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31일(목) 4.13 패치가 적용되었다.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많은 챔피언들이 패치 노트에 이름을 올렸다. 이러한 대규모 변경에는 2014 롤드컵 전, 높은 수준의 챔피언 밸런싱을 구축하고자 하는 라이엇 게임즈의 의도가 깔려있다. 특히, 라이엇 게임즈는 '정글 챔피언 라인업의 다양성'을 주요 쟁점으로 설정했으며, 이 과정에서 노골적인 ‘육식 정글 챔피언 죽이기'가 시도됐다. 주요 타겟이된 챔피언은 리 신과 엘리스, 이블린.

패치가 적용되고 일주일 가량이 지났다. 수많은 유저들이 4.13 패치를 경험했으며, 그 결과가 데이터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과연, 리그오브레전드에서는 어떤 지각 변동이 일어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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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반의 성공? 육식 정글 시대의 종언, 아직 갈 길은 멀다!

4.13 패치의 주요 타겟은 현재 정글을 지배하고 있는 육식 챔피언이었고, 이를 통해 이루고자 했던 궁극적인 목표는 이들의 영향력 약화와 정글의 다양성 향상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절반의 성공, 절반은 실패했다. 챔피언의 개별 능력치와 위력 수준을 나타내는 승률 부분에서는 성과가 있었지만, 게임 전반의 영향력과 위치를 나타내는 밴률과 픽률에서는 뚜렷한 변화가 포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 4.13 패치는 육식 정글 챔피언을 저격(?)한다는 의미가 강했다.
(4.13 패치 노트 중 전사 파트)


우선, 육식 정글 시대를 이끌고 있는 세 챔피언들의 승률은 뚜렷하게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특히, 이블린의 하락세가 가장 눈에 띈다. 이블린은 이번 패치를 통해 주력 스킬인 증오의 가시의 기본 마법 피해가 40/60/80/100/120에서 30/45/60/75/90로 바뀌는 변화를 겪었다. 은신을 통한 초반 이득으로 스노우 볼을 굴리는 것이 이블린의 기본 플레이 스타일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적지 않은 타격이었다. 물론, 주문력 계수와 공격력 계수가 유동 계수로 변화면서 후반 위력이 다소 증가했다는 점이 위안이었지만, 승률 하락을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 4.13 패치를 기점으로 급격하게 떨어지는 이블린의 승률
(출처 : FOW.KR)


리 신과 엘리스 역시 승률 하락을 막을 수는 없었다. 두 챔피언 모두 이블린 만큼의 급격한 추락은 보여주지 않았지만, 승률 45% 라인을 어렵게 유지하는 형국이었다. 리 신은 이번 패치로 방호(W)의 지속 시간이 감소되면서, 탱키함에 타격을 입었다. 강점은 넘치고 약점은 거의 없는 챔피언인 리 신에게 ‘후반 존재감 약화’라는 단점이 부여된 것. 반면, 엘리스는 약점 부여가 아닌 강점 약화를 통해 그 위력이 감소했다. 압도적인 갱킹력의 비결인 고치/줄타기(E) 스킬이 사거리와 적중도 측면에서 타격을 입게 되었다.


▲ 너프 면역(?)인 챔피언, 리 신과 엘리스 또한 승률 하락은 피할 수 없었다
(출처 : http://www.stateoflol.net)


그렇다면 여기서 문제의 본질로 다시 돌아가 보자. 이번 패치의 궁극적인 목표는 ‘정글 챔피언 라인업의 다양성 증진’에 있었다. 즉, ‘리 신과 엘리스 그리고 이블린의 승률 하락이 다른 정글 챔피언들(특히, 초식 챔피언들)에게 등장의 기회를 제공했는가?’가 핵심 쟁점이라는 것이다. 대답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승률은 개별 챔피언의 능력치와 위력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높은 숙련도를 필요로 하는 챔피언일수록, 실력 혹은 티어에 따라 챔피언 활용 정도가 달라진다. 이럴 경우 승률이 가지는 신뢰도는 낮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너프 전에도 50%의 승률을 기록하지 못한 리 신과 엘리스, 그리고 영원한 OP 카사딘이 이러한 현상의 대표적이 예다.


