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맥' 김대호 감독이 1년간의 공백을 끝으로 복귀한다.

광동 프릭스는 지난 9월, 김대호 감독과의 계약 사실을 알렸다. 김대호 감독은 DRX 시절의 만족스럽지 못했던 성적표에 대해 재평가받을 기회를 얻게 된 셈이다. 김대호 감독은 1년간의 공백으로 느낀 점을 인벤과의 인터뷰를 통해 공유했다. 감독 시절 초창기부터 지금까지의 수많은 어록이 생각날 정도로, 김대호 감독은 자기가 느끼고 깨달은 것들에 대해 여러 가지 비유와 독특한 화법으로 이야기를 전했다.


Q. 오랜만에 감독으로 복귀한다. 광동 프릭스와 어떻게 연락이 닿아 합류하게 되었나?

라우드 에이전시와 계약을 맺었다. 소속 에이전시가 여러 팀과 연락하여 자리를 알아봐 줬다. 광동 프릭스 측과 이야기가 되어서 미팅을 진행했고, 생각하는 바나 지향점이 잘 맞는다고 생각하여 광동 프릭스와 함께 하게 됐다.


Q. 먼저 광동 프릭스 팀에 합류하기 전에 광동 프릭스를 어떤 팀이라고 생각했나?

선수 개개인의 체급은 괜찮은 팀, 그러나 다섯 명이 함께 플레이하는 과정에서 내는 출력이 재료에 비해 약해 보였다. ‘의사소통이나 서로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게임에서 서로에 대한 신뢰가 약하게 느껴졌다.


Q. 광동 프릭스는 ‘마의 25분’이라고 불릴 정도로 운영 부분이 약하다는 말이 있었다. 그리핀 시절 김대호 감독은 운영과 한타 조직력에 강점이 있다는 걸 보여줬다. 아마 광동 프릭스도 그런 부분을 기대한 게 아닐까?

광동 프릭스가 부족하다고 느낀 부분, 팀 합의 출력을 높이는 데에는 자신이 있다. 다섯 명이서 낼 수 있는 최대 출력을 내도록 만들고 싶다.

다만, 광동 프릭스는 현재 다섯 명의 선수가 모두 계약이 만료됐다. 그래서 내년에도 현재의 로스터로 갈지 말지가 정해지지 않았다. 로스터가 어떻게 정해지던 다섯 명이 최대 합을 맞출 수 있게 하겠다.


Q. 감독 계약을 먼저 한 시점에 팀의 로스터가 정해지지 않아 불안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만약, 현재 로스터에서 이 선수만큼은 꼭 같이 가기를 바란다는 선수가 있을까?

‘기인’이다. 함께하게 된다면 많이 든든할 거다.


Q. 확실히 ‘기인’은 광동 프릭스의 프랜차이즈 스타이다. 김대호 감독은 다른 팀 소속으로 ‘기인’을 상대해 본 경험이 있다. 또한, 같은 탑 포지션 출신이라서 ‘기인’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할지 많이 궁금하다.

‘기인’의 컨디션이 가장 좋을 때는 이상적인 커다란 육각형을 그린다. 흠잡을 데가 없는 탑 라이너이다.

사실 ‘육각형’이나 ‘밸런스가 좋다’라는 평가는 개인적으로 무색무취의 선수를 좋게 포장해줄 때 쓰이는 경우가 더러 있다. 하지만 ‘기인’에게는 아니다. 내가 그리핀 시절부터 지켜봤고, 컨디션이 최상일 때는 완전체라고 느낀 적이 몇 번 있었다.


Q. 2023년에 ‘기인’과 함께 하게 된다면, 거는 기대도 다른 선수들보다 클까?

부담은 주고 싶지 않다. 다들 ‘기인’에게 기대를 많이 하다 보니, 정말 잘해야만 그게 보통이 되는 느낌이다. 내가 지향하는 건, 다섯 명의 선수 모두가 게임을 승리로 만들 수 있는 그런 팀을 만드는 거다.


Q. 팀이 오더나 운영 면에서 좋지 않은 평가를 받는 경우에는, 인-게임에서 선수들이 이견을 조율할 때 주도적으로 여론을 끌고 가는 선수가 없거나 각 선수의 의견 표현이 부족하거나 약해서 조율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감독의 경험으로는, 어느 포지션의 선수가 의견을 주도적으로 가져가는 게 좋다고 생각하나?

