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S 섬머 스플릿이 끝났다. 마지막 슈퍼 위크답게 흥미로운 경기들이 많이 나왔다. 이미 플레이오프 진출과 승강전으로 강등이 확정된 팀들도 끝까지 팬들을 위한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줬다. 반면, 상위권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 LCS EU 11주차 대진 & 결과

■ LCS EU - 쇼맨십 경쟁의 얼라이언스와 프나틱

1일차부터 이미 승강전으로 떨어진 팀과 플레이오프 진출팀이 확정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긴장감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었다. 그리고 기세 오른 얼라이언스와 프나틱를 따라잡을 팀은 보이지 않았다. 유럽에서는 큰 순위 변동이 없었다.

SK 게이밍은 SK의 의지를 이어받았다. 얼라이언스와 프나틱을 꺾었지만, 겜빗 게이밍에게 패하면서 '강자 멸시'를 보여줬다. 한국에 SKT T1 S가 있다면 유럽에는 SK 게이밍이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 재미있는 경기가 나온 LCS EU였다. 특히, 3일차에서 얼라이언스와 프나틱이 보여준 팬 서비스는 모든 지루함을 날려버리는 느낌이었다.

시작은 프나틱이었다. 로켓을 상대로 2서포터를 꺼내며 예전 워크래프트3의 '카오스'라는 맵을 떠오르게 만들었다. 블리츠크랭크가 엘리스와 함께 로밍을 다니면서 카사딘과 베인의 성장을 도왔다. 원래 서포터인 모르가나가 탑에서 죽지 않고 버티면서 성장했다. 그리고 잘 성장한 베인과 카사딘은 괴물이었다. 이후 프나틱은 로켓을 완전히 압살하면서 깔끔하게 섬머 스플릿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얼라이언스 vs 밀레니엄 경기 영상 (출처 : LoL Esports)

마지막 경기는 밴픽 단계부터 심상치 않았다. 얼라이언스는 'CLG'를 밴했고, 밀레니엄은 'TSM'을 밴했다. 그리고 '프로겐'은 방어력 500이 넘는 말파이트를 보여줬고, '윅드'는 AP 람머스를 선보였다. '탭즈' 역시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 피즈를 꺼냈다. 참고로 얼라이언스의 정글은 애쉬였다.

밀레니엄 역시 이를 받아쳤다. 퀸, 자크, 자르반, 워윅, 레오나 조합을 꺼내면서 예능감을 뽐냈다. 양 팀은 생각 없이 계속 싸웠다. CS보다 전투를 즐기는 경기였다. 승자는 얼라이언스였지만, 약 40분 동안 총 92킬이 나오면서 팬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했다.

최종 순위에서 유일한 동률은 7, 8위의 겜빗 게이밍과 코펜하겐 울브즈였다. 이 둘은 눈물의 순위 결정전을 치렀다. 그 결과, 겜빗 게이밍이 승리하면서 섬머 스플릿을 7위로 마감했다. 웃어도 웃는 게 아니었다.


▲ LCS NA 11주차 대진 & 결과

■ LCS NA - 북미의 자존심을 지킨 C9

유럽과 달리 끝까지 순위 경쟁이 치열했던 북미였다. '공포의 외인 구단'으로 불리는 LMQ를 잡기 위한 C9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그 결과, C9과 LMQ는 공동 1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하지만 4위부터 6위까지 동률이 나온 상태. LCS NA는 승자승 원칙으로 최종 순위를 결정했다.

※C9 vs LMQ : C9 3승 1패 우위
Curse vs CLG : Curse 3승 1패 우위
디그니타스 vs CLG, Curse : CLG, Curse 3승 1패 우위


북미 역시 승강전으로 떨어질 팀들이 어느 정도 결정된 상태였다.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여섯 팀이 정해진 상황. 그렇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는 팀은 없었다. 아, 물론 CLG는 예외다. CLG는 플레이오프가 이미 확정된 상태에서 플레이오프까지 긴 공백의 시간이 있다고 판단하고 주전 멤버 모두 특훈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그 결과 CLG는 마지막 11주차에 4패를 기록했다.