▲ 현존 최강의 OP 카사딘은 우디르와 사이온보다 낮은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출처 : http://www.stateoflol.net)


반면, 밴률은 챔피언이 가지는 게임 내의 존재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즉, 게임을 지배하는 캐리력과 승부를 뒤집는 변수 그리고 무엇보다 현재 주류 메타와의 높은 상관관계. 이러한 요소를 지닌 챔피언들은 일반적으로 밴을 당하게 된다. 즉, ‘우리 편이 가지고 갔으면 하는 챔피언이지만, 상대가 가져가면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모른다. 차라리 이 게임에서 제외시키자!’ 라는 생각이 해당 챔피언을 밴창에 올려놓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밴률은 챔피언의 존재감을 가장 잘 나타내는 동시에, 챔피언 입장에서는 ‘최고의 영예(?)’라 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고려했을 때, 육식 챔피언들이 정글에서 가지는 영향력은 전혀 낮아지지 않았음을 파악할 수 있다. 리 신과 이블린은 패치 이후에도 60%를 상회하는 높은 밴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엘리스 또한 상위 티어에서 여전히 높은 픽률을 기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스킬 능력치 너프로 인해 승률 하락을 피할 수는 없었지만, 여전히 육식 정글 챔피언이 리그오브레전드에서의 가치는 변하지 않은 것이다.


▲ 여전히 높은 밴률을 기록하고 있는 이블린과 리 신
(출처 : FOW.KR)

▲ 밴률은 낮지만 엘리스의 경우 높은 티어로 갈수록 높은 픽률을 보여주고 있다.
(출처 : FOW.KR)


‘정글 다양성 실현’이라는 큰 맥락에서 보았을 때, 아직은 극복해야 하는 장애물이 많아 보인다. ‘밴을 당해서 어쩔 수 없이 다른 챔피언을 고르는 상황’과 ‘승률이 하락했지만, 마땅히 대안 챔피언이 없는 상황’을 다양성이라 말하기는 다소 무리가 있다. 4.13 패치로 진행될 롤챔스 결승전에서 리그오브레전드 유저들은 눈먼 수도승의 발차기를 또다시 목격해야 할지도 모른다. 지금의 상황이라면, 다음 달로 다가온 롤드컵에서도 다양한 정글 챔피언들의 등장을 기대하기 힘들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이처럼 라이엇 게임즈가 던진 돌직구에도 불구하고, 육식 정글 챔피언들의 오랜 독재 시대는 종식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리그오브레전드 유저들은 랭크 게임과 프로 경기에서 매번 비슷한 정글 구도를 지켜봐야 하는 것일까? 희망은 없는 것일까?



■ 헤카림의 등장과 봇 라인의 승률 격변! 더욱 풍부한 리그오브레전드는 가능할 것인가?

비록 육식 정글 챔피언들의 위상은 그대로 유지되었지만, 이번 패치를 통해 새롭게 떠오른 정글 챔피언이 있었다. 바로 풍차 돌리기의 달인 ‘헤카림’이다. 한때 극강의 생존력과 갱킹력을 자랑했던 헤카림은 작년에 있었던 너프 패치로 현재까지 고전을 면치 못했었다. 특히 라이너와 함께 하는 2:2 전투에서 너무나 약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번 패치를 통해 추가 이동 속도에 비례해 추가 공격력을 획득하게 해주었던 출정(패시브) 스킬이 상향되었고, 주요 딜 스킬인 회오리 베기(Q)의 마나 소모량이 감소했다. 육식도 아닌, 그렇다고 초식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서 고통 받았던 헤카림의 갈증을 해소하기 충분한 변경이었다.


▲ 4.13 패치 노트 중 헤카림 파트


결과는 즉각적이었다. 50%대를 기록하던 헤카림의 승률은 패치 직후 폭발적으로 증가. 한 때 54%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와 함께 2%대에 머물던 픽률도 상승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승률과 픽률 상승이 플래티넘과 다이아몬드와 같은 상위 티어에서 이뤄졌다는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상위 티어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수록, 프로 경기에서의 등장 확률은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현재 헤카림의 프로 경기 복귀에 대한 유저들의 관심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 패치 직후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헤카림의 승률. 하지만 상승세는 현재 한풀 꺽였다.
(출처 : http://www.stateoflol.net)


▲ 상위 티어로 갈수록 헤카림 픽률은 상승한다
(출처 : FOW.KR)


하지만 한계점도 분명 존재한다. 헤카림이 리 신을 필두로 하는 1티어 정글 챔피언에 비해 여러모로 부족한 부분이 많으며, 이미 승률이 다시 하락하기 시작하고 있다. 특히, 이번 패치가 헤카림이라는 챔피언의 고유 특성을 살렸다기보다는 부족한 딜을 보완하는 ‘육식화 전략’을 취했다는 점은 분명한 한계점이다. 헤카림의 분전이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은 역할을 했지만, ‘정글 다양성’이라는 큰 난제에 라이엇 게임즈가 고심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들 때문이다.


