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그리고 슈팅.

한빛소프트 신작 '스쿼드플로우'의 핵심을 최대한으로 압축해서 표현하라고 한다면 이 두 개의 단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마디로, '로봇 캐릭터를 조작해서 싸우는 슈팅 게임'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섣부른 판단으로 '뻔하다'고 치부해버리면 곤란합니다. 짤막하게 표현하긴 했지만 글자들의 사이사이에 생략된 수식어들이 품고 있는 특징은 결코 뻔하지 않으니 말입니다.

흔히 로봇 캐릭터라고 하면 '건담'의 디테일한 느낌이나 '맥워리어'의 튼튼해보이는 전투 병기 내지는 '에반게리온' 시리즈의 잘빠진 모습을 떠올리게 마련입니다. 혹여 어릴 적 로봇 만화 좀 챙겨봤다 싶은 사람이라면 '다간'이나 '페가수스 세이버' 또는 '제이데커'나 '수퍼 빌드 타이거' 등을 연상하는 사람도 있겠죠. 기자 또한 로봇 만화의 향수를 간직하고 있는 사람 중 하나이기 때문에 로봇의 멋진 이미지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 때문에 솔직히 '스쿼드플로우'의 첫인상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습니다. 섬세하게 표현된 로봇을 어느 정도 기대했는데 막상 눈앞에는 동네 아저씨처럼 생긴 묵직한 녀석이 건들거리고 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게임을 시작하고 나서 생각이 바뀌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거친 느낌의 캐릭터를 친근하게 느끼도록 만든 '스쿼드플로우'의 숨겨진 데이터 코드, 지금부터 공개합니다.




코드 No. CONNECT - 친근감이 느껴지는 로봇, SP5


'스쿼드플로우'의 로봇, 'SP5'는 그동안 봐왔던 '로봇'에 대한 환상들을 산산조각낼 만큼 파격적인 모습입니다. 레고 캐릭터 같은 머리, 육면체 박스를 뒤집어쓴 듯한 두툼한 상체와 그것을 지탱하기도 버거워보이는 다리... 언뜻 보면 로봇이라기보다는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양철인간을 닮았다는 느낌도 듭니다.

하지만 바로 이 점이 스쿼드플로우만의 개성을 만들어냅니다. 지나치다 싶을만큼 수수하기 때문에 오히려 친숙한 모습의 로봇, SP5는 여타 로봇 만화의 주인공들처럼 지구를 지킨다거나 세계를 구한다거나 하는 거창한 목표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스토리상 폐허가 되어버린 지구에서 찾은 단 하나의 생존자 '레아'를 구하는 게 목적인 SP5는 지극히 '인간적인 로봇'이라 할만합니다. 로봇이지만 인간적이라는, 있는 그대로 보면 반어적인 말이지만, 인간 소녀 한 명을 구출하고자 위험을 무릅쓰는 로봇이라면 잘 어울리는 표현이 아닐까요.

게다가 대체로 투박한 모습이긴 하지만 멋을 부릴 수 있는 요소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닙니다. 각양각색의 '데칼'을 이용해 SP5의 겉모습을 바꿈으로써 개인의 취향도 어느 정도 반영할 수 있습니다. 아직은 손에 꼽을 정도의 종류밖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또 어떤 기발한 데칼들을 만나볼 수 있을지 기대해봄직 합니다.

[▲ 결코 '평범하다'고 말할 수 없는 데칼들. 개인적으로 맨아래 데칼이 신선했습니다]



코드 No. 1 - 컨트롤이 익숙하다?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인터페이스


SP5의 시야로 바라본 전장이 눈앞에 펼쳐지자 자연스럽게 왼손은 W 키, 오른손은 마우스로 향하고 곧 별다른 어려움없이 조작을 시작합니다. 시작하자마자 부스터를 켜고 달려들어가다보니 화면에 적과 아군의 위치가 표시됩니다. 오호라, 로봇 캐릭터라는 설정을 제대로 살렸다는 느낌입니다.

