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새로 제작된 GSL 우승자 트로피.



2010년 시작된 GSL 오픈시즌 1부터 2011년 GSL 블리자드 컵까지, 이 기간동안 벌어진 GSL들의 특징이라면 바로 'IM을 잡아라'였다. 이 기간동안 총 13번 열린 GSL에서 정종현과 임재덕이 여섯 번의 우승을 합작하며 리그의 반을 차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 둘의 위력은 대단했다.

그러나 2012년 첫 시즌인 2012 핫식스 GSL 시즌 1부터 2013 WCS KR 망고식스 GSL까지 이승현 단 한명만이 두 번 우승을 차지했을 뿐, 매 시즌마다 다른 모습의 진행 양상을 보여주며 여덟 번의 리그 모두 특색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박수호, 정종현, 안상원, 이승현, 권태훈, 신노열, 그리고 김민철. 이 우승자들은 어떤 길을 거쳐 우승자의 자리에 올랐을까? 추석 연휴기간 리그 일정이 쉬어가는 이때 GSL이 걸어온 길을 살펴보는 것도 GSL을 즐기는 한 가지 방법일 것이다.


관련기사: GSL, 그 3년간의 여정을 되돌아보다(1편)



■ 2012 핫식스 GSL 시즌1: MVP, IM에 이어 두 번째 팀킬 결승 성사시키다.

▲ 2012년, 드디어 개인 리그에서 기량을 만개한 박수호.


같은 팀에 속해 있으면서 친구인지 적인지, 장난인지 진심인지 알 수 없는 그런 사이. 박수호와 정민수가 그런 관계일 것이다. 두 선수는 데뷔 이전부터 같은 팀에서 생활했던 적도 있었지만, 2011년 GSL 시즌 곧잘 Code S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정민수에 비해 팀 리그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던 박수호는 블리자드 컵 준우승을 거둘때까지 개인리그에서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2012년 GSL 시즌1, 박수호와 정민수는 나란히 Code S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그리고 진행된 조 지명식에서 임재덕은 박수호를, 박수호는, 이정훈은 정민수를 뽑으면서 둘은 같은 조에서 경기를 치르게 되었고, 박수호와 정민수는 나란히 조 1, 2위로 8강에 올랐다.

결승이 아니면 다시 경기하지 않을 두 선수. 정민수는 장민철과 한이석을 모두 3대 0으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지만, 박수호는 4강에서 고병재에게 두 경기를 먼저 내어주며 위기에 몰렸으나 내리 세 세트를 따내며 결승에 올라 MVP는 IM에 이어 두 번째 팀킬 결승을 성사시킨 팀이 되었다.

팀킬 결승은 흥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을 깨고 박수호와 정민수, 두 MVP 선수의 결승은 3천 명이 넘는 관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되었다. 가장 친한 만큼 서로 잘 알고 있었기에 매 세트마다 엄청난 접전을 벌인 두 선수, 그러나 6세트 십자포화 11시 확장을 두고 벌어진 공방전 끝에 박수호가 결국 승리하며 우승자 자리에 올랐다.


■ 2012 핫식스 GSL 시즌2: 박현우와 정종현, GSL 역사상 최고의 경기를 합작해내다.

▲ 박현우와의 명경기 끝에 우승을 차지한 정종현


GSL 역사상, 아니 스타2 대회 역사상 가장 최고의 결승전을 꼽으라면 일말의 고민도 없이 정종현과 박현우가 벌인 2012 GSL 시즌2 결승을 손에 꼽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5세트는 e스포츠 역사상 남을 희대의 역전극이었다.