▲ 헤카림의 분전에도 '정글 다양성'이라는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정글과 달리, 이번 패치로 인해 한층 흥미진진해진 곳은 봇 라인이다. ‘4.12 패치의 주인공’ 루시안은 예상대로 너프를 당했다. 끈질긴 추격(E)의 둔화 효과 제거 능력은 삭제되었고, 재사용 대기시간이 14/13/12/11/10초에서 18/17/16/15/14초로 증가했다. 경기 후반 상대를 좌절하게 만들었던 루시안의 기동성은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고, 이는 곧 밴률과 픽률의 감소로 이어졌다.

▲ 4.12 패치의 주인공, 루시안은 끈질긴 추격(E)의 너프로 밴률이 하락한다
(출처 : FOW.KR)


루시안의 빈자리는 다양한 챔피언들이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현재 메타에 가장 잘 어울리는 원거리 딜러 챔피언인 코그모와 트리스타나의 상승세는 지속됐지만, 패치 노트에 이름을 올린 다수의 원거리 딜러 챔피언들은 승률 상승을 경험했다.

특히, 궁극기 사냥 개시(R)의 초기 이동 속도 상승 효과 지속 시간이 2/3/4초에서 2/4/6초로 변경된 시비르의 승률 상승폭이 가장 눈에 띄었다. 산탄 사격(Q)과 무고한 희생자(R)의 대미지가 증가한 그레이브즈도 많은 유저들의 예상대로 승률과 픽률이 상승했다. 중요한 점은 다소 격차가 있었던 각 챔피언의 승률이 50% 중심으로 고르게 분포되었다는 사실. 다양한 원거리 챔피언들이 경쟁하고 있는 현재 판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을 것으로 예상된다.


▲ 원거리 딜러 챔피언들간의 승률 격차는 이번 패치로 줄어 들었다.
(출처 : http://www.stateoflol.net)



원거리 딜러 챔피언들만큼 흥미로운 전개가 펼쳐지고 있는 곳이 바로 서포터 라인업이다. 출시 직후부터 지금까지 필밴 수준의 위력을 보여준 브라움은 이번 패치로 인해 승률 50% 라인을 겨우 유지하게 되었다. 80%에 육박했던 밴률 또한 완만한 하향 곡선을 그려 낮아진 브라움의 위상을 느낄 수 있었다. 뇌진탕 펀치(패시브)의 대미지 감소와 내가 지킨다(W)의 마나 소모량 증가(30/40/50/60/70에서 50/55/60/65/70)로 브라움의 초반 라인전 능력이 낮아진 것이 크게 작용한 듯하다.


▲ 4.13 패치 이후 브라움의 밴률은 지속적으로 감소한다
(출처 : FOW.KR)


브라움의 부진 속에서 이번 패치로 상향된 잔나와 지난 패치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는 알리스타의 행보가 유저들의 관심을 끌었다. 잔나의 경우, 전체적인 양상에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상위 티어 중심으로 높은 픽률과 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챌린저 티어에서 14.7%의 픽률 달성. 순풍(패시브)과 울부짖는 돌풍(Q)의 상향 이후 잔나에 대한 높아진 관심을 실감할 수 있었다. 4.12 패치 이후 종종 프로경기에 등장한 알리스타 역시 랭크 게임에서의 픽률이 꾸준히 상승하는 양상을 보였다.


▲ 유독, 챌린저 티어에서 높은 픽률과 괜찮은 승률을 보여주고 있는 잔나
(출처 : FOW.KR)


▲ 프로 경기의 영향일까? 4.12 패치의 뒤늦은 여파일까? 알리스타의 픽률은 상승 중
(출처 : FOW.KR)


롤드컵이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 아직 어떤 형태의 패치로 대회가 진행될 지는 확실하지 않다. 현재 정글을 제외한 영역에서는 여러 챔피언들이 얼굴을 내밀고 있는 상황이 다행이기는 하지만, 육식 챔피언들에 의해 독점되고 있는 정글은 라이엇 게임즈에게 큰 고민거리이다. 특히,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메타’라는 거대한 산이 존재한다. 과연 라이엇 게임즈는 '신의 한 수'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인가?