사실 기자는 슈팅 게임을 썩 잘하는 편이 아닙니다. 흔히 말하는 '개돌' 스타일로, "내가 한 번 더 죽더라도 한 놈은 죽이고 말리라"라는 초 단순한 사고방식을 신봉합니다. 상대팀에게 점수를 퍼다주는 스타일이긴 하지만 게임의 인터페이스를 체험하기에는 더없이 적합한 방식이라고 나름 자부합니다.

적군을 나타내는 빨간색 표식 쪽으로 냅다 달려들어 어그로를 잔뜩 끌면서 총기를 난사하다보니 어느새 화면에 "기체가 심하게 손상되었습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음성으로도 경고를 해줍니다. 하지만 앞서 말한 단순한 사고방식에 오기라는 기름을 퍼부은 결과, 적 팀의 첫 제물이 되는 영광을 얻었습니다.

몸을 좀 사려야겠다는 판단에 이번에는 절벽 위로 움직여 적의 뒤를 노려봅니다. 적의 후면이 시야에 잡히자 '락온'으로 조준이 되며 '피니시 대기'라는 문구가 뜨고, 마우스 오른쪽 키를 살포시 누르자 유도 미사일이 퍼부어지면서 킬 점수 8점을 획득했다는 메시지가 화면에 표시됩니다.

화면에 현재 본인의 상태 정보와 적들의 위치 및 간략한 상태 정보들이 알기 쉽게 표시되며 큼직한 텍스트와 뚜렷한 음성으로 상황을 정확하게 알려주는 친절한 인터페이스라고 할만합니다.

[▲ 적과 아군의 위치, 재장전 알림, 상태 정보 등을 명확하게 표시해준다]



코드 No. 2 - 허를 찌르는 기동력


FPS나 TPS 장르의 게임에서 무빙, 즉 움직임은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한 걸음 한 걸음마다 신중을 기해야하는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의 뒤를 잡을 수 있는 위치라든가 안전하게 숨어 적을 속일 수 있는 위치로 이동하고자 할 때 아무 생각없이 움직일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스쿼드플로우에서는 일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부스터를 제공함으로써 기동 무빙에 전략성을 제공합니다. 부스터는 100으로 충전된 상태에서 시작되며 대쉬 기동을 할 때 빠르게 줄어들고 사용하지 않을 때 천천히 회복됩니다. 화면 중앙에 위치한 상태 표시창에서 왼쪽 아래 푸른색 게이지를 통해 부스터 잔량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부스터를 사용하면 화면에 블러(Blur) 효과가 나타남으로써 빠르게 이동한다는 느낌을 줍니다. 흐릿해지는 텍스처 때문에 자칫 멀미가 날 뻔도 했지만 금방 적응할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기자의 경우 나중에는 부스터에 중독되다시피 해서 너무 즐겨 쓰다가 정작 필요한 순간에 에너지가 부족해서 쓰지 못하고 장렬히 파괴되기도 했습니다.

부스터를 이용해 빠른 시간 내에 적과 맞닥뜨릴 수 있으며 눈앞에 적이 있더라도 순식간에 뒤로 돌아가 허를 찌르는 플레이도 가능합니다. 또한 기자가 그랬던 것처럼 시작부터 아예 적진의 후방으로 돌아가 재빠른 샌드위치 작전을 펼칠 수도 있습니다.

잠시라도 긴장의 끈을 놓아버리면 눈을 뻔히 뜬 채로 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눈을 부릅뜨고 플레이할 필요가 있습니다. 본래 집중력을 요구하는 장르인데다가 부스터라는 요소가 더해지니 그야말로 안도의 한숨을 돌릴 여유도 없이 몰입하도록 만들어줍니다.