'Naniwa'와 원이삭을 모두 3대 1로 꺾고 결승에 진출한 정종현, 윤영서와 송현덕에게 3대 0 승리를 얻어내며 결승 무대에 선 박현우의 결승에서 정종현이 먼저 세 세트를 따내며 순조롭게 자신의 네 번째 우승 트로피를 추가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박현우는 4세트에서 정종현을 잡아내는 데 성공한 후 대도시에 벌어진 5세트 경기에서 전투순양함을 다수 모은 정종현에게 몇 차례 위기를 맞았으나 모선의 소용돌이에 상대의 전투 순양함 다수를 빨려들게 하는데 성공하며 일거에 경기를 역전시켰다.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만 같던 역전을 성공시킨 박현우, 그는 기세를 몰아 6세트에서도 승리를 거두며 대역전극을 완성하는가 했지만, 마지막 7세트에서 정종현은 과감한 치즈러시로 박현우를 침몰시키며 자신의 네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 2012 무슈제이 GSL 시즌3: 안상원, 해운대 무대에서 '프통령' 장민철의 3선을 저지하다.

▲ 프로토스 종족으로는 GSL에서 두 번째 우승자인 안상원.


테란과 테란, 저그와 저그의 동족 결승전은 몇 차례 나온 상황에서 프로토스 종족 간의 결승전은 GSL 결승에서 단 한 번 성사되었다. 2012 GSL 시즌3이 바로 그 무대. 이전까지 프로토스 출신 우승자는 장민철 한 명뿐이었고, 정민수와 박현우가 2대 프로토스 우승자 자리에 오르기 위해 송준혁과 정민수, 박현우가 도전했지만 모두 준우승에 그치고 말았다.

2012년 들어 두 번 진행된 GSL 시즌에서 프로토스가 모두 준우승을 차지한 이후 2012 GSL 시즌3 결승에서 드디어 프로토스 동족전 결승이 성사되었다. LG-IM의 '환상 토스' 안상원과 oGs에서 SK게이밍으로 팀을 옮긴 '프통령' 장민철이 그 주인공.

프통령이 3선에 성공하느냐, 안상원이 두 번째 프로토스 우승자 자리에 오르느냐가 걸린 2012 GSL 시즌3 결승전은 부산 해운대에서 열렸다. 야외무대에서 벌어진 결승전에서 벌어진 첫 프로토스 동족전 결승에서 안상원은 장민철에게 4대 1 승리를 거두며 두 번째 프로토스 우승자의 자리에 올랐다. 서로가 서로를 잘 알기에 경기는 단시간 내에 끝났지만 ,처음으로 같은 프로토스 간의 결승이라는 점과 두 번째 프로토스 우승자가 탄생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는 결승이었다.


■ 2012 핫식스 GSL 시즌4: '넥라' 이승현, GSL 첫 로열로더의 주인공이 되다.

▲ 이승현, GSL 첫 로열로더에 오르다.


로열로더. 첫 상위권 대회 진출에 우승을 차지한 선수를 일컫는 단어이다. 브루드워로 진행된 스타리그에서는 몇차례 로열로더가 배출되었으나 스타2로 진행된 GSL Code S에서는 단 한 명도 로열로더가 되지 못했다.

4회 우승의 정종현, 3회 우승의 임재덕도 이루지 못한 로열로더에 한 소년이 도전했다. 스타테일 라이프, 하지만 '넥라'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한 이승현이었다. 이승현은 2012 GSL 시즌4에 처음으로 Code S에 올랐고, 32강과 16강을 모두 조 1위로 통과하며 GSL 첫 로열로더 출현 가능성을 한껏 높였다.

8강에서 테란 이정훈을, 4강에서 역시 테란 선수인 윤영서를 꺾고 결승에 오른 이승현의 앞을 가로막은 선수는 '정종왕' 정종현. 새로운 로열로더 탄생의 앞에는 너무나 큰 벽이었다. 정종현 역시 GSL 5회 우승의 대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던 터라 각자의 기록을 위한 마지막 경기의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첫 두 세트는 이승현이 가져갔다. 로열로더 탄생의 마지막 관문이 쉽게 무너지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 무렵 정종현은 이승현에 대한 완벽한 대처법을 들고 내리 세 세트를 따냈다. GSL 로열로더 탄생보다 GSL 5회 우승자 탄생이 더 먼저 이뤄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순간 이승현은 다시 반격을 시도하여 6세트에서 동점을 이루었고, 마지막 7세트에서 정종현을 잡아내며 첫 GSL 우승자의 자리에 올랐다.


■ 2012 핫식스 GSL 시즌5: '저그 수난시대'에서 '저그의 시대'로, 그리고 이신형의 태동.

