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에서 한눈에 들어오는 것은 선수들의 뛰어난 피지컬과 화려한 스킬 연계로 이뤄지는 한타 싸움이다. 그러나 눈에 잘 띄진 않지만 잘하느냐 못하냐에 따라서 피지컬 차이와 글로벌 골드의 차이도 극복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밴픽 전략과 운영 방법이다.

핑크와드 코너는 2015 스베누 LoL 롤챔스 코리아 스프링에서 가장 치열하거나, 혹은 밴픽에서 아쉬움이 느껴졌던 경기를 선정해 눈에 잘 안 보이지만 게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밴픽 전략과 운영법을 다룰 예정이다.


지난 26일 용산 e-스포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스베누 LoL 롤챔스 코리아 스프링이하 LCK)에서 2라운드 4주차 10일차 경기에서 플레이오프 진출이 한 경기 남은 진에어 그린윙스와, 한 경기라도 질 경우 플레이오프 진출이 불가능해지는 IM이 맞붙었다.

경기 결과는 2:0으로 IM이 무난하게 지는 게 어떤 것인지 보여주며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됐다. 만약에 IM이 다른 조합을 짰다면 어땠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아쉬운 밴픽이었다.




■ 양 팀의 밴전략

▲ 진에어 그린윙스의 밴

진에어 그린윙스는 지난 SKT T1과의 경기에서 패배하긴 했지만, 대활약을 펼친 '프로즌' 김태일의 카시오페아를 밴했다. 그 자체로도 껄끄러운 칼리스타를 밴 하면서 '투신' 박종익이 변칙적인 서포터까지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마지막 밴인 쓰레쉬 또한 박종익이 잘 다루는 챔피언으로 밴했다. 이걸로 진에어 그린윙스는 자신들이 생각하는 상대의 변수를 대부분 차단했다.

진에어 그린윙스의 밴 전략 한줄평 : 변수만 없다면 우리가 이긴다. 라는 생각이 깔린듯한 자신감 있는 밴이다.


▲ IM의 밴

IM의 밴 전략은 준비한 조합을 꺼내기 위해 라인전에 강한 챔피언을 밴 했다. 그 이유는 모르가나를 뽑기 위해서이다. 첫 번째 밴인 르블랑은 수동적인 챔피언인 모르가나가 상대하기 버거운 챔피언이다. '어둠의 속박'이 적중 못 할 경우 심한 라인전 압박을 받는다. 주도권을 뺏긴다면 상대 르블랑은 빠른 기동력과 순간 화력으로 다른 라인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두 번째 밴인 룰루도 비슷한 맥락이다. 모르가나의 딜교환 메커니즘상 '어둠의 속박'을 맞추거나 먼저 '영혼의 족쇄'를 쓰면서 상대를 쫓아가야 한다. 그러나 룰루는 '변덕쟁이'로 빠른 기동성을 가진 챔피언이다. 그렇게 딜교환이 성립이 안되다 보니 주도권을 내줄 수밖에 없고, 이는 팀원들의 고통으로 이어진다.

마지막 밴인 제라스는 '갱맘' 이창석의 베스트 챔피언이다. '프로즌' 김태일 자신도 제라스를 잘 다루는 만큼 무난하게 성장할 경우의 무서움을 안다. 라인전에서 제라스를 견제할 수 없는 모르가나의 특성상, 밴을 했다.

IM의 밴 전략 한줄평 : 무난한 밴인듯 보이나 준비한 전략인 모르가나와 서포터 케일을 쓰기 위한 포석을 깔아뒀다.


▲ IM : 흐...흥.. 딱히 널 저격한 건 아니라구!


■ 양 팀 픽 전략

▲ 진에어 그린윙스의 조합

첫 번째 픽 권한이 있는 진에어는 이전 버전 최고의 정글러인 렉사이를 픽했다. 이후 상대가 리산드라와 모르가나를 가져간 것을 보고 무난한 잔나와 AP 챔피언을 상대로 효율이 높은 마오카이를 뽑았다. 진에어 그린윙스는 IM이 바이와 시비르를 뽑자 상대가 들어오는 챔피언이 많다는 것을 파악했다.

원거리에서 딜링을 하며 생존기가 좋은 이즈리얼과 막강한 광역 대미지로 들어온 상대에게 큰 피해를 가할 수 있고, '진혼곡'으로 변수를 생기게 하는 카서스를 고르며 조합을 완성 시켰다.

진에어 그린윙스 픽 전략 한줄평 : 상대 조합에 따라 유동적으로 대처한 밴픽 전략을 구사했다.


▲ IM의 조합

첫 번째로 미드와 탑으로 쓸 수 있는 리산드라와 탑과 미드, 서포터 모두 가능한 모르가나를 뽑으면서 상대가 본인들의 준비된 전략을 예측하지 못하게 혼동을 줬다. 여기까진 좋았다. 하지만 상대가 잔나와 마오카이를 뽑은 시점에서 조합을 유동적으로 바꿀 생각을 했어야했다.