[▲ 흐릿함 효과를 줌으로써 매우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표현한다]

[▲ 빨간색 체력 게이지 왼쪽의 '37'이 부스터 게이지다]



코드 No. 3 - 창과 방패! 피니시 무기와 디펜스 무기


부스터를 이용한 기동전술의 대미를 장식해주는 것이 바로 피니시 무기입니다. 내 시야 안에 적의 뒷모습이 포착되고 일정 거리 이하로 좁혀지면 '락온(조준)' 메시지가 뜹니다. 타이머가 끝나고 조준이 완료되면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클릭해 피니시 무기를 발사할 수 있는데, 거의 빈사 상태로 만들어버릴 정도의 파괴력을 자랑합니다. CBT에서는 피니시 무기로 유도 미사일을 선보였습니다.

강력한 창이 있다면 그것을 막아낼 방패도 있어야 하는 법! 상대방이 내 후방을 차지해 락온을 걸어오면 화면과 경고음을 통해 '락온 상태(조준당한 상태)'임을 알려줍니다. 몇 번의 교전으로 체력이 다소 떨어져 피니시 공격을 맞으면 그대로 골로 가는 상황. 이때 재빠르게 적의 위치를 확인해 엄폐물 뒤로 숨게 되면 락온이 풀리게 되지만, 숨을 만한 곳이 없다거나 적 위치 파악이 늦었더라도 살아날 방법은 있습니다.

'디펜스 무기'는 적의 피니시 공격을 무효화시킬 수 있는 전략 요소입니다. CBT에서 제공하는 디펜스 무기는 '플레어(조명탄)'와 '에너지 장막' 2종인데, 적이 유도 미사일을 쏘는 것이 포착됐다면 F 키를 이용해 디펜스 무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플레어'는 공중에 조명탄을 발사해 미사일의 유도 기능을 교란하는 방식, '에너지 장막'은 일정 시간 입체적인 방패를 형성해 날아드는 공격 자체를 막아내는 방식입니다. 단, 당황하지 말고 재빠르게 대응해야 가능하다는 사실! 잊어서는 안 됩니다.

[▲ 한 대만 맞아도 훅 갈 수 있는 피니시 공격]

[▲ 타이밍에 맞춰 플레어를 터뜨리면 유도 미사일을 무효화할 수 있다]

[▲ 에너지 장막은 유도 미사일 뿐 아니라 레이저 피니시 공격도 막을 수 있다]



코드 No. 4 - 전투를 멈추면 자동으로 회복된다! 자동 복구 기능


하나의 적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더라도 그 전투가 치열한 접전이었다면 대부분의 경우 이긴 쪽이라 해도 상태가 그리 썩 좋지는 못합니다. 이럴 때 또다른 적과 마주친다면 그야말로 신내린 컨트롤과 행운을 갖고 있지 않은 이상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법. 만약 그 적이 나보다 훨씬 뒤떨어지는 실력을 갖췄더라도 물리적인 한계를 극복하는 건 쉽지 않으니 말입니다.

스쿼드플로우에서는 일정 시간 전투를 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체력이 조금씩 회복되는 기능을 제공합니다. 체력이 떨어졌을 때 잠시 공격을 멈추면 '자동 복구 기능'이 가동되며 소모된 생명력을 회복시키는 방식이죠. RPG처럼 체력 최대치가 늘어나는 일은 없기 때문에 회복하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대개 자동 회복 기능을 제공하는 게임의 경우 그 속도가 매우 더디게 설정하는 대신 회복약 등의 요소를 배치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슈팅 게임 장르의 경우 자동 회복 없이 약품으로만 체력을 관리해야하는 시스템이 대부분이죠. 물론 전략성을 추구하기에는 적합한 방식이긴 하지만, 애초에 자동 회복 기능만을 제공하는 것도 군더더기 없이 전투 액션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생각입니다.