▲ 권태훈(좌)이 마이크 모하임 CEO에게 트로피를 건네받고 있다.


2012 GSL 시즌4부터 정윤종과 이제동을 시작으로 한국e스포츠협회(이하 협회) 소속 선수들이 GSL Code S에 출전하기 시작했다. 이어 진행된 2012 GSL 시즌5에서는 Code A를 거쳐 Code S에 출전, 이스포츠연맹(이하 연맹) 소속 선수들과 본격적인 대결을 벌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두각을 드러낸 선수는 정윤종이었다. 정윤종은 2012 GSL 시즌4에서 4강까지 오르는 모습을 보였고, 시즌4에 이어 시즌5에는 김민철, 전태양, 신노열, 김유진 등 많은 선수가 Code S에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2012 GSL 시즌 5까지는 연맹 선수들이 결승에 올라 두 단체 소속 선수들의 실력차가 어느정도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한, 2012 GSL 시즌5 준결승과 결승은 라스베가스에서 펼쳐졌으며 준결승 바로 다음 날 결승이 이뤄지는, GSL로는 특이한 일정으로 진행되었다. 라스베가스에서 벌어진 결승에서 MVP의 저그 권태훈은 TSL 저그 고석현을 풀세트 끝에 잡아내며 2012년의 시작과 끝을 MVP 팀이 장식하게 되었다.

협회 선수들의 본격적인 GSL 참가와 함께 2012년 GSL 시즌5의 중요한 의미를 꼽으라면 바로 2013년을 지배할 선수가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바로 STX 소울 소속의 테란 이신형.


■ 2012 GSL 블리자드컵: 이승현, 원이삭의 '혼'을 막아내며 2012년 최고의 자리에 오르다.

▲ 로열로더 이승현은 2012년 최고의 스타2 선수가 되었다.


한 해 최고의 스타2 선수를 가리는 블리자드 컵, 2011년에 이어 2012년 두 번째 블리자드 컵이 개최되었다. 참가자는 정종현, 박수호, 권태훈, 이동녕, 김동환, 이승현, 원이삭, 송현덕, 안상원, 그리고 정윤종.

2012 블리자드 컵에 출전한 열 명의 선수 중 누가 우승해도 이상하지 않을 대회였다. 그만큼 선수들 모두 한 해 동안 좋은 성적을 거두었고, 실력 또한 최고에 이르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승에 오른 선수는 2012 MLG Fall Championship 우승자 자격으로 출전한 스타테일의 저그 이승현과 WCS, WCG 우승자이자 이승현과 같은 팀 소속 프로토스인 원이삭.

당시 원이삭은 이른바 '멸자뽕'이라고 불리던 불멸자 타이밍 러시의 일인자였고, 많은 저그가 원이삭의 혼이 담긴 타이밍러시의 희생자가 되었다. 그러기에 블리자드 컵 결승은 원이삭의 불멸자 타이밍 러시를 이승현이 막아낼 수 있느냐 없느냐가 관건이었다. 막느냐 뚫느냐의 싸움에서 이승현은 원이삭의 혼이 담긴 러시를 효과적으로 막아내는데 성공하며 2012년 마지막 리그 우승자가 되었다.


■ 2013 핫식스 GSL 시즌1: 신노열, 협회 소속 선수 최초로 GSL 우승 트로피를 손에 넣다.

▲ 협회 선수 최초로 GSL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 신노열.


2012년 후반기부터 GSL은 두 가지 변화의 바람에 휩싸였다. 바로 협회 선수들의 도약과 저그의 약진. 이 두 가지의 변화는 마지막 자유의 날개 GSL인 2013 GSL 시즌1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2012년 GSL 시즌 4와 시즌 5에서 각각 한 명과 두 명의 협회 선수만이 8강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지만 2013년 첫 GSL에서는 웅진의 김민철, STX의 이신형, 그리고 삼성전자의 신노열이 8강에 진출했고, 이 중 신노열은 협회 선수 최초로 GSL 결승 무대에 올랐다.