사실 11주차의 주인공은 Curse와 EG였다. Curse는 모든 강팀들을 잡으면서 순식간에 4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EG 역시 4승으로 섬머 스플릿 마지막 주를 마감했다. 두 팀 모두 뒤늦게 '포텐'이 터진 듯했다. 특히, EG의 저력이 놀라웠다.

이제서야 '헬리오스' 신동진의 효과를 제대로 본 EG였다. 이제까지 신동진 홀로 고군분투했다면, 11주차는 모든 팀원들이 잘해줬다. 특히, 부족한 모습을 보였던 '알텍'이 경기를 완전히 캐리했다. 신동진의 효과로 다음 시즌 좋은 모습이 기대된다.


금주의 Up & Down



(UP) SHC - 최약체에서 3위로, 롤드컵을 노리는 다크호스

그 누가 예상했을까? SHC는 스프링 시즌 때 최약체였다. 7위로 시즌을 마감했으며 승강전을 통해 다시 LCS 무대에 복귀한 팀이다. 분명 이번 섬머 시즌 역시 승점 자판기 역할을 예상하는 팬들이 많았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SHC는 끝없이 노력하고 연습한 끝에 3위로 LCS 섬머 스플릿을 마감했다. SHC는 시즌 도중 별다른 멤버 교체가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노력으로 이런 결과를 만들어냈다.

이제 플레이오프가 남았다. 유럽에는 롤드컵 진출권이 3장 존재한다. 사실 두 자리는 얼라이언스와 프나틱이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남은 한 장은 누구에게 돌아갈지 예측하기 힘들다. 과연 SHC가 이 기세를 이어 롤드컵 진출에 성공할 수 있을지 많은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DOWN) 디그니타스 - 또다시 거꾸로 가는 순위

진격의 디그니타스, 모든 강팀을 무너뜨리고 1위를 지켰던 디그니타스에게 붙은 별명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시즌이 마무리될 시점에 다른 방향으로 진격했다. 순식간에 6위로 떨어져 버린 것이다. 진격을 역주행으로 한 셈.

사실 디그니타스의 경기를 보면 피지컬적인 부분보다 메타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지는 느낌이다. LoL만큼 빠르게 메타가 변하는 게임도 없다.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현재 디그니타스에게 어울리는 말이다.

잘 성장한 원딜이 경기를 홀로 지배하는 메타에서 디그니타스는 살아남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경쟁 팀들이 발전하면서 어떻게든 원딜을 순식간에 잡아내는 상황을 만들었다. 그리고 끝없이 원딜을 괴롭히면서 제대로 딜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이 시점에서는 원딜보다 서포터가 더 중요한 역할을 해야한다. 서포터가 원딜을 지키면서 최대한 시간을 벌어줘야 된다. 하지만 디그니타스는 이런 플레이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아무래도 이번 롤드컵에서 이들을 보기 힘들 것 같다.


금주의 명장면

▲출처 : LoL Highlights

바론 스틸, 참 쉽죠?

2서포터를 선택한 프나틱. 그러나 모르가나가 잘 성장하면서 서포터인지 딜러인지 알 수 없게 됐다. 큰 차이 없이 진행된 경기에서 로켓이 승부수를 던진다. 베인이 너무 잘 성장했기 때문에 빠르게 경기를 마무리 지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옐로우스타'의 모르가나가 바론 스틸과 동시에 환상적인 궁극기로 경기를 끝내버렸다.


▲ LCS 섬머 최종 순위



■ LCS 리포트를 마치며...

스프링과 섬머 시즌 동안 국내 팬들을 위해 LCS 리포트를 진행했다. 매주 금요일부터 시차를 바꾸면서 경기를 보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국내 LoL 팬들에게 조금이라도 해외 메타와 경기들에 대한 소식을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해외에서 메타를 만들고, 이를 한국이 완성시킨다'라는 말이 있다. 객관적으로 해외 팀들의 경기력이 국내 팀들에게 못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은 언제나 새로운 메타를 창시했다. 그러므로 그들의 경기를 보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국내에 나타날 메타를 미리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부분을 국내 LoL 팬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2014년의 LCS 리포트는 이번 글을 끝으로 마무리한다. 하지만 2015년 스프링이 시작되면 LoL을 사랑하는 국내 팬들에게 더 재미있는 형태로 해외 소식을 가지고 돌아올 것을 약속한다.


일러스트 = 석준규 사진기자(lasso@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