적 하나를 쓰러뜨리고 지쳐있을 때 다른 적이 휴식을 방해하면서 자꾸 거슬리게 할 때. 신이 내린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름 발군의 컨트롤 실력을 갖췄다고 자부한다면, 그 실력을 빠르게 후퇴하는데 사용할 것을 추천합니다. 매트릭스에서처럼 적의 총탄을 모두 피해낼 수 있는게 아니라면, 일단 위기를 넘기고 다시 만반의 준비를 갖추는 것이 백 번 현명한 선택일테니까요.

[▲ 이 정도 작은 피해는 잠깐이면 회복 가능하다]




코드 No. 5 - 함께 넣은 골! 아군 지원 시스템


어찌됐든 상대를 쓰러뜨려야만 이길 수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목숨을 지키며 적을 효율적으로 상대할 정도의 컨트롤 능력을 갖춘 유저들이라면 다음으로 중요해지는 건 상대 진영 유저를 얼마나 많이 제거했느냐입니다. 흔히 말하는 '킬&데스' 숫자가 실력을 내세울 수 있는 가장 객관적 기준이 된다는 거죠.

이 얄궂은 시스템 때문에 다른 사람이 빈사 상태로 만든 적에게 '막타'만 날리고 킬 점수를 홀랑 가로채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곤 했습니다. 고의로 그런 행동을 반복하는 경우 게임 상에서 일어나는 분쟁의 원인이 되기도 했고, 물론 고의가 아니었다고 해도 당한 사람 입장에서 허탈하거나 약오르는 느낌은 어쩔 수 없는 법입니다.

스쿼드플로우에서는 적을 제거하는데 도움을 준 유저에게도 점수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차용했습니다. 마지막 타격을 가해 적을 쓰러뜨린 플레이어에게는 8점, 그 적을 협동해서 공격한 유저에게는 4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마치 축구경기에서 '골'과 '도움'으로 공격 포인트를 집계하는 것과 유사한 시스템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같은 팀원끼리 협동 위주의 플레이를 하는 계기를 제공할 뿐 아니라 자체적인 전략도 보다 다양하게 구상할 수 있습니다. 거의 다 잡은 적을 가로챘다는 이유로 서로 빈정 상할 이유가 줄어드는 것도 충분히 기대할만한 효과입니다.

[▲ 또다른 피니시 무기, '레이저']



코드 No. LAST - '낯설다?' = '가능성이 있다!'


그간 한빛소프트가 내놓았던 타이틀들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몇몇 사람들은 스쿼드플로우를 가리켜 '한빛소프트 스타일이 아닌 것 같다'고 말합니다. '그라나도 에스파다', '헬게이트: 도쿄', '탄트라', '십이지천'과 같은 MMORPG나 '오디션', '그랑메르', '서바이벌 프로젝트' 등의 비교적 캐주얼한 느낌의 게임들을 연상해보면 충분히 고개를 끄덕일만한 의견입니다.

하지만 낯선 느낌이 강하다는 것은 그만큼 개성이 강하다는 의미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 스쿼드플로우가 보여준 시스템들 전부가 '참신하다'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들이 한데 모여 만들어낸 모습에서는 충분한 매력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4일이라는 길지 않은 기간에 하루 6시간씩만 제공된 짤막한 CBT였던만큼 게임의 모든 시스템을 완벽히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해도, 전반적인 느낌은 신선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이라면 그래픽 최적화 등에 있어 약간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겁니다.

물론, 이번에 봤던 모습이 스쿼드플로우의 전부는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훨씬 더 다양한 데칼과 아직 공개되지 않은 다양한 무기들, 새로운 맵과 플레이 모드까지, 스쿼드플로우에는 아직 쌓아올릴 데이터가 많이 남아있으니 말입니다. 한층 더 다듬어진 모습으로 빠른 시일 내에 다시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 PvP 미션 중 하나인 '위기의 요람' 개요 화면]

[▲ '스쿼드플로우'에서 만나볼 수 있는 다양한 무기들의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