집은 슈퍼플레이는 자신의 기량에 대한 자신감과 팀원에 대한 믿음이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점멸과 정화가 모두 없는 상황에서 상대 CC기로 돌진하는 판단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G2 e스포츠전 3:0 완승으로 IG와 '루키'는 결승 무대에까지 오르게 됐다.

오랜 기간 꾸준히 잘하는 모습을 보여준 '루키'에게 부족한 건 단 하나, 우승컵이다. kt 롤스터 애로우즈 시절과 지역 대항전인 리프트 라이벌즈을 제외하면 우승 기록이 전무하다. 4년 동안 맹활약한 LPL에서도 우승과는 인연이 멀었다. 이번 롤드컵은 지난날의 아쉬움과 좌절을 날려버릴 좋은 기회다. 4년만의 첫 트로피가 '소환사의 컵'이라면 그보다 더 달콤한 보상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