일반적으로는 정글러라고 한다. 정글러는 다른 모든 포지션과 합이 맞아야 한다. 탑과 정글러, 미드와 정글러, 바텀-서포터와 정글러 등 어떤 미션을 수행하던 정글러가 빠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세분화해서 들어가 보면 많이 복잡해진다. 게임의 페이즈에 따라서, 각 챔피언의 성장 정도에 따라, 혹은 르블랑-리 신, 레넥톤-니달리처럼 템포가 빠른 조합이냐, 느린 조합이냐에 따라서도 마이크를 여는 사람이 달라진다.

오더가 누구라고 지정해서 하는 것보다는 자연스러운 걸 추구하는 편이다. 콜을 해야 한다고 가르쳐서 하는 게 아니라 오더가 필요하다는 걸 느껴서 하는 게 가장 좋다. 그렇게 하면 매번 콜의 무게 중심이 달라진다.


Q. 선수들의 개인 성향에 따라 콜을 어렵게 느끼는 선수들도 많다. 예를 들어, 말수가 적은 편인 선수들은 연습해도 게임을 하는 동안 말을 안 하게 되더라. 김대호 감독도 그런 경험을 했을까?

생각보다 그런 적은 적었다. 아무리 소심해도 답답하다고 느끼고, 무언가 필요해서 콜을 해야 하는 상황이면 어떻게든 입 밖으로 꺼낼 수 있게 콜을 디자인하는 편이다. 잘 적용됐을 때는 필요한 상황에서 콜을 안 하는 선수는 보지 못했다.


Q. ‘콜 디자인’이라는 부분이 궁금하다. 선수들이 어떤 식으로 콜이 필요하다는 걸 느끼게 하나?

콜은 말 그대로 자연스럽게 해야 하고, 콜할 때는 당시 상황과 감정이 느껴져야 한다. 예를 들어서 굉장히 급박한 상황에서는 무미건조하게 콜하는 건 잘못된 방식이라고 이야기한다.

자동차 경적은 듣는 사람에게 스트레스를 주게 디자인되어 있다. 그래야 듣는 사람도 경각심을 가지고 조심하게 된다.

만약에 우리가 레넥톤, 니달리 같은 빠른 템포의 조합을 하고 있는데 상대가 전령을 치고 있다. 그 전령이 뺏기면 게임을 지게 되는 상황에서 무미건조하게 콜을 해주는 건 ‘나는 콜했다’라는 면책용일 뿐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콜의 템포나 볼륨, 반복 횟수 등이 다 달라져야 한다.


Q. 개인 이야기도 나누고 싶다. 지난 팀에서 나온 이후로 약 2년이 지났다. 쉬는 기간에 생각도 고민도 많이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 기간 동안 무엇을 느꼈을까?

처음에는 쉬고 싶었다. 좋은 조건이 아니라면, 쉬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두세 달을 쉬니까, 너무 많이 쉬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무적으로 하는 일이 없고, 혼자서 내 마음대로 일정을 조절하다 보니 정말 많이 나태해졌다. 내 정신력이 약하다는 걸 원래도 알고 있었지만, 쉬면서 내가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약하다는 걸 느꼈다.


Q. 자신의 약점을 안다는 것 자체가 한층 더 성숙하게 되는 계기가 아닐까?

보통은 그렇지만, 나는 아니었다. 나는 내가 약하다는 걸 알고는 스스로 더 많이 관대해졌다. 죄책감을 내려놓았달까? 내 약점을 나를 위한 면죄부로 사용했다. 너무 쓰레기 같은 생각이었다.

정말 나아지고 싶어서 등산을 시작했다. 원래 등산을 정말 싫어했다. 그런데 지금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가고 있다. 등산할 때마다 힘들어서 뛰어내리고 싶은 생각도 든다. 그러다가도 열심히 살아가는 다른 사람들을 보고, 막 살아온 내가 이렇게 먹고살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느낀다.