또한, GSL에서 언제나 약자의 위치에 서 있던 저그들이 8강에 네 명이나 진출했고, 2012 GSL 시즌5에 이어 두 시즌 연속 저그 동족전 결승을 성사시켰다. 삼성전자 저그 신노열의 결승 상대는 아주부의 강동현. 강동현 역시 2012년 GSL 시즌3 이후 계속 안정된 실력을 선보였고 2013년 들어 드디어 자신의 모든 가능성을 폭발시키며 결승 무대에 진출했다.

지키느냐, 빼앗느냐의 싸움이 된 신노열과 강동현의 경기. 유니클로 악스 홀에서 벌어진 두 선수의 결승은 첫 세트부터 불꽃 튀는 대 접전을 보였고, 자유의 날개 마지막을 장식하듯이 무리 군주의 날갯짓이 대형 스크린을 가득 뒤덮는 장관이 펼쳐진 끝에 신노열이 강동현을 4대 2로 꺾고 협회 선수로는 처음으로 GSL 우승자에 등극했다.


■ 2013 WCS GSL 시즌1: '패패패승승승승', 김민철이 불가능을 실현해내다.

▲ '패패패승승승승', 김민철이 기적을 만들며 우승.


2013년 3월 12일, 스타2의 새로운 확장팩인 군단의 심장이 출시되었다. GSL 역시 군단의 심장으로 버전을 바꾸어 대회를 진행하게 되었다.

게임 버전의 변화만큼이나 새로운 리그의 도입 역시 GSL에 많은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블리자드는 2012년 시도한 월드 챔피언십 시리즈를 연간 리그로 개편하여 북미와 유럽, 그리고 한국의 세 지역에서 지역 리그를 진행한 후 각 시즌 지역별 상위 선수들이 모여 시즌 파이널을 갖는 방식을 도입했다.

군단의 심장으로 처음 치러진 GSL, 16강에서 이승현, 원이삭, 이신형, 이영호가 한 조에 편성되며 결승보다 더 흥미지진한 BSL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BSL에서 살아남은 이신형이 자신의 생애 첫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이신형의 상대는 웅진의 '철벽' 김민철.

이신형은 강동현과 벌인 4강에서 가까스로 승리하기는 했지만 그 과정에서 약점을 노출했고, 그렇기에 이신형의 생산력이 폭발하기 전, 혹은 그 물량을 막아낸다면 김민철이 쉽게 우승하리라는 예측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이신형은 첫 세트부터 치즈러시를 사용해 김민철을 격파한 것.

이후 김민철은 계속 3세트까지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며 내리 패배, 이신형의 우승이 확정되는가 하는 순간 김민철은 순식간에 이후 세 세트를 따내며 3대 3 동점을 만들었다. 2011 블리자드 컵, 2012 GSL 시즌2에서도 3연패 후 3연승으로 따라붙은 예가 있었지만, 이 상황에서 역전을 일궈낸 선수는 단 한명도 없었다. 그러나 이신형은 예상외로 크게 흔들렸고 김민철은 자신의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으며 7세트에서 승리, 결국 첫 군단의 심장 GSL 우승자가 되었다.


■ 마치며



2010년 오픈시즌 1로 시작해 2013년 WCS KOR 시즌3 GSL까지 3년 간 대회를 거치면서 GSL은 단순히 게임 리그가 아닌 역사로 자리 잡았다. 김원기부터 김민철까지, 김성제부터 이신형까지, GSL이라는 역사책의 페이지를 장식한 가운데 2013년, 그리고 그 이상의 페이지는 과연 어떤 선수들의 땀과 눈물로 쓰여지게 될까?

세계 최고의 스타크래프트2 리그임을 자부하는 GSL. 박현우의 모선이 경기를 뒤집을 때처럼, 박수호와 정민수가 마지막 확장을 두고 끝없는 전투를 벌였을 때처럼 기억에 남는 순간을 계속 팬들에게 선사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블리즈컨 현장에서 벌어진 2011 GSL Oct. 때처럼 많은 관중들이 우승자를 향해 박수를 보내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추석특집④] GSL, 그 3년간의 여정을 되돌아보다(1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