상대 픽을 보고도 바이를 뽑으면서 이후 조합은 애매해졌다. 마지막 카드로 바이나 리산드라가 들어갔을 때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케일을 준비한 것은 의도는 좋았다. 그러나 상대 조합은 IM의 어중간한 돌진 광역 조합을 카운터 치기에 더할 나위 없었다.

IM 픽 전략 한줄평 : IM은 진에어 그린윙스와 다르게 미리 조합을 준비해왔지만, 그 조합을 쓰기 위해 안맞는 옷을 입은 것 같다.

이후 경기는 조금 일방적으로 진행됐고 뭘 해도 되는 진에어 그린윙스의 상황이기에 운영이나 특별한 운영이나 전술은 없었다.

▲ 어서 와~


■ 만약에 IM이...

IM이 룰루를 밴하고 첫 번째 픽으로 리산드라와 모르가나를 가져갈 때 머릿속에 번개가 지나갔다. 바로 케넨 말이다. IM의 조합을 보면 정말 어중간하다. 아니 어중간하게 돼버렸다. 최근 대회에서 자주 등장하는 돌진 조합의 카운터인 카서스를 생각을 못 한 것일까. 그들의 조합은 이도 저도 아니게 됐다. 이런 아쉬움에 케넨과 세주아니를 넣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해봤다.

▲ 만약에 IM 조합

IM의 픽을 조금 바꿔 보겠다. 첫 번째 픽으로 리산드라를 가져가면서 미드인지 탑인지 모르게 한다. 이어서 무난하게 서포터인 모르가나를 뽑는다. 그리고 상대가 잔나와 마오카이를 뽑았다. 이때 바이가 아니라 세주아니와 시비르를 뽑는 것이다.

세주아니는 5.5버전에서 엄청난 효율과 승률을 보여주고 있다. 이 버전이 적용된 첫경기인 IM과 진에어 그린윙스의 경기에서 IM은 뽑아야했다. IM의 입장에선 진에어와의 경기에서 패배할 경우 플레이오프 진출에 대한 가능성이 없어지는 상황이다. 그럼 무엇이든 간에 승부수를 띄워보는 게 좋지 않았을까?

이제 IM의 조합을 보자. 탑 케넨, 미드 리산드라, 정글 세주아니, 봇 시비르, 모르가나이다. 초반 라인 스왑 이후 마오카이는 케넨에게 상성상 밀린다. 미드 라인으로간 리산드라는 카서스를 상대로 아무런 부담이 없다. 세주아니는 미드와 탑에서 주도권을 갖기에 렉사이를 상대로 무난한 정글링을 구사할 수 있다.

이렇게 손해 없이 한타를 갈 경우에 IM의 조합이 가지는 파괴력은 엄청나다.

▲ 누나만 믿고 따라와!

세주아니가 시비르의 '사냥 개시'를 받고 '잿불 거인'의 든든함을 앞세워 선봉에 서며 '빙하 감옥'을 던진다. 그 뒤를 '칠흑의 방패'를 두른 케넨이 '번개 질주'를 사용하며 전광석화와 같이 적진영 깊숙이 들어가며 '날카로운 폭풍'을 사용한다. 그와 함께 모르가나의 '영혼의 족쇄'가 들어가고 전열이 붕괴한 상대 진영으로 리산드라가 후진입하는 것이다.

충분한 광역 대미지와 CC기를 가진 IM의 강력한 조합의 마무리는 시비르가 하는 것이다.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IM에게는 전체적으로 균형 잡힌 조합보단 뛰어난 파괴력으로 변수를 만들 수 있는 조합이 필요했다.


■ 총 경기 평


진에어 그린윙스 : 진에어 그린윙스는 자신들의 실력에 대해 자신감이 있었다. 상대에게 변수만 주지 않는다면 우리가 무난하게 승리할 거라고 생각했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 경기가 조금 늘어지는 감이 있었지만, 프로라면 안정적이게 하는 게 맞는 거다. IM의 숨통을 막고 천천히 조여갔던 운영이 뛰어났다.

IM : 배보다 배꼽이 컸다. 케일 서포터를 쓰기 위해 폼이 올라와 있는 '프로즌' 김태일에게 수동적인 챔피언으로 분류되는 모르가나를 시킨 점과, 5.5 버전의 뜨거운 감자인 세주아니를 안 썼다는 점이 IM의 밴픽 전략은 매우 아쉬웠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IM이 뒤처진 것은 사실이다.

뭐라도 시도해봤어야 했다. 지난 경기에서 SKT T1에게 지긴 했지만, 변칙적인 챔피언 선택으로 강팀인 SKT T1을 몰아붙였다. 진에어 그린윙스를 상대로 패배할 경우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되는 상황에서 꺼내 든 조합은 너무도 모호했다.

현 메타의 흐름에 따라 균형잡힌 조합을 선택한 것은 좋다. 하지만 IM에게 필요한 건 특색이다. 이번 시즌 플레이오프는 불가능해졌지만 무난한 픽보다 자신들의 특성을 살린 픽으로 조합을 짠다면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