일종의 정신력 단련 같은 거다. 지금 나는 채찍질을 해줄 사람도, 당근으로 동기를 유발할 사람도 없다. 그래서 스스로 쉽게 망가진다. 조금만 나태해지면, 그대로 악순환이 되더라.

등산은 도움이 됐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살이 쭉 빠지는 편인데, 지금은 등산 덕분에 몸무게도 늘었고, 컨디션도 좋아졌다. 많이 건강해진 느낌이다.


Q. 오랜 휴식 이후에 다시 일을 시작해서 각오가 남다를 것 같다. 김대호 감독의 커리어를 살펴보면, 감독으로서 재능을 인정받기도 했고, 정말 좋지 않은 성적표를 받아보기도 했다. 잘 풀렸을 때와 잘 풀리지 않았을 때 서로 느낀 바가 달랐을 것 같다. 무엇을 느꼈나?

DRX에서 스프링 시즌을 자격 정지 징계로 참가하지 못했다. 징계는 서머 시즌에도 걸쳐 있었다. 준비가 원활하게 되지 않은 상황에서 변화를 꾀하기가 쉽지 않았다.

사람들은 감독과 코치의 영향력은 밴픽처럼 일시적이고 즉발적인 무언가를 머릿속에 그린다. 하지만 그건 실제와는 매우 다르다. 한 팀이 대회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6개월 전부터 쌓아온 무언가이다. 서머의 결과와 성적은 스프링부터 어떤 연습을 누적했고, 팀 합을 누적했는지를 보는 거다. 그런 준비 과정에서 내가 끼어 있지 않았고, 그런 면에서 매우 아쉽고, 약간 억울하기도 하다.

팀에 합류한 새로운 친구들과 열심히 했지만, 내가 지향하는 바나 내가 평소 해왔던 방향과 잘 맞지 않아서 뭔가 어려웠다. 그런 부분을 겪으면서 뭔가 배우기도 했다. 그러면서 할 수 있는 부분과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됐다.


Q. 이전 감독님의 인터뷰를 보면, 자기 능력에 대한 에고(Ego)가 굉장히 강해 보였다.

첫 시작이 너무 좋았던 것 같다. 그리핀에서는 정말 좋은 선수들이 많이 있었다. 그래서 내가 만지면 모두 금이 되는 줄 알았다. DRX에서 만난 선수들도 모두 젊고 잠재력을 가진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함께 하는 과정에서 아쉽게도 잘 되지 않은 부분들이 있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많이 배웠고, 광동 프릭스에서는 더 잘 해내려고 한다.


Q. 광동 프릭스의 2023년 로스터에 대해서는 생각해둔 게 있을까?

머릿속에는 다 있지만, 지금은 추진할 수 없다. 계약 만료 시점까지는 기다려야 한다. 경우에 따라 플랜 B, 플랜 C까지 나눴다.

내가 그리는 이상적인 팀은 항상 비슷하다. 5명이 가지는 역할이나 부담이 균등해야 한다. 한 명에게 힘이 실리지 않고 유기적으로 연결된 구조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힘든 부분은 언제든지 있어서 플랜 B나 C도 준비했다.

광동 프릭스는 현재 주전 선수가 모두 계약 만료 예정이다. 아직 스토브 리그 기간이 열리지 않은 만큼 로스터 구성에 대해서는 말하기 이른 것 같다.


Q. 2023년 광동 프릭스에서의 목표는 무엇인가?

가장 먼저 보여주고 싶은 건 팀 성적, 롤드컵 진출을 해내고 싶다.


Q. 이 인터뷰를 보는 이들 중에는 김대호 감독의 팬도 있을 거고, 김대호 감독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양쪽 모두에게 이번 인터뷰를 통해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응원해 주시는 분께는 당연히 감사하다. 그리고 나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그 사람들 머릿속에는 ‘씨맥’이라는 단어가 있는 것이다. 나에게 그런 관심을 가져주신 덕분에 내가 그 관심을 환전해서 옷도 사 입고, 밥도 먹고 할 수 있다.

지나친 모독이나 너무 악의적인 것만 아니라면, 받아들일 수 있다. 앞으로도 팬들이 흥미를 가지고 궁금해할 그런 재미있는 팀을 만들어 보겠다. 관심을 계속 유지해준다면 그거에 힘입어서 열심히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